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레벨 퀘스트1
- 100레벨 퀘스트입니다.
- 유저의 스탯과 명성에 따라 퀘스트 등급을 정합니다.
- 신화 등급 퀘스트 '사라진 종족 부활'을 받았습니다.
- 주사위를 굴립니다. 부활해야 할 종족을 고릅니다.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부활하는 종족에 따라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인공지능들이 신중하게 종족을 골랐다.
신화 등급이기에 너무 쉬운 종족도 안 되고, 부활해서 대륙 정세를 뒤집는 종족도 피해야 한다. 네크로는 30초나 기다려서 이어지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 부활할 대상은 거인 종족으로 정해졌습니다.
- 드래곤과 거인은 서로 사냥하는 맞수였습니다. 홀로 기거하는 드래곤과 달리 거인은 소규모 부족으로 생존했습니다.
- 재물을 탐하는 드래곤과 음식을 탐하는 거인. 이들은 공존할 수 없는 모순이었습니다.
드래곤에게 필요한 재물은 드워프를 비롯한 다양한 종족이 찾아내고 만들었다. 종족들이 번성할수록 드래곤은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다.
거인은 많이 먹었다. 덩치가 커서 많이 먹는 건 당연하지만, 먹어도 너무 먹었다. 거인이 번성할수록 먹을 게 부족한 다른 종족은 몰락했다.
드래곤과 많은 종족이 힘을 합쳐 거인을 멸족했다. 그 과정에 수천 마리의 드래곤이 수십 마리로 줄었고 함께 사라진 종족도 수십이었다.
거인이 사라진 대륙은 그제야 번성하기 시작했다.
- 숲을 가꾸는 푸레의 출현과 경작하는 인간의 출현,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일체 낭비도 없이 음식으로 만드는 세라프. 그 외에도 다양한 종족의 번성으로 현재 대륙은 음식이 넘쳐납니다.
- 횡포를 부리는 드래곤의 상대로 거인이 필요한 지금. 거인 종족 부활의 중임은 네크로 유저에게 달렸습니다.
'혓바닥이 기네. 어려운 퀘스트인가 보다.'
- 오우거 왕의 피 3L 수집해야 합니다.
- 트롤의 피 300L가 필요합니다.
- 거인의 뼈를 구성할 다양한 금속이 필요합니다. 상세한 내용은 퀘스트 도움말을 참조하십시오.
- 거인의 심장을 만들 신화 등급 다이아몬드가 필요합니다.
- 거인의 눈을 만들 전설 등급 사파이어와 루비가 필요합니다.
- 그 외에도 다양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퀘스트 도움말을 참조하십시오.
돌 골렘을 잔뜩 만들자 추종자 제작과 강화 숙련도가 쑥쑥 올랐다. 제작 네크와 비슷하려니 지레짐작하고 저등급 추종자를 제작하지 않은 탓에 숙련도를 느리게 쌓았다.
그땐 100레벨 달성하려면 숙련도를 꽉 채워야 한다는 것도 몰랐기에 굳이 숙련도에 신경 쓰지 않았다.
"퀘스트 도움말."
다행히 이미 보유한 것들은 푸른색으로 표시해줬다. 광산을 보유했기에 금속은 이미 절반 이상 해결했다. 부족한 것들은 드워프로부터 사들이면 된다.
경매장이나 잡화점에서 사들일 수 있는 물건을 정리해서 현피에게 보냈다.
현피는 이미 모든 도시에 토템을 설치했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마을마다 잡화점 품목이 똑같지 않기에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찾는 데 적합하다. 정말 어려운 물품은 길드 상인들에게 부탁해도 된다.
루비와 사파이어는 이미 보유했다. 우자르가 대주술을 펼칠 때 쓰는 소모품이어서 팔지도 못하고 쌓아뒀는데, 요긴하게 쓰게 됐다.
'고급 탄광을 사용해야겠다. 에픽 다이아몬드를 얻으려면.'
다이아몬드가 에픽 등급이면 누구도 팔려 하지 않는다. 설사 경매장에 물건이 나온다고 해도 네크로가 낙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3층에 가서 오우거 왕을 잡아 피를 얻어야지.'
퀘스트를 깔끔하게 정리한 네크로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갑자기 환한 빛이 생겼다. 빛무리에서 걸어 나온 건 덩치가 작은 오우거였다.
"네크로?"
망치를 꺼내고 달려가는 네크로를 향해 오우거가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유저예요. 공격하지 마세요."
인간 종족 유저끼리는 시스템이 강제로 맺어준 인류 동맹 때문에 공격할 수 없다. 그러나 오우거를 비롯해 다른 종족으로 전환한 유저들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유저라고?"
"킴치, 부르코기, 싸이."
오우거 유저는 열심히 말춤을 췄다. 상대가 유저임을 확인한 네크로는 망치를 허리띠 슬롯에 넣었다.
"안녕하세요. 유럽 서버 산투스입니다."
"유럽 서버 왕의 혈통 얻은 산투스?"
"맞아요. 지금 오우거 왕 퀘스트 합니다. 이 던전에서 오우거 왕의 피 얻어야 해요."
"나도 오우거 왕의 피를 얻어야 하는데."
"파티. 같이 해요."
'1층에 수만 마리씩 몰려다니는 우크를 어떻게 혼자 해치우라고.'
네크로야 추종자 덕분에 버텼지만, 오우거는 어떻게 버텨낼지 궁금했다. 다행히 우크가 아직 리젠하지 않아서 둘은 쉽게 2층으로 향했다.
"광전사."
산투스 덩치가 3미터로 커졌다.
"멀미 안 납니까?"
"자주 하면 괜찮아요."
철퇴를 든 산투스가 날뛰었다.
"파멸의 돌풍."
둘이 함께하니 굳이 추종자를 부를 필요도 없었다. 한바탕 휘저어 우크와 거인 우크를 해치운 둘은 3층으로 향하는 관문을 지키는 오우거 주술사를 앞에 두고 휴식했다.
"광전사 스킬 엄청 길게 가네요?"
"시간제한이 없습니다. 후유증도 없어요. 오우거 종족 특성입니다."
"스킬도 쓸 수 있고."
"오우거만 됩니다."
분명히 약점이 있을 텐데, 초면에 페널티 없냐고 질문할 수도 없었다.
"패시브 사라집니다. 패시브는 오우거 하나만 있습니다."
네크로의 의문을 알았는지 산투스가 자진해서 알려줬다. 네크로는 로그아웃하면 진돗개와 상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산투스는 아이템도 대부분 유니크였고 숙련도나 여러 부분에서 진돗개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진돗개도 오우거 종족이 된다면 광전사와 파멸의 돌풍 숙련도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오우거 종족은 장점이 강하지만, 단점도 많았다. 싸울수록 체온이 올라가서 오래 싸우면 지금처럼 체온을 식혀야 한다. 연금술사들이 만든 약을 먹으면 체온이 순식간에 내려가지만, 산투스는 길드 소속도 아닌 솔로잉 유저였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약을 사지 못했다.
"혼자서 에픽 퀘스트 다 성공했어요?"
"길드에서 도왔습니다. 오우거 되고 길드에서 쫓겨났습니다."
국가를 세우고 왕이 되어야 할 놈이 오우거 종족으로 전환해버렸으니 길드에서 열 받을 만도 했다.
"왕 되는 게 싫은가 봐요?"
"길드에서 약속한 돈 안 줬어요. 계약 어기는 거 나쁩니다."
산투스는 왕의 혈통을 길드에 판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길드에선 퀘스트에서 중요한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가격을 형편없이 깎았다. 열 받은 산투스는 왕의 혈통을 마셔버렸다.
"내가 마셔버리니 회유하려 하더군요. 그런데 한 번 약속을 어긴 상대를 믿을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길드로 가서 왕이 되는 것도 좀 그래서, 아예 오우거 종족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길드에서 강제로 탈퇴시키더군요."
말투는 얌전한데 하는 짓은 과격했다. 광해도 왕의 혈통을 팔려 했었기에 산투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물론, 광해라면 차라리 로그아웃한 후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 상대가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됐습니다. 바로 해치우죠. 광전사."
산투스의 싸움은 투박했다. 광전사 스킬을 펼치고 접근해서 싸우는 게 다였다. 네크로와 협력해 효율적인 전투를 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산투스가 어그로를 충분히 끈 후 네크로도 근접했다. 맞으며 때리는 산투스와 달리 네크로는 오우거 주술사의 공격을 일일이 피했다. 강한 몹을 레이드 하려면 회피율이 방어력보다 훨씬 쓸모 있다. 회피하는 습관을 지금부터 길러야 한다.
망치의 절대영도 스킬이 터지며 주술사의 몸 절반이 얼어붙었다. 스킬 위력이 높아지면서 스킬이 터지는 확률이 낮아졌다. 아마 스킬 위력이 어느 정도 되면 다시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킬 사용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최선인데.'
얼어붙은 부분을 공격으로 깨버리니 주술사는 빠르게 죽었다.
"용병 없어요?"
"오우거 되면서 떠났습니다. 설정상 오우거와 적대에 있는 종족이거든요."
제이크가 유니크 투구 하나 얻어냈다. 산투스는 시체가 사라지기를 기다려서 드랍한 아이템을 수습했다. 파티 맺을 때 자동분배로 했기에 산투스 몫의 아이템은 제이크가 추출할 수 없었다.
3층에 내려가기 전에 네크로가 말했다.
"미쳐버린 오우거 왕은 상대하기 쉽습니다. 제가 잡아둘 테니 산투스 씨는 타격만 하세요."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오우거 왕은 이미 광전사 상태였다. 산투스는 무기를 슬롯에 넣는 네크로를 의문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합!"
네크로와 오우거 왕이 마주 달렸다. 덩치 차이는 컸지만, 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우거 왕이 손에 든 무기를 휘둘렀다. 네크로는 축구 수비수처럼 슬라이딩해서 오우거 왕의 발목을 걷어찼다. 축구 경기라면 붉은 딱지는 물론 상대 선수들한테 얻어맞을 위험이 있는 동작이었다.
잽싸게 일어난 네크로는 철퍼덕 엎어진 오우거의 등에 올라 두 팔을 잡았다. 왼손으로 오우거의 오른팔, 오른손으로 오우거의 왼팔을 꽉 쥐고 힘껏 당겼다. 두 무릎은 오우거의 허리를 누르며 제압했다.
허리가 눌리고 강제로 뒷짐을 진 오우거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네크로의 속박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격하세요."
산투스의 공격은 회피율이 0에 가깝게 된 오우거 왕에게 정말 잘 들어갔다.
"대단합니다. 힘이 얼만가요? 전 오우거 되고 겨우 9 됐는데요."
"힘은 오우거 왕이 더 강합니다. 전 민첩이 높아서 시스템 보정을 받는 것뿐이에요."
네크로는 현재 힘 10에 민첩 7에 체력이 10이다. 체력을 2 높여주는 갑옷을 입었음에도 여전히 10으로 표시되었다. 힘은 오우거 왕이 더 강하지만, 민첩과 체력 모두 네크로가 높기에 속박 기술이 먹혔다.
예전에는 정말 어렵게 잡았다. 민첩은 다소 낮아도 속도는 느리지 않은 오우거 왕은 '미쳐버린' 타이틀에 맞게 어그로를 아무리 끌어도 소용없었다.
철벽이 도발 스킬로 잡아둬도 아주 잠깐이었다. 아무나 공격하는 오우거에게서 파티원을 지키느라 정말 힘들게 싸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고 세 번째에 이 방법으로 쉽게 잡았다. 리젠도 길고 템도 안 주는 놈이어서 잡기 쉬워도 포기했는데, 지금은 퀘스트가 있으니 뭘 줘도 줄 것이다.
퍽 소리와 함께 오우거 왕의 머리가 깨졌다. 그러나 네크로는 방심하지 않고 계속 잡았다. 피통이 쭉 내려가더니 바닥을 쳤다. 그제야 네크로는 손아귀에서 힘을 풀었다.
"저는 퀘스트 아이템 얻었습니다."
"저는 오우거 왕의 피 3L 필요한데."
"이거 마시면 제가 오우거 왕입니다. 피 뽑아 드릴게요."
말을 마친 산투스가 젤리처럼 붉은 덩어리를 삼켰다.
- 오우거 종족의 적법한 왕이 나타났습니다.
- 오우거 왕국이 생겼습니다.
- 오우거 유저의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 오우거 전용 아이템이 생성됩니다.
- 오우거 전용 스킬이 생성됩니다.
그리고 네크로에게 따로 들리는 메시지도 있었다.
- 오우거 신을 풀어주고 오우거 왕의 탄생에 일조한 네크로 유저는 신의 축복을 받습니다.
그땐 바미와 현피만 축복을 받았다.
- 네크로 유저의 힘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 오우거 왕국과 WORLD는 영원한 동맹이 됩니다.
- 동맹이어도 서로 도울 때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 특성 '괴력'을 얻습니다. 큰 힘이 필요할 때 일정 확률로 한계를 벗어난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름 : 힘에 사무친 오우거 정강이뼈
분류 : 무기
등급 : 전설
능력 : 힘 +3
특별 : '파쇄' 스킬 무작위 발동
특별 : 상대 무기 파괴
특별 : 쉽게 밀리지 않음
파쇄는 상대 방패와 갑옷을 파괴하는 스킬이다.
'철벽 무기 바꿔줄 때도 됐지. 수리비 엄청 깨지겠다.'
"와. 에픽 무기랑 레전드 반지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친구추가 합시다. 동맹국인데 서로 잘 지내보죠."
"물론이죠. 말씀하신 피는 바로 드릴게요."
산투스는 스킬로 붉은 덩어리 세 개를 만들어서 네크로에게 건넸다.
"스킬이에요?"
"NPC나 유저가 먹으면 오우거 영웅이 되는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임 시간으로 보름에 세 개 만들 수 있어요."
산투스가 왕이 되면 자기 피를 뽑아주겠다고 했을 때 그저 흘려들었다. 게임이기에 그저 피를 뽑아 주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왕이 된 산투스에게 관련 스킬이 생겨 생각보다 일정을 단축하게 되었다.
퀘스트를 끝낸 산투스는 네크로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다. 덕담을 넉넉히 주고받고 나서야 산투스는 스크롤을 찢어 드래곤 산맥으로 돌아갔다.
네크로는 포탈을 타고 오아시스에 가서 고급 탄광 아이템을 사용했다. 코볼트 족장을 불러서 에픽 다이아몬드를 캐라고 지시했다.
오아시스의 일을 마치고 네크로 역시 드래곤 산맥으로 향했다. 피 300L를 얻으려면 트롤을 얼마나 잡아야 할지 몰랐다.
'재생력이 좋으니까 한 마리만 잡아서 피를 계속 뽑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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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필아. 오우거 전사는 광전사 시간제한이 없어. 광전사 중에 스킬 쓸 수도 있고. 패시브가 다 사라지는 문제가 있긴 한데, 내 생각엔 충분히 해볼 만 해."
"형. 나 지금 비늘곰 부족 퀘스트 하고 있거든. 게륵이랑 함께 말이야."
"게륵?"
"어. 새 용병 이름을 내가 게륵이라고 지어줬어."
"이름 얻었으면 성인식 끝난 거 아냐?"
"끝났는데, 게륵이 내가 너무 약하다고 강하게 키우겠다면서 퀘스트 줬어."
"용병한테 무시당하고 사는 거야?"
"무시당하면 어때. 성공하면 유니크 스킬 두 개 얻는데."
"유니크 스킬? 난 직업이 유니크인데 쓸모가 없어."
"야. 너 광고료 형 빼고 제일 많이 받잖아."
"그 재미라도 있어야지. 토템 많이 설치할수록 광고료 올라가니까 내가 요새 잠도 못 잔다."
국가에 소속한 도시와 마을에 토템을 다 설치하면 돈 받고 초인동맹에도 해주기로 했다. 게임을 못 즐겨도 돈은 잘 버는 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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