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세계 - 3
픽션(허구)입니다. 본 작품은 저의 순수착장물입니다. ^,.~
* * *
고인을 덮었던 이불로 다시 전신을 덮고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그저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있었을까?
정신을 차린 것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프로펠러 소리 때문이었다.
정신을 수습한 영운은 밖으로 나가 헬기에서 내리는 119대원들을 안내하고, 그들을 도와 두 분을 수습해. 두 분을 헬기에 싣고 같이 서울에 있는 강남성심병원으로 향했다.
얼떨결에 상주가 되었지만, 나이도 있고 상갓집에 가본 적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대부분은 김 변호사의 도움으로 해결했고, 두 분의 장례식은 무난히 진행했다. 영운은 그저 방문객을 맞으면 되었고 많지도 않았다.
드문 방문객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고 이를 통해 김 변호사와 상당히 가까워졌고, 나와 동갑임을 알았다.
드디어 발인 날이 되었다.
발인 전날까지 내방자가 적어 신세호님과 박문수님에겐 연고가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무사히 마치기를 바랐다.
한데 발인 날이 되자.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찾아왔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고, 그중의 절반 이상이 서양인이다.
김 변호사의 말로는 예의상 명단에 있던 이들에게 부고를 알렸고, 그 때문인지 그분들 덕분에 사업하고 있거나 그분들의 특허를 사용하는 곳에서 참석했다는 말을 들었다.
단순히 방문객만으로도 두 분의 업적이 대단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발인은 성대하게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두 분의 유언대로 화장을 치르고 봉안당에 안치하였다.
“수고 많았네.”
“김 변호사 덕분에 가시는 분께 누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아, 고맙네!”
우리는 동갑이라 그런지 아주 많이 친해졌고 서로 편하게 대하기로 했다.
“별말을 다 하는구먼. 고문변호사는 그런 것이네, 내가 이런 일에 경험이 많아서 다행이긴 했지… 그건 그렇고, 오늘 참석한 외국인들이 접견을 신청했네! 오늘은 날이 아니라는 핑계로 내일 식사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인데, 당연히 내가 접대를 해야지… 한데 영어회화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네!”
“…아무래도 통역이 필요하겠지?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고용하기로 하지, 그럼 허락한 걸로 알고 내일 점심시간에 보도록 하지.”
“부탁하네! 그럼 서울에서 머물러야겠군!”
“…아, 아직 유산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곳에 두 분이 사용하던 오피스텔이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게나. …여기로 가보게.”
건네는 쪽지를 받아들고…….
“고맙네!”
“그럼 경비실에 전화해줄 테니 쉬게나. 내일 보세.”
“내일 보세나.”
“그럼세. 먼저 가네.”
인사를 건네고 빠르게 사라지는 김 변호사를 보며 건네받은 쪽지를 확인했다.
택시를 타고 쪽지에 적혀 있는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도착해 경비실에서 열쇠를 받아 28층 2803호에 들어갔다.
‘…허허,’
들어서자 경험해 보지 못한 넓이에 놀랐고 40평형 방3 욕실 2개가 어떤 것인지 실감해야만 했다.
‘당분간 적응하기 어렵겠지?’
두 분이 서울에 볼일이 있을 때 만 이용했다는 걸 알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지나치게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넓었다.
아직 나 같은 소시민에겐 지나치게 넓고 적적한 느낌이지만 생각보다 내부는 실용적이기에 앞으로 이런 편안함에 안주할 자신이 오히려 걱정되기도 했다.
‘가진 만큼 본다든가? 내가 그런 것일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적응할 것을 알기에 걱정을 털어버리고 편의점에서 사온 즉석 음식과 맥주 그리고 안주를 꺼내 놓고 한 모금들이 켰다.
부자가 되었지만, 맥주의 맛은 그대로였다.
‘이 맥주의 맛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나도 변하지 말자.’
벼락부자의 말로를 자주 접했던 만큼 큰 기쁨이 큰 걱정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김 변호사에게 들은 외국인과의 만남을 위해서 일찍 자기로 하고 남은 맥주를 들이켜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알람으로 깨어난 후 샤워를 하는데 며칠 전부터 샤워를 할 때면 평소의 물과는 달리 좀 더 탁한 물에 이상함을 느꼈다.
샤워 후 즉석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벼락 맞은 첫날을 그렇다 치더라도 어제저녁 샤워할 때도 그랬고, 겨우 잠자고 일어나 아침 샤워할 때도 그렇다는 건 이상했다.
‘…뭔가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 분명히 때는 아니야… 뭘까? 설마!’
의심이 들기 시작하자 평소와 다른 것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침도 아주 개운해진 것 같고, 나이가 든 만큼 평소처럼 무릎도 신호를 보낼 때가 된 것 같은데, 한 번도 증상이 없는 것을 떠올리곤 확실히 죽다 살아난 후부터 뭔가 변했음을 알게 되었다.
‘…예상이 맞는다면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일반 건강검진은 받아보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 …기왕이면 한번 가본 곳이 낫겠지. …음, …어디 있더라? 영수증을 받았는데. 찾았다.’
강남성심병원에 전화해서 일주일 후 건강검진과 체력측정을 받기로 했다.
검진을 예약한 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점검해봤지만, 확실히 힘도 빠르기도 민첩성도 전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결론은 조금 더 검진 후에 내려도 돼. 약속시각이…’
이미 시계는 약속시각에 늦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런, 늦겠네!”
출근준비 저리 가랄 정도로 빨리 준비를 마친 영운은 오피스텔을 나셨다.
택시기사에게 웨스틴조선호텔로 가줄 것을 부탁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모습이 생소했다. 뭔가 자신감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말하는 투도 여유를 넘어 약간 거만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수중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얼만지도 모르는 재산이 생겼다고 이런 거야?’
영운 사진은 바뀐 게 전혀 없는데 겨우 돈 조금 생겼다고 변한 자신을 택시의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을 통해 확인하고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매일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근근이 살아왔던 영운은 정말 여유가 없었다.
가게를 두세 달에 한 번꼴로 쉬고 18시간을 일해도 저축을 하면 남는 게 없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고 치과에 가야 할 때도 참고 참다가 아프면 그때야 병원을 찾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 체감하지도 못한 돈이 생김으로써 자신의 삶에 여유가 찾아오다니…….
‘내가 이렇게 간사했나?…’
억울하고 또 허무했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억울했고, 한편으로 안심하는 자신의 간사함에 환멸을 느꼈지만, 택시기사의 부름에 생각을 접어야 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여기.”
아직도 허무함 등 많은 감정이 남았지만 대충 계산을 하고 약속장소를 찾아. 호텔로 들어섰다. 촌놈이지만 순수한 촌놈도 아니었기에 호텔 표지판이 보고 쉽게 도착한 영운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맞이하는 직원의 환대를 받으며 다시 생소함을 느꼈다.
‘돈이 다가 아니야 별것도 아닌 것에 생소할 정도로 난 아직 멀었어… 정신 차려 영운아.’
“어서 오세요. 손님 예약하셨나요?”
“네, ‘빌 폴리먼’ 씨와 약속이 있는데 안내 부탁합니다.”
“아, 예약 확인했습니다. …저, 승수 씨 1번 VIP룸으로 안내해 드리세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네.”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방에 들어서자. 먼저 온 듯 김인문 변호사가 반겼다.
“어서 오게 조금 일찍 왔군!”
“…아, 그렇게 됐네! …서울지리가 하도 많이 바꿔. 택시를 이용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왔군! 하하하.”
멋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서울에서 시간을 맞춘다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잘했네! …뭘 하나? 어서 앉게, 아직 상대는 내려오지 않았네. …아마도 시간 맞춰 내려오겠지!”
“그래? 무슨 일로 만나려는지 알고 있나?”
질문을 듣고 김인문 변호사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글쎄, 두 가지는 예측할 수 있지, 오늘 약속을 잡은 이들이 고인의 특허를 사용하는 곳이니 하나는 잘 지내보자는 인사일 테고, 다른 한 가지는 특허권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특허권 사용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거나 갱신 때문일 거로 생각하네!”
“……흠, 인사야 당연하겠고 두 번째 이유가 확실하겠구먼! …그렇다면 특허에 대해서도 알아둬야겠군!”
“그래야겠지… 특허는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해서 우리 로펌의 다른 변호사가 맡았네! 나중에 소개해주겠네.”
“그런가? 그럼 만나보기로 하고 또 알아야 할 게 있나?”
“무조건 자넨 모르는 거로 하고 시간을 끄는 게 좋을 것 같네. 당장 갱신해야 할 특허는 없는 거로 알고 있으니 방법은 시간을 끄는 것이 최선이고… 내가 걱정하는 것은 자네의 처지를 알게 되면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거라는 거네 그 방법은 모르지만 말이야… 특허료가 한두 푼이 아니거든.”
김 변호사는 나와 며칠을 지내며 나의 처지를 간략하게나마 알고 있었기에 하는 말일 것이다.
“…허허, 유산도 받지 않았고, 실감하기 전에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가 되었군!”
영운은 소설가 지망생이면서 판타지 골수 독자다.
쓰기도 하지만 읽은 소설만 몇만 권이 넘었다.
또 작가라 소설의 내용을 사실에 바탕을 둘 때가 잦아 더러운 현실을 자주 접하고 상상했기에 이 같은 경우에 접하고 나니 관련된 내용이 중구난방(衆口難防) 떠올라서 소설을 읽을 때의 기쁨과 긴장을 주었던 소재가 영운에게는 오히려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하, 아마도 이것이 소설과 현실의 차이일까? …소설의 당사자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렸으니 어찌한다.’
영운은 몰랐다면 좋았을 거라는 푸념을 내뱉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이 되었으니 그게 문제였다. 아직 정확한 현실은 모르니 걱정을 내려놓고 시간을 벌자는 쪽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너무 굳어 있을 필요는 없네! 자네는 유언장 내용을 정확히 몰라서 그러는데 자네가 혹시라도 죽게 된다면 모든 것은 유언장에 포함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10곳의 자선재단에 기부될 거고 그들의 합의를 통해서만 모든 유산이 행사되게 되어 있네. 그러니 쓸데없이 심각해질 필요는 없네!”
고인의 생각이 많으셨나 보다. ‘도대체 유산이 얼마 길래?’
“그랬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신 것 같군. …하면 전 계약을 자네 포럼에서 맡아서 했다면 이번에도 맡아주면 되지 않겠나?”
“…모든 계약에는 힘이 필요하네! 웃기는 얘기겠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거네. 전에는 박사님들이 나름대로 인맥이 있기에 놈들이 쉽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전산상이지만 자네의 실태를 알았을 걸세 …자네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놈들에게도 자네를 압박할 시간이 있으니 얼마든지 자네에게 부담을 줘서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지도 모르겠네! …거 있잖나 놈들과 연계된 국내 고위인사들을 이용해서 압박하는 거 말이야.”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선 듣기로는 나에게 감찰권이 주어졌다지만 자선재단을 만들기 전까지는 내가 모든 걸 처리해야 했다.
‘…되도록 빨리 자선재단을 구성해야겠네! 지금 당장은 도무지 방법이 없군!’
“…결국, 당장은 빠져나올 수 없으니 해결하는 방법뿐이군! …그럼, 계약만료일은 언제던가?”
“유언으로 유산 정산하다 봤는데, 가장 짧게 남은 것은 6개월 남았고 다른 것들은 내년 2월 이후더군!”
“…양보한다면 얼마나 양보를 해야 할 것 같은가?”
“아마도 양보를 표현한 순간부터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네! 양보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영향력이 증명된 것 아닌가? 그럼 보나 마나 뻔하지 문제는 놈들이 아니네! 좀 전에도 말했지만, 이 문제에 국내의 누가 연관될 것인가가 문제야. 놈들은 계약이 꼭 필요하네. 그것이 없으면 놈들이 망하는 건 시간문제야. 아주 핵심기술인 것 같거든. 자네와 가족이 상당히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네! …다만, 국내 인사가 개입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조금 더 편할 것 같네! ……휴, 내가 좀 흥분했구먼! 이해하게나. …있는 놈들일수록 더 무섭거든. 이런 일은 하도 비일비재하다 보니 흥분한 것이네. …도움을 주고 싶지만, 나의 한계가 여기까지구먼 미안하네.”
변호사다 보니 자주 접했던 것 같다.
“아니네! 오히려 내가 고맙네! 그리고 아주 기쁘군!”
“흐흐흐,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더 생각해보세.”
“그도 그렇군!”
영운은 생각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겠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과 기분 상하는 내용, 부분은 꼭 지적해주십시오. 그 정도만 꼭! 부탁합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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