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습격
126화.
자신이 국가 대표 차출을 거부한 탓으로 패한것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확대 해석으로 축구 관련 뉴스 인터넷 댓글에 도배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아오키상과 함께 식사를 했을때 그런 점을 상기시켜 주며 혹시나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조심하라고 했다. 그 때문에 어디로 돌아 다니지도 않고 가까운 나루토 베야에만 들락거렸다.
"후욱후욱!!"
이른 아침 일찍 여느때와 마찮가지로 스미다 공원쪽으로 달려 갔다. 천천히 달리다가 빠르게 달리기를 반복했다. 스미다 공원에 도착해 몸을 풀고 있을때였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았음에도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운동을 나온 것인지 검은색 쟈지(ジャージー.체육복)를 입은 자가 천천히 달려 오고 있었다. 공원안으로 들어 온 청년은 자신을 보고는 다가 오고 왔다. 일직선으로 다가 오는게 자신을 알아 본것같았다.
"아메미야 선수?"
"그렇습니다."
역시 자신을 알아 보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가로등이 켜져 있는 상태지만 어둑어둑한 공원안이다. 인적이라곤 자신과 눈앞의 청년밖에 없었다.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지도 몰라. 죽어!"
갑자기 욕을 하며 상의 호주머니 안에서 커터 칼을 꺼내 들고는 '끼리릭'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을 밀어 내고는 얼굴을 향해 그어 왔다. 갑작스런 습격이었다.
스윽.
뒤로 한발 물러 나며 가볍게 피했다. 너무 쉽게 피하자 얼굴이 험악하게 변한 청년이 왼쪽으로 헛손질했었던 오른팔을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오른쪽 손에 커터 칼이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이라도 가지고 왔었다면 이 놈의 행동을 촬영했을것이지만 아쉬웠다. 일단 놈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이 새끼가!"
휘익.
두번의 공격을 너무 쉽게 피하자 씩씩거리며 한발 앞으로 내밀며 다시 오른손을 휘둘러왔다.
스윽.
덥석.
"아악!"
쿵.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 앞으로 접근하며 왼손을 뻗었다. 금나수로 커터 칼을 잡고 있는 놈의 오른 손목을 잡고는 비틀며 왼발로 놈의 오른 다리를 툭 찼다. 바닥에 넘어진 놈의 오른 손에서는 커터 칼이 떨어져 내렸다.
넘어진 놈의 팔을 비틀며 배를 바닥에 대게 한후 등뒤로 팔을 돌리며 다른 팔도 등뒤로 돌려 움직이지 못하게 무릎으로 등을 찍어 눌렀다. 마혈을 찍어 버리면 더욱 쉽게 제압할수 있지만 놈을 경찰에 넘길려면 완력만으로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놔! 이 새끼야!"
입이 험한 놈이다. 입만 열면 욕설이 튀어 나왔다. 공원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어 경찰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10년전에만 하더라도 공원에는 공중 전화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휴대폰 보급으로 인해 공중 전화는 점점 사라져 거의 찾아 볼수 없을 정도다.
몇년전에 소학생이 납치되어 몇개월 동안이나 감금 당한 사건이 있었다. 감금된 곳에서 탈출한 여학생은 전철역에 있는 공중 전화를 이용해 경찰에 연락해 보호를 받았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공중 전화는 남겨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만약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때에도 공중 전화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어 나라!"
놈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공중 전화가 없는 탓으로 직접 파출소로 데려 갈수 밖에 없었다. 운이 좋으면 조깅을 하러 나온 사람을 만날수도 있을 것이다. 스미다 강변 도로로는 이동하지 않았다.
둑 위쪽으로 올라갔다.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지나 가고 있었지만 걸어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 가는 사람도 찾아 볼수 없었다. 어쩔수 없이 한손을 들어 지나 가는 자동차를 세웠다. 몇몇 자동차는 그냥 지나갔다.
끼이익.
한대의 트럭이 멈춰섰다.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민 중년인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 했다.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며 경찰에 신고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20분정도가 지났을 무렵 사이렌이 울러 퍼지며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에게도 자세하게 상황 설명을 했다. 수갑을 찬채로 놈은 경찰서로 연행되었으며 자신은 피해자 입장으로 다시 진술해야 했다. 그날 석간 신문에 습격 사건이 보도되었다. 저녁 뉴스 시간에도 떠들썩하게 보도되어 아오마츠엔에 더이상 있을수 없었다. 혹시나 기자들이 이곳으로 온다면 아오마츠엔이 알려 지게 될것이다.
"죄송해요. 호텔로 가야 할것 같아요."
"그러려므나."
호텔로 이동했을때 아오키상이 전화를 걸어 왔다. 어떻게 된것인지 다시 설명해 주어야 했다.
"다치진 않았지?"
"물론입니다."
"앞으로도 조심해."
기자들이 호텔까지 알아 내 찾아 왔다. 인터뷰를 해 주어야 할것 같았다. 습격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다. 길버트에게도 연락을 했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라며 길버트는 당장 일본을 떠나는게 좋다고 했다.
이적 문제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장 짐을 싸 공항으로 향했다. 한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인천 공항에는 기자들이 없었다. 공항에서 원장 선생님껜 연락해 두었다.
"어서 오너라."
하네다 공항에서 외할머니에게도 연락해 두어 집에 도착하자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습격 사건이 알려 지지 않았는지 외할머니는 습격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 작년처럼 외삼촌 가게에는 가지 않았다. 또다시 소동이 벌어 질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코넬리 코치 가족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고 서울을 돌아 다녔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선글라스를 낀채 돌아 다녔다. 인터넷으로 일본 뉴스를 찾아 보며 어떤식으로 습격 사건을 다루는지 알아 보았다.
아무리 국가 대표 차출을 거부했다고 해도 습격을 해선 않된다는 기사가 주를 이루었으며 한국으로 출국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댓글에서도 비난을 하더라도 직접적인 가해는 해서는 않된다는 댓글이 많았지만 게중에는 죽어도 싸다는 댓글도 있었다.
축구를 할 자격이 없다며 아예 일본으로 돌아 오지 말라고도 했다. 댓글에 일일이 반응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은근히 화가 났다. 한국에서는 며칠 있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다시 올께요. 그때에 큰집을 알아 보세요."
"이 집이면 충분해."
"저도 같이 있을려면 큰집이 좋잖아요."
외할머니는 그런 집은 필요없다고 했다. 지금 있는 집은 방은 세개다. 외할머니와 외삼촌 부부, 그리고 외사촌 형이 각각 방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은 외할머니와 함께 잠을 자지만 개인방이 필요했다.
"사 주는거냐?"
"물론이죠. 그러니까 적어도 방 4개 이상의 큰집을 알아 보세요."
"대체 넌 얼마나 많은 돈을 받는거냐?"
"지금은 얼마 받지 못하지만 내년에는 많이 받을수 있거든요. 내년 이맘때쯤 계약할수 있게끔 알아 천천히 알아 보세요. 그리고 이 집은 팔지 말고 남겨 두세요. 한국에는 전세라는게 있다고 하던데 전세를 놓으면 되잖아요."
일본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다. 월세나 장기 대여를 한다. 월세는 다달이 정해진 방값을 지불하는 방식이며 장기 대여는 20~30년동안 빌리는 계약이다. 은행에서 융자 받은 돈으로 소유자에게 일시불로 지불한후 은행에 다달이 갚아 나가는 식이다.
연 2회 보너스를 받았을때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갚아도 되지만 보통 다달이 정해진 금액을 갚아 나가는 식이다. 특이한 점은 일본은 월세 계약이 끝났을때 방을 원상 복귀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벽에 액자를 걸기 위해 구멍을 뚫었다면 그 구멍을 메워 놓아야 하며 무언가를 부수어 놓았다면 고쳐 놓아야 한다. 그 때문에 방을 계약할땐 시키킨(敷金.보증금)과 레이킨(礼金.인사비및 방수리 대금), 부동상 중계료를 지불해야 하며 보증인도 필요하다.
요즈음은 시키킨이나 레이킨이 필요없다고 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도 많지만 계약이 끝나는 날에 그 부동산을 관리하는 중개업자가 방으로 직접 방문해 어떤 것을 고쳐야 하는지 꼼꼼히 체크한후 수리 대금을 청구한다.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라 고액의 수리 대금을 청구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얼마나 그 방에서 오래 살았느냐에 따라 청구 금액도 달라 지며 오래 살수록 소모되는 부분이 많기에 청구 금액도 적어 진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외할머니 보다는 외삼촌이 적극적이었다. 다음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외사촌 형이 공항까지 바래다 주었다. 영국 런던 공항에 내리자 길버트가 마중 나와 있었다. 일본에서의 습격 사건이 걱정되었는지 만나자 마자 그 일을 물어 왔다.
"전혀 다치지 않았습니다. 걱정없어요."
"조심해야 합니다. 다음부터는 보디 가드를 고용해 드리겠습니다."
"필요없습니다."
보디 가드를 달고 다닌다면 남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마치 감시 당하는 기분이 들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전번에는 영국에서 보디 가드를 데리고 다녔지만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에서 보디 가드를 데리고 다는다면 굉장한 주목을 받게 될것이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다쳐선 않됩니다."
"걱정말라니까요. 그런데 이적 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더 많은 클럽에서 제의가 들어 온 상태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클럽은 맨유로 다음이 레알, 유벤투스, 바로셀로나입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제의가 들어 왔습니다."
중국이라는 말에는 깜짝 놀랐다. 막강한 중국 머니를 앞세워 유럽의 유명한 선수를 스카웃하는 일이 빈번해진 시대라고 해도 아직 중국 축구는 유럽에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약한 편이다. 아마 몇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제외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중국은 흥미는 동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이 자신의 최전성기라고 할수 있다. 언제까지 축구를 할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할 생각은 없다. 인생의 대부분을 축구만으로 소비하고 싶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중에도 자신처럼 영혼이 빙의를 한 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중원과는 전혀 다른 현대 사회에서 여러 나라를 구경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다.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로 축구 시합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덕으로 구경하는 일이 많지만 유럽이 아닌 나라들도 구경해 보고 싶었다. 길버트에게 적어도 7월달까지는 이적을 매듭지으라고 말해 두었다.
"유앙! 선물이야."
"고마워. 풀어 봐도 되지?"
"그래."
중학생인 유앙에게 줄 마땅한 선물이 없었다. 그래서 태블릿을 선물해 주었다. 선물을 풀어 본 유앙은 고마워했지만 그렇게 좋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음부터는 돈을 줘서 원하는걸 알아서 구입하라고 할 생각이다.
***
7월 초에 체스터 필드 FC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아직 이적한 선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이적 시즌이 시작된만큼 동료들중에 누가 이적할지는 모른다.
"우린 프리미어 선수들이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프리미어 선수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도록. 그리고 이번주 일요일에 더비셔 시내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하고 그날 밤 파티를 한다."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한 덕으로 더비셔 시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준비한 것이다. 퍼레이드라는 말에는 동료들도 살짝 흥분한 표정들이었다. 오늘은 간단한 워밍업만으로 훈련은 끝났다.
"우(Woo)! 이적할꺼냐?"
"아직은 모르지만 할것 같습니다."
"...음.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맙다."
미드 필드인 카리에의 물음에 솔직히 말해 주었다. 동료 선수들이 장래를 위해 계속 남을지 이적할지 판단하게 될것이다. 체스터 필드에 남을려는 이유는 자신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클럽에서 좋은 조건의 제의가 들어 오더라도 그 클럽에서 시합에 나갈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체스터 필드에 남는게 이득이다. 자신과 함께라면 올 시즌도 몇개의 우승컵을 거머 쥘 확률이 높아지기 떄문이다. 데뷔후 단 1점만 내주었지만 그때는 운이 없었을뿐이다.
"네가 떠난다면 아마 몇명도 떠날지도 모른다."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했는데도 다른 좋은 곳이 있으면 떠나야지요."
"프리미어 리그도 중요하지만 프로 선수인만큼 얼마큼의 대우를 해 주느냐에 따라 잔류할지 이적할지를 판단할꺼다."
카리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체스터 필드의 재정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좋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강한 전력으로 볼때 충분히 예상되었다. UEFA 챔피언스 리그를 재패한 덕으로 엄청난 자금이 들어 오고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한 덕으로 지원금도 많이 들어 왔을것이다. 그 자금으로 전력을 보강할수 있을 것이지만 아직 보강했다는 말은 들려 오지 않았다.
"다른 동료들에게 네가 이적한다는 것을 말해도 되지?"
"음...할지도 모른다는 말만 하세요. 제가 이적하면 체스터 필드에는 제 바이아웃 금액이 들어 올겁니다. 그 금액에 다른 금액까지 합치면 제대로 된 보강을 할수 있을겁니다."
다른 동료들이 이적할지 남을지 판단 자료를 설명해 주었다. 자금이 풍부해진 만큼 체스터 필드가 보강을 하고 연장 계약하는 선수들에게는 연봉도 올라 갈것이며 보너스 또한 많이 받을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까지 감안하면 다른 곳으로 이적하는것 보다 잔류하는게 더 좋다고 판단하는 동료들도 있을 것이다.
-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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