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대박이다2
- 퀘스트 갱신합니다.
- 고난을 이겨내고 겨우 찾은 신전, 하지만 신전에선 신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신자가 찾지 않아 신의 자취가 사라졌습니다.
- 대륙에는 잊힌 신의 신전과 신도가 있습니다. 대륙은 우르크의 통치를 받습니다. 작은 신전을 떠난 신이 혹시 모를 신자의 방문에 대비해 도움이 될만한 물품을 남겼습니다.
신전에 들어서자마자 퀘스트 갱신을 알려왔다.
"제길. 그럼 지금까지 헛고생한 거잖아. 어차피 대륙에 하나밖에 없는 인간 도시로 가면 퀘스트 주는 NPC가 있다며? 이렇게 고생했는데 아무 메리트도 없이 그냥 대륙에 있는 신전 찾으라니."
네크로는 화가 잔뜩 났다. 무려 에픽 퀘스트. 지금까지 퀘스트는 그냥 반복 퀘스트, 돌발 퀘스트, 이벤트 퀘스트 이런 식으로 나뉘었다. 레어 유니크 이런 식으로 퀘스트 등급을 표기하는 법이 없었다.
어쩌면 서버 최초의 에픽 퀘스트 완성자가 되나 싶었고, 다른 유저들보다 앞서나가나 싶었는데. 결국, 대륙에 가서 다른 유저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길드의 전폭 지지를 받는 현질 유저들하고.
'안배는 근데 뭐지?'
그때 전체 공지가 귀로 들려왔다. 개미들이 오아시스를 공격해서 이벤트가 발생했고, 개미굴 던전이 3일 뒤면 정식 던전이 된다는 공지였다.
'여왕개미가 레어 심지어 유니크 드랍?'
네크로는 허겁지겁 신전 밖으로 나갔다. 붉은 노을빛을 내뿜는 유니크 아이템이 네크로를 기쁘게 해줬다.
'뭔지 알겠다.'
원래는 상거지와 성기사가 함께 공동을 찾은 뒤, 상거지가 희생해서 부화실의 개미 알을 부순다. 상거지가 목숨을 희생해 다른 개미들을 유인하고, 성기사는 여왕개미를 죽이고 신전에 들어간다.
네크로 짐작대로 원래 시나리오는 그랬다. 그리고 네크로가 미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개미들을 유인하고 죽은 상거지는 신의 은총으로 바로 부활해서 오아시스에 위험을 알린다. 현재 벌어진 이벤트는 유니콘이 임기응변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정해진 이벤트였다.
네크로가 퀘스트 성공하면 여왕개미의 죽음이 원인이 되고, 퀘스트 실패하면 여왕개미의 분노가 원인이 된다. 퀘스트를 성공하든 실패하든 개미들이 지상에 침공하고 개미굴이 정식 던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정해진 시나리오였다.
유니크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은 후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다시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너무 힘들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신전을 수색해 신의 안배를 찾아내고 로그아웃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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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번 일 돈 많이 쓰셨겠네요?"
"어, 천 깨졌어. PM 그 박쥐 같은 시벌 새끼들한테 마담 길드 상대해 달라고 돈 꽤 쑤셔줬어. 룸도 두 번이나 갔다. 어린 새끼들이 어쩜 그렇게 밝히는지.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둡더라."
"개미굴 던전 정복하면 빠르게 회수할 겁니다."
"새끼, 주둥이에 꿀 발랐나. 여왕개미 리젠 타임이 한 달이면 돈 천 그냥 개한테 떡 준 거야. 고맙다는 말도 못 듣는다고, 시댕이 새끼야."
OB 길드의 핵심 전력들이 보무당당하게 개미굴 던전에 진입했다. PM 길드 수뇌들을 연락해서 현실에서 만나 술도 사고 룸도 가고 현찰도 찔러줬다. 이틀 동안 형 동생 하면서 같이 술 먹어준 덕분에 PM 길드가 밑에 길드들 싹 끌어모아 개미굴 던전이 나타나기 몇 시간 전에 WM 길드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덕분에 WM 길드는 개미굴 던전에 위풍당당 입장하는 OB 길드를 눈물 머금고 바라보기만 했다. OB가 PM과 손잡고 덤비면 현질 엄청나게 해서라도 두 길드와 싸울 텐데, OB가 길드전에 끼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멍청하게 도발할 수 없었다.
"형님. 저쪽으로 가시죠."
도둑 유저의 말에 길드장이 버럭 화냈다.
"시발, 저기 아까 갔던 데 아냐? 너 지도 그리기 스킬 마스터 찍었다면서? 맨날 이불에 지도 그려서 만렙 찍은 거야?"
"형님, 지도 그리기 아니고 지도제작입니다. 그리고 여긴 입체라서 갔던 곳도 자주 가면서 지도 제작해야 합니다. 안 그럼 보물이 숨겨진 방 같은 거 놓칠 수도 있거든요."
"새끼, 물에 빠져도 주둥이만 동동 뜰 놈. 길드장한테 한마디 안 져요."
지도제작 스킬을 익힌 도둑 유저 셋이 던전 지도를 열심히 작성했다.
"형님, 보물 방 찾았습니다. 맵 공유."
도둑이 공유한 맵에서 방 하나 표시되었다. 현재 서 있는 통로가 아니라 한 층 내려간 통로에 있는 방이었다.
"숙련도 낮은 새끼들은 찾지도 못해요. 마스터 숙련도인 나도 몇 번 왔다 갔다 이래야 겨우 찾아낼 수 있거든요."
비밀의 방을 찾아낸 도둑 유저 콧대가 3센티 정도 높아졌다. 두 도둑 유저는 속으로만 구시렁거렸다.
"그 뭐야? 트릭 같은 거 있지 않을까?"
"형님, 트랩입니다. 우리 말론 함정이라고 하죠."
"새끼. 대학 나와서 좋겠다. 말이란 건 그냥 알아들으면 되는 거지. 뭘 그렇게 토씨 하나하나 따져가냐? 이래서 배운 새끼들하곤 상종하지 말라고 조상님들이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제가 함정 찾기와 함정 파괴 스킬을 익혔습니다."
비밀의 방을 찾아낸 도둑 유저가 앞서나가는 듯하여지자 초조했던 두 도둑 중 하나가 자진해서 나섰다.
"그래. 네가 좀 트랩 찾아봐."
길드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도둑이 나섰다. 초반부터 익힌 함정 찾기와 함정 파괴 스킬 때문에 민첩과 친화력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유저다. 전투력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대형 길드에 붙어서 도움을 받아야만 성장할 수 있다.
"누가 다녀갔는데요."
"뭔 소리야?"
"함정 세 개 있었는데, 전부 발동했습니다. 누군가 몸으로 때웠어요."
OB의 길드장 배틀넷이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활짝 열린 상자 두 개만 덩그러니 있었다.
"시벌, 어떤 새끼야. 반드시 찾아내 게임 접게 만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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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쿵짜작 쿵짝 쿵짜작 쿵짝."
네크로가 어깨를 들썩였다. 로그아웃하고 14시간 푹 잤다. 유니크 아이템 하나 먹었고, 신전에서 유니크 하나 또 찾았다. 신전에서 찾은 유니크는 처음 보는 가면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다가 보물 방을 잔뜩 발견했다. 원래는 없었는데 던전으로 바뀌면서 생겨났다. 네크로는 해골과 좀비를 밀어 넣어 함정을 발동시킨 후 상자 안의 아이템을 인벤토리로 옮겼다.
그러다 개미 부화장을 발견했다. 안에 들어가서 알을 깨고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해골과 좀비를 수천 마리 만들었다.
다행히 게임이어서 수천 마리 해골과 좀비가 길도 잃지 않고 네크로를 잘 따라다녔다. 길을 못 찾고 오래 헤매다 로그아웃하려고 공동에 돌아갔는데, 여왕개미만 떡하니 리젠되어 있었다.
'여왕개미 리젠 타임 24시간.'
리젠한 여왕개미는 보스몹답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았다. 1분에 한 번씩 백 마리 개미를 쏟아냈다. 그러나 네크로의 자폭에 개미들이 모두 사라졌고, 여왕개미도 상태 이상 두 개나 걸렸다.
부활한 네크로가 개미 뒷다리로 무자비하게 팼고, 이번에 부른 리치는 눈보라 마법을 익힌 얼음 계열이었다. 눈보라로 단백질이 대부분인 여왕개미를 얼려서 방어력을 낮춰버렸다.
"유! 니! 크! 자, 전부 따라 하세요."
어차피 시약이 떨어진 네크로는 여왕개미의 사체로 뭔가 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사체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그냥 기다리기 심심해서 좀비와 해골들 상대로 노래 교실 강사 놀이를 했다.
"레! 전! 드! 자, 함께 기도하는 겁니다."
자기 모습이 엄청 꼴불견일 거란 걸 알면서도, 네크로는 주체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사흘 동안 엄청 많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보물 방 위치를 대부분 기억해서 돌아다니며 수금할 수 있고, 24시간 되면 여왕개미를 잡을 수 있다.
"유니크! 유니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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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네크로는 게임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양한 표정이 구사된 건 알지만, 눈물 흘리는 것마저 구현되었을 줄은 몰랐다.
'유니콘 한국 지사 직원 얼마지? 백 명 미만이라면 떡이라도 돌리고 싶다.'
첫날엔 유니크 투구, 이튿날엔 유니크 신발, 그리고 세 번째엔 유니크 반지.
'반지는 옵션 거지여도 천 받았다. 그만큼 귀하니까. 지금이라면 2천 받는 거 문제없을 거야.'
이미 유니크와 레어 아이템 전송하는 데 사용한 골드만 50이 넘었다. 현금 몇만 원이 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해골 제작."
"좀비 제작."
부화장을 찾아 알을 좀비 혹은 해골로 만들었다.
- 특별 이벤트. 거느린 소환수가 1만을 넘었습니다. 소환수 조합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하급 언데드 여럿 합치면 상급 언데드로 진화합니다. 1등급은 성공률 50%, 2등급은 25%, 3등급은 10%, 4등급은 1%입니다.
마스터 숙련도가 끝이 아님을 알기에 보물 방 찾아다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 좀비와 해골을 만들었다. 좀비 제작이나 해골 제작 숙련도엔 큰 보탬이 안 되지만, 좀비 강화와 해골 강화 스킬에는 도움이 된다. 좀비와 해골 수천 마리씩 거느리고 있으니까.
"하자. 그냥 하자."
데리고 있는 소환수를 다 소모하면 리치나 듀라한 몇 마리 나올까 계산해 보고 싶었지만, 네크로는 참았다. 듣자마자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그냥 하기로 했다.
그 결과, 네크로 곁에는 리치 세 마리에 듀라한 세 마리가 남았다.
- 이벤트 종료하시겠습니까?
똑같은 목소리에 똑같은 말투지만, 왠지 놀림당한 것 같은 느낌에 울컥했다.
"조합."
- 실패하였습니다.
- 성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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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앗싸. 유니크."
마지막 유니크는 장갑이었다.
공격력 높고 내구도도 높은 무기가 필요한 건 맞지만, 유니크 무기라면 수리비가 한 달에 수백 골드 나간다. 물론 그만큼 값어치를 하긴 하지만, 스킬이 총 20개인 네크로에겐 시급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심 기대했던 무기가 아님에도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돌쇠, 전진."
리치 셋은 먼지도 못 남기고 사라졌고, 듀라한 셋은 죽음의 기사가 되었다. 이미 좀비와 해골을 다 소모한 네크로는 죽음의 기사를 보물 방으로 밀어 넣었다.
함정이 연속 발동했지만, 죽음을 갑옷으로 두른 돌쇠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물리 면역. 완전 심 봤다.'
죽음의 기사라고 다 같은 속성은 아니다. 조합으로 얻은 죽음의 기사는 물리 면역을 특성으로 갖췄다. 덕분에 겨우 10레벨인 지금도 웬만한 함정에 끄떡도 없다.
"응, 동해야. OB 길드가 던전에 진입했다고? 알았어."
문득 동해가 자신이 난리 치던 모습을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이 외쳤던 말은 가상현실 기기 밖에서도 들릴 가능성이 크니까.
'형이 밝아졌다고 좋게 받아들여야 할 텐데.'
"강한 생명체 다수 접근."
죽음의 기사가 OB 길드를 탐지했다.
"돌쇠, 침묵."
돌쇠의 발언권을 박탈한 후 빙 에돌았다. 에돌다 보니 동굴 바닥에서 고깔을 발견했다. 도둑 유저들이 왔던 길을 표시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놓는 노말 아이템이다.
"돌쇠, 생명체 감지."
죽음의 기사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길 대신 찾아줘서 고마워."
OB 길드의 이름 모를 도둑 유저에게 감사를 전한 후, 고깔을 하나씩 주우며 밖으로 나갔다. 텔레포트 같은 스킬이 없는 레전드 게임이라, 아무리 지도를 제작했다고 해도 나갈 때 고생 좀 해야 할 거다.
'물약 다 떨어지지 않았다면 한 꾸러미 바닥에 놔주는 건데.'
붉은 초원 찾아갔을 때 당했던 수모가 잊히질 않았다.
게다가 성기사 시절 PK는 OB 유저한테 더 많이 당했다. 처음엔 WM 피해서 OB 길드 영역에서 주로 활동했었다. 초반엔 WM이 OB보다 PK에 더 열중했으니까.
그러다 WM이 중심 도시를 차지한 후 세금의 단맛을 보고 PK를 자제했다. 하루에 여성 유저 3명씩 죽여야 하는 OB와 달리 1일1살남으로 PK를 제한했다. 캐릭터 삭제 빼면 사실 OB에 당한 게 더 많은 네크로다.
고깔을 거두며 입구에 이르러보니, 입구 자체가 변했다. 원래는 말라버린 우물로 들어가서 좁은 길로 한참 걷다가 시커먼 동굴로 들어가면 필드가 바뀌면서 개미굴 던전에 입장한다. 그런데 지금은 우물이 사라지고 동굴 나가자마자 평지였다.
"너희 둘, 뭐야?"
"로그인하니까 동굴 안이던데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어느 길드야?"
"즐기자 길드입니다."
"기다려, 즐기자 길드 조회해 봐."
동굴 입구를 지키던 유저들이 둘을 잡아뒀다.
"이 시꺼먼 갑옷 입은 앤 뭐야? 왜 말을 안 해? 혹시 여자 아냐?"
'미친 새끼들. PK에 환장한 병신 새끼들.'
지금이야 유저가 많지만, VR 게임일 때는 PK 한 번 하려면 최소 반 시간 투자해야 했다. 순조로워도 대략 두 시간은 허비한다. PK 실패하기라도 하면 부활 10분에 장비 추스르는 시간까지. 하루에 게임 몇 시간 하는진 몰라도, 네크로 입장에선 정말 할 짓 없는 놈들이나 할 헛짓거리다.
"벙어립니다. 남자구요. 덩치 보세요."
숙련도가 낮아 키는 조금 작지만, 덩치는 큰 편이었다.
"요즘 여자들 남자 몸매 많아."
"아니지, 그래도 저 어깨는 여자한테서 나올 수 없어."
"저런 어깨는 여자라도 마주치면 눈 깔아야 해. 기집에게 맞음 두 배 쪽팔리거든."
"너 맞아봤구나."
"누나만 셋이야."
"이뻐?"
"나랑 판박이."
"조회 끝났습니다. 세운 지 한 달도 안 되는 길드구요. 길드 마스터가 전문 랭크 만렙 전사랍니다. 길드원 네 명이고요."
서로 다른 길드인지 육성으로 대화했다.
"가봐."
던전 입구를 떠나는 네크로 귀에 WM 하부 길드원들의 험담이 꽂혔다.
"그나저나 세상 좋아졌다. 벙어리도 게임 하고."
"근데 가상현실이면 벙어리도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이거 뇌파로 컨트롤하고 그런 게임이잖아."
"병신아, 지금 누워있는 네놈 주둥이가 직접 말하는 거야. 게임 하는 유저 영상 찍어 올린 거 아직 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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