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이 되다2
이름 : 히드라 머리 가죽
분류 : 갑옷
등급 : 전설
능력 : 물리 저항 대폭 상승
능력 : 원격 데미지 감소
능력 : 독 면역
특별 : 마법 등급 이상 무구로 내구도 복구
특별 : 주술 '독 안개' 사용 가능 - 쿨타임 2시간
"그러니까 매직이나 레어 던져주면 내구도 오른다는 말이지?"
"진돗개 계 탔네."
이름 : 오두성관
분류 : 투구
등급 : 전설
능력 : 친화력 +1
능력 : 정신 마법 면역
능력 : 상태이상 지속 시간 감소
특별 : 스킬 '호신강기' 무작위 발동
동해의 템은 도사들이 쓰는 모자였다. 특별한 점이라면 천이 아닌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호신강기는 무인의 액티브 스킬인데, 모자에 내장된 호신강기 스킬은 동해가 자의로 사용할 수 없다. 일정 확률로 호신강기 스킬이 알아서 발동된다.
"스킬이 좀 그래. 계산이 안 되는 변수는 마이너스야."
"그건 형이나 그렇고. 우린 목숨 살려주는 수단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그저 고맙지."
이름 : 별빛을 담은 거울
분류 : 목걸이
등급 : 전설
능력 : 원소 저항력 상승
능력 : 마법 쿨타임 감소
능력 : 벙어리 저주 면역
특별 : 스킬 '마법 거울' 내장 - 쿨타임 20분
"형 말대로 상자 바로 안 열길 잘했어."
네크로맨서일 때 열었다면 마법사가 된 지금 눈물 머금고 템을 경매장에 올렸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
"그나저나 수련장에 퍼부은 돈이랑 템 귀속하는 데 쓴 돈이 장난 아닌데?"
모두 합치면 1억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철벽도 레벨업만 한 게 아니라 네크로가 언데드 준비하는 기간엔 수련장에서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우륵하이는 아예 가망 없는 거지?"
"수정했더라. 순찰팀 건드려도 도시 안에 있는 놈들이 움직이지 않아. 오히려 시청으로 가는 길을 꽉 막고 한 대라도 치려고 눈에 쌍불을 켜."
언제 수정했는지 모르지만, 유니콘은 중앙섬에서 얕은수로 꿀 빨지 못하게 우르크의 대처 프로세스를 수정해버렸다.
"어쩔 수 없지. 제이크 믿고 드래곤 산맥 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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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이거 우크 동굴 맞아?"
일행 앞에는 항공모함을 숨겨도 될 정도로 커다란 동굴이 떡하니 있었다. 대형 트럭 20대가 나란히 달려도 전혀 비좁지 않을 넓이에, 프로 선수가 작심하고 차도 공이 천장에 안 닿을 것 같은 높이였다.
"우크왕 산다. 우크왕 오우거 먹는다."
"들어가자."
어린진을 펼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에도 불구하고 시야는 정상이지만, 공포영화처럼 뭔가 묵직한 기운이 일행 가슴을 짓눌렀다.
"제이크, 왜 우크 한 마리도 없지?"
"주변에 먹을 거 없어서 동굴 버리고 떠난 것 같다."
완전히 현실적이진 않지만, 몹들끼리 적대하고 싸우기도 하는 대륙. 대규모 부족이라면 상황에 따라 둥지를 옮길 수도 있었다. 리자드는 머릿수가 많아지면 다른 마을을 침략해서 포로를 노예로 끌어오기도 했다.
천천히 전진하는 와중에 제이크가 돌을 뒤집어 품질 낮은 보석이나 광석을 찾아냈다. 우크는 기억력이 형편없어 귀한 물건을 숨겨두고 잊어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떠날 때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이 엄청 많았다.
- 축하합니다. 폐광을 발견했습니다.
동굴 끝에 이르니 뜬금없이 축하 메시지가 귀에 울렸다.
- 장인 종족 드워프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소폭 상승합니다.
- 광산 개발에는 광부, 군대, 도로 세 요소가 필수입니다. 광물을 캘 광부가 있어야 하고 몬스터로부터 광산을 지킬 군대가 필요하며, 광물을 도시까지 운반하는 데 필요한 운송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현피, 그리핀 타고 희망의 등대에 가서 점령석 얻어와. 조각상 퀘스트 끝났다고 아침에 발표했으니까, 이젠 점령석 생산할 거야."
희망의 등대가 일정 크기로 확장하자 신의 조각상은 점령석 생산을 중단했다. 밤의 결정을 찾아서 새로운 신의 조각상을 만든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조각상이 2개 되면서 점령석을 다시 만들어냈다.
"돌아올 때 광부 NPC를 찾아 데려와. 그리고 길드석 하나 사놓고. 골드 넉넉하지?"
점령석과 길드석 함께 꽂으면 이 동굴은 즐기자 길드 소유가 된다. 매달 정해진 세금을 도시에 바쳐야 하지만, 광물 종류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있다.
"형, 폐광이라잖아. 꽝이면 어떡해?"
"그럼 점령석만 꽂고 시청에 신고해서 보상금이나 타면 되지."
현피의 그리핀은 그냥 탈것이 아닌 전투 탈것이기에 이동 거리 제한을 덜 받았다. 게다가 광부 NPC를 찾아서 데려와야 하기에 현피가 적임자였다. 와이번은 성질이 더러워서 주인 제외하면 누구도 태우려 들지 않았다.
"제이크, 지도 제작."
돌쇠가 이젠 백 마리가 넘는 리치와 듀라한을 거느리고 제이크를 호위했다. 깜쇠는 강화 좀비와 해골 마법사를 거느리고 자리를 지켰다.
"형, 철도는 무리겠지?"
"기술력은 충분할 것 같아. 항공모함도 만드는 세상인데. 돈이 문제지."
"유저 이용하면 어떨까?"
"광석 들고 튀면 어떡해?"
"상인 유저 인벤토리 엄청 크잖아. 광석을 돈 주고 우리한테서 사는 거야. 그리고 그리핀 타고 도시에 가서 다시 우리한테 파는 거지. 사고파는 차액을 상인이 수고비로 받고, 거래 2번 해서 상인 유저 레벨업도 하고."
마스터 랭크 찍기 어려운 일부 직업군은 60레벨만 달성하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덕분에 상인 유저들이 희망의 등대에 많이 나타났지만, 도시가 하나뿐인 대륙이라 경험치와 명성을 많이 주는 장거리 상행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친밀도와 지역 명성도 무척이나 중요한 상인 유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의 등대에서 푼돈을 벌며 야금야금 경험치를 모았다.
"그럼 여기 그리핀 역참도 만들어야겠네?"
"형, 여기 귀한 광물 나왔으면 좋겠다. 하루에 미스릴 100그램만 나와도 한 달이면 얼마야."
"잠깐만. 나 좀 생각할 게 있어."
네크로는 자기 뒤통수를 탁 후려치고 숨어버린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고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뭔가 되게 괜찮은 생각이 스쳤는데, 안개에 숨어서 진면목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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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맥 탐지."
새삼스럽지만, 레전드는 게임이었다. 현피가 데려온 검은 수염을 배꼽까지 늘어뜨린 광부 NPC는 광맥 탐지 스킬을 사용했다. 광석을 수집하고 쪼개서 성분을 확인하는 여러 절차는 아예 없었다.
"철 26%, 동 34%, 황금 13%, 은 21%, 흑철 5%, 미스릴 0.3%, 티탄 0.1%. 매장량은 숙련 광부 100명 기준으로 30년 채굴 가능."
눈을 슴벅이며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결국, 네크로가 대표로 나섰다.
"많은 겁니까 적은 겁니까?"
"많습니다. 말 네 마리 끄는 마차로 하루에 200대 채울 수 있습니다."
일행은 광석 매장량이 많다는 것보다, 숙련 광부 한 명이 하루에 대형 마차 2대 분량을 채굴할 수 있다는 데 더 놀랐다.
"현피, 세금이랑 광부 고용 비용 그리고 광물 추출하는 비용 모두 알아봤지?"
바닥에 비용을 적으며 계산을 끝낸 일행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광물이 전부 팔린다고 가정하면 수익 장난 아닌데?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나아."
네크로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도시 경제 규모가 이 광산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냥 게임이라면 어차피 골드 마음대로 찍어내는 거니까 걱정 없는데, 레전드는 꽤 정교한 게임이란 말이야."
"제이크 안다. 귀족들 드워프랑 거래한다. 드워프 돈 많다."
귀족과 왕족들은 귀중품 혹은 사치품을 드워프에게 팔고 그걸로 무기와 방어구를 얻어냈다. 아직 유저들에게 정체를 드러낸 적 없지만, NPC들에겐 비밀도 아니었다.
드워프는 늘 창작 욕구로 불탄다는 설정으로, 광물이 넉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형, 시약이 너무 비싸서 거인 좀비랑 해골용 못 만들었잖아. 이걸로 돈 벌면 거인 좀비랑 해골용 소대 단위로 끌고 다닐 수 있어."
시약 가격도 어마어마하지만, 재료도 문제였다. 지금까지 잡은 몹 중에서 가장 강한 투라칸도 거인 좀비나 해골용 만들기엔 자격 미달이었다.
"명심해야 할 게 있어.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잖아. 그게 그냥 멋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야. 이 광산은 단순 계산으로 월 10억 이상 매출을 낼 수 있어. 세금이나 여러 가지 지출을 떼면 수익이 그렇게까진 많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5억은 벌 수 있을 거야.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 어떻게든 빼앗아내려는 사람이 수두룩할 거야. 유저든 NPC든."
"형, 하자. 해보고 싶어."
현피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동해나 철벽은 그저 네크로 뜻에 따른다는 생각에 의견을 내지 않았고, 진돗개도 갑자기 잘된 가게들이 건물주의 농간에 쫓겨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봐왔기에 신중하게 고민했다.
"돗개야, 네 생각은?"
"우리 다섯으론 지키기도 힘들고 운영도 힘들 것 같아."
"해결책은?"
"역천이랑 손잡거나, NPC들과 연대하는 것."
"역천은 안돼. 가까이하면 언제든 먹힐 거야. NPC들과 손잡는 것도 문제야. 역천이 자본주의 대표라면, NPC들은 그 반대야. 수익이나 효율 이런 것보다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멍청한 짓을 벌일 거야."
"다들 중간이 없어. 게임이라서 그런지."
"내 생각은 이래. 광부, 상인, 대장장이 유저를 길드로 들이자. 광부는 광산에서 NPC 광부 밑에서 배우고 일하면서 레벨업 빨라서 좋고, 상인은 광석 나르는 거로 레벨 올리고 명성 얻고, 대장장이는 광물 추출하는 일로 경험치 얻어 레벨업하고. 60레벨 이후 세 직업 다 레벨업이 느려서 애먹고 있잖아."
"무력은 우리로 충분해. 어차피 근처에 사냥터로 삼을 곳이 몇 개나 있으니 레벨 올리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냐."
신중한 고민을 거쳐 광산을 점령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생방송 한다고 광고 때려. 그리고 길드원 모집한다고 광고도 하고. 30분 뒤에 시작한다. 광산 점령부터 그리핀 역참 만드는 것까지 방송한다. 일을 떠들썩하게 벌여놓으면 침 흘리는 놈들도 당분간 얌전할 거야."
30분 후 방송을 시작했다. 최근 방송 콘텐츠가 떨어져서 고민이었는데, 광산이 덜컥 나타났다. 생소한 광산 점령 콘텐츠에 시청자가 최근엔 보기 힘든 규모로 몰려왔다.
"즐기자 길드가 드래곤 산맥 탐사 중에 최초로 광산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매장량 평가는 끝났고요. 지금부터 광산을 점령하고 그리핀 역참을 유치하겠습니다."
채팅창에 불만이 섞인 글들이 줄지어 울라 왔다. 광산에서 몹과 싸우는 줄 알고 들어온 시청자들이었다.
"지금 제 왼손에 있는 건 점령석입니다. 오른손엔 길드석이고요. 두 개를 함께 꽂으면 이 광산은 즐기자 길드 소유가 됩니다. 그럼, 지금 꽂아보겠습니다."
- '말썽꾸러기 광산'이 즐기자 길드 소유가 되었습니다.
이름부터 왠지 불길했다.
- 광산의 소유권을 지켜내려면 한 달 단위로 이벤트 퀘스트에 성공해야 합니다.
도시 지배 길드가 되면 한 달에 한 번씩 퀘스트가 생겼다. 퀘스트에 실패하면 반란군 취급을 받아 모든 도시와 마을의 대부분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은행과 경매장을 포함해 몇몇 필수 시설만 허락된다.
- 첫 퀘스트 생성합니다.
- 땅속의 불한당으로 악명이 자자한 '메탈 웜'이 광산을 습격했습니다. 메탈 웜을 처치하십시오. 다음 퀘스트부터는 하루 전에 통보합니다.
난데없이, 바닥을 뚫고 메탈 웜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괴물이 튀어나왔다.
"철벽."
철벽이 달려가며 신의 분노 스킬을 펼쳤다. 메탈 웜은 지렁이를 닮은 괴물이었다. 크기는 전철과 비슷했고 표면이 금속광택으로 반짝였다.
"이교도 심판, 천벌, 도발, 성화. 스킬이 잘 먹혀요."
신의 분노로 저항이 깎였고, 이교도 심판으로 움직임이 아주 잠깐 멈췄다. 대형 괴물이어서 스킬에 걸려도 순식간에 효과가 사라졌다. 천벌이야 도발 보조 스킬 경향이 강하기에 상관없었고, 도발 스킬에도 바로 걸려서 철벽을 향해 커다란 몸통을 꿈틀거리며 접근했다.
"내 스턴은 안 먹혀."
몹이 철벽에게만 집중하는 사이, 동해가 은밀히 접근해서 용풍권을 사용했다. 덩치가 커서인지 몸이 금속 성분으로 구성되어서인지, 메탈 웜은 스턴에 걸리지 않았다.
"참수."
살상력이 엄청 강한 참수 스킬을 펼친 진돗개도 고개를 저으며 물러났다.
"대형에다가 외피가 단단해 내 공격은 아예 안 먹혀. 동해 투심권은 잘 먹히겠다."
"어둠의 장막."
해골 기사의 저주가 먹혀 메탈 웜의 시야 범위가 몹시 작아졌다. 덕분에 철벽은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도발 스킬로 메탈 웜의 멘탈을 흔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도발이 자꾸 들어오자 메탈 웜의 몸짓이 한결 거칠어졌다.
"형, 저주가 아예 안 먹혀. 덩치가 너무 커서 약화랑 광폭화 둘 다 면역이래."
"재생 능력도 장난 아니야. 피통이 거의 움직이지 않아."
그나마 해골 마법사와 리치의 마법 공격에 피가 팍팍 깎여나갔는데, 이들이 마나 부족으로 휴식하는 사이에 피통이 원위치로 돌아갔다.
물리력을 통한 공격은 거의 먹히지 않았고, 저주는 대부분 커다란 덩치로 무효로 돌렸다. 상태이상에 잘 걸리지만, 지속 시간이 너무 짧아서 뭔가 시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채팅창엔 난리가 났다. 솔직히 투라칸도 배불뚝이 어항으로 물을 부어서 저항을 엄청 낮춘 덕분에 잡았다. 게다가 NPC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그러나 이번엔 준비도 없이 메탈 웜을 맞닥뜨렸고, 도와줄 NPC도 없다.
"형, 메탈 웜이니까 광부가 곡괭이로 공격하면 데미지 주지 않을까?"
"정말 그런 식이면 그건 그것대로 슬플 것 같아."
동해의 엉뚱한 제안에 채팅창은 'ㅋㅋㅋ'이 도배되었다.
"뱃속에 들어가서 공격하는 건 어때?"
"이름을 봐선 금속도 소화할 놈이야. 들어가자마자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뭐든 해봐야 하지 않겠어?"
준비 없이 닥친 시련에 다들 속수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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