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힘을 보여 주다
30화.
상대방의 날아 오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가볍게 막고는 전광석화처럼 오른 손바닥으로 상대방의 뺨을 후려 갈겼다. 하리테에는 하리테로 응수한 것이다. 상대방은 단 일격에 비명을 토해내며 바닥으로 주저 앉았다.
다행히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뇌가 흔들려 다리가 풀려 버렸을것이다. 심판인 교지상이 자신쪽으로 들고 있는 군바이(軍配)를 뻗으며 승리를 선언했다. 도효 아래쪽의 다섯명의 심판들도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어 승리가 확정되었다. 상대방은 엉거주춤 바닥에서 일어나 힘없이 도효 뒤쪽으로 이동해 머리를 숙이며 아래쪽으로 내려 갔다. 다행히 기절하지는 않았다.
"나루토류~(鳴戸龍)!!"
승리한 아메미야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자 교지상이 자신의 시코나(四股名.예명)를 큰 소리로 외치며 승리가 확정되었다는 것을 알리듯 군바이를 다시 자신쪽으로 뻗어 내었다. 동시에 아메미야는 오른쪽 무릎위로 오른손을 쭉 뻗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효 아래로 내려갔다.
도효쪽을 바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인후 대기실로 걸어 갔다. 첫시합은 무난하게 이길수 있었다. 대기실엔 고토츠카미야(琴塚宮)는 이미 돌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와시를 풀어 옷을 갈아 입고 경기장인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을 나갔다. 자신의 경기가 끝나면 언제든지 돌아 갈수 있다.
"아메미야군! 첫승리 축하한다. 오늘 스모는 끝내 줬어."
"감사합니다."
아오키상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어 올려 조작한후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첫시합을 해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덤덤할 뿐입니다."
솔직하게 답해 주었다. 평소에는 편하게 말을 하는 아오키상이었지만 인터뷰를 할땐 항상 경어를 사용한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상대를 단 일격에 무너 뜨리는 엄청난 하리테(張り手)였습니다. 원래 손 힘이 센겁니까?"
"음, 벽돌같은건 일격에 깰수 있습니다."
"벽돌을요?"
"시험해 볼까요?"
믿기지 못한다는 표정의 아오키상이었다. 인터뷰를 중단하고 시험해 보기로 했지만 벽돌이 없었다. 아오키상이 나중에 나루토 베야로 벽돌을 가져 온다고 하며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5월 바쇼 목표가 우승이라고 오야카타 트위터에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정말인지요?"
"그렇습니다.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했습니다. 건방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항상 우승을 목표로 도효위로 올라갈 생각입니다."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자신감만으로는 우승할수 없겠죠. 실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실력 향상을 위해 매일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너무 잘난체 한것 같았다. 이 대목이 방송된다면 시기하는 자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오키상에게 이 장면은 편집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터뷰는 이 정도면 됐죠? 올때 벽돌 몇장과 단단한 돌도 가져 왔으면 합니다."
"돌도 깰려는 거야?"
"시도해 보죠. 아, 야구 방망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나무 배트가 아닌 알루미늄 배트로 가져 오세요."
"정말 할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어 주었다. 벽돌을 깨거나 야구 방망이를 부러 뜨리는 장면이 방송으로 나간다면 자신을 상대하는 자는 겁을 먹을 것이다. 하리테 한방이면 골로 가 버릴수가 있기 때문이다.
***
"축하한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래. 인터넷으로 봤어."
오야카타와 오카미상의 축하를 받고 선배들의 축하도 받았다. 토라키오상과 사토상은 자리에 없었다. 오늘은 둘이 시합이 있는 날이다. 15일간의 일정중 드문드문 7일간 시합이 있어 남아 도는 시간엔 훈련을 해야 한다.
쿵!
거대한 타이어를 상대로 타치아이(立ち合い) 연습을 했다. 스모 경기의 타치아이는 양어깨를 안쪽으로 좁힌후 시키리센(仕切り線) 뒤쪽에 뒷꿈치를 들어 올려 앞쪽 발바닥으로 쭈그리고 앉아 양주먹을 바닥에 대고 일어서 대결하는 순간을 가르키는 말이다. 바닥에 주먹을 대고 일어서며 타이어에 머리로 충돌하거나 어깨로 충돌하며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상대방의 마와시를 잡는 연습을 하고 있을때 아오키상이 찾아 왔다.
"또 연습이냐?"
"놀면 뭐해요. 강해질려면 연습해야죠."
"오야카타! 저 녀석 말리지 않을겁니까? 하루종일 연습만 하면 몸이 무거워지지 않는지요?"
"말려도 소용없어. 고집이 얼마나 센지 아메미야는 누구도 못 말려."
오야카타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용없다고 선언했다. 연습을 지켜 보는 다른 선배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탁한건 가져 오셨어요?"
"그래. 밖으로 나가자. 아메미야군이 신기한 것을 보여 준답니다. 모두 나가시죠."
도로 앞쪽에 세워 놓은 자동차 트렁크에서 아오키상이 알루미늄 배트와 붉은 벽돌 몇장, 그리고 큼직한 돌을 낑낑거리며 꺼냈다. 돌은 반질반질한게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그건 다 뭔가?"
"아메미야군이 이 물건들을 박살낼수 있답니다."
"뭐? 아메미야! 정말이냐?"
"정말인지 아닌지는 시험해 보면 알수 있을 겁니다. 벽돌부터 깨 보죠."
붉은 벽돌 한장을 왼손으로 잡았다. 아오키상은 카메라를 꺼내 녹화하고 있었다. 오른손을 들어 올렸을때 기겁한 오야카타가 즉시 말렸다.
"멈춰! 그러다 손 다쳐!"
"오야카타! 걱정하지 마십시요. 이게 벽돌로 보이십니까? 이건 벽돌이 아니라 두부입니다."
퍽!
오른 손바닥으로 벽돌을 내려 쳤다. 그러자 벽돌은 절반이 뭉텅 떨어져 나갔다. 내공을 손바닥으로 주입한 이상 벽돌을 깨뜨리는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헉!"
"미친 녀석! 이게 무슨 두부야? 벽돌이 맞잖아."
고바야시상이 바닥에 떨어진 벽돌을 주워 두드려 보고는 믿기지 않아 했다. 혼마상과 오야카타도 벽돌을 만져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선배들도 해 보시겠습니까? 벽돌이 아니라 두부라고 생각하면 깰수 있을 겁니다."
"미친 놈! 넌 이게 두부로 보이냐?"
"두부라고 생각하시라니까요. 이리 줘 봐요."
다른 벽돌을 받아 들자 오야카타가 손을 다치면 않된다며 하지 말라고 했다. 더이상 오야카타의 말을 무시할순 없어 벽돌을 내려 놓고 알루미늄 배트를 집었다.
"그것도 하지 말거라."
"그럼 이건 구부려 보겠습니다."
"무리다."
"무리라고요?"
양쪽 끝을 한손으로 잡고 힘을 주었다. '끼잉'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알루미늄 배트가 굽혀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양손이 닿을때까지 구부린후 바닥으로 떨구었다.
떵그렁!
"말도 되지 않아."
"진짜 괴물이군."
"저거 가짜 아냐?"
고바야시상이 믿기지 못하겠는지 구부러진 배트를 주워 들고는 펼려고 했다. 구부리는것 보다 펴는게 쉬울 것이다. 절반쯤 폈을때 더이상은 무리라며 배트를 들어 올려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대체 얼마나 힘이 센거냐?"
"저도 잘 모릅니다. "
"음, 오늘 저녁에 트레이닝을 하러 가자. 그곳에서 벤치 프레스를 들어 올려 봐라."
아오키상이 가져온 돌은 도효 한쪽 구석에 놓아 두었다. 오야카타때문에 깨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게 아쉬웠다. 대신 훈련할때 사용하면 좋을것 같았다. 아오키상도 자신이 얼마큼의 벤치 프레스를 들어 올릴지 궁금한지 저녁때 모두 함께 트레이닝을 하러 갔다. 아메미야는 벤치 프레스가 뭔지 몰라 어떤 것인지 물어 보고 알수 있었다.
"선배들은 얼마큼이나 들어 올릴수 있는 겁니까?"
"토라키오는 120Kg, 사토는 100Kg, 고바야시는 80Kg, 혼마는 60Kg이다."
"아메미야! 오야카타가 어깨만 다치지 않았으면 200Kg까지 들어 올릴수 있어."
2미터가 넘는 장신의 오야카타는 은퇴한 지금도 탄탄한 몸을 자랑한다. 손아귀 힘도 장난이 아니지만 200Kg까지 들어 올릴수 있을줄은 몰랐다.
"난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예전에 요코즈나였던 무사시마루(武蔵丸) 오야타카(親方)는 240Kg까지 들어 올렸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270Kg의 거구인 오오제키(大関)였던 고니시키(小錦)상은 250Kg를 들어 올렸다더라."
몸무게도 엄청났지만 힘도 엄청났다. 자신은 얼마나 들어 올릴수 있을지 궁금했다. 내공을 사용할때와 사용하지 않을때를 비교해서 실험해 볼 생각이다. 트레이닝 센터 안에는 처음 보는 물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전혀 모른다.
가장 먼저 벤치 프레스라고 하는 물건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긴의자에 누워 양쪽에 둥근 철덩어리가 매달려 있는 철봉을 들어 올리는게 벤치 프레스다. 토라키오상이 먼저 시범을 보였다. 둥근 철덩어리를 각각 40Kg씩 매달고 의자에 누워 철봉을 잡고 들어 올렸다. 토라키오상의 표정으로 볼때 힘들어 보이진 않았다.
"100Kg에 맞추어 주십시요."
"무리하진 말거라. 내일 시합이잖냐."
오야타카가 말렸다. 본경기가 열리는 바쇼(場所) 중이 아니라면 조금 무리를 했을것이다. 토라키오상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
"아메미야, 처음이지?"
"예."
"일단 50Kg을 들어 올려 봐라."
"아니요. 100Kg으로 하죠."
오야카타가 무슨 말을 하기전에 바로 누워 철봉을 잡고 힘을 썼다. 일부러 내공은 사용하지 않았다.
스윽.
쉽게 올라 갔다. 몸속에 퍼뜨려 놓은 내공 덕이라고 생각되었다. 팔을 구부린채 다시 들어 올려 봤지만 역시 쉽게 올라 갔다.
"쉬운데요?"
"역시 크레이지야."
"이번에는 150Kg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미친 놈! 한꺼번에 50Kg나 늘리면 자칫하면 크게 다쳐!"
고바야시상이 기겁하며 제지했다. 오야카타도 말렸다. 어쩔수 없이 찔끔찔끔 무게를 늘리며 들어 올려야 했다. 200Kg가 넘어 가자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내공을 운기했다. 그러자 너무 쉽게 올라 갔다. 무게는 계속 늘어 300Kg가 넘어 갔지만 여전히 쉽게 올라 가고 있었다.
"이쯤에서 그만하죠. 몇번이나 들어 올리는게 슬슬 귀찮아졌거든요."
"더 들어 올릴수 있다는 거냐?"
"물론이죠. 생각같아선 500Kg정도를 들어 올려 보고 싶지만 부상을 입으면 큰일나잖아요."
쩌억!
지켜 보던 모두가 멍한 상태였다. 벤치 프레스를 중단하고 다른 운동 기구들을 실험해 봤다.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오야카타가 설명해 주는 대로 하나씩 정복해 나갔다. 그날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하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한동안 다물어지지 않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과장님!"
"귀는 멀지 않았다. 조용히 말해라."
"그 녀석 큰일낼 놈입니다."
"누가?"
아오키는 상관인 에토(江藤) 과장에도 침을 튀겨 가며 어제 본 일을 보고했다. 가장 먼저 영상을 보여 주었다.
"뭔데 그래?"
"일단 보십시요."
영상은 벽돌을 깨는 장면이었다. 스모토리들의 영상이었다. 손을 다칠려면 어쩔려고 저런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아오키를 바라 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밀착 취재하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이 스모에 갓 입문한 녀석이라고? 엄청난 힘이군."
"과장님! 오른손을 보지 말고 왼손에 주목해 주십시요. 벽돌을 잡은 왼손이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왼손 힘이 얼마나 강하면 저럴수 있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보통 오른손을 내려 치면 벽돌을 잡고 있는 왼손은 아래쪽으로 축 처지게 되지만 이 녀석은 전혀 아닙니다. 또한 이것을 보십시요."
카메라를 조작해 다른 영상을 보여 주었다. 벤치 프레스를 들어 올리는 영상이었다.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음에도 인상 한번 찡그리지도 않고 너무 쉽게 번쩍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들어 올리는거냐?"
"무려 300Kg이 넘어 갔습니다."
"뭐? 300Kg이라고?"
깜짝 놀란 에토 과장은 다시 영상을 들여 다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다른 스모토리에 비해 몸집이 큰건 절대 아니다. 이제 갓 입문인 모습이다. 그런 몸으로 어떻게 저런 무게를 들어 올릴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도 보십시요."
이번에는 알루미늄 배트를 구부리는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힘이 강한 자는 프라이팬 정도는 쉽게 구부린다. 하지만 배트는 아니었다. 조작한 영상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이 녀석, 인간이 맞냐?"
"하하하, 그 녀석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크레이지랍니다. 미친 녀석이죠. 오늘 첫시합을 했습니다. 시합 영상도 보시면 깜짝 놀라실겁니다."
단 한방이었다. 오른손 하리테(張り手) 한방에 자신보다 거구의 덩치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물건이 틀림없었다.
"이 녀석은 죠노쿠치 우승을 할게 분명합니다. 우승을 하기 전에 터뜨리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음. 그러고 싶지만 무리다. 비어 있는 시간대가 없어."
"과장님! 죠노쿠치 시합이 끝나기 전까지 방송할수 있게끔 어떻게든 해 보십시요. 그전에 방송이 나간다면 그 녀석을 볼려는 관중들이 아침부터 몰려 들겁니다. 그러면 제2탄을 방송할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킬겁니다."
"음, 알았다. 넌 일단 편집을 해 놔. 영상은 충분하지?"
보통 방송 프로그램은 한달 분량까지 모든 시간대가 꽉 채워져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이 아닌 위성 방송인 BS 방송이라면 어떻게든 해 볼수 있을 것이다.
"예. 몇시간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좋아.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해 놔."
***
죠노쿠치 시합은 순조롭게 승리해 갔다. 아직 미숙한 자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전승 우승이 틀림없을것이다.
- 작가의말
일본의 두부는 콩 100%로 만든 두부가 아닙니다. 실제로 콩 함유량은 20%도 되지 않는 두부가 대부분으로 첨가제를 넣어 만든 두부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100% 콩으로 만든 두부는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탓으로 일본에서 두부는 굉장히 싼가격으로 슈퍼에서는 두부와 콩나물만은 다른 야채들이 날씨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반면 두부와 콩나물만은 항상 같은 가격을 유지합니다.
다음화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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