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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쾌검신룡 용유신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8.03.26 09:54
최근연재일 :
2018.07.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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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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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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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원녀소고

DUMMY

서호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세운 서호루는 지어진 지 십 년도 되지 않아 건물에 칠한 붉은색이 선명하다. 계혈단(鷄血檀) 나무로 기둥을 세워서 은은한 단향을 풍기고 탁자와 걸상도 조금의 흠이라도 날세라 늘 새것으로 바꿔준다.


서호루의 유일한 문제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경치가 좋지만 땅이 무르고 습기도 심해서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없다. 이곳으로 오는 사람은 서호루를 찾는 게 아니면 아름다운 경치를 잠깐이라도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서호루를 찾는 손님이 적어 종일 파리만 날리는 날도 가끔 있다. 그러나 손님이 없어도 걱정이 없는 게 이 서호루의 주인이 바로 절강에서 가장 부유한 칠성문이다. 돈을 벌기보다는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려고 세운 것으로 찾는 손님이 적어도 숙수는 물론 점소이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


고관대작이나 문인묵객(文人墨客 - 글깨나 읽은 사람)들이 가끔 찾는 서호루는 오늘만큼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병장기만 패용하지 않았다뿐이지 누가 봐도 무인이 분명한 자들이 서호루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견문이 넓은 자라면 무인들이 입은 옷이 절강에서 가장 유명한 칠성문의 복식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아비의 무덤을 찾아보고 초설과 귀소에게 항주 곳곳을 구경시켜준 유신은 서문가의 후기지수를 대표하여 연회에 참석했다. 배분이 높은 사람들은 칠성문의 장원에서 세가 연합에 관한 회의를 열고 젊은 자들이 서호루에서 친목 도모를 한다. 꼭 해야 하기에 마지못해서 하는, 보여주기가 다분한 친목 도모여서 실제로 참석한 자들은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하며 경치를 감상하는 데 더 열중했다.


소림이 무림맹의 실권을 단단하게 잡고 있어 세가들은 무림맹의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각자 알아서 무림맹의 이름을 빌려 적당히 이득을 챙겼는데 소림이 나타난 이후 세가들보다 대문파의 사람들이 중용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림맹이라는 거대 단체가 가져다주는 단맛을 제대로 보았기에 탈퇴하자니 또 아까웠다. 거기에 마교를 상대하는 것을 명분으로 하는 무림맹이여서 몸을 빼자니 세간의 평가가 두렵기도 하다.


진퇴양난의 난감한 처지에 골머리를 앓을 때, 몇 달 전에 때마침 홍두명의 죽음이 전해졌고 뇌음사와 일월교의 분쟁이 알려졌다. 무림맹이 돈황을 차지하면서 일월교의 수익이 확 줄어들었고 이젠 되찾을 힘도 없으니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기 점점 힘들어질 게 뻔하다.


비가 오기 전에 미리 지붕을 고쳐야 물이 새지 않는다. 일월교의 몰락이 뻔한 상황에서 무림맹에 회의를 느낀 세가들은 따로 세가 연합을 구성할 궁리를 했다. 일월교가 무너지면 무림맹의 해체를 강력하게 주장한 후 세가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무림맹의 자리를 대체할 작정이다.


"처음 뵙는 분이군요. 나는 칠성문의 호운천이라고 합니다."


"용유신이라고 합니다. 서문가에 몸담고 있습니다."


"말투가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항주 태생입니다."


호운천은 유신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술을 권하며 친분을 쌓으려 했다. 다른 세가에 비교해 강호에서 칠성문의 지위가 몹시 부족하기에 연회를 개최한 주인 신분이지만 위세를 부리지 못했다. 사실 세가 연합에 칠성문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문주 호문식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세가 연합에 관한 회의를 항주에서 열리도록 만들었다.


"내 지금까지 용 형만큼 풍채가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일찍 교분을 쌓지 못한 게 한스럽습니다."


칠성문은 칠성표국으로 시작해 비단 장사로 일어선 가문이다. 비록 이제는 무가로 인정받지만 가업을 그만둔 건 아니어서 호운천은 뛰어난 화술을 구사했다. 유신 역시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말벗이 되어준 호운천이 싫지 않았다.


"호 형의 풍채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면인데도 오랜 지기와 같은 느낌입니다."


호운천은 주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듯 유신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나눴다. 한 손님만 잡고 친분을 쌓는 이상한 상황이지만, 유신 역시 이런 쪽으로는 아는 게 없어서 그저 기분 좋게 술잔을 나눴다. 연회가 끝날 때까지 혼자 조용히 있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말이 통하는 술벗이 생겼다.


연회의 분위기가 식을 기미가 보이자 점소이들이 앉은뱅이 탁자와 구현금을 대청 중앙에 옮겼다. 곧 얼굴을 면사로 가린 여인이 사뿐사뿐 걸어가서 금현을 하나씩 만지기 시작했다. 음이 마음에 안 드는지 젓가락 비슷하게 생긴 물건으로 금현을 받친 나무의 위치를 조금씩 움직였다. 얼굴을 가렸지만 밀가루로 빚은 듯한 아미와 고운 눈매로 보건대 용모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봉양루라고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은 기루인데 그곳에서도 가장 홍인(紅人 - 인기 만점)입니다. 용 형이 운도 좋습니다. 봉양루에 가도 앞에 앉히고 금음을 듣기 힘들 정도로 도도한 여자로, 본인이 내킬 때만 연주한다고 합니다."


유신은 모르지만 꽤 유명한 예기(藝妓)인지 사람들이 잔을 내려놓고 입을 다물었다. 곧바로 가늘고 긴 손가락이 금현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손톱이 상하거나 손가락에 물집이 트는 걸 걱정해 보통은 비녀를 닮은 나무 막대기나 소뿔을 깎아서 만든 삼각형 모양의 발편(拔片)으로 소리를 낸다고 들었는데, 여자는 맨손으로 연주했다.


"채염의 호가십팔박입니다. 내가 비록 풍류를 즐기는 호남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애달픈 연주는 처음인 듯합니다."


채염은 채문희라고 흉노에게 잡혀갔다가 조조의 도움으로 다시 중원에 돌아온 여자다. 십이 년 동안 중원을 그리던 삶과 두 자식을 두고 돌아와야 했던 아픔을 담아 만든 호가십팔박은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아닌 완만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표현하여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머리가 저 북산의 눈을 닮아갈 때까지 나와 함께하겠다던 임은, 내 가슴에 비수를 꽂고 떠나셨다네. 내 손을 바다가 마를 때까지 놓지 않겠다던 임은, 내 목을 조르다 떠나셨다네."


호가십팔박 자체가 남자들만 있는 술자리에 어울리는 곡이 아니다. 거기에 여자가 붙인 사(辭)는 더 이상했다. 호운천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노기를 띠기 시작했다.


"당장 멈추지 못하겠느냐?"


호운천이 호통치기도 전에 먼저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벌떡 일어서서 화내는 남자를 본 유신이 입가를 실룩였다. 백의장에서 나쁜 인연을 맺은 남궁용현으로 예전에는 모용부영과, 지금은 서문초현과 함께 최고의 후기지수로 불리고 있다.


유신은 고민 끝에 백의장에서 생긴 원한에 대해 복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서문가에 묶인 몸이고 부인과 아이도 있기에 괜히 분란을 더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궁용현의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참기 어려웠다. 아직도 마음의 수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유신은 화난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남궁 공자는 찔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노래할 때는 살짝 앙칼진 목소리가 나왔는데 말할 때는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나왔다. 몸매가 여려 보였고 눈매도 앳되어 나이가 어린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말투에 연륜이 묻어나왔다.


"호 공자, 뭐 하는 게요? 빨리 저 미친 것을 끌어내지 않고."


"당장 끌어내라."


호운천과 닮았지만 살집이 전혀 없이 호리호리한 남자가 지시를 내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남궁용현에게 비굴한 웃음을 짓는 모습에, 호운천이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호운천의 손목을 유신이 꽉 잡았다. 술기운이 오른 호운천이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미친년이 무슨 짓이냐?"


금을 타던 예기는 면사를 내리고 옷을 훌렁훌렁 벗기 시작했다. 천박한 여자의 행동에 이마를 찌푸리는 사람은 많지만, 굳이 나서서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왠지 나서면 재수 없는 일에 연루될 것 같은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상의를 벗은 여자의 가슴에는 진짜로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아까 호가십팔박에 붙인 사가 그저 적나라한 비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자는 가슴의 상처를 가리키며 힘없는 목소리로 흐느꼈다.


"남궁 공자, 좀 더 깊이 찔러서 목숨을 끊어주시지 그랬습니까. 죽지 못해 하루하루 연명하는 이 년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오늘 이 년이 직접 목숨을 바치러 찾아왔습니다. 목을 조르든 심장을 찌르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까는 침착을 잃고 고함을 지르던 남궁용현이 어느새 평온을 이루었다. 기본적으로 심계가 깊은 자로 조금 전에는 너무 의외의 상황이라 크게 당황했지만, 숨 몇 번 쉬는 것으로 침착을 되찾았다.


"소저는 왜 입에 머금은 피를 나한테 뿜는 것이오? 나는 소저와 초면이오."


여자는 벗은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깔깔 웃었다. 여자 가까이 다가간 칠성문의 문도 둘은 눈치를 보다가 슬며시 물러섰다. 누명을 벗기지도 않고 끌어내면 남궁용현은 물론 칠성문까지 구설에 오를 수 있다.


"남궁 공자가 준 신물(信物)은 이 천한 것이 늘 지니고 다닙니다. 그저 몸과 마음 다 바쳤던 남궁 공자의 손에 죽고 싶은 마음으로 어렵게 찾아왔는데 부디 소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백년해로를 맹세했던 이 신물은 도로 거둬가시지요."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꽤 귀해 보이는 옥패를 여인이 꺼내 들었다. 옥패 한 면에는 용현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고 반대편에는 혜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음각된 글자는 푸른색으로 착색한 듯한데 시간이 오래되어 칠이 꽤 떨어져 있었다.


"이 네 글자는 남궁 공자께서 비수로 직접 새기셨죠. 그 비수는 지금도 가지고 계시는가요? 혹시 천한 것의 피가 묻어서 버리셨나요? 그날처럼 제 심장에 비수를 다시 꽂아주세요."


남궁용현은 대꾸를 못 하고 호운천을 닮은 남자에게 눈짓만 거듭했다. 그때 검은색 무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일어서서 주위에 포권했다.


"진주 언가에서 온 언무득이라고 하오. 내가 예전에 관아에서 포쾌 생활을 몇 년 한 적이 있소. 다른 포쾌들이 몽둥이로 자백을 받아내는 것과 달리 나는 늘 증거물과 증인의 증언을 중요시했소. 만약 저 여인이 억울하다면 그 억울함을 풀어줘야 함이 마땅하고, 남궁 공자가 누명을 썼다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남궁 공자의 누명을 벗겨줘야 하오."


대청 중간으로 걸어간 언무득이 여인에게 차분히 말했다.


"소저는 우선 옷을 입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내 말에 대답하시오. 감정이 격하면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과장된 언사를 일삼으니 부디 진정하시오."


여인은 언무득의 말에 따라 옷을 다시 주워입었다. 언무득은 여인의 앞에 다가간 후 옥패를 건네받았다.


"확실히 말한 대로 혜연과 용현이라고 글자가 새겨졌소. 하지만 혜연(慧緣)이라는 말도 그렇고 용현(龍現)이라는 말도 그렇고, 자주 옥에 새기는 글자들이오. 혹시 그대의 말을 증명할 뭔가 특별함이 있소?"


"현자를 보시면 세로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늘 그렇게 써서 버릇해 왔다고 하더군요."


언무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옥패에 대해서는 내가 잠시 후 남궁 공자에게 꼭 확인하겠소. 그러나 이것 하나만으로는 두 분의 친분을 증명할 수 있을 뿐, 가슴의 상처가 남궁 공자의 소행이라는 증명이 되지 못하오. 혹시 다른 증거나 증인이 있소?"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언무득은 이마를 찌푸리고 여자를 다그쳤다.


"소저, 이대로라면 황제 폐하를 찾아가도 소저 편을 들어주지 못하오. 잘 생각해 보시오. 다른 증거나 증언을 해줄 만한 누군가가 없소?"


"없습니다. 이 원녀(怨女)는 그저 소고(訴苦 - 신세 한탄)할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을 뿐입니다."


언무득이 찌푸렸던 이마를 폈다.


"그럼 이건 어떻소? 이젠 아무 증거도 없는 거요."


언무득의 손에서 옥패가 가루로 변해 천천히 흩날렸다. 경악을 금치 못한 여인이 소리 지르며 덮쳐갔지만, 언무득은 경공을 펼쳐 가볍게 피했다. 언무득의 손에서 떨어진 가루는 우연인지 고의인지 바닥에 넘어진 여인의 몸 위로 떨어졌다.


유신은 다시 한번 꿈틀거리는 호운천을 눌렀다. 단순히 손목을 잡힌 것인데 전혀 꼼짝할 수 없자 호운천은 유신에게 눈빛으로 이유를 물었다.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눠 한 사람을 알기에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경멸의 눈길로 통곡하는 여인을 차갑게 바라보는 말종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때 여인이 입으로 검은 피를 토해내더니 눈을 뒤집으며 죽어버렸다. 누가 봐도 독을 먹고 자결한 모습이다. 호운천은 나서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칠성문은 무가이기도 하지만 장사꾼이기도 하여 금기가 무척 많다. 그중 하나가 도움을 받은 자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 화가 도와준 자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이다.


"원수의 뜨거운 피를 마시며 친우를 잃은 슬픔을 달래던 강호가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무공을 익힌 사내들이 닭 모가지 비틀 힘이 없는 나약한 여인네를 핍박하고, 눈이 먼 자들은 그걸 지켜보고만 있구나. 내 오늘 하늘을 대신해 스러진 정기를 바로잡으리라."


뻣뻣하게 굳은 여인의 시신 곁에 아담한 체구의 노파가 나타났다. 학발동안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하얀 머리에 비교하면 얼굴색이 무척이나 붉었다. 눈가와 입가를 제외하면 주름도 많이 보이지 않아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용모다.


"언가의 어린아이야, 와서 무릎을 꿇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읊어 보아라."


언무득의 몸이 노파 쪽으로 천천히 끌려가기 시작했다. 구경하는 자들은 물론 끌려가는 언무득도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일어난 변화에 호운천은 유신과 눈을 마주쳤다. 이렇게 될 걸 알았냐는 질문과 노파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아느냐는 두 가지 질문을 함께 눈에 담았다.


유신은 손가락에 술을 찍어 탁자 위에 글자를 적었다. 예전과 달리 아는 글자가 무척 많아서 틀리게 적지 않았다.


'고수가 더 있다?'


호운천이 글을 다 읽은 후 유신의 손이 탁자를 슬쩍 쓰다듬자 술이 자국조차 남기지 않고 깨끗이 사라졌다. 여인의 처지에 대한 동정과 칠성문이 개최한 연회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호운천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어느새 죽은 여인 앞까지 끌려간 언무득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굽혀지는 허리를 펴려고 버티는 언무득의 턱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때 더는 지켜보기 힘들었는지 남궁용현이 나섰다.


"노선배, 손속에 사정을 두면 이후 서로 웃는 낯으로 만날 수 있지 않겠소. 언 공자의 장난이 조금 심했으나 이렇게 수모를 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오."


숙어지는 허리를 펴려고 이를 악물던 언무득은 등에 가해지던 힘이 갑자기 사라지자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넘어져서 사지를 바둥거리는 모습이 마치 뒤집어진 자라와 같아서 웃음이 헤픈 몇몇은 억지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남궁가의 검이 고려와 동영의 영향을 받아 무척 살상력이 강하다 들었는데 오늘 이 늙은이가 한 번 견식 해보고 싶구나. 아가야, 어서 이 할미 앞에서 재롱을 부려 보아라."


유신은 남궁용현의 개입이 달갑지 않았다. 노파의 수법에 대해 대충 감을 잡았는데 남궁용현이 끼어드는 바람에 노파가 힘을 거뒀다. 좀 더 지켜보면 확신할 수 있었을 테고, 그렇게 되면 유신을 계속 괴롭히던 궁금증이 풀린다.


'귀면암영과 같은 사문인가? 설마 귀면암영 본인은 아니겠지?'


작가의말

원래 서호루에서 3편 분량의 대화 장면이 있었는데 과감하게 2편을 삭제했습니다. 글의 긴박감을 죽인다는 판단과 쓸데없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풀어서 머리 아프게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글을 쓴 저도 읽기 싫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줄이기로 했습니다.

호운천은 원래 불쌍한 여인을 위해 나서려고 했지만, 여인이 자결하자 안 나선 게 다행이라고 안도했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을 전제로 남을 돕습니다. 제 생각에 협은 자기 안위나 손해 따위는 따지지 않고 남을 돕는 겁니다. 그렇다고 부자의 기부는 당연하고 가난한 사람의 기부는 협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할 수 있어서 하는 기부든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렵게 하는 기부든, 도움받는 사람에게는 똑같은 거겠죠.

주인공이 여인이 죽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거듭 고민하다가, 제가 생각하는 협을 기반으로 해서 이번 편의 진행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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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한복명 +25 18.07.25 5,520 157 13쪽
128 이화접목 +4 18.07.25 5,318 132 13쪽
127 옛날 옛적에 +8 18.07.24 5,483 159 13쪽
126 운종흑룡 +19 18.07.23 5,673 168 13쪽
125 때가 되면 알 수 있는 것 +10 18.07.22 5,926 152 14쪽
124 기억 전이 +6 18.07.21 5,865 144 13쪽
123 백척간두 +10 18.07.20 5,958 178 14쪽
122 우행의 서신 +11 18.07.19 5,896 154 13쪽
121 독과 약 +11 18.07.18 6,176 165 13쪽
120 백련교 호법 +12 18.07.17 6,157 158 14쪽
119 오독교 토벌 +8 18.07.16 6,503 146 14쪽
118 백화제방 +5 18.07.15 6,159 167 13쪽
117 약왕 +10 18.07.14 6,055 158 14쪽
116 신이 강림하다 +10 18.07.13 6,436 172 13쪽
115 민란 +19 18.07.12 6,517 177 13쪽
114 우문현성의 꿈 +15 18.07.11 6,681 167 15쪽
113 암살 +6 18.07.10 6,500 159 13쪽
112 재우 +8 18.07.09 6,743 16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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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비단의 길 +15 18.06.03 7,795 190 12쪽
75 천산으로 +7 18.06.02 7,931 175 12쪽
74 옥면검룡 +13 18.06.01 8,078 193 12쪽
73 사탄상 +22 18.05.31 7,926 224 12쪽
72 형제의 우애 +20 18.05.30 7,894 211 12쪽
71 선박 추격전 +8 18.05.29 7,842 192 12쪽
70 동중하 +16 18.05.28 8,111 199 12쪽
69 검문관 +10 18.05.27 8,598 188 12쪽
68 주숙야행 +12 18.05.26 8,623 183 12쪽
67 추적 연합 +12 18.05.25 8,630 192 12쪽
66 모용부영 +7 18.05.25 8,729 186 12쪽
65 홍면주귀 +7 18.05.24 8,873 204 12쪽
64 담화궁과 영웅회 +12 18.05.23 9,089 191 12쪽
63 재 뿌리기 +28 18.05.22 9,402 194 12쪽
62 영웅대회 +14 18.05.21 9,391 197 12쪽
61 낙양으로 가는 길 +7 18.05.21 9,304 209 12쪽
60 귀사소년 +10 18.05.20 9,750 206 12쪽
59 등가교환 +15 18.05.19 9,089 230 12쪽
58 우공이산 +12 18.05.18 9,248 216 12쪽
57 회오리바람 +26 18.05.17 9,280 202 12쪽
56 대리 비무 +19 18.05.16 9,267 202 12쪽
55 토납공 +13 18.05.15 9,284 225 12쪽
54 만류분해 +8 18.05.14 9,498 212 12쪽
53 오독교 +12 18.05.13 9,286 212 12쪽
52 당문으로 +19 18.05.12 9,471 244 12쪽
51 은접미천 +17 18.05.11 9,593 215 12쪽
50 담화궁 +14 18.05.10 9,932 195 12쪽
49 동귀어진 +19 18.05.09 9,333 226 12쪽
48 유쾌불파 +22 18.05.08 9,464 244 12쪽
47 담화일현 +7 18.05.07 9,722 221 12쪽
46 친선비무 +15 18.05.06 9,894 212 12쪽
45 일류의 경지 +10 18.05.05 10,045 205 12쪽
44 신혼 +8 18.05.04 10,229 223 12쪽
43 유정인종성권속 +16 18.05.03 10,107 220 12쪽
42 설투 +15 18.05.02 10,137 222 12쪽
41 화향만루 청풍영수 +16 18.05.01 9,949 236 12쪽
40 원칙 있는 남자 당우형 +9 18.04.30 9,828 212 12쪽
39 역근경 +15 18.04.29 10,115 230 12쪽
38 무림맹 +9 18.04.28 10,246 222 12쪽
37 쾌검신룡 +11 18.04.27 10,192 224 12쪽
36 소림의 맹세 +19 18.04.26 9,923 222 12쪽
35 고주일척 +16 18.04.25 9,906 220 12쪽
34 연모와 연민 사이 +19 18.04.24 10,061 216 12쪽
33 곤륜파 고수 +9 18.04.23 10,140 220 12쪽
32 십팔동인진 +8 18.04.22 10,147 218 12쪽
31 태산북두 +9 18.04.21 10,398 202 12쪽
30 서문세가의 쾌검 +17 18.04.20 10,814 225 12쪽
29 동행 +11 18.04.19 11,012 225 12쪽
28 취서호 +12 18.04.18 11,386 225 12쪽
27 첫눈이 내리다 +16 18.04.17 11,424 249 12쪽
26 청죽단풍검 +9 18.04.16 11,307 225 12쪽
25 사람이 있는 곳에 강호가 있다 +13 18.04.15 11,318 239 12쪽
24 강호는 진흙탕이다 +10 18.04.14 11,752 232 12쪽
23 서호에서 봅시다 +13 18.04.13 12,045 227 12쪽
22 청죽방 +3 18.04.12 12,335 228 12쪽
21 계중계 투중투 +11 18.04.12 12,320 251 12쪽
20 힘의 논리 +11 18.04.11 12,256 245 12쪽
19 야명주 +11 18.04.10 12,481 254 12쪽
18 문경지교 +21 18.04.09 12,874 241 12쪽
17 막내 일꾼 +15 18.04.09 13,414 264 12쪽
16 서로 좋은 거래 +11 18.04.08 13,350 261 12쪽
15 음차양착 +13 18.04.07 13,238 244 12쪽
14 풍운불측 +6 18.04.06 13,811 237 12쪽
13 고수의 진면목 +9 18.04.05 13,743 271 12쪽
12 무절연환침 +8 18.04.04 13,925 267 12쪽
11 하얀 달 아래 나눈 대화 +11 18.04.03 14,559 281 12쪽
10 백의신녀 +13 18.04.02 14,784 275 12쪽
9 이것이 강호다 +9 18.04.01 14,963 274 12쪽
8 절정고수의 대결 +9 18.03.31 16,050 262 12쪽
7 객점 혈투 +12 18.03.30 16,884 261 12쪽
6 철골한 매화향 +10 18.03.29 18,004 262 12쪽
5 개방 고수 +7 18.03.29 19,866 273 12쪽
4 운우지락 +15 18.03.28 20,710 270 12쪽
3 마교 흑혈랑 +19 18.03.27 23,649 293 12쪽
2 잠꾸러기 소년 +11 18.03.27 29,834 316 12쪽
1 눅눅한 피바람 +34 18.03.26 46,849 3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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