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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쾌검신룡 용유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8.03.26 09:54
최근연재일 :
2018.07.26 15:18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1,29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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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85
글자수 :
775,876

작성
18.04.17 11:18
조회
1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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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글자
12쪽

첫눈이 내리다

DUMMY

깊은 산속은 아니다. 그래도 산이라서 그런지 해가 더 빨리 떨어지는 느낌이다. 당우형은 품속에서 매화표 몇 개를 꺼냈다.


"네가 처음 절에 왔을 때 나는 네 몸에 무공비급이 없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죽림에 갔지.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비급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 너를 감시하기로 했다."


누진은 청죽방이 유신을 찾는다는 소문에 직접 찾아가 전당호에게 경고했다. 전당호도 용주웅의 무공비급을 탐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비무를 명목으로 유신의 무공을 훔치려 했지만 유신은 초식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제자들에게 네 행적을 주시하여 보고하라고 했다. 네가 갔던 곳과 네가 머물렀던 곳을 모두 뒤져봤지.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무공비급을 찾을 수 없었다."


유신에게 글을 가르치려는 세명을 누진이 제지했다. 글을 익히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무공을 익히는 데 지장을 준다는 구실이다. 무공비급이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리라 믿었다.


"네가 세명에게 묻는 글자는 모두 너무 간단한 글자였다. 어린 네가 심기가 그렇게 깊을 줄은 노납(老衲 - 중 혹은 도사가 자신을 겸손하게 칭하는 말)이 상상도 못 했다."


그렇게 시간이 허망하게 흐르자 누진은 급해졌다. 혹시 용철이 무공비급을 대가로 유신을 살린 게 아닌지 의심하며 용철을 죽인 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호산 근처에서 활동하던 음혈도라 불리는 청부사가 흉수라는 것만 알아내고 다른 정보는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


"나는 다시 용철과 네가 살던 집을 수색했다. 막은 아궁이까지 헐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너를 강호로 내보내기로 했다."


누진은 비무에서 일부러 져주었다. 이류의 경지는 내공의 수발이 자유롭지 못하다. 유신은 자신이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누진은 유신이 내공을 이용할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적절하게 유신에게 져주었다.


"나는 수염도 붙이고 죽립도 쓰고 네 뒤를 쫓았다. 그런데 너는 멍청하게도 마교 고수와 남궁가의 분쟁에 끼어들었다. 다행히 너는 빠져나왔고 나는 계속 네 뒤를 쫓았지."


누진의 오룡조는 일류 수준의 무공이다. 그러나 누진의 내공은 이류에 머물러 있다. 자질이 부족해서 일류에 이를 수 있는 무공을 익혔지만 이류에 머무른 게 누진의 가슴속에 박힌 응어리다.


일류 수준의 무공이라 함은 넘치는 게 없지만 모자람도 없는 무공이다. 오룡조에 포함된 보법 혹은 신법은 일류 수준이다. 내공이 부족하지만 이미 원숙한 경지에 이른 누진은 유신에게 들키지 않고 뒤를 따랐다.


"너는 역시 심계가 깊은 아이였다. 나는 네가 청죽방을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너는 배를 타더구나. 그리고 방향도 용호산과 반대로 잡았다. 추적자가 있다면 열에 아홉은 거기에서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누진의 집착은 열에 아홉이 아닌 열에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배를 타고 유신이 탄 배를 따랐다. 그러다 배가 수로가 복잡하게 엉킨 곳에 들어갔다.


"거기에 담화궁의 표식이 보이더구나. 강호인이 담화궁의 표식이 있는 곳에 마음대로 발을 들이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나는 배를 돌려 바로 용호산으로 갔다."


누진 덕분에 유신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담화궁은 유신이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사천당문과는 달리 담화궁은 그 정체가 숨겨져 있어 사람들은 입에 담기 꺼렸다.


배를 타고 용호산에 가서 나름 음혈도를 수소문했지만, 누진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객잔에서 다시 유신을 보게 되었다. 누진은 죽립을 꾹 눌러쓰고 유신만 주시했다.


"그때 누군가 너를 개방이라고 하더구나. 추구질행의 신법을 배웠다고. 설마 네가 내 감시를 벗어나서 개방과 접촉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유신이 금강추를 얻어서 대장간에 가서 검으로 바꿀 때, 누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유신을 지켜봤다. 유신이 추적자에 대한 일말의 경계심도 없음을 눈치채고 대담하게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그런데 흑면야차와 불천검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불천검이 너를 데려갔다. 내 경신법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빠르기였다."


속도의 차이도 있었지만, 누진은 뒤를 따르다가 해를 당할까 봐 겁이 나서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 기다리다 유신이 나타나지 않자 누진은 유신이 둘 중 하나에게 목숨을 잃었을 거로 생각하고 다시 오현사에 돌아갔다.


"내가 지금까지 본 너는 영악하고 심계가 깊은 아이였다. 그러나 타고난 영악함이 경험의 부족을 메꾸진 못한다. 내가 너라면 단칼에 내 목을 베었을 것이다. 진실이 뭐가 그리 궁금하더냐."


정문에서 한 명, 불상 뒤에서 한 명, 양쪽에 병풍처럼 세워놓은 죽막(竹幕) 뒤에서 각각 한 명씩 뛰쳐나왔다. 주저앉아 있던 누진이 이어타정(鯉魚打挺 - 잉어가 바늘 털듯)으로 몸을 허공에 띄운 후 원양각으로 유신의 가슴을 걷어찼다.


유신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갔다. 남무천의 보형(步形 - 걸음걸이)을 흉내 내 팔자와 역팔자를 반복하며 누진의 발차기를 손쉽게 벗겨냈다. 어느새 뽑아 든 검으로 내려치기를 펼쳤다.


누진은 황급히 두 손에 내공을 모아 유신의 검을 막았다. 이류는 내공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룡조 덕분에 누진은 두 손에만 내공을 마음대로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유신의 검 심룡척은 창졸간에 모은 누진의 내공으로 막아낼 수 없다.


거기에 팔을 뼈가 보일 정도로 베인 탓에 누진의 두 팔은 힘이 없었다. 유신의 심룡척은 작은 저항을 받아 힘이 약해졌지만 누진의 목을 반 이상 베었다.


"사부!"


가장 먼 정문에서 달려오던 자가 소리 질렀다. 목소리가 귀에 익다. 정면에서 오는 자도 낯익다. 팔 년 동안 자신을 속여왔다는 생각에 유신은 화가 났다.


누진의 목숨이 위험하여지자 불상 뒤에서 뛰쳐나온 자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저승사자도 재촉했다. 유신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왔을 때 유신은 이미 누진의 목에 박힌 검을 가볍게 뽑은 후 엄청 빠른 찌르기로 다가오는 자의 목을 노렸다. 아직 이류에도 미치지 않은 듯 감히 손으로 막을 엄두도 못 내고 피하려던 자는, 목에 구멍 하나 얻고 저승길에 올랐다.


양쪽 죽막 뒤에서 나온 자들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유신의 두 발이 앞뒤로 현란하게 움직이더니 어느새 몸을 돌려 불상을 등지고 정문을 향했다.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제자리에서 빠르게 몸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남무천에게서 훔쳐 배운 보법이다.


왼쪽으로 접근하는 자는 손에 수투(手套 - 장갑)를 꼈다. 유신은 남무천에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찌르기를 펼쳤다. 목을 향해 정직하게 찔러오는 유신의 검에 수투를 낀 자는 속도를 줄이며 두 손으로 목을 방어했다.


빠른 찌르기였지만 전혀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찌르기다.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유신의 팔이 펄떡였다. 내공을 이용해 찌르기를 멈추었다. 내공이 없으면 상상하기조차 힘들지만, 내공은 불가능한 동작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찌르기를 억지로 멈춘 유신은 발목부터 회전하기 시작했다. 내공까지 머금은 유신의 몸뚱이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움직였다. 유신의 빛살 같은 베기는 엉겁결에 올린 오른쪽 중의 팔뚝과 목을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자신의 목을 방어하던 자는 사형제의 목이 바닥을 구르자 몸이 굳었다. 유신은 아직 몸에 내공이 남아있는 틈을 타서 다시 찌르기를 펼쳤다. 방금보다 배는 빠르고 다섯 배는 강한 찌르기가 수투를 낀 자의 목을 꿰뚫었다.


정문에서 달려오던 자는 지붕에서 당우형이 던진 매화표에 맞아 즉사했다. 독을 바르지 않았지만 정수리가 깨지면 독의 유무와 상관없이 즉사한다. 훌쩍 뛰어내린 당우형은 유신을 칭찬했다.


"끝까지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구나. 강호인이 다 되었다."


"이 초식의 이름은 수도동귀(殊途動歸)라고 하겠습니다."


길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다는 뜻이다. 나눠서 왔지만 저승길에 나란히 보낸 이 초식에 어울리면서도 안 어울린다. 검에 묻은 혈흔을 닦고 검집에 넣은 후 밖으로 나와보니 세명 스님과 동자승이 울먹이고 있었다.


"짐을 싸 들고 따라오세요."


세명 스님은 옷가지를 조금 챙겼고 동자승은 불경 몇 권을 품에 안았다. 유신은 둘을 데리고 청죽방의 염우를 찾아갔다. 세명 스님은 글을 잘 쓰고 문장도 잘 짓는다. 동자승은 무공에 정식으로 입문하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몸을 단련하여 또래보다 무척 튼튼하다.


염우에게 두 사람을 잘 돌보라고 으름장을 놓은 후 당우형과 유신은 술 몇 단지 사 들고 서호로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다 흥이 식자 객점을 찾아 잠을 잤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둘은 그제야 지부대인의 장원에서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형님, 사흘 후라고 했습니까 사흘 째라고 했습니까?"


"나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차피 급한 일도 없으니 호심정으로 가보자."


동전 다섯 닢을 주고 호심정으로 가는 배를 구했다. 배에 앉아 가는 데 물 위에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 돌로 된 조각물들이 보였다. 당우형이 의문을 표하자 뱃사공이 대답했다.


"소동파가 만든 겁니다. 호수 가장 깊은 곳이죠. 저걸 기준으로 수위를 가늠했다 합니다."


"시인 나부랭이가 별 걸 다 했네."


소동파가 유명한 관리 출신임을 모르는 당우형은 폭언을 뱉었다. 유신도 소동파가 항주에서 관리를 한 일을 모르고 있고 뱃사공은 손님이라 대꾸하지 않았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항주자사로 있을 때 제방을 지어 서호의 수량을 더 많게 만들었고 그 물로 관개하여 농지를 늘였다. 그리고 송나라 때 소동파가 이십만 명의 인부를 동원해 호수에 쌓인 퇴적물을 파내고 제방을 증축하여 지금의 서호를 만들었다. 물론 당우형 눈에는 둘 다 시인 나부랭이지만 말이다.


서호의 중심에 작은 섬이 있고 그 섬에 서로 이어진 정자가 있었다. 호심정에 도착한 둘은 주위를 살폈다. 아직 오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둘만 있었다.


남자는 눈처럼 흰옷을 입었는데 가을 옷차림이다. 여자는 솜옷을 껴입은 것으로 부족한지 피풍의로 몸을 감쌌다. 당우형은 선뜻 다가가서 말을 걸지 못했다. 그때 남자가 경공으로 훌쩍 뛰어와서 포권했다.


"혹시 사천당문의 당우형 대협입니까?"


"불초 당우형입니다. 여긴 내 의제 용유신입니다."


"서문세가의 서문초현(西門初炫)입니다. 당 대협을 찾아 강호에 나왔습니다."


서문초현은 용유신 또래로 보였다. 일류에 갓 이르렀는지 서릿발 같은 기세를 숨기지 못했다. 당우형은 과연 서문세가라 속으로 감탄했다.


"서문세가에서 찾는다니 겁부터 나는군요. 혹시 제가 서문세가에 실수한 게 있습니까?"


서문세가도 원한을 잊지 않기로 유명한 가문이다. 다만 본인 복수는 본인이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 가문이 개인의 은원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문에 비해 흉명이 부족하다.


"제 여동생이 괴질을 앓고 있습니다. 당 대협의 침술이 중원에서 으뜸이라 하여 애타게 찾았습니다."


경공으로 성급하게 날아온 서문초현과 다르게 서문초설은 무공을 모르는지 천천히 걸어왔다. 서호의 수려한 풍경이 순식간에 암담해졌다. 천지 사이에 빛나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소녀 서문초설(西門初雪)이라 합니다. 당 대협과 용 대협을 뵙습니다."


꾀꼬리가 들었으면 평생 지저귀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목소리가 듣기 싫어 날개로 귀를 막았을 수도 있다. 먹으로 그린듯한 눈썹 밑에 서호를 담은 눈이 있다. 코는 오뚝했고 입술은 앵두 같았다.


그때 하늘이 흰 가루가 내렸다. 유신은 처음 첫눈(初雪 - 초설)을 보았다.


작가의말

로맨스 좋아하시는 분들은 유신과 서문초현,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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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6

  • 작성자
    Lv.60 귀염우진
    작성일
    18.04.17 11:25
    No. 1

    로맨스가 뭐죠? 브로맨스는 아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8.04.17 11:30
    No. 2

    저도 미지를 탐험하는 기분입니다. 로맨스라는 신대륙이 저와 우진 아버님앞에 놓여있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오빠나야나
    작성일
    18.04.17 11:51
    No. 3

    이름: 글쇠
    특기: 주인공 괴롭히기, 대마법사 만들기, 줬다 뺐기, 천부적인 근본없는 개그 등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8 한사
    작성일
    18.04.17 12:22
    No. 4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ch*****
    작성일
    18.04.17 13:18
    No. 5

    '목에 구멍 하나 얻고 저승길에 올랐다' 다음 문장 첫 줄 '통시에' -> '동시에'

    천재의 위명에 전혀 지장 없는 옥의 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8.04.17 14:57
    No. 6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7 묵수인대공
    작성일
    18.04.17 14:37
    No. 7

    잘보구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홍곡
    작성일
    18.04.17 18:39
    No. 8
  • 작성자
    Lv.99 유기장
    작성일
    18.04.17 19:51
    No. 9

    자기 아버지를 죽인 음혈도는 살려주고 비록 비급을 노렸지만 몇년간 돌봐준 중은 제자들과 같이 죽이고, 주인공이 죄의 경중을 판단하지 못하고 기분에 좌우해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느낌 입니다. 오현사를 당우현이랑 같이 방문했으면 누진이 감히 덤비지도 못햇을 것이고. 그냥 방문하지 않아도 그대로 인연이 끝나는데, 굳이 방문해서 공격을 유도해서 씨를 말리는 모습이 어색해 보입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8.04.18 09:32
    No. 10

    우선 제 생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음혈도를 살려준 건 복합적인 이유입니다. 우선 음혈도가 가족을 언급해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음혈도가 아비의 시신을 묻어주었다는 것을 알았고 무덤의 위치로 거래를 제안했죠. 그리고 숨겨진 진정한 원수도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강 표두가 음혈도인 게 알려졌기에 무공까지 잃은 음혈도는 살아가기 힘듭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죽인다 살린다에서 살리기로 했습니다. 아비의 무덤 찾는 일만 해도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다음 전당호에게 복수할 때도, 전당호만 죽이고 가족은 놔뒀습니다. 주인공은 가족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염우가 전당호의 가족을 가만놔두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조금 있습니다. 그리고 복수를 했지만 찝찝함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오현사입니다. 당우형이 미리 오현사가 이상하다 했지만 유신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전당호의 입에서 무공비급을 노린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오현사를 찾아가서 확인해보려 했습니다. 일부러 당우형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서 갔죠. 그러나 죽일 마음까지 없었습니다. 누진 스님이 먼저 기습했죠. 유신은 반격으로 손가락을 자른 후 팔을 베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을 요구했죠.
    그러나 누진은 진실을 이야기하며 제자들과 합공으로 유신을 처리할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서 다섯을 상대해야 해서 손속을 과하게 썼습니다. 아직 일류에 미치지 못한 고수이고, 일류라고 해도 이류가 확실한 고수 하나와 네 무인의 합공에 여유를 부릴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네 명을 죽였고 남은 하나는 당우형이 처리했습니다.

    굳이 방문한 이유는, 팔 년 동안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좋은 인연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전당호의 말이 거짓이기를 바라며 방문한 것입니다. 공격을 유도한 게 아니라 일부러 비급을 언급해서 상대의 진심을 알려고 한 것이죠. 모두 죽여야겠다라고 계획하고 출발한 건 아닙니다.

    음혈도도 그렇고 전당호도 그렇고 당문 덕분에 미리 꼬리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마음이 약해져 무공만 폐하거나 가족은 놔두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현사의 경우 당우형이 나서지 않았고 중들도 끝까지 유신을 해치려 했습니다.

    열여섯 나이에 강호에 미숙한 주인공이 칼같은 복수를 하지 못했습니다. 모두 다 죽인다 혹은 가족까지 싹을 자른다 이런 원칙이 없죠. 다만 주인공이 다짐한 게 적대적인 상황에서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다였고 그것을 지켰습니다.

    방문하지 않아도 인연이 끝나지만, 갓 복수를 끝낸 시점에 그 찝찝함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저는 이런 전개를 했습니다. 음혈도는 단전을 부수고, 전당호는 죽이고, 오현사의 중은 습격하는 제자들까지 처리하는 것으로 점점 주인공의 손속이 과감해 지는 것도 표현하려 했습니다. 강호인으로서는 성장이라면 성장이기도 하죠.

    사실 음혈도를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저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글을 시작할 때 진행은 죽이는 걸로 했는데, 아비의 무덤을 아는 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배후를 알게 되며 주인공의 복잡한 심정도 고려해서 안 죽이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으로 단전을 부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유기장 님이 글을 읽고 제 의도와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제가 명확하게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한다는 식으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여러 선택이 있을 때 저는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글 읽으시는 분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무협 세계에서 저는 한 스토리를 이끌어 갑니다. 읽는 분들은 다르게 스토리를 이끌어 갈 수도 있습니다. 누구는 동료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 누구는 그냥 죽여 없앴으면 좋을 텐데.

    그래서 답댓글로 제 생각을 최대한 길게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경험과 지식으로 내린 판단이고, 읽는 분들은 충분히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음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옳다는 게 아니라 제가 이런 진행을 한 이유는 이렇다는 겁니다. 읽으시는 분들은 각자 다른 스토리를 따로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내가 글 쓰는 놈이니 내가 다 맞아가 이 글의 컨셉은 아닙니다. 제 스토리가 마음에 들면 따라오시고, 본인 취향과 맞지 않으시면 다른 스토리를 상상하며 읽으시는 것도 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김용 소설을 읽었을 때, 고룡 소설을 읽었을 때 상상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두 거장에게 비벼볼 생각은 없고, 거창한 목표를 향해 달리면 그나마 괜찮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많이도 늘어놓았네요. 천 글자 분량은 훨씬 넘은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다양한 인물과 세력들을 등장시킬 생각입니다. 제 스토리가 가장 재밌었으면 하지만, 더 나은 스토리를 읽는 분들이 댓글로 적어주시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댓글로 해주신 지적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도 아주 많이 고민했던 문제입니다. 셋을 어떤 수위로 처리해야 할까를 고민했죠. 먼저 오현사를 찾은 후 충격을 받고 전당호와 그 가족을 전부 죽이는 전개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음혈도를 끌고 전당호와 대질한 후 함께 처리하는 스토리도 고민했죠. 그러나 저는 결국 지금 스토리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나은 스토리, 가장 합리적인 스토리, 가장 통쾌한 스토리, 많은 선택 중에서 지금의 진행을 선택했습니다.

    이후에도 글을 진행하면서 읽는 분들과 다른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댓글로 의문을 표하시면 언제든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후 내용과 연관되는 복선을 제외하면 말이죠. 이런 교류도 글을 쓰고 읽는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6 | 반대: 1

  • 작성자
    Lv.27 묵수인대공
    작성일
    18.04.17 20:31
    No. 11

    말이 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재밌는게 중요한 겁니다.
    거참 개연성좀 넣어둬요.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27 묵수인대공
    작성일
    18.04.17 20:32
    No. 12

    혹시 예전에 일기써놓은거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앞뒤가 맞는행동 찾기가 힘들겁니다.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8.04.26 17:38
    No. 13

    건투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ga******
    작성일
    18.05.06 21:45
    No. 14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8.05.12 22:37
    No. 15

    서문초설보다 주인공 동정 따먹은 여자가 더 끌리건만...

    찬성: 0 | 반대: 3

  • 작성자
    Lv.48 sw******
    작성일
    18.12.15 23:15
    No. 16

    마교 장인어른은 우째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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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추룡의 이름 +13 18.07.26 5,489 145 13쪽
129 한복명 +25 18.07.25 5,520 157 13쪽
128 이화접목 +4 18.07.25 5,318 132 13쪽
127 옛날 옛적에 +8 18.07.24 5,483 159 13쪽
126 운종흑룡 +19 18.07.23 5,673 168 13쪽
125 때가 되면 알 수 있는 것 +10 18.07.22 5,926 152 14쪽
124 기억 전이 +6 18.07.21 5,865 144 13쪽
123 백척간두 +10 18.07.20 5,958 178 14쪽
122 우행의 서신 +11 18.07.19 5,896 154 13쪽
121 독과 약 +11 18.07.18 6,176 165 13쪽
120 백련교 호법 +12 18.07.17 6,157 158 14쪽
119 오독교 토벌 +8 18.07.16 6,502 146 14쪽
118 백화제방 +5 18.07.15 6,159 167 13쪽
117 약왕 +10 18.07.14 6,054 158 14쪽
116 신이 강림하다 +10 18.07.13 6,436 172 13쪽
115 민란 +19 18.07.12 6,515 177 13쪽
114 우문현성의 꿈 +15 18.07.11 6,680 167 15쪽
113 암살 +6 18.07.10 6,499 159 13쪽
112 재우 +8 18.07.09 6,743 162 14쪽
111 싸움 +8 18.07.08 6,809 178 13쪽
110 등하불명 +6 18.07.07 7,018 182 13쪽
109 무림인과 맹수 +10 18.07.06 7,127 185 13쪽
108 칠 왕야 +8 18.07.05 6,912 174 14쪽
107 금의위 +8 18.07.04 7,040 185 14쪽
106 이신작칙 +15 18.07.03 7,073 199 14쪽
105 차시환혼 +3 18.07.02 7,364 171 14쪽
104 우행유자 +12 18.07.01 6,939 171 13쪽
103 담화궁 잠입 +4 18.06.30 6,921 168 14쪽
102 무위지경 +17 18.06.29 7,165 171 14쪽
101 버리는 말 +15 18.06.28 6,951 190 14쪽
100 답수능파 +23 18.06.27 7,273 193 15쪽
99 호심정 전투 +23 18.06.26 7,754 181 15쪽
98 진실의 편린 +14 18.06.25 7,603 184 14쪽
97 낡은 귀신 +27 18.06.24 7,602 196 14쪽
96 원녀소고 +12 18.06.23 7,749 194 16쪽
95 세가 연합 +18 18.06.22 7,808 198 14쪽
94 귀소 +15 18.06.21 7,561 213 13쪽
93 보물 찾기 +10 18.06.20 7,339 194 14쪽
92 악전고투 +24 18.06.19 8,065 201 16쪽
91 성화인 +11 18.06.18 7,565 190 14쪽
90 새로운 깨달음 +8 18.06.17 7,929 188 14쪽
89 왕궁을 찾아서 +6 18.06.16 7,838 170 14쪽
88 귀면암영 +11 18.06.15 7,799 180 14쪽
87 남무천의 감옥 생활 +8 18.06.14 7,888 201 14쪽
86 소탐대득 +12 18.06.13 7,491 200 14쪽
85 화령초 +17 18.06.12 7,556 224 14쪽
84 천산괴노 +19 18.06.11 7,474 210 14쪽
83 일취월장 +15 18.06.10 7,735 225 13쪽
82 재회 +15 18.06.09 7,726 190 17쪽
81 나는 모용부영이다 +15 18.06.08 7,610 192 15쪽
80 비동 +7 18.06.07 7,702 205 15쪽
79 기습 +10 18.06.06 7,958 186 12쪽
78 묘운부설 +12 18.06.05 8,330 203 12쪽
77 대설산 +10 18.06.04 7,806 202 12쪽
76 비단의 길 +15 18.06.03 7,794 190 12쪽
75 천산으로 +7 18.06.02 7,930 175 12쪽
74 옥면검룡 +13 18.06.01 8,077 193 12쪽
73 사탄상 +22 18.05.31 7,925 224 12쪽
72 형제의 우애 +20 18.05.30 7,893 211 12쪽
71 선박 추격전 +8 18.05.29 7,841 192 12쪽
70 동중하 +16 18.05.28 8,110 199 12쪽
69 검문관 +10 18.05.27 8,597 188 12쪽
68 주숙야행 +12 18.05.26 8,623 183 12쪽
67 추적 연합 +12 18.05.25 8,630 192 12쪽
66 모용부영 +7 18.05.25 8,729 186 12쪽
65 홍면주귀 +7 18.05.24 8,872 204 12쪽
64 담화궁과 영웅회 +12 18.05.23 9,088 191 12쪽
63 재 뿌리기 +28 18.05.22 9,402 194 12쪽
62 영웅대회 +14 18.05.21 9,391 197 12쪽
61 낙양으로 가는 길 +7 18.05.21 9,304 209 12쪽
60 귀사소년 +10 18.05.20 9,750 206 12쪽
59 등가교환 +15 18.05.19 9,089 230 12쪽
58 우공이산 +12 18.05.18 9,248 216 12쪽
57 회오리바람 +26 18.05.17 9,280 202 12쪽
56 대리 비무 +19 18.05.16 9,267 202 12쪽
55 토납공 +13 18.05.15 9,284 225 12쪽
54 만류분해 +8 18.05.14 9,498 212 12쪽
53 오독교 +12 18.05.13 9,286 212 12쪽
52 당문으로 +19 18.05.12 9,471 244 12쪽
51 은접미천 +17 18.05.11 9,593 215 12쪽
50 담화궁 +14 18.05.10 9,932 195 12쪽
49 동귀어진 +19 18.05.09 9,333 226 12쪽
48 유쾌불파 +22 18.05.08 9,464 244 12쪽
47 담화일현 +7 18.05.07 9,722 221 12쪽
46 친선비무 +15 18.05.06 9,894 212 12쪽
45 일류의 경지 +10 18.05.05 10,045 205 12쪽
44 신혼 +8 18.05.04 10,228 223 12쪽
43 유정인종성권속 +16 18.05.03 10,107 220 12쪽
42 설투 +15 18.05.02 10,137 222 12쪽
41 화향만루 청풍영수 +16 18.05.01 9,949 236 12쪽
40 원칙 있는 남자 당우형 +9 18.04.30 9,828 212 12쪽
39 역근경 +15 18.04.29 10,115 230 12쪽
38 무림맹 +9 18.04.28 10,246 222 12쪽
37 쾌검신룡 +11 18.04.27 10,192 224 12쪽
36 소림의 맹세 +19 18.04.26 9,922 222 12쪽
35 고주일척 +16 18.04.25 9,906 220 12쪽
34 연모와 연민 사이 +19 18.04.24 10,061 216 12쪽
33 곤륜파 고수 +9 18.04.23 10,140 220 12쪽
32 십팔동인진 +8 18.04.22 10,147 218 12쪽
31 태산북두 +9 18.04.21 10,398 202 12쪽
30 서문세가의 쾌검 +17 18.04.20 10,814 225 12쪽
29 동행 +11 18.04.19 11,011 225 12쪽
28 취서호 +12 18.04.18 11,386 225 12쪽
» 첫눈이 내리다 +16 18.04.17 11,424 249 12쪽
26 청죽단풍검 +9 18.04.16 11,307 225 12쪽
25 사람이 있는 곳에 강호가 있다 +13 18.04.15 11,318 239 12쪽
24 강호는 진흙탕이다 +10 18.04.14 11,752 232 12쪽
23 서호에서 봅시다 +13 18.04.13 12,045 227 12쪽
22 청죽방 +3 18.04.12 12,334 228 12쪽
21 계중계 투중투 +11 18.04.12 12,319 251 12쪽
20 힘의 논리 +11 18.04.11 12,256 245 12쪽
19 야명주 +11 18.04.10 12,481 254 12쪽
18 문경지교 +21 18.04.09 12,874 241 12쪽
17 막내 일꾼 +15 18.04.09 13,414 264 12쪽
16 서로 좋은 거래 +11 18.04.08 13,350 261 12쪽
15 음차양착 +13 18.04.07 13,238 244 12쪽
14 풍운불측 +6 18.04.06 13,811 237 12쪽
13 고수의 진면목 +9 18.04.05 13,743 271 12쪽
12 무절연환침 +8 18.04.04 13,925 267 12쪽
11 하얀 달 아래 나눈 대화 +11 18.04.03 14,559 281 12쪽
10 백의신녀 +13 18.04.02 14,784 275 12쪽
9 이것이 강호다 +9 18.04.01 14,963 274 12쪽
8 절정고수의 대결 +9 18.03.31 16,049 262 12쪽
7 객점 혈투 +12 18.03.30 16,883 261 12쪽
6 철골한 매화향 +10 18.03.29 18,003 262 12쪽
5 개방 고수 +7 18.03.29 19,865 273 12쪽
4 운우지락 +15 18.03.28 20,709 270 12쪽
3 마교 흑혈랑 +19 18.03.27 23,648 293 12쪽
2 잠꾸러기 소년 +11 18.03.27 29,831 316 12쪽
1 눅눅한 피바람 +34 18.03.26 46,845 3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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