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경
추룡의 신형이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남무천과 유신은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 무당파 아닌가요?"
딱 한 번 와봤지만, 풍경이 눈에 익다.
"검이 여기 있는 건가?"
추룡은 검이 없이 일행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도망쳤다. 기록하기 좋아하고 필담한 종이들도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추룡은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다.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풍류경 찾는 게 아닐까요."
유신은 추룡이 말한 파린자가 장원 어딘가에 있으리라 추측했다. 무인이라면 검을 멀리 두지 않았을 것이다. 장원 어딘가에 숨겨둔 검을 찾기에는 남무천이 부담되었을 것이다. 비무라면 유신도 남무천을 이길 자신이 있지만, 생사를 건 싸움에서는 필승을 장담하지 못한다.
동굴 안으로 쫓아가려는 남무천을 유신이 말렸다. 당우형과 전영득을 기다려서 함께 들어가자는 말에 남무천도 동의했다.
"안에 숨었어?"
어느새 쫓아온 당우형이 숨을 골랐다. 유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당우형은 귀를 바닥에 대고 지청술(地聽術)을 펼쳤다.
"안에 추룡 혼자입니다. 남 대협, 들어갑시다."
유신이 앞장서고 당우형과 남무천이 뒤를 따랐다. 동굴 안은 그리 넓지 않고 수많은 서책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기름을 먹인 소나무로 만든 책장에서 책을 뽑아 확인하던 추룡이 고개를 돌렸다.
"너희가 두려운 게 아니다. 사실 내가 누군지 급하게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말기 바란다."
"사람이 죽기 전에 회광반조하며 집중력이 높아지고 눈에 주마등이 보인다고 하오. 자신이 누군지 그렇게 궁금하면 우리가 돕겠소."
당우형의 도발은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다.
"아, 생각났다."
추룡의 팔에서 갑자기 작은 검 한 자루가 빠져나왔다. 귀면암영이 몸에 은사를 꽂고 다니던 것도 놀라웠지만, 몸 안에서 일 척 길이의 검이 빠져나오는 건 더 큰 충격이었다.
"모순이라고 들어 봤겠지?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심룡척과 용의 비늘마저 깨트리는 파린자가 부딪치면 누가 이길까?"
"내가 이길 것이오. 검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검을 잡은 사람이 중요하오. 나는 구절신공을 극성으로 익힌 용유신이라 하오."
"무공에 극이 어디 있느냐? 그저 네 한계에 달한 것뿐이겠지."
추룡의 파린자에 아름다운 빛이 맺혔다. 영롱하다고 하기에는 불길해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화려한 무늬를 두른 독사와 같은 느낌을 풀풀 풍겼다.
추룡의 파린자는 찌르듯 베어왔고, 베듯 후려쳤고, 후려치듯 찔러왔다. 가벼운 듯 무거웠고 강맹하듯 부드러우며 느린 듯 빨랐다. 검을 사용하는 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초식이 낙월검에 담겨있었다.
"청죽단풍, 남원북철."
용박이 언젠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유신은 지금껏 단 한번 펼쳐본 적이 없는 새로운 초식을 선보였다. 모든 걸 포함한 추룡의 검과 다르게, 유신의 검에는 두 가지가 부족했다.
찌르기가 없고 빠름이 없다. 현란한 변화가 있고 눈을 속이는 환상이 있으며 태산 같은 무거움이 있고 하늘도 뚫을 날카로움이 있다. 갓난아이를 쓰다듬는 부드러움도 있고 상상도 못 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기발함도 있으며 땅을 흔들 거대한 진동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빠름만 없다. 베고 후리고 찍고 밀고 당기는 검으로 펼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펼치고 있지만, 유독 찌르기만 없었다.
파린자와 심룡척이 부딪치고 승패가 순간에 갈렸다.
"어떻게 한 것이냐?"
왼팔이 사라진 추룡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내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진 유신이 대답했다.
"유쾌불파."
유쾌불파(唯快不破)는 무공을 익히는 자들이 대부분 고민하는 화두다. 유능제강(柔能制剛) 강능압유(剛能壓柔)와 같이, 유와 강은 경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러나 빠름에 상대할 수 있는 건 빠름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렇군. 파린자의 파에 쾌로 대응한 것이군."
쾌와 파는 서로 아무 상관이 없는 무의 같았지만, 의외로 파를 제압할 수 있는 건 쾌였다. 그리고 빠름과 찌르기를 배제한 초식은, 극에 달한 결핍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찌르기로 바꿨다. 청죽단풍과 남원북철은 물극필반(物極必反)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초식 대결에서는 네가 이겼지만, 승자는 나인 것 같군."
팔 하나 사라졌지만, 추룡은 여전히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유신은 더는 싸울 수 없을 정도로 다쳤다. 걷고 움직이는 데 전혀 지장이 없지만, 내력을 움직일 수 없다.
"내 검을 받으시오."
남무천이 왼손에 장검을 들고 오른손에 단검을 들었다. 장(杖)검은 지팡이를 갈아서 만든 것이고 단(斷)검은 긴 검을 잘라서 사용하는 중이다. 장검보다 단검이 더 긴 모순이 있지만, 남무천이 얻은 검의에 완전히 부합하는 모순이다.
먼저 휘두른 검이 후에 도착했고, 느리게 움직인 검이 먼저 도달했다. 내력을 잔뜩 실은 검이 가볍게 움직였고, 내력을 전혀 주입하지 않은 검이 천근 바위처럼 육중하게 덮쳐갔다. 추룡의 심장을 노린 검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고, 허공을 베는 듯한 검이 추룡의 목숨을 노렸다.
수많은 모순의 충돌로 발생한 거력을 남무천과 추룡이 감당했다. 모순을 만들어낸 남무천은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지만, 처음 이런 초식을 마주하는 추룡은 반응이 조금 느릴 수밖에 없다. 추룡은 창백한 얼굴로 또 한 번 낙월검의 최종오의를 펼쳤다.
초식 대결은 남무천의 승리지만, 최종 승리자는 여전히 추룡이다. 왼쪽 옆구리만 희생한 추룡은 여전히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지만, 거력을 감당하지 못한 남무천은 바닥에 쓰러졌다. 붉은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는 걸 보니 내상이 여간 깊은 게 아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유신을 보호하려던 당우형 역시 여파에 쓸려 심한 내상을 입었다. 반나절 전에 입은 내상을 회복하는 중이었는데 내상이 겹쳐서 숨소리마저 고르지 않게 변했다. 추룡은 셋을 한참 노려보다가 뒷걸음질 쳤다.
두 번의 충돌이 빚어낸 여파에 수많은 서적이 가루로 변했다. 그러나 단 한 권의 책만이 그 형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추룡은 표지에 아무 글씨도 없는 그 책을 집어 들고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다. 가죽으로 된 책에는 깨알만 한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래, 그랬군. 이름을 없앤 건 우행을 경계해서였군."
그러나 풍류경을 다 읽었음에도 추룡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마음에 미혹이 남아 있으니 진실한 무공의 위력을 펼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유신 일행을 그대로 두는 것도 셋을 죽이려면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당신이 자신의 추악한 마음을 발견하고 일부러 이름을 지운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소?"
"네놈은 뭔가 아는 게 있는 것 같군."
"당신 왼팔이 아까보다 좀 자란 것 같소?"
"너도 한 꺼풀만 벗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딴소리 말고 아는 걸 말해라."
"우행 진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에게 전음으로 알려주었소. 그때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에 오니 이해가 되었소."
유신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용박은 거대한 충돌을 버티지 못하고 혼절했다. 상체만 일으킨 유신은 용박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서 호흡이 건재함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았다.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오."
"내 육신은 오래전에 죽었겠지."
"그게 아니오. 풍류경은 마음을 다스리는 무공이오. 인간의 마음은 오묘하여 우주의 삼라만상이 담겨 있지. 그런 마음을 밖으로 꺼내서 다른 사람과 사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최강의 무공이 아닐까 싶소."
추룡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자신의 정체를 깨닫고 이름을 찾는 순간, 손가락 하나로 유신 따위는 해치울 수 있다.
"당신이 처음에는 누구였는지, 그리고 몇 번이나 몸을 바꿨는지 우행 진인도 모르오. 다만 풍류경의 두 번째 전수자로서, 사실 몸을 갈아탄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소."
"풍류경을 익힌 자는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할 수 있소. 그리고 그 과정에 심력 소모가 심하여 목숨을 잃지. 쉽게 말하면 당신은 그저 망자의 사념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오. 인간이라는 완전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에는 격이 부족하오."
"풍류경은 나도 방금 읽어보았다. 네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갑은 자기 생각을 을에게 주입하고 죽는 거요. 그럼 을은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게 되오. 그리고 을은 죽기 전에 자기 생각을 병에게 주입하고 죽어버리지."
"모용부영, 남궁용현, 그리고 네 등에 업은 아이는 어떻게 해석할 거냐?"
"그러다 추룡에 이르렀을 때 실패한 거요. 갑의 기억은 옮겨졌지만, 추룡은 자신을 여전히 추룡이라고 생각했소. 그리고 풍류경의 전수자가 나타난 걸 감지하고 이름을 숨겼소. 갑의 이름이 풍류경 전수자에게 불리면 기억이 흩어지기 때문이오."
추룡의 마음은 모순으로 가득 들어찼다. 이름을 빨리 되찾고 싶은 마음과 이름이 불리면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될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갑의 기억과 추룡의 지식이 결합하여 꼼수를 발견했소. 그래서 미리 일부 기억만 옮겨서 '껍데기'를 만들었지. 물론, 실패하여 불필요한 기억이 전이되어 자살하거나 미쳐버린 아이가 대부분이오. 성공한 건 몇몇밖에 없었지."
"그러나 꼼수는 역시 꼼수. 상대를 완전히 쫓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소. 아마 한복명의 몸을 차지했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오. 그러다 우문현성의 몸에서 발견했겠지. 껍데기로 만든 아이들은 제대로 된 건 아니지만, 전부 풍류경을 익힌 자들이라고 봐야 하오.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한복명이나 우문현성의 기억이 남아있었소."
"우행이 너에게 알려준 것이냐?"
"우행은 단서만 던져주었소. 대부분은 내 추측이오. 그러나 진실에 가깝다는 건 당신도 직감할 수 있지 않소?"
"그럼 나는 누구냐?"
"당신은 헛것이오."
추룡은 침음성을 흘렸다. 팔 하나 사라지고 옆구리가 한 움큼 날아갈 때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던 추룡이다.
"내 의형인 당우형이 심룡척을 백화수로 당신의 심장을 향해 날릴 것이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시오."
내력을 애써 모으던 당우형의 눈이 커졌다. 유신과 상의하지도 않았는데 당우형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냈고, 그것을 추룡에게 말해버렸다. 당우형은 울렁이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혀서 내상이 심해지는 상황만큼은 피했다.
"형님, 빨리 날리십시오. 저자가 어떻게 막아낼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유신이 건네준 심룡척을 받은 당우형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백화수를 펼쳤다. 마음을 다 비우니 깊은 내상에도 백화수가 잘 펼쳐졌다.
'백화수가 원래 내공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었지.'
당우형은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심룡척을 날렸다. 빠르기는 하지만, 고수의 눈에는 달팽이 걸음 같은 속도다. 추룡이 코웃음을 치며 파린자를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르던 파린자가 멈추고, 심룡척이 추룡의 심장에 박혔다. 추룡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검을 날린 원흉이지만, 추룡의 외면을 받은 당우형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죽었소. 당신은 그저 행시주육이었을 뿐이오."
행시주육(行屍走肉)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는 자들을 비웃는 말이다.
추룡은 파린자를 움직여 유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러나 유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검을 억지로 움직인다고 어찌 사람을 죽일 수 있겠소? 사람을 죽이는 건 검이 아닌 마음이오."
추룡이 서글픈 미소를 짓더니 피를 울컥 쏟으며 천천히 뒤로 넘어졌다.
"나는 죽지 않았다."
쿵 소리와 함께 종이 가루가 사방으로 날렸다. 유신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추룡의 시체에서 심룡척을 뽑아낸 후, 파린자도 수습했다. 풍류경의 비급은 바로 당우형에게 건넸다.
"당문의 절독과 함께 꼭꼭 숨겨두시지요. 누군가 인연이 닿는다면 어떻게든 얻어내겠죠."
"제길, 너 때문에 아까 놀라서 지릴 뻔했다.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나저나 무슨 도깨비놀음이냐?"
"우행 진인이 내게 말을 남겼습니다. 우문현성이 한복명으로 바뀔 때, 그 말이 제 머릿속에 울렸습니다."
"상대가 자기 이름을 궁금하게 만들고, 풍류경을 읽게 하면 죽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우행 진인도 한복명의 변수는 생각지 못하셨나 봅니다. 남은 말들은 제가 유추해낸 겁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밖에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용박을 둘러업은 유신은 당우형과 남무천을 부축해 동굴 밖으로 나갔다. 우문현성의 시체만 동굴 안에 덩그러니 남았다. 허공을 날던 종이 가루가 천천히 내려앉으면 우문현성의 것이었던 육신의 무덤이 되어주었다.
힘겹게 밖으로 걸음을 옮기니 전영득이 이백 명 정도의 무당 제자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진 걸 보니 짧은 시간에 큰 낭패를 본 듯했다. 셋이 밖으로 나가자 일부 무당 제자가 검 끝을 셋을 향해 겨눴다.
"동생, 네가 나서라. 나는 말실수 할까 봐 겁난다."
"무당의 고수 여러분, 나는 서문가의 쾌검신룡 용유신이오. 지금 이 동굴 안에는 우문현성의 시체가 있소. 전 대협과 남 대협은 우행 진인께 감화되어 우리와 함께 우문현성을 해치웠소. 홍두명도 우리가 은무성 대협과 힘을 합쳐서 처리한 것이오."
그때 젊은 제자 하나가 나섰다.
"작년에 우행 조사님의 분부대로 저분에게 편지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 두 사람도 함께 있었습니다."
- 작가의말
지금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보다는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제가 글을 읽으면서 싫었던 부분은 피하고, 좋았던 부분만 쓰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젠 조금 바꿔볼까 생각합니다.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할 글을 쓰는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내가 상상하며 즐거운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도 명확하게 읽히는 글을 쓰려 합니다. 제가 글에 상상의 공간을 너무 많이 남기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인물을 묘사할 때도,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를 명확히 하지 않습니다. 그저 대화와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그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표출되게 하려 했죠. 그런데 필력과 연출력의 부족으로 그게 안 됩니다. 아장걸음을 걷는 주제에 날려고 했다니, 몹시 부끄럽습니다.
빠르게 흘러가야 할 장면과 집중해야 할 장면의 구분을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의 호흡을 조금은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자신감이 조금씩 생길 때 오히려 글이 더 힘들어지더군요.
길게 쓴다고 해서 호흡이 느린 게 아니라는 점을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사실 전에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댓글이나 작가의말로 쓴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머리로 알았던 거였습니다. 지금도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제 다음 글도 읽어주신다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부분이나 쓸데없이 세세하게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입니다. 글에서는 도대체 추룡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글 속의 인물들이 그걸 알아낼 방법이 전혀 없으니까요. 제 설정에서 추룡은 풍류경의 창시자입니다. 몸을 계속 바꾸다가 추룡에 이르러서 추방에 실패하고 섞이게 된 겁니다. 용을 잡고 뭐고 하는 걸 보면, 대략적인 시대는 유추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처럼 어렵고 세밀해야 하는 글은 당분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천마도 그렇고 이 글도 그렇고, 나름 괜찮은 소재를 살리지 못한 듯하여 조금 속상합니다. 간섭자의 숨결도 어떤 분이, 베스트 1위 할 수 있는 소재를 당신이 제대로 못 살렸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당우형 캐릭터 하나는 건진 듯합니다. 원래는 복수만 외치며 가슴 속에 흑염룡을 잔뜩 키우고 있는 캐릭터로 했다가, 천애 고아 유신이 의지할 수 있는 캐릭터로 바꿨습니다. 남무천과 전영득은 원래 설정과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고룡 구성 + 김용 분위기를 목표로 했는데, 목표를 너무 크게 세웠던 것 같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조금 해낸 것 같지만,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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