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테러를 하다(2)
84화.
'대체 어떤 상자야?'
크고 작은 상자가 너무 많았다. 시간이 없어 닥치는 대로 열어 보았다. 언제 비상이 걸리지 모르는 상태다.
'찾았다.'
사진으로 보던 수류탄이 틀림없었다. 정사각형의 나무 상자안에 빼곡히 들어 있었다. 상자에는 MK2라고 적혀 있었다. 표면이 올록볼록한 수류탄이었다. 즉시 배낭을 열고 쓸어 넣었다. 상자 한개를 비우고 즉시 윗층으로 올라 갔다. 다른 상자도 열어 더 많이 가져 가도 되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과욕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아직 교대 시간은 되지 않았는지 입구쪽은 조용했다. 기감으로 살펴 봐도 접근하는 자도 없었다. 생각같아선 지하에 있는 물건들을 폭파시키고 싶었지만 그냥 놔 두었다. 수류탄이 몇개나 사라졌는지 조사하면 알것이지만 상관없었다.
수류탄을 탈취 당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경고가 되는 것이다. 지하를 폭파시키면 보급고가 날아가 버린다. 그러면 누가 잠입해 무기를 훔쳐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죽여 버린 놈들까지 폭발에 휘말린 탓으로 죽었다고 생각할것이다. 그래선 않된다. 누군가 침입해 죽이고 수류탄을 가져 갔다는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 겁을 먹고 불안에 떨것이다.
***
"뭐라고? 수류탄을 도난 당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육상 자위대 쥬죠(十条) 주둔지에서 어제밤 경계병 12명이 죽고 무기 보급고에서 수류탄 40발이 분실되었다고 합니다."
"테러범들 짓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놈들이 사용한 무기가 전번에 사용된 무기와 똑같다고 합니다."
요시하라(吉原) 관방 장관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코우무라(高村) 총리는 머리를 부여 잡았다. 또다시 테러가 발생할것이 틀림없었다.
"당장 원자력 발전소의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게."
"이미 하달한 상태입니다. 만약 놈들이 전철에 테러를 가한다면 막을수 없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자위대를 투입시키는 수 밖에 없겠군. 한집 한집 철저히 수색해 수류탄을 찾아야 하네."
"국민들이 반발할겁니다. 또한 수류탄을 도난 당했다고 공표하면 큰혼란이 발생할겁니다."
요시하라(吉原) 관방 장관이 반대를 했지만 코우무라(高村) 총리는 하루 빨리라도 테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양해를 얻을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 코우무라(高村)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자위대에서 수류탄을 도난 당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테러범들을 찾기 위해 자위대를 투입해 수색에 협조해 달라는 담화였다.
***
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스마트 폰 TV로 본 아메미야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총리 놈에게 경고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위대가 투입되기 전에 움직였다. 총리는 총리 관저에 있을 것이다. 총리가 바뀌지 않는한 PK3 과장 놈은 내놓지 않을 것이다. 과장 놈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주소만 알면 찾아 가겠지만 얼굴도 주소도 모르는 상태다.
고졸 인정 시험은 끝났지만 영어 회화 학원은 그대로 다니고 있었다. 학원이 끝난후 자동차 교습소에서 운전 연습을 한후 저녁때까지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둠이 내려 앉자 택시를 타고 치요다구(千代田区) 나가타쵸(永田町)로 이동했다. 그곳에 총리 관저(総理官邸)가 자리 하고 있다.
총리 관저가 있는 도로 앞에는 내리지 않고 국립 국회 도서관으로 향했다. 총리 관저에서 멀지 않는 도서관앞에 내려 천천히 총리 관저 뒤쪽으로 향했다. 앞쪽에는 높은 건물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으로 뒤쪽에 있는 카스미가세키 토큐(霞が関東急) 빌딩으로 향했다.
총리 관저 뒤쪽에는 총리 가족 숙소인 내각 총리 대신 공저(公邸)가 자리하고 있으며 조금 떨어진 곳엔 고속 도로가 지나 간다. 고속 도로 바로 뒤에 카스미가세키 토큐(霞が関東急) 빌딩이 자리하고 있다. 내각 총리 대신 공저(公邸)와 일직선상에 있는 건물이 카스미가세키 토큐(霞が関東急) 빌딩이다. 아직 깊은 밤은 아니지만 빌딩은 불이 모두 꺼져 있는 상태다.
사사삭.
빌딩 벽을 타고 올라 갔다. 17층 건물인 탓으로 조금 시간이 걸렸다. 옥상에 도착해 어깨에 대각선으로 둘러 맨 작은 가방안에서 수류탄 두발을 꺼냈다. 핀을 뽑아 들고 총리 관저(総理官邸)를 향해 던졌다.
슈앙!
꽝!!
한발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핀을 뽑고 이번엔 내각 총리 대신 공저(公邸)를 향해 던졌다.
꽝!!!
두발만 던진후 즉시 옆쪽 빌딩 옥상으로 뛰어 내렸다. 옆쪽 빌딩은 10층정도의 높이였다.
쿵!
옥상에 착지해 벽을 타고 아래쪽으로 내려와 총리 관저와는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시간을 끌면 꼬리가 잡힌다. 수류탄은 단두발만 가지고 온 상태다. 갑작스런 폭발로 인해 총리 관저는 난리가 난 상태일것이다. 지금쯤 전번에 전화를 건 프라임 뉴스 방송이 되고 있을 것이다.
주택가쪽으로 이동한 상태로 귀가를 하는지 양복을 입은 자가 걸어 가고 있었다. 잰걸음으로 그 자옆으로 이동해 뒷목을 후려쳤다. 쓰러지는 놈을 부축하며 스마트 폰을 찾아 보았다. 양복 안주머니안에 있는 폰을 꺼내 지문 인식으로 암호를 해제하고 중년인은 도로에 방치했다.
뚜루루.
전화를 걸었다. 전번처럼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 몇번 신호가 간후 전자음이 아닌 말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전번에 전화를 건 나나시(名無し.무명인)다. 듣기만 하도록. 방금전에 총리 관저에 수류탄을 던진 상태다. 육상 자위대 쥬죠(十条) 주둔지에서 수류탄을 구했다. 총리가 계속 거짓말을 하는 한 테러는 계속 될것이다. 내일부터는 달리는 전철과 스타디움에 수류탄을 던지라는 명령을 받았다. 총리가 PK3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는한 테러는 계속될것이다. 또한 PK3 우에모토 과장이 직접 기자 회견을 해 PK3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샅샅이 밝혀라."
뚝.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스마트 폰은 지문을 닦아 내고 멀리 던져 버렸다. 한번 사용한 폰은 더이상 사용할수 없다.
***
"총리! 안심하십시요. 가족분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인명 피해도 전혀 없었습니다."
길길이 날뛰는 총리를 달래는 요시하라(吉原) 관방 장관이었다. 총리 관저가 테러를 당할때 총리는 아카사카(赤坂)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다. 만약 공저(公邸)에 있었다면...생각하기도 싫었다. 모두가 무사해 천만다행이었다. 놈은 자신을 도발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우에모토 과장을 내 놓으라고 협박을 가한것이다.
벌컥!
"총리! 이것을 보셔야겠습니다."
"노크를 하게."
수석 비서관이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 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또다시 테러가 발생한것 같아 덜컥 가슴이 내려 앉았다.
"죄, 죄송합니다. 이것을 봐 주십시요."
태블릿을 내미는 수석 비서관이었다. 태블릿에는 프라임 뉴스가 녹화된 영상이었다. 테러범이 또 프라임 뉴스 방송에 투고를 한것 같았다.
"...음... 빌어먹을!!!"
"전철 운행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게 말이 되나? 큰혼란이 빚어 질것이네. 지금도 테러로 인해 경기가 침체된 것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는데 전철까지 멈춰 버린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움직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운행을 해 테러가 발생한다면 겉잡을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만약 전철 운행이 중단된다면 동경은 마비된다. 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동경 외곽에서 출근하는 자들은 회사에 갈수도 없을 것이다.
"자위대를 투입해 전철 노선에 배치하게. 그 방법 밖에 없어."
"엄청난 노선입니다. 불가능합니다."
"전국의 경찰들도 총동원하게. 현재 테러는 동경에서만 벌어 지고 있네."
"우에모토 과장을 버리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요시하라(吉原) 관방 장관의 말에 총리는 죽일듯이 노려 보았다. 과장을 버리면 정부가 PK3를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게 드러 날것이다. 절대로 우에모토 과장은 내줄수 없었다.
"테러범은 아직 행적조차 알지 못하는가?"
"그렇습니다."
"조그마한 단서라도 없단 말인가? 대체 공안에서는 뭘 하고 있단 말인가?"
"테러가 발생한 구역의 감시 카메라를 분석하고 있지만 워낙 방대한 양이라서 시간이 걸립니다."
아마 몇달은 걸릴것이다. 분석을 하고 테러범을 추정해 추격하는 것만으로도 또다시 몇달이 걸리는 일이다.
"저어...총리! 이번에 투고한 내용과 전번에 투고한 내용이 이상합니다. 전번에는 여러명이 속한 단체로 추정되었지만 이번엔 한명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는 한명뿐인 테러범이 전번에는 여러명이 속한 단체로 착각하게끔 유도한것 같습니다."
"분석팀에게 철저히 분석해서 빠르게 보고하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당장 경찰과 자위대를 노선에 배치하게."
***
어딜 가나 경찰과 자위대뿐이었다. 전국의 경찰들이 모두 몰려 온것 같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역이나 상점가, 백화점엔 인적이 뚝 끊어져 버렸다. 어쩔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외출을 하지 않아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실례하겠습니다. 검문에 협조해 주십시요.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메미야 신야입니다. 저 몰라요? 오오제키였던 나루토류입니다."
"응? 아! 반갑습니다. 몰라 보게 달려 졌군요."
검문하는 경찰이 눈이 한끗 커지며 자신을 알아 보았다. 스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방송국에서 연일 떠들썩하게 크게 보도된 탓으로 모르는 자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머리 카락도 자르고 몸무게도 줄어 들어 얼핏 보면 알아 보지 못할것이다. 스모 선수는 상투를 틀고 있을때와 머리를 잘라 앞으로 내리고 있을때는 천지차이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겁니까?"
"운전 교습소로 가는데요?"
전철을 탈려고 역안으로 들어 서자 경찰이 검문을 했다. 배낭도 없는 상태임에도 검문이 철저하게 이루어 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검문하고 있었다. 전철이나 스타디움에 테러를 가한다고 말했었다. 그런 탓인지 평소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경찰과 자위대가 쫘악 깔려 있었다.
"몸 수색에 협조해 주십시요."
"하세요."
양팔을 벌렸다. 자신을 알아 본 경찰이 그냥 통과시켜 줄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누구든지 철저히 검문을 하라고 지시를 받은것 같았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찰의 인사를 받고는 전철역안으로 들어 갔다. 역안은 한산했다. 입구쪽엔 전철 운행수를 줄여 운행한다는 안내문이 쓰여져 있었다. 운전 교습소에 들런후 곧바로 아오마츠엔으로 돌아 왔다. 어두워지면 움직일 생각이다. 테러를 감행한다고 선언한 이상 실제로 행해 주어야 자신의 협박이 먹혀 들것이다.
***
스르륵.
유령처럼 은밀히 움직였다. 일본에는 방치된 빈집이 많다. 동경임에도 불구하고 단독 주택이나 맨션이 텅 빈곳이 많다. 세금 문제로 인해 2, 3층의 맨션을 지어 빌려 주는 대여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쥬죠(十条) 주둔지에서 탈취한 수류탄은 아오마츠엔이 있는 스미다구(墨田区) 아래쪽 부분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코우토구(江東区)의 빈집 지붕 아래에 숨겨 놓았다. 지붕의 기와장을 드러내고 합판을 도려 내 천장안에 놓아 두었다. 재개발을 하지 않는한 들킬 염려는 없다.
'세개만 던지자.'
수류탄 세발을 주머니안에 넣고는 우에노 공원으로 이동했다. 다시 스미다구로 돌아와 왼쪽에 있는 타이토구(台東区)로 이동해야 한다. 타이토구에 있는 우에노 공원으로는 이미 몇번이나 가 본적이 있었다. 아직도 저격수들이 숨어 있을지는 모른다. 전번에 숨어 있던 곳에는 저격수들은 감지 되지 않았다. 동물원안에도 몇명밖에 감지되지 않는게 군인들은 철수한것 같았다. 아마 저격총은 회수해 갔을 것이다.
저격총을 숨겨 놓았던 곳에는 군인들이 무슨 장치를 해 놓았을지도 몰라 접근하지 않았다. 산쪽으로 빙 돌아 우에노 역이 보이는 곳 옥상으로 올라 갔다. 테러를 가한다면 일반적인 전철보다는 신칸센을 노릴 생각이다.
옥상 바닥에 엎드려 신칸센이 역안으로 들어 오길 기다렸다. 스마트 폰을 가져 오지도 않아 몇시에 역안으로 들어 오는지는 모른다. 미리 검색해 조사해 놓았어야 했다. 한시간 정도는 기다린것 같았다.
드디어 날렵한 모양의 신칸센이 속도를 줄이며 우에노 역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완전히 정지하면 수류탄을 던진다. 명중율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역위에는 천장으로 막아 놓아 신칸센이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유언실행(有言実行) 한다는 의미가 중요했다. 우에노 역엔 선로가 많았지만 어느쪽 선로를 따라 들어 들어 온것인지 눈여겨 지켜 본후 옥상에서 일어나 수류탄을 핀을 뽑고는 차례대로 던졌다.
꽝! 꽝! 꽝!
연달에 세발의 수류탄을 신칸센이 멈춰 있는 천장에서 한발씩 터질때마자 역 천장이 움푹 꺼지며 파편이 비산했다. 역안이 어떻게 된것인지 살펴 보지도 않고 귀가를 서둘렀다. TV에 속보로 보도 될것이다. 얼마나 피해를 준것인지는 TV를 보면 알수 있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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