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카타르 월드컵 본선 예선
137화.
일본의 마이 넘버 제도는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열두개의 숫자를 개인에게 부여해 개인 식별을 하는 제도로 이 제도 실행 이전의 일본 국민들은 신분증으로는 보험 카드나 자동차 면허증으로 대신했다. 구청에서 주민 기본 대장 카드(住民基本台帳カード)를 발급받아 신분증 대용으로 사용할수도 있지만 그런 제도를 모르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런탓으로 개개인에게 12자리 숫자의 개인 식별 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는 마이 넘버 제도가 신설되었다. 개개인을 감시하는 제도라고 반대를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여당인 자민당이 '국민들의 편리성 향상' '행정의 효율화' '공평 공정한 사회 실현'이라는 명목으로 밀어 붙여 신설된 제도였다.
하지만 마이 넘버를 발급받은 국민은 전체 인구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등록 강제력이 없는 마이 넘버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용할곳이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만들 필요가 없어서였다.
만약 분실이라도 한다면 자신의 개인 번호가 알려져 어떤식으로 악용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탓으로 좀처럼 보급되지 않는게 마이 넘버 제도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국민이 마이 넘버 카드를 가지고 이용한다면 누가 어디서 뭘 했는지 알수 있게 된다.
신용 카드 보급 또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일본은 아직도 현금을 주로 사용한다. 중국이나 한국은 전자 화폐나 신용 카드 보급이 일반화된 상태지만 일본은 아직이었다. 효율적으로 국민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이 넘버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사진이 들어가 있는 마이 넘버 카드를 전국민에게 보급한다면 등록된 사진을 대조해 테러범을 찾을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불시 검문으로 마이 넘버 카드를 보유하지 않는 자는 수상한 자로 분류할수도 있다. 여러 모로 정부 입장에서는 편리한 제도다.
"알겠네. 여당도 반대하진 못할걸세."
"감사합니다."
***
아직도 일본에서 테러범을 찾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강우는 스페인의 발렌시아로 향했다. 십자인대 파열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이가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어서 와요. 가인이 엄마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우강우입니다."
발렌시아 공항에서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가인이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 가자 거실 소파에 가인이가 앉아 있었다.
"앉아서 맞이해서 미안하다."
"괜찮아. 많이 안 좋은가 보구나."
"어제 좀 무리를 한것 같아. 오늘따라 유난히 쑤셔."
수술후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가인이었다. 소파에서 오른쪽 다리를 쭉 편채 앉아 있는 가인이는 자리에서 일어 서지도 못할 정도라면 심각한 일이었다.
"내가 한번 살펴 봐도 돼?"
"보면 뭘 아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침술을 좀 알거든. 널 찾아 온것도 침을 놔 줄려고 온거야."
"침?"
가인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 표정이었다. 한국 사람들중에 침술을 모르는 자는 없을 것이다. 일본보다 한의학이 더 발달된 한국이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가인이가 놀라고 있을때 가인이 어머니가 쥬스를 한잔을 내왔다. 쥬스를 한모금 마신후 가져 온 가방안에서 침통을 꺼냈다.
"이게 침이야."
침통을 열어 여러 종류의 침들을 보여 주었다. 침을 보면 침술을 안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가인이 어머님이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침이네요? 이렇게 많은 침들을 왜 가지고 다니는거에요?"
"강우가 침술을 안대."
"정말이에요?"
"예. 가인이가 다쳐 침을 놓아 주러 온겁니다. 참고로 자격증은 없습니다."
자격증이 없다는 말에 얼굴이 굳어지는 가인이 어머니였다. 당연한 일이다. 침은 위험하다. 침을 잘못 맞으면 부작용으로 역효과를 낼수도 있다. 가인이에게 침을 놓아 줄려면 어머니를 먼저 설득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아마 믿지 못할겁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먼저 침을 놓아 드리죠.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
"저, 정말 침을 놓을줄 아세요?"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침통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미덥지 못한다는 표정의 어머니였지만 가인이를 위해서 설득했다. 이대로라면 가인이는 월드컵 대표는 물 건너 간 상태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먼저 침을 놓을려는 겁니다."
"난 강우 널 믿겠다. 침을 놓아 줘."
"가인아!"
가인이의 말에 어머니가 놀란 표정이었다. 침에 관해 잘 아는 가인이 어머니같았다. 가인이가 자신을 믿어 준다는 말은 고마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가 납득한 상태에서 침을 놓아 줘야 뒷탈이 없을 것이다.
한번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이곳에는 일주일의 예정으로 찾아 왔다. 휴가를 모두 헌납한것이나 마찮가지다. 한국과 일본에 들러는 대신에 이곳으로 온것이다.
"어머니에게 먼저 침을 놓은 후에 효과를 확인해 봐도 늦지 않아. 침을 한번 놓기 시작하면 일주일은 계속 맞아야 돼."
"어머니, 강우를 믿어 보세요. 어깨가 자주 결린다고 했죠?"
"음, 알았다. 제가 오른쪽 어깨가 자주 아파요."
"좋습니다. 소파에 누우세요."
상의를 벗고 엎드린 가인 어머니의 오른쪽 어깨를 만지며 어느 부위가 아픈지 눌러 보면서 확인했다. 어깨 결림증은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증상이다. 침으로 충분히 완화시킬수 있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아프진 않을 겁니다."
강우가 가지고 있는 침은 일회용 침이다. 한번 쓰면 버려야 하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소독도 내공을 불어 넣어 대신했다.
푹푹푹푹!!
빠르게 침을 박아 넣었다.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 주변 혈관에 침을 박아 넣고 잠시 기다렸다. 가인이는 숨을 죽이며 지켜 보고 있는 중이었다. 박아 넣은 침을 빼고는 오른쪽 어깨를 내공을 불어 넣어며 맛사지를 하고는 치료를 끝마쳤다.
"끝났습니다. 옷을 입으시고 어깨를 한번 움직여 보세요."
"어깨가 시원해진것 같아요."
당연하다. 아까운 내공까지 소모해서 치료한 것이다. 뒤돌아 서서 기다려 주었다. 옷을 걸친 가인이 어머니는 뒤돌아 서도 된다고 했다. 오른팔을 움직여 보며 이렇게 편한적은 한번도 없다고 놀라워했다.
"너, 침은 언제 배운거냐?"
"내가 일본에 있었잖아. 그때 배운거야. 아직 누구에게도 말한적은 없어. 너도 치료를 받은 후엔 절대로 말하면 않돼."
가인이 어머니에게도 침에 관해선 절대로 입에 담지 말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했다. 만약 알려 진다면 불법 치료라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인이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촉진을 한후에 오른쪽 무릎에 촘촘히 침을 박었다.
가인이 집에 거주하며 하루에 한번씩 치료를 해 주며 생활했다. 가인이 어머니는 극진히 대접했다. 강우도 한국 음식을 매일 먹을수 있어 지내기엔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이곳은 원래 가인이 혼자서 살지만 부상을 입은 탓으로 한국에서 어머니가 온것이라고 했다.
"이때는 이런식으로 패스해 줘."
집안에서는 할일이 없었다. 아침에 치료를 하고 가인이는 재활 훈련을 하러 간다. 그동안 강우는 발렌시아를 구경하며 돌아 다녔다. 가인이가 재활 훈련을 끝내고 돌아 오면 합류해 축구 전술을 상의하는 나날을 보냈다.
"너무 앞쪽이 아냐?"
"내 스피드라면 충분히 따라 잡을수 있어. 골키퍼가 뛰쳐 나오겠지만 먼저 잡으면 쉽게 골을 넣을수 있을꺼야."
가로챈 볼을 디펜더 라인 뒤쪽으로 차 달라고 했다. 디펜더 라인에 따라 어느쪽으로 차 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프리킥을 찰때에도 직접 골문을 노릴수 있다면 노리고 자신없다면 패스를 하라고 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찰때에도 강우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는 들어 가지 않고 페널티 박스 조금 뒤쪽에 자리 잡는다. 흘러 나온 볼이나 상대방이 길게 걷어 낸 볼을 향해 달려 가기 위해서다. 코너킥은 상황에 따라선 헤딩을 하러 안쪽으로 달려 가기도 한다.
"오늘은 어디로 갈꺼냐?"
"항구쪽을 둘러 볼려고."
오늘도 가인이는 재활 훈련을 하러 갔다. 할일이 없는 강우는 항구쪽을 둘러 볼 생각이다. 다른 시내쪽은 이미 돌아 다녔었다. 이곳은 자신을 알아 보는 사람이 없어 굳이 변장을 하지 않고 돌아 다녀도 되었다. 아마 월드컵이 끝나면 이런식으로 돌아 다니진 못하게 될것이다. 항구쪽에서는 큰트럭위에서 수십명의 남자들이 그물을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선 뭘 잡는 겁니까?"
"응? 참치를 잡는다."
"오오!"
지중해에서 참치가 많이 잡힌다는 말은 들었다. 큰참치는 아니다. 20~50kg전후의 몸집이 작은 참치다. 참치라는 말에 점심 식사는 참치가 먹고 싶어졌다. 어디에서 참치 요리를 먹을수 있는지 물어 보고는 항구를 구경하며 돌아 다녔다. 항구는 어느 나라나 비슷했다. 가인이를 치료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말 고맙다. 이 상태라면 개막전에 늦지 않을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야. 대표팀에서 만나자."
가인이는 무릎 상태가 굉장히 좋아졌다. 8월달에 시작되는 정규 리그까지는 완전히 회복될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재활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강우군! 정말 고마워요."
"친구에게 도움을 준것 뿐입니다."
이제 영국으로 돌아 가 조금 쉰후 팀에 합류해야 된다. 올해도 미국으로 전지 훈련겸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11월말에 월드컵 대회가 있는 탓으로 올 시즌은 프리미어 리그 일정이 과밀하게 조정될것이다. 일주일에 두번씩 시합을 하는 주간도 있을 것이며 다른 대회 또한 일정이 뒤틀려지게 되었다.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
"우와아아아~~!!!!"
"대~한. 민. 국!!
짝짝짝!! 짝! 짝!!
뿌우우~!!
11월 16일 카타르 월드컵 본선 H조 예선 1차전이 시작될려고 했다. 한국 vs 가나! 붉은 악마 vs 블랙 팬서!라고 불리우는 시합이다. 그동안 9월달에 친선 시합 두경기와 11월초에 대표팀이 소집되어 다른 팀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많은 훈련을 했다. 한국은 첫시합인 아프리카의 강호인 가나를 반드시 잡아야 16강 진출을 넘볼수 있다.
프랑스나 콜롬비아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가나지만 아프리카 축구 선수 특유의 스피드와 순발력을 따라 잡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아프리카와 카타르는 비슷한 기후로 인해 한국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도박 사이트에서는 무승부를 예상하고 있었다. 선발 멤버는 골키퍼 김지현, 디펜더 김정수, 정성현, 김장수, 김양권, 미드 필드 이가인, 백성호, 황기찬, 이성우, 포워드 손선민, 우강우로 최종 예선전과 같은 멤버들로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가인이는 완전히 회복되어 정규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던 덕으로 대표 멤버로 선출된 상태다.
-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 대표팀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신문승 해설위원님, 선발 출전 멤버들이 최종 예선 멤버와 똑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우강우 선수가 모든 예상과는 달리 포워드로 출전했습니다. 가나전은 반드시 잡겠다는 홍 감독의 의지라고 볼수 있죠. 우강우 선수가 골키퍼로 출전했다면 패하진 않을 것이지만 승리를 장담할순 없어 포워드로 출전시킨것 같습니다. 전반에 선취점을 취한다면 후반엔 골키퍼로 나설것으로 예상됩니다.
-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올해도 철벽 방어를 자랑하는 우강우 선수죠?
- 그렇습니다. 우강우 선수가 있는한 이번 가나전에서 선취점만 뽑을수 있다면 조별 예선은 무난히 통과할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경기가 시작되는군요.
삐이이이익~!!!
"와아아아아~!!"
한국의 선축으로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첫시합이 시작되었다. 빠른 시간내에 선취점을 뽑기 위해 강우는 달렸다. 왼쪽 측면으로 달려 가는 자신 앞쪽으로 롱 패스가 날아 왔다. 수비수가 앞쪽에 자리 잡고 펄쩍 뛰어 오르자 헤딩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달려 가던 것을 멈춘 강우는 뒤쪽으로 이동했다.
텅.
헤딩된 볼이 자신 앞쪽으로 날아 왔다. 수비수 한명이 즉시 달라 붙었다. 자신보다 키가 더 큰 선수였다.
팟!
"악!"
헤딩을 할려고 점프했다. 수비수도 바짝 달라 붙어 같이 점프했지만 가나 수비수가 심하게 밀쳐 파울이 선언되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30미터 지점에서의 프리킥을 얻어 냈다. 직접 슈팅하기엔 거리나 방향이 좋지 않았다. 양팀 선수 모두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백선 선상에 일렬로 늘어선 상태다. 프리킥 키커는 이가인으로 강우도 옆에 있는 중이다.
"오른쪽으로 달려 갈테니까 그쪽으로 차라."
"침착하게 때려라."
삐이익!
타다닷.
주심의 휘슬과 함께 강우가 먼저 볼을 훌쩍 타 넘고는 오른쪽으로 달려 갔다. 뒤이어 가인이가 달려 오며 자신이 달려 가고 있는 앞쪽으로 툭 차 주었다. 수비수와 동료들이 일제히 뛰쳐 나오고 있었다.
펑!
페널티 박스 정면 25미터 지점에서 슈팅을 날렸다. 강슛이었다.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 간 볼은 수비수 사이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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