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삼화 인력 시장
141화.
송강은 부모와 자식을 버린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부인은 그런 아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말다툼을 애써 듣지 않을려는 송예는 먼곳을 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 나는것 같았다. 송예는 택시를 타고 오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아이였다.
"그만 하시죠. 그냥 오당촌에서 살면 됩니다."
가장 먼저 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로 갔다. 매장안에서 대형 TV를 시작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전자 렌지, 가스 렌지, 밥솥, 위성 안테나등등 일반적인 가정에 필요한 물건들을 일괄 구입했다. 전기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송강이었지만 앞으로는 돈 걱정없이 전기를 맘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예야, 너도 필요한것 있으면 말해. 이곳으로 나온 김에 다 사줄테니까."
"...없어요."
"아무 걱정말고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야 사 줄수 있단다."
"....."
송강 부부도 전자 제품 가게에서는 필요한 물건은 없다고 했었다. 가게 주인에서 배달을 하기 전에 다른 물건을 구입한것까지 같이 트럭에 실어 달라고 했다.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구입해 준 덕으로 흔쾌히 주인도 허락했다.
"자아, 골라 봐."
스마트 폰 매장으로 이동해 송예하고 송강에게 폰을 선물했다. 송강은 폰이 있어도 사용할줄을 모른다며 사양했지만 전화를 받을수만 있으면 된다며 반강제로 안겨 주었다.
"...감사합니다."
송예는 스마트 폰을 꼭 쥐고는 굉장히 기쁜듯했지만 기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진 않았다. 송예가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 같았다. 송강과 송예가 마음대로 돈을 쓰라고 제법 많은 돈도 이체해 주었다.
"건설 업자는 왜 찾아 가는건가?"
"내가 살 집을 지을려고요?"
"집을 짓는다고?"
"저도 오당촌에 살려고요."
강우의 말에 깜짝 놀란듯 발이 멈추어졌다. 설마 같이 살려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것이다. 무표정이든 송예도 눈이 커지며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산골 구석에 살겠다는건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잖아요."
"그, 그런 생각이라면 굳이 집을 새로 지을 필요는 없어. 빈집이 있어 그 집에 살면 돼."
"그래요? 그래도 화장실을 고치고 우물을 파서 펌퍼로 물을 끌어 올릴려면 건설 업자를 찾아 가야 합니다."
오당촌은 전기는 들어 오지만 가스나 수도 시설은 되어 있지 않은 오지의 산골 마을이다. 모든것을 스스로 해결할수 밖에 없었다.
***
하루종일 영주 시내를 돌아 다니며 물건을 구입했다. 택시 뒤를 따라 오는 트럭은 두대나 되었다. 가전 제품과 가재 도구를 한가득 실은 트럭이다. 집안에 있는 이불을 교체하고 주방 도구는 물론 입을 옷이나 신발등 많은 물건들을 구입한 탓이다.
내일은 건설 업자가 찾아 올것이다. 오당촌에 도착해 전자 제품을 설치해 주는 틈에 빈집으로 가 보았다. 송강 부부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집은 수리가 필요했다. 몇년동안이나 방치한 탓으로 아예 새로 짓는게 나을것 같았다.
"이곳에 집을 새로 짓죠."
"짓자고?"
"그러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다음날 찾아 온 건설 업자에게 3층짜리 건물을 의뢰하고 우물을 파서 관을 박아 펌프로 끌어 올릴수 있게끔 하고 화장실 배설물 탱크도 마당 한켠에 마련하는등 어떤식의 집을 짓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송강 부부가 살고 있는 집터에 새롭게 짓기로 하고 송강 부부는 그동안 빈집에서 살기로 했다. 일단 빈집을 간단하게 수리해야 된다.
***
집이 완성될때까지 강우는 송강 손자인 송동(宋東)을 찾아 보기로 했다. 아들인 송복(宋福)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송동은 옆집 선배가 있는 심천(深圳)으로 갔다고 했다. 선배라고 하는 왕대해(王大海)의 전화 번호를 받고는 전화를 걸었다.
- 누구신지요?
"송동 친척입니다. 송동이 어디에 있는지 압니까?"
- 송동요? 송동은 아마 심천에 있을 겁니다. 이곳에서 저하고 같이 스마트 폰 조립 공장에서 일하다가 그만 두고 심천으로 갔으니까요.
난처했다. 송동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송동은 스마트 폰이 없었다. 어쩔수 없이 직접 심천이라는 곳으로 이동해 찾아 볼수 밖에 없었다. 과연 찾을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찾지 못한다면 이듬해 춘절(春節.음력 1월1일)때 귀향하기를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송강 아들인 송복처럼 돌아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탓으로 찾을수 있던 없던 직접 가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심천이 어떤곳인지 조사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중국의 실리콘벨리가 심천으로 경제 특구였다.
인구 2천만명에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곳으로 북경이나 상하이보다 아파트 가격이 높았다. 주민 등록되어 있는 인구중 7%가 억만장자였다. 수많은 공장이 들어서 있는 심천으로 중국 전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매년 천만명이 넘었다.
중국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사회 구조였다. 호적 이분제는 폐지된 상태지만 완전히 폐지된건 아니다. 여태까지는 도시 호적을 가진 자가 농촌 호적으로 바꾸는건 쉬웠지만 농촌 호적을 가진 자가 도시 호적을 취득하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도시 호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의 임원, 대학 졸업한 인재, 고액 납세자등으로 농촌 호적을 가진 자가 도시 호적을 취득하기엔 많은 허들을 넘어야 했다. 도시 호적 소지자에겐 취업, 교육, 의료, 주택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등 농촌 호적 소지자와는 차별 대우를 했다.
때문에 농촌 호적 소지자들은 도시 호적을 획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다. 도시 외곽에 주택을 구입하면 훗날 도시가 넓어졌을때 도시 호적을 취할수 있어 시세보다 몇배나 높은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해 수입보다 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 융자금이 더 많은 방노(房奴)라는 주택 융자 노예들이 즐비한 실정이다.
어떤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을땐 보상 기준도 다르다. 농촌 호적자에 비해 도시 호적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수 있다. 농촌 호적자는 도시의 공립 학교로는 진학할수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는 이런 규정이 폐지되었지만 호적 이동의 자유가 완전히 인정된것 아니다. 학력이나 거주 년수, 직업, 납세액, 연령, 표창 수상력에 따라 포인트 제도가 도입되어 일정 이상의 기준에 부합되는 자만이 도시 호적이 인정되는 구조다.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너무 심한 탓으로 농한기엔 도시로 객지벌이를 하러 떠나는 농부들이 대부분으로 때로는 고향으로 돌아 오지 않거나 객지에서 이혼을 하는 자들도 수두룩하다.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객지벌이를 하는 자들은 월급면에서도 심한 차별을 받으며 농촌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유수 아동(留守児童)이라고 불리 우며 정에 굶주인 아이들은 정신적 성장에 큰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송예가 그런 유수 아동에 속한다. 부모가 객지로 떠나 이혼하고 돌아 오지 않는 탓으로 송예는 정에 굶주려 정신적으로 문제가 다분했다. 학교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아 보고도 싶었다.
심천으로 가는 김에 송예가 다니는 학교에 들러 선생님을 만나 보고 갈 생각이다. 심천은 홍콩에서도 가까운 지역으로 이곳 오당촌에서도 상하이보다는 멀지 않는 곳이다. 영주시에서 심천행 기차를 타면 바로 갈수 있었다.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다녀오면 새로운 집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송예의 학교 수업이 끝날 시간대에 범룡허 학교에 도착했다.
"송예의 친척분이시라고요?"
"그렇습니다. 송예가 이상해서 학교 생활이 어떤지 궁금해서 찾아 온겁니다."
"음, 송예는 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입니다. 수업 시간엔 한마디의 말도 없으며 친구들도 없는 상태입니다. 항상 외톨이죠. 이곳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유수 아동인 탓으로 모두들 한두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송예는 심각합니다."
겨울철이 되면 이곳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80%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부모들이 객지벌이를 떠나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친구가 없는 송예는 늘 혼자라고 했다.
"음, 다른 문제는 없는 겁니까?"
"학교 급식비가 많이 밀려서..."
"아, 돈이라면 당장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담임 선생에게 그동안 밀린 급식비를 지불하고 졸업할때까지의 급식비도 미리 지불했다. 송예와는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심천에 다녀 온 후에 할일이다.
***
심천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짐가방을 들고 역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이불까지 들고 나오는 자들도 보였다. 막상 심천에 도착하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이곳에서 어떻게 송동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짐가방을 든 사람들이 몰려 가는 곳으로 따라 갔다. 이불까지 들고 있다면 여행을 온 자들은 아니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있었다.
"이 버스가 삼화(三和) 인력 시장으로 가는 버스입니까?"
"......."
"맞아. 그곳으로 가는 버스야."
버스에 올라 타는 자신뒤에서 말을 걸어 온 젊은 청년이었지만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모르는 탓으로 아무런 대답도 해 줄수 없었다. 질문한 청년 뒤쪽 청년이 대신 말해 주었다. 인력 시장이라는 말에 모두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가는 중이란걸 알수 있었다. 그렇다면 송동도 일자리를 찾을게 분명했다.
버스에는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제각기 가방을 한개씩 들고 있었다. 모두 젊은 청년들이었다. 버스는 고작 20분도 되지 않아 멈추어섰다. 우르르 내리는 버스에서 덩달아 따라 내렸다.
사람들이 모두 한곳으로 몰려 가고 있었다. 삼화(三和) 직업 소개소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거대한 건물안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지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이곳은 뭐하는 곳입니까?"
"뭐하긴? 직업을 소개시켜 주는 곳이잖아. 이 빌딩 전체가 직업 소개소야. 아마 800개정도는 될껄."
그렇게 많은 직업 소개소가 들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 들고 있는것 같았다.
- 자아, 딱 두명 남았어. 용접을 할수 있는 자는 없어?
- 프레스를 할수 있는 사람은 이곳으로 와.
- 대기업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자는 이쪽이야.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말이 시끄러웠다. 벽 한쪽에 길게 테이블이 놓여 있었으며 그곳에 앉아 있는 자들이 마이크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긴줄이 서 있었으며 뒤쪽 벽에는 구인 포스터가 덕지덕지 달라 붙어 있었다. 이런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선 절대로 송동을 찾지 못한다. 건물 밖으로 나가며 어떤식으로 찾을지 생각했다.
"이보시오. 혹시 이 자를 본적이 있습니까?"
송동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송강에게서 받은 사진이다. 건물 밖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사진을 내밀고 물어 보았다.
"처음 보는데?"
"송동이라는 자로 16살이야. 만약 송동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는 자에겐 1만 위안(약 170만원)을 준다."
돈을 보여 주었다. 이때는 전자 화폐보다는 현금이 유용했다. 손에 들린 현금을 본 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사진을 보자며 주변에 있는 모든 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밀지 말고 천천히 봐."
사진을 높고 들고는 오후 5시에 이곳으로 다시 올테니까 찾은 사람은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다. 소문이 퍼진것이다.
"먼저 찾는 자에게 1만 위안을 모두 준다. 빨리 움직여."
사진을 본 자들이 우르르 퍼져 나갔다. 어디로 찾으러 가는지는 모르지만 송동이 심천에 있다면 찾을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호텔을 잡아 놓고 약속한 5시가 되어 삼화 직업 소개소 앞으로 걸어 갔다.
우르르.
자신의 모습을 확인 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와 시끄럽게 자신이 찾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찾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밀지마! 이 사진을 다시 확인하고 맞다면 안내해."
높게 들어 올린 사진에 주목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찾았다고 그렇게 아우성치던 자들이 웅성거리기만 할뿐 어느 누구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어떤 근거도 없이 무작정 찾았다고 하면 돈을 받을수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이다.
당연히 확인후에 맞다면 돈을 줄것이다. 그런 것을 알텐데도 거짓말을 하는 놈들은 생각같아선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지만 송동을 찾을려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아, 다시 한번 사진을 잘 확인하고 찾아 봐. 내일 아침 9시에 이곳으로 다시 오겠다."
"저어, 그 사진속의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본것 같습니다."
한 청년이 손을 들고 나섰다. 조심스러운 말투로 볼때 정말인것 같았다. 모두 그 청년에게로 시선이 쏟아지자 청년은 쑥쓰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디에 있지?"
"3개월전 스마트 폰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것 같습니다."
"3개월전이라면 지금은 어딧는지 알아?"
"모릅니다."
송동의 선배인 왕대해라는 자와 통화했을때 들은 이야기다. 이미 스마트 폰 공장은 그만 둔 상태다. 예전이 아니라 현재가 중요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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