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정식 입문(2)
26화.
쥬료 이상의 세키토리들에겐 각각의 스모 베야에서 특별히 개인실을 준비해 준다. 또한 츠케비토(付け人)라는 따까리도 2~3명 준비해 주는 특별한 위치다. 헤어 스타일도 달라진다. 오오이쵸(大銀杏)라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을 할수 있게 된다.
세키토리 이하의 스모토리들은 머리카락을 바짝 끌어 올려 둥근 모양을 만들어 끈으로 묶어 머리위에 올려 놓는 마게(髷) 스타일이다. 마치 굵고 검은 똥이 머리위에 올려져 있는것 처럼 보인다.
그에 비해 세키토리들은 공식 석상이나 본 경기에 임할땐 귀밑과 머리 뒤쪽을 살짝 끌어 올려 각을 지게 만든후 머리 꼭대기에 올려 놓은 마게의 앞쪽을 은행잎 모양으로 넓게 편 상태다. 좋은 옷을 입고 대우를 받고 싶다면 출세하라는 뜻으로 제각각 지위에 따라 차별 대우를 하는 세계다.
첫날부터 선배 네명 모두 경기가 배정되어 있었다. 첫날 성적은 토라키오상과 사토상은 승리했고 고바야시상과 혼마상은 패배했다. 다음날은 고바야시상만 경기가 잡혀 있었다. 어제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반드시 이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 승리했다.
"토라키오상! 오늘은 오야카타가 TV 해설을 하는 날입니다. 선배의 경기는 비록 해설하지 못하지만 오야카타가 불편하지 않게끔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걱정마! 패대기를 쳐 주마."
호언장담하며 가슴을 탕탕 치며 승리를 확신하는 토라키오상이었다. 스모 경기는 위성 방송인 NHK BS1에서 오후 1시부터 생중계를 한다. 오후 1시부터는 마쿠시타(幕内) 선수들이 주로 경기를 하는 시간대다.
오후 4시가 되면 위성 방송이 아닌 지상 디지털 방송인 NHK 종합 1에서 중계를 담당한다. 하루의 중계료로 스모 협회에 3~4억엔을 지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1월 바쇼 본 경기 11일째에 오야카타는 NHK 종합 1에서 해설자로 나서게 되었다.
12일과 14일째는 인터넷 무료 방송인 아베마 TV(Abema TV)에 스모 경기 해설자로 출연한다고 했다. 오야카타가 해설하는 만큼 제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오야카타가 곤란하지 않게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침착하게 상대방을 죽여 버린다는 식으로 노려 보는걸 잊지 마십시요."
"맡겨둬."
너무 자신만만하는 토라키오상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오늘이 6번째 경기로 4승 1패의 성적이다. 오늘과 내일 한경기씩 남겨둔 상태로 일찌감치 카치코시를 해 둔 덕으로 부담감은 없을 것이지만 승수를 많이 쌓을수록 상위 단계로 올라 갈수 있어 분발할 필요가 있었다. 큰소리를 치고 나간 토라키오상은 고개를 푹 숙인채 돌아 왔다. 패한것이다.
"토라키오상! 침착하게 하라고 했는데 너무 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제길! 놈이 꼼수를 쓸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꼼수든 뭐든 침착하게 신중히 상대했다면 충분히 이길수 있는 상대였습니다. 내일이 마지막 날이죠? 내일도 오야카타가 해설자로 나섭니다. 내일은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오늘 왜 졌는지 생각해 보십시요. 경기를 복기해 다음번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알았다."
화가 난듯한 토라키오상에게 여러 말을 했지만 아마 귀에 들어 가지도 않았을것이다. 토라키오상의 단점은 힘만으로 해결할려는 것이다. 기술면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다음날 토라키오상은 승리했다.
토라키오상과 고바야시상은 5승 2패, 사토상과 혼마상은 3승 4패의 성적으로 1월 바쇼를 마쳤다. 성적에 따라 다음 3월 바쇼에선 토라키오상은 산단메 중급 순위로 올라 갈것이며 고바야시상은 죠니단 중하급 정도로 올라 갈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토상과 혼마상은 아래쪽으로 순위가 내려 갈것이다.
가장 아까운건 사토상이었다. 이번에 5승 이상을 달성했다면 산단메로 승급할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것이다. 거창한 센슈라쿠(千秋楽) 파티가 벌어졌다. 본 경기 마지막날 저녁엔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파티다. 후원자들을 초대해 스모 베야 제자들의 성적을 발표하고 제자들의 장기 자랑을 피로한다. 아메미야도 처음으로 참석했다.
"3월달에 정식으로 입문하게 될 아메미야 신야(雨宮真也)군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메미야 신야라고 합니다. 목표는 텟펜(てっぺん.정점)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짝짝짝짝!
후원자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많은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부끄럽다거나 떨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림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무심한 표정으로 소개할수 있었다.
"한곡 불러 봐라."
"노래요?"
"그래."
장기 자랑이라고 해 봐야 선배들 모두 노래를 불렀다. 가라오케(カラオケ.노래방) 기계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조작하는지 몰라 고바야시상의 도움을 받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아는 노래라고는 거의 없지만 고바야시상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愛の甘いなごりにあなたは..."
마츠자키 시게루(松崎しげる)라는 가수의 아이노 메모리(愛のメモリ.사랑의 메모리)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染めてゆ~~~く~~~~~
あなたと離れはしない
ア~ア~~~アアア~~アア~~"
사랑을 노래한 노래로 압권은 마지막의 고음으로 울려 퍼지는 '아아~~'였다. 파티장을 압도하는 고성에 후원회 사람들 모두가 멍한 표정들이었다. 노래를 끝마쳤음에도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짝! 짜작! 짝짝짝짝!!!
"와아아~~!!!!"
잠시후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처음 노래를 부른것 치곤 만족할만했다. 의외로 가라오케는 재미있었다.
"한곡 더 불러라!"
"아, 죄송합니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곡입니다. 다른 노래는 전혀 모르는 탓으로 다음번 파티까지 배워 피로하겠습니다."
약속한 이상 노래를 배워야 할것 같았다. 스마트 폰이 없어서 노래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다. TV도 보지 않는 탓으로 무슨 노래가 유행하고 유명한지도 모른다. 선배들에게 물어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센슈라쿠 파티가 끝난 며칠후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나루토 베야를 밀착 촬영했었던 영상이 편집되어 방송으로 내 보내 진다는 것이다. 저녁을 먹은후 오야카타와 선배들과 함께 TV를 시청했다.
나투로 베야 소개 영상이 먼저 흘러 나온후 오야카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장 보러 가는 장면과 오카미상의 인터뷰를 곁들인 선배들이 훈련하는 모습, 짱코를 만드는 모습등이 방송되었다. 아메미야도 도효 한쪽 끝에 다리를 짼 상태로 앉아 도효 위를 바라 보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TV 방송후 반향이 좋았는지 3일이 지나자 사시이레(差し入れ)가 폭증했다. 매일 몇번씩 나루토 베야를 후원하고 싶다며 주로 먹거리를 보내 오고 있었다. 한번 장을 보러 가면 최소한 5만엔 이상의 물건을 구입한다. 선배들이 하루에 먹는 양만해도 2만엔정도 분량이라고 했었다.
사시이레로 인해 오카미상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을것이다. 나루토 베야의 밀착 촬영 내용은 방송되었지만 스미다 공원에서 만난 구야쿠쇼(区役所.구청)에 근무한다는 중년인이 발행한다는 구민(区民) 홍보지에 자신의 기사가 없었다. 언제 기사가 뜰지는 모르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 다른 기사로 인해 밀렸을지도 모른다.
***
겨울이 서서히 지나가고 매화꽃이 만발한 3월이 되었다. 3월 바쇼가 코앞으로 다가 온 시기였다. 자신이 드디어 데뷔하는 바쇼이기도 했다. 3월 바쇼는 오사카(大阪)의 에디온 아리나 오사카(エディオンアリーナ大阪)라는 오사카 후립 체육 회관에서 열린다.
나루토 베야의 일원들은 2월 하순경에 오사카로 향했다. 도효가 있는 곳을 찾아 오사카 시내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고 본 경기에 대비해 아침에는 훈련을 하며 오후에는 장소를 제공해 준 건물주와 유치원집들을 돌아 다니며 봉사 활동까지 해야 했다.
"아메미야, 시코나(四股名.예명)를 어떻게 할래?"
본 경기가 열리기 전에 신데시(新弟子.신입 제자) 검사를 하게 된다. 그때엔 본명으로 검사를 하지만 시코나를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혼마상처럼 본명을 시코나로 사용하는 자들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 예명인 시코나를 사용한다.
"음, 전 나루토 베야 소속이니까 나루토(鳴戸)라는 이름이 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냐? 모두 아메미야 시코나를 생각해 봐라."
"나루토야마(鳴戸山), 나루토우미(鳴戸海), 나루토잔(鳴戸山), 나루토류(鳴戸龍), 나루토오우(鳴戸欧)등등 쉽게 만들수 있는게 많은데요?"
"어때?"
고바야시상이 많은 시코나를 나열했다. 시코나는 생각해 둔것이 없었다. 아무것이나 상관없지만 토라키오(虎来欧)상의 시코나엔 호랑이(虎) 한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용(龍) 한자를 집어 넣는게 좋을것 같았다.
나루토 베야에서 가장 출세를 할것으로 예상되는 토라키오상과 쌍벽이 되게끔 용호상박(龍虎相搏)이 되는 의미를 포함해 나루토류(鳴戸龍)라고 하면 좋을것 같았다. 입을 열려고 할때였다. 토라키오상이 초를 치고 있었다.
"아메미야, 넌 크레이지로 하면 딱이야."
"크레이지는 한자로 쓸수가...아니군요. 쿄우, 쿠루우(狂)라고 읽을수 있는 狂(광)자가 있네요. 전 나루토류(鳴戸龍)가 맘에 드는데 그럼 나루토쿄류(鳴戸狂龍)라고 할까요?"
나루토 베야의 미친 용이라는 뜻의 시코나다. 만약 그런 시코나를 사용한다면 남들이 수군거릴지 모른다. 미쳤다는 뜻의 狂(광)자를 포함시키는 시코나는 스모 세계에선 처음일것이다. 혹시 금기(禁忌)일수도 있었다.
"미쳤다는 한자는 사용하지 않는게 좋을꺼다. 그냥 나루토류(鳴戸龍)로 하거라."
"알겠습니다. 선배님들, 앞으로 전 나루토류입니다."
***
본 경기가 열리는 4일전인 3월 7일 오사카 경찰 병원에서 신데시(新弟子.신입 제자) 검사를 했다. 신입 제자 검사는 일년중 여섯 차례 본 경기가 열리는 1, 3, 5, 7, 9, 11월달의 개최일 3~4일전에 스모 베야에 입문하는 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신장 167Cm이상 체중 67Kg이상이어야 합격할수 있다. 단 중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몰리는 3월 바쇼에 한해 신장 165Cm이상 체중 65Kg이상이어야 한다. 올해는 어림잡아 60여명 정도였다.
스모 인기가 많을땐 신입 제자들이 늘어 나고 없을땐 단 한명도 지원자가 없을때도 있다. 나투로 베야에선 자신 혼자밖에 없었다. 흰색 트렁크 팬츠 차림으로 검사 종이를 받아 들고 줄을 섰다. 협회에 소속된 스모베야 히라가나 이름순으로 검사는 진행된다. 줄을 선채로 기다리고 있을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33번 나루토 베야(鳴戸部屋) 아메미야 신야(雨宮真也)군!"
"예."
신장을 계측하는 곳으로 올라 갔다. 검사관은 스모 협회에 소속된 다른 스모베야 오야카타다. 머리 꼭대기에 나무 막대기가 살짝 올려 졌다.
"179Cm!"
다음은 체중계로 올라 갔다. 키가 3Cm가 커진 상태다. 몸은 전보다 무겁지 않아 그 상태일것이다.
"98Kg!"
하지만 체중도 전보다 조금 불어났다. 근육량이 늘어 난것으로 생각되었다. 체중이 많이 불어 났다면 곧바로 알수 있다. 다음은 혈압 검사와 심전도(心電図) 검사,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오늘 중으로 합격 여부는 알수 있다.
모든 검사가 끝났다. 검사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새롭게 스모 세계에 입문하는 동기들을 살펴 보느라 따분하진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 몸이 완성된 동기도 있었다.
학생 스모 출신자로 짐작되었다. 학생 스모 출신 입문자는 어떤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거나 좋은 성적을 올린 자는 가장 밑바닥인 죠노쿠치(序の口)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라 단번에 산단메(三段目)나 마쿠시타 츠케다시(幕下付出) 지위에서 스타트를 한다.
마쿠시타 츠케다시란 반즈케효엔 이름이 등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해 성적에 따라 마쿠시타(幕下) 지위에서 시작할지 아니면 한단계 아래인 산단메(三段目) 지위에서 시작할지 결정하는 일종의 시험 무대다.
처음 입문한 자가 죠노쿠치(序の口)에서 죠니단(序二段)으로 승급해 산단메(三段目), 마쿠시타(幕下) 순으로 올라 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산단메나 마쿠시타에서 스타트를 할수 있도록 편의를 봐 주는 제도다.
그런 자가 몇몇 눈에 들어왔다. 다른 동기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80Kg도 되지 않아 보였다. 어떤 자는 체중 검사를 하기전에 얼굴을 찡그리며 계속 생수를 들이키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체중을 늘리기 위해서다. 저렇게 물을 많이 마시면 검사가 끝난후 설사를 하게 된다. 예전의 어떤 선수는 작은 키로 인해 머리에 실리콘을 주입해 신장 검사를 패스한 자도 있었다. 물론 합격한후 실리콘은 제거했다.
이번 검사에서 탈락하면 두달후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다른 입문생보다 두달이 늦어 진다는 것이다. 아메미야의 신체 검사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이제 마에즈모(前相撲)라는 것이 남아 있다. 이것이 중요했다.
스모 세계에 있는한 평생 따라 다니는 타이틀이 걸린 일이다. 본 경기가 열리는 2일째부터 신입 제자들끼리 대결해 5일안에 먼저 2승을 올리면 이치방(一番.첫번째) 출세라고 하며 6~8일까지 2승을 올린 자는 니방(二番. 두번째) 출세, 8일이후에 2승을 올린 자는 삼방(三番.세번째) 출세라고 불리워진다. 신입 제자들은 본 경기 8일째 산단메(三段目) 경기를 잠시 중단하고 관중들 앞에서 출세 피로(出世披露)라는 것을 한다.
- 작가의말
몇번 반복되는 설명이 있습니다. 생소한 스모 경기이기에 이해를 돕기 위해 그런것입니다.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화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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