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담화궁과의 비무는 생사투입니다. 한쪽이 죽어야 하는 거죠. 그러나 지금 비무는 생사투가 아닙니다. 유신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개입한 것입니다.
유신은 독 때문에 시력을 포기하고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때 구두노가 등 뒤에서 기습했습니다. 두 번째 대결의 승리를 포기하고 유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서문청월이 개입한 겁니다. 경험이 많고 실력도 나쁘지 않기에 순간 판단으로 개입해서 유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신의 실력을 서문청월이 과소평가했기 때문이죠. 은접미천의 초식을 한 번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기에 유신의 찌르기가 힘없어 보이자 바로 개입했습니다.
승부에 개입한 게 아니라, 대결에 개입했습니다. 개입하는 순간 서문가는 대결에서 진 것입니다. 서문가의 명예가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일반 비무에도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당연히 구경하던 사람이 개입해서 사고를 막아야죠. 생사를 건 비무가 아닌데 패배를 감수하고 개입하는 게 불명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칼을 겨눈다고 다 생사투가 아닙니다. 죽어야 끝나는 비무가 있고, 죽지 않아도 끝나는 비무가 있죠. 물론 생사투가 아닌 비무에서도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습니다. 상대를 죽여도 되는 대결입니다만, 상대를 죽이는 게 대결을 끝내는 유일한 기준이 아닙니다. 생사투는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식의 대결이고 비무는 죽여도 되지만 안 죽여도 다른 방법으로 이길 수 있는 대결입니다.
독을 다 마시고 한 시진 버티면 대결이 끝납니다. 꼭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대결은 아닙니다. 비무의 형식이나 흉험함과는 별개로 첫 대결을 제외하고 기권도 가능합니다. 물론 오독교는 첫 대결에서 유신을 죽이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생사투인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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