법보의 진명
자금홍호로에 갇혔던 곳에 가서 산신을 불러냈다. 산신 주제에 작정하고 숨은 저팔계와 오함마를 찾아낼 능력은 없다. 그래도 어느 방향으로 튀었는지는 보았겠지.
"저쪽으로 갔습니다. 야차를 닮은 온몸이 멍든 분을 요괴한테 던지고 도망치더군요."
저팔계. 사람을 실망케 하지 않는구나. 천계 출신다워.
"저는 그렇게 똑똑한 말은 처음 봤습니다."
제길.
모습을 드러내고 움직였다. 나를 발견한 오함마가 반갑게 투레질한다. 저팔계는 요괴가 변한 거로 의심하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강렵. 빨리 나와."
저쪽 세상 환생체의 이름이 불리고 나서야 저팔계가 몸을 드러낸다. 소심 돼지 같으니라고.
"금각과 은각은 태상노군의 동자야. 의뢰를 받고 요괴로 내려와서 삼장을 잡은 거다. 그런데 지금 의뢰인을 속이고 자기들이 삼장 먹어치우려 해. 압룡산의 압룡대선인가 뭔가 하는 만 살 넘은 요괴를 불러다 환술로 속이려나 봐."
"그럼 그 압룡대선을 죽여야 하나?"
"아니지. 압룡대선이 환술을 사용하면 천궁의 의뢰인도 속인다잖아. 환술 사용한 다음 삼장이랑 사오정 구해야지. 환술 깨지기 전에 금각과 은각 해치우면 천궁에서도 어쩌지 못할 거야."
저팔계는 내 계책이 괜찮다고 여겼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함마에게 몸을 숨기고 있으라 당부한 다음 저팔계와 함께 두 요괴의 뒤를 따랐다.
"저 영리귀를 몰래 죽여버리고 네가 변신해."
"너는?"
"난 변신술 못 써."
"난 파산호로 변하고 싶은데."
"파산호가 멍청하잖아. 영리귀로 변신해야 안 들켜. 파산호를 죽이고 네가 변신하면 영리귀가 바뀐 걸 알아낼지도 몰라."
저팔계는 덩치가 큰 호랑이 요괴로 변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는 쥐 요괴로 보이는 영리귀를 추천했다. 멍청한 저팔계라면 영리귀에게 정체를 들킬 가능성이 200%니까.
"야. 대왕이 우리에게 고기 나눠줄까?"
"너라면 주겠어? 난 그저 뼈라도 씹을 수 있으면 감지덕지다."
"뼈만 씹어도 수명이 는다면서?"
"소문에야 그렇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삼장이 장안 떠난 지 1년도 안 되었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왜 소문이 이렇게 빠르고 자세하게 퍼지지?"
나와 저팔계는 서로 말없이 쳐다봤다. 파산호 똑똑한데?
"우리 대왕들부터 이상하지. 법력은 많은데 아는 법술이 얼마 없어. 법보는 무지 강한데 무공은 또 평범해."
"다섯 법보 중에서 하나만 훔쳐 도망쳐도 산 하나 차지하고 대왕 소리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지켜낼 힘은 있고? 내 보기엔 대왕들도 지켜낼 힘은 없어. 분명히 뒤에서 봐주는 세력이 있을 거야."
"그 세력의 눈에 들면 우리가 대왕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는데?"
똑똑한 데다 야심까지 크다. 나는 저팔계를 끌고 두 요괴와 거리를 벌렸다.
"둘 다 너무 똑똑한데?"
"내가 천궁에서 들은 요괴랑 딴판이다. 천계에도 멍청이가 수두룩한데."
그럼. 너 같은 놈이 천봉원수 되는 걸 보면 멍청한 놈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된다.
"그냥 따라다니며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계획을 수정한 나와 저팔계는 장안법을 펼치고 두 요괴 뒤를 멀찍이 따랐다.
압룡산에는 소나무가 가득하다. 지룡송(地龍松)이라고 불리는 이 소나무들은 경사가 큰 산에만 자란다. 기이하게도 수평으로 구불구불 자라는 이 소나무는 마치 용과 같다고 하여 지룡송이라 불린다.
수많은 소나무가 용처럼 수평으로 줄기를 뻗으니 압룡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거다. 산에 깔린 용 한 마리 줍나 기대했던 나는 조금 실망했다.
압룡동은 바위 동굴이 아니라 지룡송으로 이루어진 동굴이다. 지룡송 줄기와 가지들이 서로 감고 싸며 만들어진 커다란 나무 동굴.
의외로 방비가 허술하여 쉽게 침입했다.
"압룡대선께 아룁니다. 금각 은각 두 대왕이 장안에서 온 삼장을 잡았습니다. 현재 정신(淨身)하고 있으니 어서 와서 함께 고기를 드시랍니다."
"호호. 애지중지 키운 보람이 있구나. 너희는 여까지 오느라 고생했을 테니 들어와서 술과 고기로 배를 채우거라."
형님. 무슨 요괴인지 아시겠어요?
- 대승의 경지에 이른 여우구나. 꼬리가 아홉 개다.
헐. 구미호구나. 그래서 산신이 요선이라고 불러줬구나.
짐승 출신 중에서 신선이 가장 많이 된 대표적인 요괴가 바로 여우다. 좋은 일을 하면 선업이 많이 쌓이고, 나쁜 짓을 해도 선업을 덜 깎이는 종족이다.
"가서 아칠을 불러오라."
압룡대선의 시녀가 복슬복슬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니 축지법을 사용한 것 같다.
구미호는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영리귀랑 파산호가 식사하러 들어간 방 같은데?
"제천대성. 계속 기다려?"
"저 여우 구미호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 상황이나 지켜보자. 삼장이 잡힌 지 이제 나흘이니까. 아직 시간은 넉넉해."
잠시 후 압룡동 앞에 수많은 요괴가 몰려들었다. 아까 나갔던 시녀가 덩치가 무척 큰 여우 요괴를 데리고 압룡동으로 들어왔다. 밖에 놈들은 아마 저 큰 여우의 부하들인 것 같다.
"누님은 어데 가셨나?"
"금각 은각이 요괴 둘을 심부름 보냈습니다. 아마 그 둘과 즐기러 가신 듯합니다."
"제길. 내가 둘 중 하나로 변신했어야 했는데."
즐긴다는 말에 저팔계가 입맛을 다신다. 음란 돼지 같으니라고.
이름이 호아칠인 여우 요괴는 시녀가 주는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새빨간 색을 보니 홍차 따위는 아니고 인간이나 짐승 피 같았다.
"누님. 좋은 일 있다고 부하 다 끌고 오라고 하시더니. 무슨 일입니까?"
"금각 은각이 삼장을 잡았다."
"잘 됐군요. 가서 고기 한 점 얻어먹을 생각입니까?"
"멍청한. 가서 둘을 해치우고 우리가 먹어야지."
그때 시녀 둘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껍데기만 남은 영리귀와 파산호를 끌어냈다. 질질 끌어다가 압룡동 밖에 익숙하게 버리는 걸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했다.
'제길. 우겨서라도 저팔계가 영리귀로 변신하게 할걸.'
"전령도 죽이신 걸 보면 결심이 확고하다는 뜻이군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여기서 군사를 데리고 대기해라. 내가 먼저 가서 둘을 안심시키겠다. 두 전령은 너한테 보냈다고 할게. 네가 적당한 때에 수하들을 볼 주머니에 넣고 평정산으로 오너라."
"두 꼬맹이가 볼 주머니를 확인도 안 하고 저를 안에 들일까요?"
"내가 환술을 펼쳐 둘의 눈을 가리겠다."
"키운 정이 있으실 테니, 둘을 죽이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삼장의 고기를 먹고 불멸까지 얻으면 바로 마교에 귀의한다. 태상노군 밑을 닦아주는 일은 이젠 지겨워."
"얘들아. 모두 내 입안으로 오너라."
호아칠이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부하들이 줄을 지어서 입안으로 뛰어들었다. 호아칠의 두 볼이 점점 불룩해진다.
너 도대체 여우야 다람쥐야?
"환술로 북쪽 하늘에 노을을 만들 거다.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니까 확인하는 즉시 출발해서 평정산에 오도록 해라."
말을 마친 구미호는 시녀 여덟이 드는 가마를 타고 출발했다. 호아칠은 밧줄로 자기 입을 꽁꽁 묶은 후 압룡대선의 왕좌에 앉아 쿨쿨 잠을 잤다.
"야. 어떻게 해?"
"둘을 싸움 붙이고 어부지리 얻어야지."
압룡동을 조심스럽게 벗어난 나는 저팔계에게 내 계획을 설명했다.
"네가 파산호로 변하는 거야. 그리고 평정산에 가서 순찰대를 우연히 만나는 거지. 그리고 순찰대에게 압룡대선이랑 호아칠이 두 대왕을 공격하려 한다고 말해. 영리귀는 이미 죽었고 너는 죽은 척 하다가 겨우 도망 나왔다고 해."
"내가 할 수 있을까?"
"괜찮아. 할 말만 하고 죽어버리면 돼. 네 말을 의심하든 안 하든, 대왕에게는 꼭 보고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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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팔계가 발연기를 했지만, 멍청한 순찰대 요괴들은 깜빡 속아 넘어갔다. 하긴, 법력을 얻었는데도 너무 멍청해 요괴가 되지 못한 대왕곰도 있으니. 영리귀나 파산호 같은 똑똑한 요괴는 흔한 게 아니다.
저팔계는 밖에 두고 혼자 연화동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자금홍호로에서 나올 때도 둘에게 안 들켰다. 나를 가둔 줄 알고 방심하고 있을 테니 좀 더 대담하게 움직였다.
"대왕. 큰일입니다. 영리귀와 파산호가 죽었습니다."
"혹시 저팔계나 그 검은 말 소행이냐?"
"아닙니다. 압룡대선이 죽였다고 합니다."
순찰대가 저팔계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자 금각과 은각의 얼굴이 굳었다.
"알았으니 너흰 나가보거라.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고."
순찰대가 나가고 둘만 남자 금각과 은각은 가위바위보를 했다. 은각이 주먹으로 금각의 가위를 이겼다.
"제길. 왜 번번이 내가 지는 거야."
금각이 툴툴거리며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다 외우고도 한참 눈을 뜨지 않았다.
"뭐야? 궁금하게 하지 말고 속 시원하게 말해."
"점괘술로 두 가지 알아냈다. 압룡대선이 파산호와 영리귀를 죽인 것과 호아칠이 수하들을 다 데리고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는 것."
"하계의 하찮은 요괴가 의모라고 떠받들어줬더니.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구나."
"가둬 죽이자."
"혈호로는 제천대성을 가뒀으니까 당분간 뚜껑을 열기 힘들다. 백호로에 가두도록 하자."
- 태상노군도 대단하구나. 저 두 멍청이에게 법보 이름을 숨겼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 저 둘에게 법보 사용권을 허락했으나, 둘이 법보 소유권을 못 가져가게 이름을 다르게 알려줬다.
자금홍호로랑 양지옥정병 정도면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 그래서 대단하다고 했잖아. 원래 저 두 동자도 법보 이름을 알았을 텐데. 그걸 지우고 혈호로 백호로 같은 이름을 알려줬으니.
예전에 우연히 무간도라는 홍콩 영화를 봤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 별로 재밌지는 않았다. 다만 경찰이 조폭으로, 조폭이 경찰로 위장 잠입한 스토리는 흥미진진했다.
지금 여기 상황도 비슷하다. 서로 딴생각을 속에 품은 자들이 어우러지는 척하는 모습이 참 재밌다.
"내가 너희를 수양할 때부터 큰 인물이 될 거라고 알아봤다. 과연 나를 실망케 하지 않는구나."
"다 모친께서 잘 다독이고 가르친 덕분입니다. 두 아들의 큰절을 받으십시오."
셋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금각과 은각은 좋은 술과 향긋한 과일 그리고 싱싱한 고기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렸다. 서로 술잔이 오가며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었다.
은각이 구미호와 대작하는 사이에 금각이 양지옥정병의 마개를 슬쩍 땄다.
"모친."
"왜?"
대답하기 무섭게 구미호가 양지옥정병에 빨려 들어갔다. 급히 뒤따랐다. 내가 들어가고 바로 마개가 닫혔다.
구미호 손목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다. 치한이라고 소리 지르려고?
"널 살려주겠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어?"
구미호가 한참 속셈을 굴리더니 대답했다.
"있습니다. 내가 아는 비밀과 가진 법보와 쌓은 선업을 다 털면 얼추 비슷합니다."
분첨염을 깨웠다. 분천염이 즐겁게 혼돈을 태운다. 구미호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린다. 분천염의 정체를 아는 건 아닐 테고. 혼돈을 태우니까 놀라서 그런 거겠지.
혼돈이 사라지고 질서가 자리 잡은 양지옥정병 안은 안전한 공간이 되었다.
"자. 그럼 내가 알고 싶은 것부터 질문한다. 자금홍호로와 양지옥정병의 진짜 이름을 말해."
지금 본신을 드러내서 사람 모습이 아니고 꼬리 아홉 달린 여우 모습이지만, 놀라서 얼굴이 꿈틀거리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인간보다 얼굴 근육이 섬세하지 못해 표정이 희미함에도 불구하고, 구미호가 얼마나 놀랐는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 너 자금홍호로랑 양지옥정병이 가짜 이름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했어?
형님. 동자에게 혈호로와 백호로라는 거짓 이름을 알려주는 태상노군의 법보가 이름이 너무 널리 알려졌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제 생각에 여의금고봉도 따로 진명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걸 알아내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법보가 될 것 같습니다.
- 넌 도대체 멍청한 거야 똑똑한 거야?
내 생각에는 원래 엄청 똑똑한데, 세상이 나를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대부분 재능을 봉인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태어나기 전에 내린 결정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어, 어, 어떻게. 당신 설마 치우?"
여기서 치우가 왜 나와?
"치우 아닙니까?"
"아니다. 왜 치우라고 생각했지?"
"치우가 예전에 태상노군이랑 내기했었는데, 태상노군의 법보 여섯 개 중에서 자금홍호로와 양지옥정병의 진명을 맞췄습니다. 다른 네 개를 틀려서 패배하긴 했지만, 보자마자 둘의 이름을 불러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치우한테 물어보면 되는 건가?"
"치우도 잊어버렸습니다. 내기에서 진 사람은 기억을 다 지우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아는 것 같단 말이야."
구미호는 숨을 한참 골랐다.
"태상노군은 잠꼬대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태상노군이 잠도 자?"
"음양전도대법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당연히 모르지."
"남성체와 여성체가 하나가 된 후, 음양을 바꾸는 법술입니다."
"효능은?"
"인연을 섞습니다."
이해가 안 간다. 그건 섞으면 섞을수록 귀찮아지는 물건인데.
"그리고 섞인 인연을 모조리 상대방에게 떠넘기죠."
"그거 한 번 쓰면 태상노군은 여자가 되는 건가?"
"인연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또 음양전도대법을 사용해서 남성체로 돌아가죠. 모든 인연을 버리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인연을 상대에게 전가합니다."
옥황상제는 실패작을 세상에 안 속하는 곳에 숨기는 방법을 취했는데, 태상노군은 훨씬 부러운 방법을 사용하는구나.
"그렇게 음양전도대법을 사용하고 나면 태상노군이라도 잠을 자야 합니다. 그때 잠꼬대하는 걸 듣고 치우와 있었던 일을 알았습니다."
- 야. 너 무슨 생각으로 저 두 법보를 콕 짚은 거야? 법보가 총 다섯 개 있잖아.
형님. 이 두 법보는 내가 안을 살기 좋게 만들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내거로 만들고 싶죠.
- 그러니까. 생각 없이 질문해서 우연히 얻어걸렸다는 얘기네?
헤헤. 과한 칭찬에 쑥스럽네요.
"진명이나 말해."
"자금홍호로는 곤륜자등건호로(昆崙紫藤乾葫蘆)이고 양지옥정병은 근괘백두곤호로(根掛白頭坤葫蘆)입니다."
"법보 내놔."
구미호가 밤송이 하나 꺼냈다. 가시 아홉 개가 난 밤송이는 속에 불을 품고 있었다.
"여우만 단련해낼 수 있는 여우불입니다."
"내겐 큰 쓸모가 없어 보이네."
"일행에 천봉원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천봉원수에게 팔면 제값을 받을 겁니다."
"좋아. 그래도 부족하다."
구미호는 가진 선업을 전부 내게 넘겼다. 그런데 여우의 셈과 달리 여전히 부족했다.
"나를 속인 거야?"
"아닙니다. 그저 목숨이나 보전시켜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성하게 구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하자. 내가 몇 가지 일을 시키겠다. 그걸 다 해도 계약이 불공정하면 어쩔 수 없고. 내가 손해 보는 셈 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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