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세계 – 137
픽션(허구)입니다. 본 작품은 저의 순수착장물입니다. ^,.~
영운이 전이해 도착한 곳은 편안해 보이는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10평쯤의 방이었다.
의문은 가득했지만,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김시은 비서에게 물었다.
“고문실치곤 너무 썰렁한 거 아니야?”
- 고문실이 상설로 운영될 것 같기도 않고, 또 고문 장치가 의외로 간단해서 전이로 해결할 생각입니다.
“흠, 여러모로 실험성격이 강하니… 그렇게 하자.”
영운은 의자에 앉으며 시작을 명했다.
영운이 바라보던 앞쪽 5m쯤에 독립공간을 가진 세 종류의 고문 장치가 등장했고, 바로 세 놈과 안드로이드 셋이 전이해왔다.
순간 분노가 치솟았지만 세 놈과 같이 등장한 안드로이드가 세 곳을 목덜미를 잡고 고문 장치로 옮기는 것을 보고 참았다.
한편 인천의 도살장에서 전이해 창고에 처박혔던 놈들은 며칠 동안 그저 배고픔이 가실 만큼의 간단한 식사를 제외하고는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공간이동을 하자 상당히 불안했다.
그래도 그 한 번의 경험이 갑작스러운 공간전이로 놀란 외침을 삼키게 했고, ‘이제 죽었구나!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살피려는데 은색으로 번쩍이는 로봇이 다가와 자신들을 들고 이동하자 며칠 전에 광분하던 갑옷 입은 사내가 떠올라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눈동자만을 굴려야 했다.
허나 놈들도 눈치가 있어.
금방 이동하는 곳에 준비된 고문 장치를 봤고, 곧 반항하기 시작했다.
“놔, 악.” 로봇을 때려봤지만, 손만 아팠다.
“살려주세요.”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잘려주세요.”
영운과 김시은 비서를 발견했는지 애원했지만 둘은 그저 냉정히 바라볼 뿐이다.
고문이 시작되었고, 곧 비명을 질러댔다.
고문이라는 것이 죽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죽지는 않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저거 곤란한데.’
놈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고문을 선택했다.
당시 분노에 눈이 뒤집힐 때는 몰랐지만, 눈앞에서 고문하는 거야 참을 만하지만, 피가 난무하자 왠지 꺼려졌다.
‘놈들의 고통은 당연하지만 못할 짓이네! …확실히 사람이 할 짓은 아냐.’
영운은 한 종류의 고문장치가 추가되고, 추가된 고문장치의 반대쪽에 있던 놈을 안드로이드가 들어 옮긴 후. 새로운 고문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서 고문의 필요성은 확인했지만, 굳이 자신이 직접 피를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환상마법을 이용한 고문방법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고통을 주려는 게 목적이지, 죽이려는 게 아니니까… 환상마법으로 대체하는 게 났겠어.’
하지만 영운의 생각과는 달리.
고문이 계속될수록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서서히 흥분하며 사라져갔다.
흥분으로 생긴 아드레날린의 영향을 받은 영운은 점차 애들로부터 생긴 고민을 잊고, 고문에 정신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답답하고 복잡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직접오길 잘했어.’
영운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닌 잊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마치 담배를 피우며 느끼던 해방감과 마찬가지였지만 담배에 서서히 중독되듯 영운은 점점 더 고문에 빠져들었다.
그의 분노와 복잡한 심경이 해소된다고 생각했기에 더 집착했다.
영운은 집착을 넘어 스스로 나섰다.
안드로이드가 하던 일을 염동력(텔레키네시츠)을 이용해 직접. 세 놈을 고문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50가지의 고문 중에 15번째 고문 장치가 추가될 때였다.
15번째 추가된 고문은 중세고문기술 중 ‘유다의 의자’란 고문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꼭짓점에 줄에 매달아 놓은 죄수의 항문을 위치시키고, 매단 힘을 줄이는 것으로 항문에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꽂히게 하는 고문 기구다.
그런 잔혹한 고문을 안드로이드가 아닌 영운이 직접 마법으로 만든 염동력으로 직접 행하고 있는 거다.
김시은 비서는 직접 고문을 하는 마스터를 어찌할지 정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으악, 살려_으아악.”
“살려주세요.”
“……”
“흐흐흐, 너희가 한 짓을 알면서도 살려 달라고 하는 게냐? 그리고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느냐? …역시! 네놈들은 악마 새끼들이야. 나 같으면 죽여 달라고 했을 것을…”
“죽여줘…제발.”
- ……
죽여 달라고 소리치던 놈의 고문을 정지했다.
남은 두 놈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점점 더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이제야 죽여 달라? …흠, 이제 시작인데 그럴 수야 있나?! …아, 내 질문에 대답하면 상황이 달리질 수도 있지… 소설에서 이런 장명이 나오더군! 넌 네가 죽였던 이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 어떻게 했지?”
“……” 놈은 눈알을 굴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했다.
“왜 대답이 없지? …할 말이 없나? 최소한 소설 속에 나온 놈보단 났군! 최소한 변명은 하지 않으니 하지만 늦었어.”
다시 고문하기 시작했다.
영운은 이제 절제도 이성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싫어. 제발… 살려줘. 으아악.”
“역시, 네놈은 삶을 원하는 거였어. 더…더.”
김시은 비서는 점점 더 고문에 심취(心醉)하는 마스터를 말리기로 했다.
홀로그램 상태로는 말리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본체를 전이하는 한편 김시은 비서가 본체로 해야 할 일은 전화를 걸어. 올 스톱해야만 했다.
그러는 순간 다른 한 놈이 또 소리쳤다.
“죽여주십시오. 크악, 제발… 저도 시켜서 한 것뿐입니다. 제발 죽여주세…”
죽여 달라고 외치던 놈이 갑자기 조용했다.
놈은 영운의 반응이 전혀 없자 스스로 혀를 물었던 것이다.
영운은 잽싸게 놈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고, 힐 마법을 시전했다.
상처가 치료된 놈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혀를 깨문다고 죽을 수 있을 것 같나? 으하하, 그럴 수야 없지. 너희는 결코 죽지 못할 것이다. 다른 놈들과 똑같은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일까? 흐흐흐,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거다.”
“마스터… 마스터 그만 진정하십시오.”
영운은 누군가 자꾸 귀찮게 불러대는 것을 들었지만 하던 짓에 집중했다.
하지만 물결치듯 들려오는 소리가 자꾸 듣다 보니 익숙한 목소리임을 인지했다.
애타게 부르는 소리의 주인공이 김시은 비서임을 깨닫고 의문을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너무 흥분하신 것 같아서요.”
“내가? …음.”
정신을 차린 영운은 기억을 되돌려봤다.
다행히 김시은 비서의 도움으로 어둠에 잠식하지 않았기에 흐릿하게 떠올랐다.
“…고마워.”
“뭘요. 마스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됐습니다. 다만, 과하면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내가 좀 과했던 것 같아, 명심할게.”
그렇게 흥분을 자제하면서 모든 장치를 시험하며 벌을 주었다.
문제의 세 놈은 죽지도 못하고, 31가지의 고문까지 받아야 했고, 이제 20가지가 남은 상황이다.
몇 번 자살을 시도했지만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 가지 고문이 끝날 때마다 모든 상처를 치료해줬기에 고통의 둔화는커녕 더 생생하게 느껴야 했다.
“흐흐흣, 흐흐.”
“키키킷.”
“히히해, 히히.”
31개의 고문실을 막 통과한 놈들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저놈들이 드디어 미쳤나?”
영운은 놈들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놈들에게 가까워질수록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마나 디택트(detect)’
영운은 백마법사라 흑마나에 반감이 있었다.
자연적인 섭리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마법을 시전한 거다.
‘이런, 흑마나가 확실하군!’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흑마나의 영향이 영운에게 끼친 것이다.
흑마나는 미약했지만 그만큼 위험한 거고, 영운은 정신적인 피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고문이 자신을 병들게 했음을 몰랐고, 흥분했으며 가학(加虐)을 즐겼고, 그동안 싫어했던 것을 직접 하는 모순을 범한 것이다.
영운은 자신이 한 고문으로 약간이지만 흑마나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자괴에 빠짐으로써 단단한 것처럼 보였던 벽이 허물어지고 그동안 행한 온갖 모순이 밀물처럼 일어나 덤벼들었다.
‘그러고 보니 착한 척은 더럽게 많이 했군! …역겨워.’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평소 착하게 살려고 무던히 노력해왔으니 온갖 갈등을 극복하며 행한 억지 행동이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모든 행동이 위선으로 볼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행동이 위선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환멸도 같이 찾아왔다.
그때 서클의 핵에 고이 잠들어 있던 드래곤의 마나가 맹렬히 돌다가 온몸을 돌다 마지막 종착지인 듯 머리 쪽으로 치솟았고 드래곤의 마나가 온몸을 장악해 자괴와 환멸에 빠져 혼돈에 접어들려는 영운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영운은 드래곤의 마나가 머릿속을 휘저을 때 몽롱해졌다.
그때 ‘크_앙.’ 전신을 관통하는 드래곤 피어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더 자숙하고 정진하라.’
드래곤피어에 담긴 뜻을 공감했다.
‘어떻게 실수를 연거푸 할 수 있지. 이런 젠장 또.’
영운은 생각만 하면 할수록 문제를 일으키는 자신이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하지만 생각을 없애기란 쉽지 않았다.
자꾸 생각이 떠올라 다른 생각을 하려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고, 무의식중에 자신의 살을 꼬집게 되었다.
아픔으로 상황이 혼전됨을 느꼈다.
영운은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꽂았다.
“크윽.”
“마스터?”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려는 김시은 비서를 말려야했다.
“기다려.”
“네, 네! 마스터.”
김시은 비서의 대답에 대꾸하지 않고 고문이 중단된 세 놈에게 다가갔다.
“……?” 김시은 비서는 마스터의 행동이 못내 궁금했고 또 불안했다.
“살고 싶겠지?”
“……” 놈들은 그저 꿈틀거렸다.
“그리고 복수하고 싶을 거야. 그렇게 둘 순 없지.”
생각을 버리려고 해도 자꾸 쓸데없는 생각과 말이 튀어나왔다.
다시 단검을 비틀어 고통으로 정신을 차리고 정신을 분리했다.
다중인격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영운은 급히 매직미사일을 시전해 세 놈의 숨통을 끊고, 아공간을 열어 모두 쳐 넣었다.
“난 명상을 해야겠어.”
“네, 네?… 네에.”
대답을 듣지도 않고 수련세트를 꺼내 만신전 모양의 수련세트 중앙으로 들어가 앉았다.
영운은 넓이 5m에 높이 5m의 원형 수련세트의 입구를 열고, 들어가 중앙의 마법진 위에 앉아 명상에 돌입했고, 김시은 비서는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마법진 위에 앉자마자 마나수련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명상하기 전에 변수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마나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정신을 분할해 가온종현과 이휘소를 조종했듯이 정신을 분리했다지만 완벽하게 다른 인격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라 정신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저 세 놈을 처분할 시간을 벌려는 조치였기에 가까스로 성공하고, 곧 혼란으로 분할했던 정신을 합쳐야만 했다.
영운은 명상에 들지 못했다.
생각이 끝도 없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애들을 떠올려봤고 가족 하나하나를 떠올려봤지만, 그때마다 다른 생각이 들며 원상태로 만들었다.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 기분이었다. 뭔가 해결의 실마리가 필요한데 어떤 생각을 하든 반대급부가 떠올라 그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반대급부였던 생각이 부정적으로 치달렸다.
자괴감, 위선, 자기비하를 넘어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지켜준 것은 심장의 드래곤 마나와 가족들이었다.
이대로 가면 그렇게 경계해왔던 흑마법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자마자 두 손에 마나를 모아 자신의 머리를 타격했고,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영운은 어지러워지며 모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수빈이 깨어나더니 울기 시작했다.
‘수빈아…수빈을… 돌봐줘야 하…’
모든 것을 지켜보던 김시은 비서는 수련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지킴이를 호출하는 한편 마스터의 상태를 살폈다.
마스터의 안전을 확인한 김시은 비서는 마스터의 옆에 앉으며 수빈을 슬링에서 꺼내 달랬지만 계속 죽을 듯 울어서 할 수 없이 마스터를 가지런히 눕히고, 마스터의 가슴에 내려놨다.
그제야 버둥거리다가 마스터를 마주 안은 자세로 울음을 그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지킴이들이 전이로 도착했지만, 김시은 비서는 홀로그램화면을 띄워놓은 채 마스터의 도착부터 기절하기 까지 변화를 차분히 점검했다.
지킴이는 그런 김시은 비서의 행동과 홀로그램을 말없이 같이 지켜봤다.
우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겠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과 기분 상하는 내용, 부분은 꼭 지적해주십시오. 그 정도만 꼭! 부탁합니다. 꾸벅 ^.^
- 작가의말
- 원작과 또 달라졌습니다.그때는 짧은 자괴와 반성으로 넘어갔지만 얼마 전에 갑자기 제 글의 주인공은 너무 착하기만 하고 또 아무런 반성도 갈등도 없이 모든 걸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짧은 갈등은 있었지만, 변화에 필요한 아니 여러분이 인정할 만큼의 반성이나 갈등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너무 빠져들어 쓰는 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 절제하느라 힘들었지만 나름 만족합니다.[731.0]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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