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수능파
담화궁의 여인들은 마교의 고수들보다 무공이 약했지만, 목숨을 아끼지 않는 독심으로 백리철 일행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 중에서 호운천의 등을 발견한 유신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강호에서 칼밥을 먹는 자라면 당연히 목숨은 본인 몫이다. 그러나 같이 술잔을 나눴던 사람이 시체가 된 모습을 보는 게 웬만큼 기분 더러운 일이 아니었다.
스무 명에 가까운 담화궁 여인의 목숨은 호운천의 목숨과 동방세훈의 등에 난 커다란 검상 그리고 언무득의 팔 하나와 맞바꿨다. 얼굴이 창백해진 언무득은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잘린 팔에서 피를 조금씩 흘리고 있다.
유신은 천천히 걸으며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을 떠올렸다. 몇 장 뒤에서 슬금슬금 따라오는 마교의 몇몇 고수는 유신의 주의력을 한 올도 끌어가지 못했다. 지금 이 기분으로는 남무천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지. 남 대협이 화령초를 복용한다고 했으니 내가 질지도 모르겠군.'
별의별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 데도 주의력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 유신은 지금 자신이 도약 혹은 주화입마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섰음을 깨달았다. 뭔가 깨닫지 못하면 주화입마가 올 수도 있다. 홍두명을 상대하다 얻은 깨달음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준 높은 전투를 하며 내공이 아닌 무언가가 요동치고 있다.
"대협, 도움을 주시오."
팔 하나 잘린 언무득이 피를 계속 흘리면서도 싸우고 있는데 등이 베인 동방세훈은 뒤로 물러서 있었다. 덕분에 천천히 다가오는 유신을 발견했고, 담화궁 무인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자 고함을 질렀다.
동방세훈의 외침에 유신을 괴롭히던 잡생각들이 모두 사라졌다. 동방세훈의 뻔뻔함에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물론 동방세훈은 예전이 자신이 유신에게 어떤 몹쓸 짓을 했는지 기억도 못 하고 있을 수 있다.
뭔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유신이었는데, 그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자 조심스럽게 따르던 마교 고수들이 약속한 듯이 몸을 날렸다. 불나방이 빛과 열을 좇듯이, 머리로 사고하고 결정한 게 아니라 유신의 기세가 변하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등을 공격하게 되었다.
원래 유상비사는 고주일척과 마찬가지로 일 검이다. 아무리 많은 상대가 있다고 해도 펼치고 거둔 다음 다시 펼쳐야 하는 초식이다. 고주일척은 그나마 위력을 줄여 초식의 형만 빌리면 동시에 여럿을 공격할 수 있는데, 유상비사는 순수 쾌검이라 그것도 힘들다.
그런데 동방세훈의 예기치 못한 고함에 유신의 잡생각이 사라지며 갑자기 집중력이 하나로 모였다. 그 상황에서 등을 덮치는 마교 고수들을 상대로 유신은 유상비사를 연환검으로 펼쳤다. 연습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초식을 실전에서 몸이 알아서 펼쳐버린 것이다.
'동방세훈, 자꾸 생각해도 고맙네. 죽이지 말까?'
검으로 찌르고 거둔 후 다시 찌르는 방식이 아니라, 찌른 검으로 또 찌르고 거두지 않고 또 찌르는 식으로 몸을 던지는 불나방들을 깨끗이 태워버렸다. 유신은 이 유상비사의 연환 초식에 전화표허(電花飇虛)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눈으로 보지 않았지만, 번개가 꽃을 피워 순식간에 공간을 장악한 후 마구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유신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팔 하나만 뒤로 뻗어 마교 고수 여럿을 가볍게 해치우자 담화궁 여인들의 기세가 죽어버렸다. 하루 강아지가 호랑이에게 짖을 수 있는 건 그 결말을 모르기 때문이고, 담화궁 여인들이 무모하게 목숨을 던질 수 있는 건 내 죽음으로 담화궁이 승리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담화궁은 오합지졸이 되어버렸다.
'그래, 살려주자. 음덕을 쌓는 셈 치자.'
동방세훈은 척추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등에 입었다.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평생 고통받아야 할 상처로, 화타나 편작이 다시 살아나도 저 상처를 완치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소환단 하나에 몇 명의 절정고수가 수십 년 쌓아온 내공을 희생하면 불구를 면할 수 있지만, 과연 동방세훈을 위해 그런 대가를 치를지는 유신이 생각해도 가능성이 없다.
유신은 동방세훈을 죽이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사실 전까지는 복수를 포기하기로 했지만, 마음으로부터 우러러나온 용서가 아니었다. 그저 서문가와 초설 그리고 귀소 때문에 타협한 것뿐이었고, 당우형과 만나게 해준 데 이어 오늘은 깨달음을 소화할 시간까지 벌게 해준 '고마움'에 진심으로 동방세훈에 대한 원한을 털어냈다.
'음혈도의 일도 이젠 깨끗하게 잊자. 강호의 원한이 나를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가 잊지 못한 원한이 원수들을 나에게 부르는 것이다.'
오랜 시간 가슴 한쪽에서 유신을 약하게 괴롭히던 원한을 완전히 털어내니 해탈한 부처님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한쪽으로 동방세훈 덕분에 확 가라앉은 기세를 조심스럽게 다스리며, 담화궁 여인들의 공격에는 필살의 검으로 대처했다. 비록 친분이 깊은 건 아니지만, 호운천의 복수 삼아 자기 목숨을 노리는 상대의 목에 어김없이 붉은 매화를 피웠다.
"도망쳐."
스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담화궁 여인들은 끝내 도주를 택했다. 유신은 기세를 가라앉히기 위해 추격하지 않았고, 남은 다섯 중 멀쩡한 건 백리철과 남궁용현 뿐이라 이들 역시 쫓아갈 생각이 없다.
"밤까지 기다리기는 무리인 것 같소."
백리철의 말투가 바뀌었다. 하긴 내공을 가늠하긴 어려워도 방금 유신이 펼친 초식이 얼마나 대단한지 백리철이 아닌 이 자리의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다. 은무성이 강호에서 위명이 부족한 건,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지만 누구도 쉽게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신은 방금 누구라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선보여서 이들의 경외를 불러일으켰다.
"좋은 생각이 있습니까?"
유신의 말에 대답한 건 백리철이 아닌 최명판관이었다.
"나는 글렀으니 여기에 남겠네. 흩어지지 말고 뭉쳐서 도망가시게."
"나도 여기에 남겠습니다. 어차피 팔이 성해도 수영을 잘하진 못했습니다."
언무득도 죽음을 각오했는지 남겠다고 말했다. 눈에 독이 잔뜩 오른 걸 보니 담화궁이나 마교 사람 하나라도 더 길동무로 삼으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
"말하는 걸 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 역시 남아야겠습니다."
등에 난 상처 때문에 팔을 움직이기도 힘든 동방세훈도 남겠다고 했다. 결국 유신과 백리철 그리고 남궁용현만 떠날 의사가 있는 것이다.
"함께 가는 건 낭비인 것 같으니, 대협이 방향 하나 정하면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가겠소."
소법왕을 비롯한 마교 고수들의 시체를 확인한 백리철은 굳이 유신의 보호를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전투 중에 상대의 검을 빼앗은 남궁용현도 괜찮은 무위를 보였고, 최명판관을 돌볼 필요가 없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검왕으로 불린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먼저 작별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유신은 심룡척을 역수로 잡고 백리철과 최명판관에게 포권한 후 바로 신형을 돌렸다. 묘설부운의 신법을 펼친 유신은 서호의 넘실대는 물결에 몸을 실었다.
당기는 힘과 미는 힘은 불가분의 관계로, 당기기만 하는 힘도 없고 밀기만 하는 힘도 없다. 아무 힘이 없다가도 당기기만 하면 미는 힘이 생기고, 미는 순간 당기는 힘이 고개를 든다. 유신뿐 아니라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무인들은 이 이치를 머리가 아니어도 몸으로 깨우친다.
경신법으로 몸을 아무리 가볍게 해도 물 위에 뜨지 못한다. 날갯짓을 할 수 없는 모든 존재가 결국 땅에 발을 붙여야 하고, 물은 땅이 아니다. 그러나 물속의 물고기들이 모두 호수 혹은 강바닥에 붙어서 생활하는 건 아니다. 왜냐면 물은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위와 진흙과 늪지와 모래와 물의 미는 힘은 모두 다르다. 유신은 가끔 허공을 나는 새를 보며 아무것도 없는 듯 느껴지는 허공에, 사실은 움직이지 않는 바람으로 가득 찬 게 아닌지 의심했다. 바람은 움직이지 않지만, 새가 날개를 움직여서 가만히 있는 바람에 부딪히며 하늘을 날 수 있는 미는 힘을 얻는 게 아닌지 추측했다.
천산에는 가죽과 나뭇가지로 만든 웅장혜(熊掌鞋)가 있다. 곰 발바닥보다 더 넓은 신발인데, 웅장혜를 신으면 보드라운 눈에도 잘 빠지지 않는다. 홍두명이 일으킨 지진 비슷한 충격에 대항하며 깨달음을 얻고, 웅장혜에서 영감을 얻고, 사막을 걸으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명판관이 짧은 거리지만 지팡이로 수면을 두드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유신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사방이 호수로 둘러싸인 지금, 유신은 추측하고 상상하던 이 모든 것을 현실로 펼쳐냈다. 내기와 외기가 전환과 순환을 거듭하며 발바닥의 면적을 넓혔다. 첫 시도여서 면적을 너무 크게 해 초반에는 속도가 나지 않았지만, 물 위를 달리면서 적절한 면적을 찾아내고 곧 평지를 달리듯이 물 위를 달렸다.
"답수능파, 죽기 전에 이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삶에 대한 애착을 버려서인지 최명판관은 죽음을 쉽게 입에 담았다. 답수능파(踏水凌波)는 물을 밟고 파도를 탄다는 뜻이다. 답설무흔과 마찬가지로 거의 전설적인 경지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펼치는 사람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처음에는 물 위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끈적한 늪지를 달리는 느낌이었다가 다시 질척한 진흙 위를 달리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조금 더 지나 눈 혹은 고운 모래 위를 달리는 느낌이 들다가 호숫가에 거의 도착할 때는 울퉁불퉁한 바위산을 뛰는 느낌이 들었다.
'아쉽구나. 조금 더 달리면 뭔가 더 떠오를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시 호수로 달려갈 수는 없다. 머리로 안다고 해서 이런 기회가 늘 생기는 게 아니기에 무척 안타깝지만, 일단 서문가의 사람들과 합류하는 게 먼저다. 유신이 보여준 기상천외한 경공에 마교와 담화궁의 잔당들은 덤비기는커녕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객잔부터 가자. 아무리 무도한 자들이라고 해도 지부대인의 장원을 습격하지는 못하겠지.'
예전에 당우형과 함께 담을 넘었던 건 생각지도 않은 유신은 먼저 객잔부터 들렸다. 그러나 객잔에는 서문가의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칠성문의 장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유신은 우선 지부대인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지부대인의 집 앞에 포졸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걸 확인한 유신은 경공을 펼쳐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 몇이 허둥지둥 뛰어다니고 있고 하녀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울먹이고 있었다. 노총관도 망연자실해서 입속으로 뭐라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고, 지부대인의 부인이 큰 소리로 통곡하는 게 들렸다.
통곡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날리니, 입가로 가는 피를 흘리며 초설이 가슴을 치고 있었다. 달려가서 부축하자 초설은 꽉 쥔 두 주먹으로 유신의 가슴을 연신 두드렸다. 유신은 내공으로 초설의 가슴을 막히게 한 울기를 흩어버렸다.
컥컥거리던 초설이 피를 한 모금 토해내고 나서야 겨우 소리를 냈다.
"귀소가 잡혀갔어요."
열흘 굶은 호랑이가 입에 넣으려던 먹이를 빼앗긴 것처럼, 유신의 기세가 광포하게 움직였다. 눈이 뜨겁게 타올랐고 목덜미의 솜털이 곤두섰다. 차갑고 뜨거운 무언가가 등허리를 지나간 후에야 유신은 겨우 일말의 냉정함을 되찾았다.
"자세히 말해보시오."
말할 정신은 차렸지만,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리는 건 유신도 어찌할 수 없었다. 괜히 안전을 위한다고 화선에 올랐던 것이 후회되었다. 비록 호심정까지 간 덕분에 새로운 초식도 얻었고 기세도 누그러뜨렸지만, 그따위는 하나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동방세훈에게 손을 쓰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겼다. 자신이 베푼 작은 관용이 제발 부처님에게 닿아 귀소가 무사하기만 바랐다.
"면사를 한 여인들이 침입해서 지부대인을 잡고 귀소도 납치했어요. 나한테 암기 세 개 던졌는데 낭군이 준 옷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어요."
차분히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하면서도 유신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초설을 업은 유신은 경공을 펼쳐 높은 나무에 훌쩍 올랐다. 어디를 둘러봐도 종적을 찾을 수 없자 마음을 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 快劍神龍 龍遊迅 ###
서호 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잘린 머리가 구르면서 난리가 났지만, 이십 리 떨어진 이곳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사람들이 한가하게 움직였다. 손님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느긋하게 배를 몰던 사공 역시 선녀를 업은 덩치 커다란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청죽방의 염가를 찾는다. 죽기 싫으면 최대한 빠르게 찾아내라."
허리춤에 찬 검이나 피로 얼룩진 옷이 아니었어도 감히 유신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커다란 덩치와 험악한 인상만으로 웬만한 담력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말대꾸도 힘들다. 그리고 청죽방에서 내세운 방주 대신 실세인 염 부방주를 찾는 걸 보면 모른 척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에, 사공은 군소리 없이 배를 빠르게 움직였다.
"염 부방주, 무도한 자들이 지부대인을 납치했다. 지부대인이 내 처가 친척이 되니 빨리 그 행방을 알아내서 알려라. 지부대인을 구할 수 있다면 그 공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시 나타난 사신(死神)에 부들부들 떨던 염우는 지부대인을 구하는 일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청죽방은 지부대인에게 돈을 상납할 자격도 없는 밑바닥이다. 만약 이번에 지부대인을 구하는 공을 세운다면, 이후에 지부대인에게 상납할 수 있는 인맥이 생기는 셈이다. 유신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린 염우는 밖으로 나가 수하들을 닦달했다.
강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방파보다는 흑도나 지방세력 정도로 분류되는 청죽방이다. 그러나 염우와 백사방의 자금 덕분에 체계가 잘 갖춰졌고 심지어 예전부터 전서구를 몰래 키우고 있다. 덕분에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염우는 지부대인의 행방을 알아냈다.
"면사로 얼굴을 가린 여인들이 지부대인을 납치하여 군영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염우는 영리한 자로 지도까지 준비해 왔다. 유신은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길에 대해 몇 가지 확인한 후 바로 출발했다.
"꼭 보답하도록 하지."
유신의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도는 데 신형은 이미 사라졌다. 염우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잡고 한 모금 크게 마셨다. 비록 무공이 강하지는 않지만, 사람 보는 안목까지 낮은 건 아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천하에 적수가 없을 것 같은 고수가 되어 나타난 유신에게 염우는 당문이 주는 것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꼈다. 마치 초식동물이 맹수에게 느끼는 본능적인 두려움 같은 것이다.
- 작가의말
이 글은 예약연재입니다. 이 기능을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습니다.
담화궁의 여인들이라고 다 한이 깊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여자들을 중심으로 담화궁이 만들어졌기에 분위기가 그런 쪽으로 흐른다고 보면 됩니다. 특정 사이트 혹은 게시판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처럼, 담화궁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23일에 비축분 4편을 쓸 때 이미 완성한 글입니다. 지금은 오타를 비롯해 문장을 다듬어서 올리는 겁니다.
동방세훈은 등에 깊은 검상을 입어 팔을 움직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유신이 백의장에서 동방세훈이 해혈한다고 깝치는 바람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가 되었죠. 그에 대한 응보라고 보면 됩니다.
언무득은 팔 하나 잘렸는데, 옥패를 부수던 손이 달린 팔입니다. 굳이 글에 언급하지 않은 건, 군더더기가 될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신은 음혈도를 살려둔 걸 계속 후회했었습니다. 구질구질해 보일까 봐 자주 언급하지 않았지만, 원한에 대해 민감한 모습을 가끔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모두 털어버리기로 했습니다. 작은 원한에 가두기에는 유신이 너무 큰 사람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물론 동방세훈을 용서하는 건, 약간 엎드려 절 받기 같은 느낌입니다. 어차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지경이 되었고, 담화궁이나 마교의 손에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예전에 해혈하다 실패했는데 동방세훈 일행이 유신을 방치했죠. 이번에는 유신이 동방세훈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에 왜 담화궁이 지부대인을 납치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복선은 담화궁이 나올 때 외치는 구호로 깔았습니다. 담화일현 일월실색, 日月을 합치면 明이 되죠. 설마 담화궁이 명교가 빛을 잃는다고 하지는 않았겠죠. 지부대인을 끌고 군부로 갔다는 것만으로도 대충 예상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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