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시체를 찾아 가다(1)
12화.
자금 사정상 가장 저렴한 비행기 표를 구입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 놓은 상태로 동경에 있는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장가계가 있는 장사 황화 국제 공항(長沙黄花国際空港)으로의 왕복표는 11만엔정도였다.
직행편은 너무 비쌌다. 한번의 경유지를 거쳐 갈수 있는 왕복표를 예매했다. 비록 14시간이나 걸리지만 돈이 부족해 어쩔수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중국은 15일 이내의 관광이라면 비자도 필요없어 그 점은 편리했다.
***
"다녀 올께요."
"조심해서 다녀 오너라."
같이 생활하는 애들에겐 중국으로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중국 여행을 한다고 하면 모두가 부러워할것이다. 22시 30분발(發) 에어 차이나(Air China)에 탑승해야 한다. 하네다 공항으로는 전철을 타고 갔다.
생전 처음 타 보는 덜컹거리는 전철이지만 깨끗했다. 흔들림도 그렇게 심하지도 않았다. 전철안은 냉방도 잘 되어 있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전철안에 걸려 있는 광고 포스터를 구경했다.
하네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은 꽤 넓었다. 밤 시간대인 탓으로 비행기에 탑승할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진 않았다.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치바(千葉)현에 있는 나리타(成田) 공항을 많이 이용한다. 동경안에 있는 하네다 공항은 나리타 공항에 비하면 크기는 물론 규모도 작은 편이다. 일찌감치 탑승 수속을 마치고 출발 로비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스르륵.
처음 타 보는 비행기다. 이런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수 있다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흔들림도 전혀 없었다. 창가 좌석에 앉아 창밖 풍경을 보며 비행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였다.
우우웅.
"응?"
비행기가 부르르 떨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잠시후 몸이 의자 뒤쪽으로 밀착되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몸을 짖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미 하늘로 떠 오른것이다. 아래쪽엔 까마득한 지상의 야경들이 보였다.
정말로 하늘을 날고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허공답보(虛空踏步)를 시전할수 있는 화경(化境)의 경지에 든 무인이라도 이 정도 높이까지 떠 오르는건 무리다. 지상의 불빛들도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비행기안은 조용했다. 한밤중인 탓이다. 눈을 감고 잠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경유지에 도착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인천 공항을 경유해 다시 비행기는 날아 올랐다.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어느새 비행기는 흰 구름을 뚫고 구름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붉그스럼한 태양이 먼곳에서 서서히 떠 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마치 신선 놀음을 하는듯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창밖을 구경하는것도 지루해졌다. 객실 승무원인 CA(Cabin Attendant )가 아침 식사를 운반해 왔다. 흰죽과 반찬 두가지, 쥬스 한개였다.
죽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에어 차이나(Air China)는 서서히 장사 황화 국제 공항(長沙黄花国際空港)에 착륙하고 있었다.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비행기는 조금 흔들렸지만 무사히 착륙했다.
긴 시간동안 비행기안에 갇혀 있던 탓으로 몸이 찌뿌둥했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모두들 비행기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본인과 한국인, 중국인들이 섞여 마치 도떼기 시장 바닥을 방불케했다. 입국 심사관이 여권과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혼자인지 물어 왔다.
"그렇습니다. 문제라고 있는 거에요?"
"....."
입국 심사관의 얼굴이 순식간에 놀란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유창한 중국어로 대답했기 때문이다. 별탈없이 무사히 심사를 통과할수 있었다. 혹시나 어린 나이가 걸려 통과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진 않았지만 다행이었다.
장사 황화 국제 공항에 도착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택시를 타고 장가계(張家界)쪽으로 이동하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택시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른다. 이곳에서 장가계까지는 4시간이나 걸린다. 공항 경비에게 물어 보았다.
"기차를 타고 가며 됩니다. 이곳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는 없지만 근처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 기차역으로 걸어 가면 됩니다."
어느 버스를 타야 하는지 자세하게 물어 보고 버스를 탈수 있었다. 바깥 풍경이 중원이었을때와는 너무 달랐다.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와 건물들을 보며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수 있었다.
중국어가 문제없는 만큼 장사역까지로는 물어 물어 찾아 갈수 있었다. 장사역엔 엄청난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중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숨이 꽉꽉 막힐 지경이었다.
기차를 타고 장가계로 이동했다. 돈을 아낄려고 가장 저렴한 표를 구한 탓으로 고생은 했지만 무사히 도착한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수할수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을 따라 장가계역을 빠져 나왔다.
역 광장에는 여러 종류의 큰 간판들이 눈에 띄었다. 천문산(天門山) 광고판이나 여행사 광고판등 여행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여행사 광고판이 있는 아래쪽에 상점이 보여 안으로 들어가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먹을것과 물이 전부였다. 호텔에 묶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장가계안으로 들어가 노숙을 해 돈을 아껴야 한다. 텐진(天津)으로 갈 비용을 남겨 두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할수 밖에 없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장가계로 어떻게 가는지 물어 보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며 역 오른쪽으로 1~2분만 걸어 가면 버스 터미널이 나온다고 했다.
물어 물어 버스를 타고 무릉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산이 바로 보였다. 예전의 기억에 없는 산이었다. 자신이 죽은 동굴을 찾을려면 몸을 던진 절벽을 찾아야 한다. 장가계는 국립 공원이 되어 있었다.
입구를 물어 터벅터벅 걸어 갔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절로 땀이 베어 나왔지만 예전에 보던 건물 지붕과 비슷한 지붕들을 보고는 옛생각에 젖어 들며 천천히 걸어 갔다. 구층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가계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장가계안으로 들어 갈려면 표를 사야 했다. 어딜 가더라도 돈, 돈이 필요했다. 높은 석주(石柱)들을 보며 정말로 도착한것이라고 실감할수 있었다. 입구안에서는 버스를 타고 올라 간다고 했다.
입장권만으로 버스를 탈수 있었다. 버스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도착할때까지 시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도착한 후에도 사람들을 따라가자 열차를 타는 곳이었다. 모두가 타기에 따라 탔다. 위로 올라가면서 보는 경치는 장관이었다.
"오오!"
뭔가 익숙한 냄새들이 풍겨왔다. 음식점이 늘려 있는 곳이었다. 냄새를 따라 음식점을 둘러 보며 눈을 반짝였다. 면 요리를 발견한것이다. 즉시 주문을 하고 빈자리를 찾아 면발을 음미했다.
중원에 있을때보다 더 맛있었다. 순식간에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우뚝 서 있는 석주들을 내려다 볼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전체를 둘러 보며 몸을 던진 곳을 찾아야 했다. 면 요리를 먹고 있을때 옆 테이블에 있던 중국인들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원가계(袁家界)로 올라 간다고 했었다.
그들을 따라 갔다. 또 돈이 지불해야했다. 엘레베이터를 탈려면 탑승권이 필요했던것이다. 까마득한 절벽에 바짝 붙어 있는 엄청난 높이의 엘레베이터였다. 탑승하는 곳은 큰바위에 세계 제일루(世界第一樓)라고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는 곳이었다.
위이잉.
차례를 기다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움직이기 시작한 엘레베이터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탑승권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오오!"
높은 돌기둥들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돌기둥 위쪽은 안개 구름이 걸려 있어 운치를 맘껏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엘레베이터를 내린 순간 실망할수 밖에 없었다. 안개 구름에 가려져 돌기둥들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어디서 자신이 몸을 던졌는지 알수가 없었다. 주변을 돌아 다녔지만 자욱한 안개 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망한채 내려 올수 밖에 없었다. 장가계 입구를 빠져 나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산 전체를 둘러 보며 예전 기억을 더듬었다.
마두(魔頭)놈을 추격해 어느 산으로 이동했는지 기억해 내야 한다. 거대한 절벽 사이에 큰구멍이 뚫려 있는 곳을 본것 같았다. 먼저 그곳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응? 저건 뭐지?"
사각형의 물체가 줄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 가고 있었다. 케이블 카라고 짐작되었다. 저걸 타고 올라 가면 주변을 둘러 볼수 있을 것이다. 어디서 출발하는지 줄이 매달려 있는 곳을 따라 갔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지금 찾아 간다고 해도 케이블 카가 운행하는지 의문이다.
오늘은 어디서 노숙을 하고 날이 밝으면 케이블 카를 타는 곳을 찾아 가기로 했다. 도로변을 벗어나 산이 있는 곳으로 걸어 갔다.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 산으로 들어 갔다. 제법 큰 소나무 아래에 앉아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노숙을 한다고 해도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건 아니다. 양월심법을 운공하고 명상을 하며 밤을 지새울뿐이다.
***
케이블 카를 타는 곳을 물어 찾아 갔다. 이곳 장가계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 자세하게 살펴 보았다. 산 정상쪽의 절벽 병풍들로 둘러진 정상 어디가에서 떨어진게 분명해 보였다. 아래쪽엔 호수도 보였었다. 다행이 케이블 카는 산 정상으로 올라 간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케이블 카를 타고 산 정상을 향했다. 일반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가 지붕위를 이동하고 있었다. 이런 케이블 카가 만약 추락하게 된다면 아래쪽에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될지 상상하자 잘도 이런게 완성되었다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케이블 카는 얼마나 긴지 한참이나 이동했다. 덕분에 아래쪽에 보이는 건물들을 구경할수 있었다. 대부분 신식 건물들이었지만 간간히 기와 지붕들도 눈에 들어왔다. 점점 올라 갈수록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왔다.
기암절벽 사이로 올라 가고 있을땐 양쪽 절벽을 자세하게 살펴 보며 혹시나 동굴이 없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 보기도 했다. 30분이나 넘게 걸려 정상에 도착했다. 같이 탄 중국인 일행들이 하는 말로는 서쪽의 귀곡잔도(鬼谷棧道)를 거쳐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간다고 했다. 그들을 따라 갔다.
'음...놀랍군.'
절벽 난간에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인터넷으로 보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두눈으로 직접 확인한것과는 엄청난 차이였다. 잔도(棧道)에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 아래쪽은 까마득한 절벽을 보며 기함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며 어떤 사람은 다리를 부덜부덜 떨기까지했다.
잔도를 천천히 따라 가며 주변 경관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도중에 동굴같은 곳으로 잔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동굴은 아니라 단지 움푹 패여 있는 곳이었다. 중국인들이 떠드는 말에 이곳이 귀곡선동(鬼谷仙洞)이란걸 알게 되었지만 아메미야는 눈이 번쩍 떠졌다. 추락하며 얼핏 본것 같았다.
위쪽은 소나무들로 인해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귀곡선동의 오른쪽과 왼쪽 어느 부분으로 추락했는지 살펴 보기 위해 난간에 손을 잡고 고개를 내밀어 아래쪽을 살펴 보았다.
절벽 중간쯤엔 소나무들이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숲이 없는 절벽만 있는 곳도 있었지만 어느 숲인지 알아야 한다. 이미 몇백년이나 지난 탓으로 추락했을때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진 곳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양쪽중 어느 숲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아래쪽으로 내려 가느냐였다. 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벽호공(壁虎功)을 시전해 절벽을 타고 내려 갔을 것이다. 아래쪽으로 내려 갈수 있는 곳을 찾으며 천천히 귀곡잔도를 따라 이동했다.
"응?"
귀곡잔도 난간에 알록달록한 로프 두개가 묶여 있었다. 이런곳에 왜 로프가 묶여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로프가 묶여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가 아래쪽을 살펴 보았다. 까마득한 아래쪽엔 한사람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무얼 하는지 모르지만 아래쪽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그렇군.'
이 로프를 이용하면 충분히 아래쪽으로 내려 갈수 있다. 아래쪽에 있는 사람이 올라 오길 기다렸다. 두시간이나 걸려 로프를 타고 올라온 젊은 남자는 군인들이 입는 얼룩 무늬 복장이었다. 혹시 군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군인은 아닌것 같았다.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올라온 자에게 그게 뭔지 물어 보았다.
"쓰레기 청소를 하는거다."
놀랍게도 청소부였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절벽 아래로 내려가 줍는 일을 하는 자로 잔도를 이동하며 청소 작업을 한다고 했다. 로프를 걷어 올려 어깨에 짊어 매고 쓰레기 봉투를 짊어맨 남자는 잔도를 따라 이동한후 다시 로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이 신기한듯 지켜 보고 있었지만 청소부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듯 묵묵히 제할일만 했다. 아메미야는 청소부가 어떤식으로 로프를 묶고 내려 가는지 눈여겨 살펴 보았다. 로프를 난간에 묶은 청소부는 겸험이 많은지 로프를 타고 내려 가는 속도가 굉장했다. 청소를 마치고 올라 올때까지 잔도를 따라 주변을 구경하며 두시간후에 다시 찾아 왔다.
- 작가의말
나리타 공항에서 동경으로는 한시간 이상이나 걸리지만 하네다 공항은 동경외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튜어디스를 일본에선 CA(Cabin Attendant)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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