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세계 - 129
픽션(허구)입니다. 본 작품은 저의 순수착장물입니다. ^,.~
미진과 약속한 장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엘본더테이블’ 가로수길 본점이라는 곳이었다. 파인뷰를 통해 자동으로 그곳이 유명 셰프(Chef) 최현석의 레스토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 내가 틈틈이 본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현한 최현석 요리사의 식당이라 생전 처음 보게 된 유명인인가? 기대되네!’
모든 것이 미진의 도착할 시간에 맞춰 진행했으니 내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미진도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제가 늦었나요?”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미진의 퇴근 시간에 맞춰진 약속이라 약간 어두컴컴했지만 도시고 주변의 빛이 미진의 우아한 모습을 숨길 수 없게 만들었다.
직장에 다녀와야 했고 나름의 데이트를 준비해서일까?
4월의 날씨 때문인지 쌀쌀한 바람에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은 금빛이 도는 갈색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웨이브 때문인지 아름답게 흩날렸고 아주 엷은 베이지 색상의 여성용 재킷(jacket) 안에 아주 엷은 청색을 바탕에 조금 짙은 청색으로 체크(check) 모양을 만들고 가로와 세로로 만들어진 굵은 체크를 다시 밝은 회색과 짙은 회색을 이용해 강조해 튀지 않지만 정갈하고 따듯해 보이는 소재를 선택해 정갈하면서도 포근함을 가미한 탑원피스가 돋보였다.
다행히 가슴골이 아주 살짝 보이는 탑원피스라 안심하는 영운이다.
“제가 예약했어요. 어서 들어가요.”
“예, 들어가시죠.”
영운은 먼저 건물에 들어섰다. 벽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들어나 있지만 잘 마무리되어 깔끔해 보였다. 요즘은 방송을 봤기에 ‘이런 건물이 유행하나?’라고 생각하며 자동으로 열리는 것으로 보이는 유리문 앞에 도착했다.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미진과 나란히 들어선 ‘엘본더테이블’의 내부는 의자를 제외하고는 온통 블랙이었고 스틸에 반사되는 은빛과 조명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감각을 중시한 실내장식의 레스토랑이었다.
아주 잠시 움찔했다.
비록 감탄사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 창피한 일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런 곳도 처음인데 사람이 가득 찼다는 것이다. 오래전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웬만한 사람이 가는 정도로 드나들었지만, 그때의 레스토랑은 고전적이었지 이렇게 현대적인 곳은 아니었고 이렇게 사람도 많지 않았기에 놀란 것이다.
물론 자신의 집과 레어가 매우 호화롭지만, 너무 익숙하고 자신이 처음부터 참여했기에 색달라 보이지는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현대적인 분위기는 아니라 다소 놀랬고 이를 알아차린 이들의 비웃음을 사게 된 것이다.
미진은 영운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무척 부자고 이런 곳은 익숙할 줄 알았더니 그것은 아닌 것 같아서 선뜻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영운의 팔에 팔짱을 끼며 이끌었다.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나요?”
“예, 전미진으로 예약돼 있을 겁니다.”
“…네, 예약확인 했습니다. 저희 직원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네, 고마워요.”
우리는 직원의 안내로 자리에 도착했다.
베이지에 목재로 된 의자를 꺼내 미진을 앉힌 영운은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호호호 아니에요. 전 이런 곳에 경험이 많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으시네요.”
“요리사는 세 분이 계시지만 이렇게 손님이 많은 현대적인 레스토랑은 처음이라 하하하 그렇다고 이런 곳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요.”
“아! 어쨌든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름으로 챙겨보는 프로에 나오는 허세로 유명한 최현석 셰프의 레스토랑이라 아주 기대가 큽니다. 제가 나름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답니다.”
“호호호 그래요?”
직원의 권유에 메뉴판을 받아들었다.
디너(dinner) 메뉴? 이제 웬만해서는 한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분이 상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어 저녁 식단을 보니 세트로 구성된 것 같다.
“미진 씨 어떤 게 좋겠습니까?”
“엘본(elbon)이라는 이름을 걸었으니 엘본 디너세트로 할까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직원에게 110,000의 엘본 세트를 주문했다.
“근데 왜 하필이면 엘본일까요?”
“엘본(elbon)이 팔꿈치라는 뜻이니 아마도 elbow grease의 뜻처럼 ‘팔 쓰는 일’이라는 뜻을 가져와 아마도 수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영어에도 능하시네요?”
“제가 군에서 미군과 근무하다가 배워둔 회화실력이 아까워서 그냥 시골에서 남는 게 시간이라 공부 좀 했습니다. 변변찮은 실력일 뿐입니다. 쑥스럽습니다. 하하하.”
미진은 생각했던 것과 아주 다른 모습을 여럿 접하게 되자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이제 어떻게 하지 능력이라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아직 시간은 많아 더 지켜보자.’
“저 실례되는 질문인데 대머리로 보이지는 않는데 왜 그 머리를 선호하세요?”
“…그러고 보니 왜? 그랬을까요? 사실 얼마 전까지 스트레스가 많아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습니다. 유전적으로 대머리는 아니라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후천적으로 대머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 그냥 깎자는 생각에 깎았고 요즘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호전됐지만 편하다 보니 잊고 살았습니다. 하하하. 기르는 게 좋을까요?”
“헐~ 당연하지요. 당장 기르세요.”
“하하하 그럼 길러볼까요? 알겠습니다. 저도 예전의 모습이 돌아올지 궁금하네요.”
영운은 미진의 질문에 최대한 능력에 대한 것을 숨기고 솔직히 대답했다.
간혹 미진과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지만 그렇다고 과대해서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이 순간을 즐겼다. ‘이런 일이 흔하지 않잖아. 즐기자.’
영운의 담담함과 솔직함이 미진에게는 당당하므로 느껴졌다.
비록 들어올 때 주춤하며 웃긴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은 모르는 이들에게는 우습게 느껴질지 몰라도 자신은 영운의 부를 조금이나마 이번 사태로 경험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소탈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음, 얘기할 거리가 없네! 보통 여자처럼 주절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어쩐다. …아!’
“저, 혹시 우리 회사의 주식이 50%를 넘게 되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제가 시골에서 구멍가게지만 가게를 12년 운영해보니 사업은 소신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뭘 안다고 나서겠습니까? 특별한 일이 있기 전까지는 별로 나서고 싶지 않습니다. 일부러 주식을 구매할 생각도 없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자신이 모르는 것을 한다는 것은 어렵죠.”
영운은 중국자본에 대한 견제를 생각했지만 직접 운영할 생각은 없기에 간접적으로 뜻을 전했다. 아마 49%의 주식을 어쩔 수 없이 잃었으니 걱정했을 것이다. 또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꼬치꼬치 묻는 말에 대답하고 보니 꼭 청문회에 온 기분이었다.
싫은 건 아니었다.
‘…음, 그래도 직접 참여는 하지 않지만 한 가지 예외적인 것은 만들어놔야겠지? 뭐가 좋을까? …오, 그게 좋겠네!’
“갑자기 떠올랐는데 제가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k팝스타를 빼놓지 않고 봅니다. 혹시 밀어주고 싶은 애들과 인연이 된다면 혹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군요.”
“아! 예. 음악을 아주 좋아하시나 봐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음악에는 작은 한이 있지요…”
영운의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는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어려는 몰랐는데 철이 들면서 피아노를 치는 이들이 부러워했고 어린 마음에 무척 상처를 받았는지 크면서 그것에 자격지심(自激之心)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전에는 피아노와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아마 음악가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지금도 피아노 잘 치는 남자들을 보면 자격지심이 들더군요. 부끄럽습니다마는 아마도 그래서일까요? 노래 부르는 걸 무척 좋아했답니다. 배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나 보상…음, 위로 같은 걸까요?”
‘보기보다 상당히 감성적이구나!’
“그럼, k팝스타를 보시는 이유는 젊은 시절의 투영인가요?”
“못 가진 것에 대한 미련일 겁니다. k팝스타를 보면서 아쉬운 애들이 있다면 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평생을 돈 벌어서 누군가를 돕고 싶어 했거든요.”
“아! 그래서 자선사업을 하시게 된 거군요.”
“고인의 유지를 받든 것이지만 저도 뜻이 있어서 크게 키웠지요. 생각난 김에 피아노를 배워봐야겠습니다. 하하하 늦은 나이지만 가능할 것도 같네요!”
“네! 맞아요! 못 배울 이유는 없지요. 제가 응원할게요. 호호호. 조금씩 나와서 감질나지 않으세요?”
“적당한 순간에 나와 줘서 괜찮습니다. 얘기에 방해가 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세 분의 요리사 덕분에 나름의 경험이 있거든요.”
‘쁘~용’ 아가가 응가를 했다.
“누림이 응가를 했네요. 냄새나기 전에 어서 치워야겠어요.”
“아! 알람이 응가를 알려주나요? 그러세요.”
“우리 공주님 응가하고 깨신 것 보니 배도 고프시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주 능숙하게 응가를 처리했다.
누군가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냄새도 나지 않기에 개의치 않고 엉덩이를 물티슈로 닦고 토닥이며 말렸다. 뽀송뽀송해진 다음 기저귀를 채우고 알람의 집게를 벌려서 물린 다음 젖병을 꺼내는 척하며 아공간에서 모유 젖병을 꺼내며 빤히 바라보는 미진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미진이 물어왔다.
“제가 안아도 울지 않으니 먹여볼까요?”
“그러실래요? 그럼 자, 받으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누림을 미진에게 건네고 누림이 영운과 미진을 돌아보다가 미진이 입에 물리는 젖병을 덥석 물고 열심히 빨기 시작하자 안심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알람 때문에 울 일이 거의 없겠어요?”
“예, 친구가 만들어줬는데 아주 편합니다.”
“누림이 이름인가요?”
“아니요. 임시로 불렀던 이름이고 오늘 아침에 수빈이라는 이름을 지어왔습니다. 미진 씨도 아시겠지만, 이놈은 아무에게나 안기지도 않고 부모도 찾을 수가 없어서 제가 키울까 하고 생각 중이라 먼저 이름을 지어왔습니다.”
“…역시 그렇게 되는군요. 그럴 거로 생각했어요. 남들이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네요. 부부로 알겠죠? 이런 기분은 처음이지만 나쁘지는 않네요. ……휴, 이런 아이를 꼭 키우고 싶은데 저에게 기회를 주시겠어요?”
“……!”
너무 놀라서 말은 나오지 않았다.
미진이 영운에게 프러포즈를 한 것이다. 영운은 급히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다음에 터질 듯이 벅차고 빨리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제가 웬만하면 자존심을 지키려고 기다려 보려고 했는데 영운 씨를 보니 확신이 없는 한 어려울 것 같고 나이 들어 불타는 사랑이 찾아올 것 같지도 않고 영운 씨랑 있으면 믿음직스럽고 편해요. 누림일 사랑하는 것처럼 저도 사랑할 자신이 있나요?”
“저도 미진 씨와 있으면 설렌답니다. 제가 먼저 프러포즈를 해야 하는데 먼저 고백하게 해서 미안해요. 제 장기가 믿음과 노력입니다. 시작은 제가 먼저 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어휴 얄미워요. 어머, 왜 꼬물거리니 벌써 다 먹었네요. 호호호 여기 보세요. 오물거리는 입이 아주 앙증맞고 귀엽지 않아요.”
“아주 귀여워서 제가 사랑에 빠졌답니다. 하하하.”
“흥.”
마침 수빈이 젖을 다 먹었기에 난감한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조카가 있었는지 누림이 트림을 하게 유도하고 트림을 하자 뽀뽀를 해주고 영운에게 건네지 않은 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스코리아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나름으로 예쁘고 아이를 안은 모습도 아름다운 미진이 한없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우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겠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과 기분 상하는 내용, 부분은 꼭 지적해주십시오. 그 정도만 꼭! 부탁합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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