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승급 보류(1)
72화.
고바야시상 대신에 오늘은 츠케비토로 혼마상이 대신하기로 했다. 오오제키 지위쯤 되면 츠케비토는 적어도 세명은 되어야 한다. 다섯명이 전부인 나루토 베야에선 그렇게 많은 인원을 츠케비토로 데리고 다닐순 없었다. 오야카타가 그렇게 하라고 해도 사양했을것이다.
"부담없이 해."
산불때문에 후쿠오카로 항상 이동하던 도로는 출입이 통제된 상태로 다른 길로 돌아 가야 했다. 고바야시상이 구급차를 타고 갈때 차안에 있던 폰과 마와시가 들어 있는 짐 상자인 아케니(明荷)를 챙겨 놓아 다행이었다. 스마트 폰은 시합이 열리는 건물안으로는 가지고 갈수 없다. 건물밖 보관소에 맡겨 놓아야 한다는 규정이다. 그런 탓으로 일부러 가지고 가지 않는 선수들도 많다.
오야카타는 어제 있었던 교통 사고를 협회에 보고해야 한다. 숨기고 있다가 기자들에게 들킨다면 큰소동이 벌어지게 될것이다. 그렇다고 습격당한것까지는 보고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습격 사건이 알려 진다면 큰소동이 벌어질게 뻔했다.
처음으로 츠케비토를 하는 혼마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야 했다. 오늘은 대기실에 요코즈나 하쿠호(白鵬)가 있는 탓으로 쥐 죽은듯이 조용했다. 애써 자신을 무시하듯 한번도 바라 보지도 않았다. 요코즈나 전용 자리에 팔짱을 끼고 앉아 눈을 감은채였다.
쿡쿡.
"으응."
바로 옆에 있는 혼마상의 옆구리를 찌르며 방석으로 고개짓을 했다. 츠케비토가 처음인 탓으로 언제 도효쪽으로 이동해야 할지 잊고 있는것 같았다. 대기실의 긴장된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눈치를 챈 혼마상은 큰방석을 반으로 접어 들고 앞장섰다. 방석을 들고 가라고 말로 해 줄수도 있지만 다른 츠케비토들이 혼마상을 비웃을것이다.
츠케비토들은 대부분 죠노쿠치나 죠니단 선수들이다. 간혹 산단메의 츠케비토도 있지만 숫자는 적은 편이다. 자신 뒤에는 하쿠호도 천천히 따라 오고 있었다. 뒷통수는 노려 보는지 뒷골이 땡겼지만 꾹 참았다.
자신의 시합 다음이 오늘 마지막으로 하쿠호가 도효로 올라 간다.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시코를 밟았다. 관중들도 오늘 시합이 어떤 시합인지 잘 알고 있는지 평소와는 달리 시코를 밟아도 큰 함성이 쏟아져 나오진 않았다.
'와라!'
제한 시간이 다 되자 늘 하던것처럼 양주먹을 바닥에 대고는 언제든지 오라고 재촉했다.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한동안 가늠하던 고에이도(豪栄道)는 일어 나는 것과 동시에 양팔을 안쪽으로 모으며 양어깨를 오무린채 부딪혀 왔다.
쿵!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앞쪽 마와시를 잡은 고에이도는 힘으로 밀기 시작했다. 아메미야의 양팔은 고에이도의 양팔 바깥쪽에서 왼쪽 마와시만 잡은 상태다.
주르르.
일부러 뒤로 주르르 밀려 나며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도효 끝자락까지 밀린다면 불리한 상황으로 변해 버린다. 그전에 오른쪽으로 돌면서 왼손으로 잡은 마와시를 잡아 당겼다.
고에이도는 중심이 무너지지 않게끔 자세를 낮춘채 아메미야가 오른쪽으로 돌지 못하게끔 마와시를 잡은 왼손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아메미야는 오른팔에 끼우고 있는 고에이도의 왼팔을 안쪽으로 누르며 왼손으로 잡고 있는 마와시를 들어 올리며 힘을 주었다.
쿵!
고에이도는 오른쪽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제아무리 천하 장사라고 해도 내공의 힘을 감당할수 있는 일반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와아아아!!!"
이것으로 우승이 확정되었다. 내일 패한다고 해도 14승1패가 될것이다. 고에이도는 내일 이겨도 13승 2패로 우승은 물 건너 가 버린 상태다. 엄청난 함성을 들으며 지금까지 받은 현상금중에 가장 많은 현상금을 받을수 있었다. 하쿠호의 시합이 끝날때까지 도효 아래서 지켜 본후 시합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일어 서 통로쪽으로 나가자 즉시 인터뷰실로 안내되었다.
"내일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우승을 확정지은 오오제키 나루토류 제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교통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부상은 입지 않았는지요?"
역시 오야카타의 말대로 기자들이 눈치를 챘다. 현장 검증을 한 경찰쪽에서 파악한것인지 아니면 오야카타가 협회에 보고한것이 알려 진것인지는 모르지만 질문에는 답해 주어야 한다.
"목이 뻐근한 상태입니다."
"스모를 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는지요?"
"도효위로 올라가면 정신을 집중할뿐입니다.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절로 잊게 됩니다."
실제로는 목은 커녕 아픈곳은 전혀 없었지만 일부러 아프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고바야시상도 목이 뻐근하다고 들었다.
"우승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내일은 도효로 올라 갈수 있겠는지요?"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도효위로 올라 갈겁니다."
인터뷰는 길지 않았다. 내일 우승 인터뷰를 도효 아래서 다시 할것이다. 복도에서 기자들에게 다시 둘러 쌓여 질문에 답해 주어야 했다. 교통 사고 질문과 요코즈나 승급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트럭을 피할려다가 나무를 들이 받은겁니다."
"목이 뻐근하지만 도효위로 올라 가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요코즈나 승급은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죠."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런식으로 성실히 답해 주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혼마상과 함께 밖으로 나오자 오야카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고바야시상이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혹시 모른다며 검사를 받아 보라는 말에 차마 거절할수는 없어 검사를 받아 보기로 했다. 이미 목이 뻐근하다고 공언한 상태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받아 협회에 제출하면 12월달의 쥰교는 쉴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었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고바야시상이 자신을 보자마자 비아냥거렸다. 아오키상과 고바야시상을 놔 두고 도주를 한 탓이다.
"그때 제가 도주하지 않았다면 모두가 피해를 입었을겁니다. 고바야시상은 오히려 제게 감사를 해야 합니다."
그때 자신이 당했다면 목격자인 아오키상이나 고바야시상도 당했을것이다. 고바야시상은 건강해 보였다. 아오키상도 큰부상은 입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아메미야의 검사 결과는 문제없다는 진단이었지만 목이 결린다는 말에 목 디스크가 의심된다며 이주일의 진단과 후유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견까지 첨부된 진단서를 오야카타에게 건네 주었다. 내일 시합이 끝나면 협회에 제출할것이다.
11월 바쇼 마지막날인 오늘은 오오제키 타카야스(高安)와의 대결이다. 압도적으로 승리할까도 생각했지만 이쯤에서 한번 져 주는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지금까지 단 한번만 패했었다.
오늘 지더라도 교통 사고를 당한 탓으로 생각하게 될것이다. 연승 기록같은건 신경쓰지 않았다. 상대인 카타야스의 루틴은 독특하다. 제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금을 집어 들고는 양어깨를 살짝 들고 양팔을 조금 벌리며 허리를 숙인채 어깨에 힘을 팍 준다. 마치 고릴라가 으르릉거리는듯한 모습이다.
휘익.
소금을 뿌리고 도효 중앙으로 걸어가 자세를 잡았다. 타카야스 선수도 이미 카치코시를 한 상태로 둘 모두 부담없는 시합이다.
스윽!
꽝!
어깨끼리 부딪혔다. 타카야스는 즉시 마와시를 잡을려고 했지만 왼쪽으로 발을 이동하며 타카야스의 오른팔을 잡아 당겼다. 서로 충돌한 반동으로 뒤로 살짝 밀린후 앞쪽으로 몸이 기울어 질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팔뚝을 확 잡아 당기자 타카야스는 발이 따라 오지도 못한채 양손을 바닥에 대어 버렸다.
"와아아아~!!!"
도효로 올라 올때까진 져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상금 깃발을 들고 도효 주변을 돌고 있는 요비다시상들이 너무 많아 대체 현상금이 몇개나 걸린 시합인지 궁금해 승리하기로 생각을 달리했다. 이번에도 전승 우승이다. 지금까지 59연승을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역대 3위의 기록이다.
2위는 하쿠호(白鵬)의 63연승이고 1위는 1930년대 후반에 활약한 후타바야먀(双葉山)라는 요코즈나가 기록한 69연승이다. 다음 1월 바쇼때 연승 기록을 갈아 치울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지루한 시상식을 해야 했다. 우승인터뷰에서는 예상대로 교통 사고 질문이 쏟아졌다. 어제 말한 그대로 답해 주었다.
우승 퍼레이드와 성대한 파티가 개최되었다. 카라츠시(唐津市)의 유명 인사들이 모두 모인 상태였다. 피곤한 하루였다. 다음날은 다시 이곳 카라츠시의 후원자분들에게 인사를 다녀야 한다. 모두 요코즈나로 승급한다며 미리 축하 해 주었다.
"카와조에(川添)상! 이걸 받으세요."
"응? 뭔데?"
직사각형의 긴상자를 건네 주었다. 무언지 궁금한 카와조에상은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족자 한개가 들어 있었다.
"펼쳐 보세요."
촤르르.
족자를 펼쳐 보인 카와조에상은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채 놀란 표정이었다. 밝은 달밤에 조롱박 아래서 신선 둘이 술잔을 기울이는 그림이다. 11월 바쇼가 열리는 후쿠오카로 오기전에 준비해 미우라 회장에서 표구를 부탁해 놓았었다. 센슈라쿠 파티때 회장이 완성된 표구를 들고 온곳이다.
"카와조에상 가게 이름이 효탄(ひょうたん.조롱박)이죠? 그래서 효탄 그림을 그려 봤습니다."
"그럼 이건 오오제키가 그린거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어머! 오오제키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어. 고마워. 가게에 걸어 놓을께."
자원 봉사로 가게문까지 닫고 식사를 만들어 주는 카와조에상에게 해 줄것은 이런것 밖에 없었다. 사인과 손도장을 찍은 사인지는 이미 건네 준 상태다. 사인지들과 함께 족자를 가게에 걸어 놓으면 가게 선전도 될것이다.
"그런데 이건 뭐라고 쓰여져 있는 거니?"
"일단사 일표음(一箪食一瓢飲)이라는 말로 '한주먹의 밥과 표주박 한바가지의 물로 만족한다'는 의미로 청빈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뜻입니다."
논어 옹야편에 등장하는 관용구를 적은 것이다. 족자를 펼치자 선배들도 우르르 몰려 온 상태다. 처음 보는 그림에 눈을 크게 뜨고는 그림에 대해서 뭘 아는지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카와조에상! 이 그림은 절대로 누구에게 팔지 마세요. 만약 팔때에는 후원회 회장님인 미우라 회장님께 연락하면 적어도 몇백만엔에 구입해 줄겁니다."
"사토상!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그, 그게...회장님이 혹시 그림을 팔 생각이 없느냐고 전번에 물어 왔거든."
"너도냐?"
다른 선배들도 회장에게서 그런 제의를 받았는지 모두 놀란 표정들이었다. 설마 회장이 그런 욕심을 낼줄은 몰랐다. 하긴 그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선배들이 간직하는것 보단 그림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보관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팔아도 됩니다."
"팔지 않을꺼야. 가보로 간직할께."
족자를 소중히 말아 상자안에 넣는 카와조에상이었다. 다음날 숙소 전체가 들뜬 분위기로 카와조에상이 이른 아침부터 청소를 한다고 난리였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반즈케 편성 회의가 열리는 날로 심판 부장이 협회 이사장에게 요코즈나로의 승진을 요청한다.
협회 이사장은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 자문을 구하게 된다.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는 출석 의원 삼분 이 이상의 찬성으로 해당 선수를 요코즈나로 승급시켜도 된다는 것을 이사장에게 알려 준다. 알려 준다기 보다는 이사장도 심의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에 그 자리에서 가부(可否)를 알게 된다.
삼분의 이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이사장은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요코즈나 승급을 결의하게 된다.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의 판단 여부가 승급에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 승진이 결정되면 오오제키 승급때처럼 승급 전달식이 진행된다.
신문이나 TV에서도 나루토류가 요코즈나로 승급한다는 기사를 내 보내고 있으며 기자들도 하나둘씩 몰려 들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의 심의가 끝난것 같았다.
드르륵.
"아메미야...심의가 보류되었다는 소식이야."
"에엣? 보류라니요?"
오야타카가 노크도 하지 않은채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 와 심의 내용을 알려 주었다.
"삼분의 이 찬성을 얻지 못했다. 다음 바쇼때 우승하면 확실히 요코즈나로 승급시킨다더라."
정보가 빠른 기자들 모두가 입을 모아 요코즈나 승급이 확실하다고 했었다.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의 키타무라(北村) 위원장도 11월 바쇼전에 확언했음에도 요코즈나 승급이 불발되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왜 반대를 한겁니까?"
"지금으로써는 모른다. 그 때문에 기자들이 난리다. 정보 수집하러 우르르 몰려 나간 상태야. 남아 있는 기자들이 한마디 해 주길 바라고 있을꺼다."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야카타는 물론 오카미상이나 선배들, 후원회 분들 모두 실망을 금치 못할것이다. 자신이야 두달을 기다려 1월 바쇼에 우승하면 요코즈나로 승급되기에 큰충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먼곳까지 찾아 온 기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인터뷰를 해주기로 했다.
"요코즈나 승급이 보류되었다고 합니다."
"심의 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뿐입니다."
"실망스럽지 않는지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것으로 더욱 욕심이 납니다. 목이 뻐근한것이 나으면 1월 바쇼에 대비해 더욱 훈련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 작가의말
이제 슬슬 스모 이야기는 끝납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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