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세계 - 1
픽션(허구)입니다. 본 작품은 저의 순수착장물입니다. ^,.~
쏴
우르르···. 꽝 꽈꽝.
“이런 젠장! 이게 웬 날벼락이야."
다급해진 손나날은 급히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산중이고 비가 양도 많아 섣불리 이동할 수도 없었다.
그저 소나기이길 바라며 제법 큰 나무 밑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한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그칠 줄 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렸다.
‘20여 년 만의 등산에 웬 날벼락이냐?’
분명히 날씨 뉴스에 맑음이라고 했다.
기상청 놈들이 슈퍼컴퓨터를 사들이고, 한동안 버벅거렸지만 무능한 것은 아닌지. 적중률이 높아지는 것 같아 믿었다.
‘신발 놈들 믿는 게 아니었어. 무능한 새끼들···’
자연을 어찌 인간이 다 재단하겠는가.
영운도 알지만, 분풀이할 곳은 놈들뿐이라 애꿎은 기상청 놈들을 욕하며 분을 달랬다.
‘내가 불운한 캐릭터인가?’
영운은 여태까지 자신이 불운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데 거의 20년 만의 외출에 그것도 꼼꼼히 챙기고 출반한 등산이 이렇게 되자 중요한 고비 때마다 고배를 마셨던 자신이 떠올라 그칠 줄 모르고, 불운했던 과거로 치달렸다.
누구나 40대 후반이면 나름의 상처를 갖고 있다.
특히 20대에 IMF를 겪어야 했던 영운의 세대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자신이 가졌던 것들을 송두리째 빼앗겨야 했다.
누구는 돈을, 누구는 직장을, 또 어떤 이는 삶을 포기해야 했다.
그 틈에 영운도 끼어 있었고, 영운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영운은 분노했지만, 빚쟁이들을 피해 다는 것만도 벅차 분노의 표출할 수도 없었다.
‘그때 정부를 믿는 것은 미친 짓이란 것을 깨달았지.’
당시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던 영운은 부모님의 잔소리와 가풍, 천주교 신자로서 나름의 봉사를 실천해왔기에 방탕하진 않지만, 적당히 즐기며 살고 있었다.
또 친구 덕에 증권으로 많은 수익을 올렸고, 친구를 믿었기에 친구가 권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줬고, 다들 증권을 팔 때도 조금만 참으라는 친구의 말을 믿었고, 믿음의 대가가 휴짓조각이 된 주식과 차입투자로 인해지게 된 빚뿐이었다.
친구는 이미 외국으로 떠났고, 친구가 남긴 편지로 내막을 알았지만 영운에겐 자신을 배신한 친구를 찾을 시간도 없었다.
‘친구를 탓하기 전에 날 탓해야지. 내 삶을 누구에게 맡겨···’
영운은 때는 늦었지만 모든 책임은 자신의 선택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선택에 최대한 신중했고,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단 실리를 따지기 시작했다.
당시 영운은 직장을 구할 수 없었고,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아마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더구나 은행은 물론 카드사에서 가족에게 압박을 가하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집을 떠나 자신도 모르게 나쁜 길에 빠져들었지만, 다행히 조금 남은 양심에 괴로워하다 빠져나왔고, 조금 남은 돈을 이용해 고향으로 돌아와 취미였던 컴퓨터조립과 수리능력을 살려 피시방 아르바이트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엄마가 찾아오셨다.
가족과 자신의 생활권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을 보면 가족이 찾아오길 바랐던 것 같다.
‘나를 기억하고 걱정하는 것은 가족뿐이구나.’
집을 떠난 후 5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깨달은 영운은 엄마 덕분에 5년간의 방랑을 접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안심과 죄책감을 느꼈다.
엄마를 따라 이동하면서 들은 소식은 참담했다.
영운 때문인지 아니면 IMF 때문인지 안양의 집을 처분하시고, 시골의 아시는 분의 빈집을 빌려 이사하셨고, 얼마 되지 않은 돈을 형과 여동생에게 나눠주시고, 따로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주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났구나!’
영운은 얼굴을 들 수 없었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초점을 상실한 체 멍하니 차에 실려 시골로 내려오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귀농이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며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 했고, 작은 욕심을 하나씩 버리던 3주 후부터 고요함에 익숙해졌다.
익숙함은 편안함이 되었고, 3개월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참맛을 알기 시작했다.
‘나 같은 놈에게 도시의 생활보다 시골의 삶이 더 잘 어울리네!’
평소 성취도 경쟁심도 없이 자기 잘난 맛에 살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시골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 사실이 그랬다.
시골의 삶은 정말 자신에게 꼭 맞았고, 많게 느껴졌던 빚도 다 갚고 조그맣지만, 자신의 가게도 마련했다.
가게는 책을 좋아해 도서대여점을 차렸고, 피시방도 없는 시골이라 컴퓨터 수리와 컴퓨터 몇 대를 마련해 간이피시방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엔 한 연재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다.
“비 때문인가? 쓸데없는 잡생각이··· 결코 불운했던 것만은 아니었어. 어쨌든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
결코, 나아질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멀스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더는 안 되겠어. 내려가자.”
영운은 내려가기로 하고 아주 조심스레 내려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올라올 때 발견하지 못한 안식처가 있을까 봐 주변을 끊임없이 살폈다.
아무리 산이 완만하다고 해도 산은 산이었는지 위험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차분히 위기를 넘겼다.
다만, 점점 더 지치고 체온이 내려가 둔해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우르릉 꽝.
번쩍 꽈~광.
“아~악.”
영운이 내려가는 길은 깊은 계곡은 아니지만 퍼붓는 비 때문에 불어난 빗물과 질척해진 진흙 때문에 위험했다.
그래서 미끄럽게 변한 돌이 조심하며 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때 마침 근처에 떨어진 번개와 큰 천둥소리로 놀란 나머지 영운은 그만 발을 잘못 짚고 말았고, 골짜기 아래로 미끄러지며 떨어지고 말았다.
“욱, 이런, 젠장 미치겠네!”
영운은 점점 불어나는 물에 움직이려 했지만 미끄러질 때 발목을 접질렸는지 발목이 끊어질 듯 아파 그만 나이에 맞지 않는 상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만큼 이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접질린 발목이 심하게 쑤시고, 붓기 시작했는데 계곡의 물이 더 불어날 것이 분명한 지금 그대로는 있을 수 없다는 거다.
“죽기 살기로 가보는 수밖에 없나? ······없네!”
등산로를 따라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 영운은 아픈 다리를 이끌고, 느릿느릿한 걸음으로나마 필사적으로 내려가며 부목이 될 만한 것을 주워 발목에 부목을 덧대고, 묵묵히 낮은 곳을 찾아 내려갔다.
도무지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지경에 처한 영운은 물이 흐르는 방향이 아래쪽이라는 것을 믿고 물을 따라 이동했다.
하지만 다시 영운에게 문제가 찾아왔다.
이제 해는 완전히 져서 주변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이렇다고 내가 죽을까 보냐."
평소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을 즐겨봤던 영운은 자연에 굴하지 않고 방수가 가능한 스마트폰의 LED 빛에 의지해 아픈 발을 질질 끌고 조금 더 낮은 곳을 찾아 계속 이동했다.
다친 발목과 비로 인해 물러진 흙 때문에 쉽게 지친 영운은 한 손에 에너지 바를 물고 씹고, 한 손엔 스마트폰의 조명으로 길을 밝히며 산에서 내려오다 반짝이는 빛을 발견했다.
"빛!"
군대를 다녀온 영운은 밤중에는 담뱃불도 수 km 밖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자세히 빛을 확인한 그는 일정한 빛으로 담뱃불이 아닌 전등에 의한 전깃불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어두워서 얼마나 먼 거리인지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전깃불이야."
'죽으란 법은 없군!
이미 한계에 다다랐던 영운은 전깃불에 희망을 걸고 한발 한발 지친 몸을 이끌었다.
‘조금만 참으면 돼. ···조금만.’
우르릉 꽝. 꽈 꽝 꽝.
아픔을 참고, 이동해서 100여 미터를 두었을 무렵 천둥소리가 들렸고, 벼락이 연거푸 영운이 향하는 건물로 내리꽂혔다.
벼락으로 밝아졌고, 전형적인 연구소 건물의 피뢰침에 3~4번쯤 내리꽂히는 걸 정확히 바라봐야만 했다.
한데 지붕의 피뢰침이 특히 했다.
꼭 일부러 벼락을 맞으려는 듯 아주 높이 그것도 보통의 피뢰침의 몇 배는 큰 삼지창을 연상케 했다.
퍼버벙 펑, 펑.
와장창 창.
벼락을 맞은 건물에서 폭발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뭔 일이래?’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비를 피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 겨우 도착한 곳에 날벼락이 떨어지고, 이윽고 폭발까지 하자 망연자실했다.
그러다 문뜩.
“헉, 설마 큰일 난 건 아니겠지?”
팅 티팅 팅.
폭발한 건물에서 뭐가 날아왔을까.
영운의 앞에 유리제품이 떨어졌고 영운은 정신을 차렸다.
“뭐지.”
어두운 밤에 우리 구술에 전기가 가둔 듯 푸르스름하게 빛나서 더 잘 보였다.
한때 인공정전기를 볼 수 있게 했던 구슬이랑 비슷했고, 짧게 약간씩 번쩍이는 것이 상당히 아름답고 탐스러워 집어 들었다.
“오, 상당히 크네! 상당히 빠르게 날아온 것치곤 멀쩡한데.”
폭발 때문에 날아왔으니 유리라면 깨졌을 거나 흠이 났을 텐데 짧은 순간이지만 계속 발생하는 스파크로 환인 한 결과 표면엔 어떤 흔적도 없었다.
크기는 어른 주먹만 하고, 무거운 걸 보니 플라스틱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큰 게 보석일 리는 없으니 인조보석 즉 큐빅이라는 말이 된다.
“큐빅이 확실한 것 같은데 이 번쩍이는 빛은 정체는 뭘까?”
큐빅은 완벽한 구 형태지만 보석처럼 깎여 각이진 다 각형이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 큐빅의 양쪽에 단자가 붙어있었고, 단자에는 끊어진 게 분명한 전기선이 짧지만 달려 있었다.
“LED처럼 빛나게 만든 건가?”
영운은 무심결에 양쪽의 단자를 잡았다.
감전되고 말았다.
“으아아악!”
지, 지~직.
으으으······.
털썩.
간혹 번쩍이는 정전기를 보고, 정전기로 생각했지 누가 벼락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영운은 잡자마자 큐빅을 놓으려 했지만, 큐빅은 잡는 순간 이미 몸은 번개에 의해 경직된 상태였고, 갈수록 강렬해지는 번개의 기운이 전신을 옥좼다.
‘뭐지? 무슨 상황이야 감전에 의한 마비 증상인가 설마?’
온몸이 경직되자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큐빅을 만진 후부터 시작된 뜨거움이 전신을 뒤덮었고, 이놈의 전기가 온몸을 돌아 큐빅으로 들어가고 다시 나오기를 반복할수록 점점 더 뜨거워졌다.
타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웠지만, 오히려 정신은 반대로 멍해졌다.
‘이렇게 죽는 건가?’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짐을 느끼고 정신을 차리려 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사람의 목숨을 질기다던데.
‘죽기 전에 발악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 이렇게 죽어줄 수는 없어!’
순간 흐려지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의지를 불태우자 꼭 없던 힘이 생긴 것 같았고, 마지막 한 톨의 기운이라도 모아 손에 붙은 ‘큐빅’을 떨어뜨리는 데 사용하려고 정신을 집중했고, 기원을 담아 온 힘을 다해 손에서 떨쳐냈다.
‘떨어져!’
염원을 담아 저항하려 했지만, 손을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고, 큐빅은 영운과 한몸인 듯 착 달라붙은 체 더 옥좼다.
이를 확인한 순간 더 빠르게 정신이 멍해지며 붕 뜬 기분이 되었고, 더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족이 떠올랐다.
미안했다.
여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지만, 여자는 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조건을 봤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갈구했고,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가족에게 상처만 안겨줬던 것이 떠올랐다. 후회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쓸데없는 조건에 좌지우지되는 여자보단 가족에게 더 충실할 걸··· 스펄.’
눈이 스르륵 감기며 몸에 힘이 빠졌다.
‘다시는······.’
힘을 잃은 영운의 손이 떨어져 내렸다.
스르르 툭.
미동도 없는 영운을 큐빅에서 흘러나온 벼락이 계속 지져댔다.
지, 지~직.
우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겠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과 기분 상하는 내용, 부분은 꼭 지적해주십시오. 그 정도만 꼭! 부탁합니다. 꾸벅 ^.^
Commen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