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첫경기에 임하다
27화.
출세 피로는 정식으로 스모 세계에 입문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의식으로 케쇼마와시(化粧まわし)라는 것을 착용해 도효 위로 올라가 소속 스모 베야와 시코나(四股名), 출신지를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한다.
케쇼마와시는 앞치마처럼 허리에 두르는 사각형의 큰천이다. 스모 베야의 문양이나 특색있는 문양으로 수를 놓은 묵직한 천이다. 신입 제자가 주로 출세 피로를 할때 오야카타나 소속 스모 베야에 속해 있는 세키토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빌려 사용한다. 케쇼마와시 한장의 가격은 백만엔에서 2백만엔(약2천만원)에 해당되는 비싼 물건이다. 최고급 비단천을 사용해 한달이상의 시간이 걸려 겨우 만들수 있는 물건이라고 했다.
"꼭 이겨라."
"걱정 마십시요. 누구처럼 절대로 지진 않을겁니다."
고바야시상이 응원해 주었다. 본 경기 2일째에 접어 들어 마에즈모 경기를 하는 날이 밝았다. 3월 바쇼에는 스모베야 입문하는 중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많은 탓을 본 경기 2일째부터 마에즈모를 하지만 다른 바쇼에서는 3일째부터 마에즈모 경기를 한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정식 경기가 열리는 도효위로 올라 가는 것이다. 고바야시상은 1일째 경기에 임해 패한 탓으로 조금 빗대어 주었다. 마와시(まわし.샅바)를 싼 보따리를 들고 맨발로 게타를 신고 전철을 타고 본 경기가 열리는 에디온 아리나 오사카(エディオンアリーナ大阪) 체육 회관으로 향했다. 세키토리가 아닌 이상 택시를 타고 갈순 없다. 만약 비가 오더라도 우산도 쓸수 없다.
대기실에서 서로의 도움으로 마와시를 착용했다. 마에즈모 경기에 임하는 신입 제자들은 동서(東西)로 나누어 대결한다. 본 경기가 열리는 도효쪽으로 줄지어 이동해 도효 아래쪽으로 편하게 앉았다.
도효위의 주심인 교지(行司)가 동쪽을 바라 보며 히가시(東) 00라고 이름을 부른후 서쪽으로 되돌아 서 니시(西) 00라고 이름을 부르면 호명된 자는 도효 위로 올라 간다. 도효위의 주심외에 도효 아래에는 다섯명의 부심이 앉아 있다. 마에즈모는 주심인 교지(行司)도 경험이 가장 적은 신출내기가 배정된 상태다. 교지도 지위에 따라 입을수 있는 옷과 신발이 모두 다르다. 참고로 신출내기 교지는 맨발이다.
스모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교지와 도코야먀(床山.이발사)는 스모 베야에 속해 있는 자들이다. 나루토 베야는 신설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 교지와 도코야마는 속해 있지 않았다.
교지(行司)는 스모 심판이며 도코야먀(床山)는 스모토리들의 머리를 정리정돈하고 묶어 주는 자들이다. 교지와 도코야마들도 제각기 지위에 따라 할수 있는 일과 할수 없는 일로 나누어 진다. 신분이 높아 질수록 월급도 많아 지는 시스템이다.
만약 심판인 교지가 잘못 판정을 했을땐 패널티가 부과된다. 스토토리 못지 않게 교지들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도효위에서 눈을 날카롭게 하고는 판정이 번복되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다.
애매한 판정은 모노이이(物言い)라는 제도로 인해 비디오 판독으로 승부를 결하기 때문에 절대로 불공정한 판정은 없는 스포츠 경기다. 심판이 제각기 스모 클럽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소속 클럽의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릴수는 없는 것이다.
출세 피로를 하는 선수들이 많은 탓으로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침 일찍인 탓으로 관중은 30명을 넘지 않았다. 대부분 기자 완장을 찬 기자들이다.
자신을 밀착 촬영하는 아오키(青木)상도 보였다. 손을 흔들어 주고 싶었지만 그런짓을 하면 스모 협회에서 오야카타를 호출해 제자 관리를 잘 하라고 주의를 준다. 절대로 해서는 않되는 행위다.
도효 위로 올라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중앙쪽에 흰선으로 그어져 있는 시키리센(仕切り線.자세를 취하는 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시키리센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왼주먹을 대었다.
상대하는 자는 자신보다 몸집도 작고 키도 작았다. 몸매만으로 스모 초짜라는걸 알수 있었다. 도효 아래쪽에서 대기하며 동기들이 스모 경기를 지켜 보며 모두 움직임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생애 최초로 스모 경기에 임하는 탓으로 긴장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상대방 눈을 노려 보았다. 상대방의 오른쪽 어깨가 움직였다. 오른 주먹을 바닥에 댈려는 것이다.
스윽!
탁탁탁탁!!
자신도 오른 주먹을 바닥에 살짝 대고는 상체를 상대방쪽으로 숙인채 양손을 번갈아 내밀었다. 쯧빠리(突っ張り)로 상대방을 도효 밖으로 밀어 내는 작전이었다. 예상대로 상대방의 움직임은 경직된채 어슬펐다. 쉽게 도효 밖으로 밀어 낼수 있었다. 첫 스모 경기에서 승리했다. 도효 끝자락으로 이동해 살짝 고개를 숙인후 쭈그리고 앉자 교지상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메미야~!!"
쭈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오른손을 무릎위쪽을 스치듯 쭉 뻗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효 아래로 내려갔다. 오늘 시합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내일 또 시합이 열린다. 다른 동기들 시합이 끝날을때까지 도효 아래에서 기다려야 한다.
잠시후 모든 경기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는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대기실로 이동해 마와시를 풀고 기모노(着物)를 입었다. 스모 클럽안에 있을땐 어떤 복장이든 상관없지만 경기장이나 어떤 행사에 참석할땐 반드시 기모노를 착용해야 한다. 내일 아침 8시 30분에 다시 시합이 있다며 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다. 이제 귀가해도 되는 것이다.
"어떻게 되었냐?"
"어떻게 되다니요? 당연히 이겼죠."
"설마 미친 짓은 하지 않았겠지?"
"괜히 찍힐짓을 왜 해요?"
시합이 없는 고바야시상이 궁금한듯 했다. 스마트 폰을 꺼낸 고바야시상이 오카미상에게 보고를 했다.
"받아 봐."
"아메미야입니다."
"이겼다며?"
"물론이죠. 내일도 이길겁니다."
한번도 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효로 올라가면 상대방을 압도하는 실력으로 승리해 최단 시간안에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갈 생각이다.
"고바야시상! 내일은 이겨야죠?"
"그래. 반드시 이길꺼다."
"만약 지면 각오하세요. 저하고 한시간은 부츠카리 케이코(ぶつかり稽古)를 해야 합니다."
"야!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고 있냐? 한시간이나 부츠카리 케이코를 하면 죽어. 임마!"
과장스럽게 호들갑을 떠는 고바야시상이었지만 정말로 한시간동안 부츠카리 케이코를 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혹독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나루토 베야에선 고바야시상과 혼마상이 최고참 선배지만 토라키오상이 가장 먼저 산단메(三段目)로 승급해 버렸다. 후배에게 뒤처진것이다. 고바야시상도 토라키오상과 사토상과 함께 료카미산(両神山)으로 갔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길로 북새통을 이루는 만원 전철을 타고 에디온 아리나 오사카 체육 회관으로 향했다. 전철안의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스모상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무시했다.
오늘 상대는 덩치가 제법 큰 자였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게 스모 경험자로 보였다.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내공을 사용하기로 했다. 양주먹을 바닥에 대고 얼마든지 오라고 눈짓했다. 상대방은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스모 경험자라고 해도 정식으로 스모 세계에 입문한 상태다. 긴장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스윽!
꽝!
머리로 상대방 오른쪽 어깨를 강타하며 손으로 가슴을 밀었다. 130킬로는 되어 보이는 큰몸집의 상대가 도효 밖으로 날아가 부심이 앉아 있는 곳 앞으로 굴러 떨어 졌다. 너무 세게 밀어 버린것 같았다.
큰부상을 입지 않았기를 바랬지만 상대는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큰충격을 받아 기절한것 같았다. 경기장 스탭들이 들것을 들고 왔다. 스탭이라고 해도 요비다시(呼出)들로 구성되어 있다.
요비다시들은 교지나 도코야먀들처럼 각각의 스모 베야에 소속되어 있으며 도효로 올라 가는 스모토리들의 이름을 크게 외쳐 부르는 일과 장내 아나운서, 도효 주변 청소및 경기장 문이 열렸을때와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북을 치는 역활까지 하는 일종의 경기 운영 스탭들이다. 이들도 제각각 등급이 존재하며 스모 협회에서 월급을 받는다.
상대방이 걱정되어 어정쩡하게 도효 위에 서 있는 자신쪽으로 교지상이 돌아 서며 이름을 불렀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오른손을 무릎위로 스치듯 살짝 내려 긋고는 일어나 도효 아래로 내려 갔다.
기절한채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본 동기들은 더욱 경직되어 버렸다. 자칫하면 도효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 진다면 큰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것이다. 실제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사는 스모 선수들이다.
몸이 큰만큼 바닥에 쓰러 졌을때나 상대방의 몸에 깔려 버리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때문에 도효위로 올라가는 스모토리들의 무릎이나 팔꿈치에 테이핑을 한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 오늘 시합이 모두 끝난후 옷을 갈아 입은 아메미야는 기절한 자가 어디에 있는지 요비다시(呼出)상에게 물어 보았다.
"병원으로 갔단다."
"어느 병원이요?"
"그건 모르겠다."
어쩔수 없이 다음에 만나면 사과해야 할것 같았다. 시합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마와시가 들어 있는 보따리를 들고 밖으로 나오자 카메라 맨인 아오키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메미야군, 굉장했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좋은 장면을 촬영해 기분이 좋은것 같았다.
"아오키상! 들것에 실려 나간 자는 병원으로 갔다고 합니다.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알수 있겠습니까?"
"물어 보면 알꺼다. 근데 왜?"
"미안해서요. 사과라고 하고 싶거든요."
"아서라. 시합에서 다친 일이다. 그런 일로 일일이 사과하면 끝이 없어."
그렇긴 하지만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이제 막 스모 세계에 입문했으면서도 자칫하면 스모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생이 걸린 일이다. 신경 쓰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도 얼마큼이나 다쳤는지는 알고 싶습니다."
"음, 내가 알아 봐 줄께."
"감사합니다."
아오키상이 알아 보고 나루토 베야가 묶고 있는 숙소로 직접 찾아 온다고 했다. 스마트 폰이 없는게 아쉬웠다. 그날 오후에 찾아 온 아오키상이 실려 간 자는 어깨 뼈에 금이 간 상태라고 말해 주었다.
뼈만 붙으면 문제없다고 했다. 크게 다친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본 경기 8일째 마에즈모(前相撲) 경기를 행한 동기들중 5일안에 2승을 한 첫번째 출세를 한 동기들이 모여 본 경기가 벌어 지는 도효위로 올라가 출세 피로(出世披露)를 했다.
선배인 사토상은 출세 피로를 할때 앞쪽 발바닥으로 쭈그리고 앉아 식을 거행할때 밸런스를 무너 뜨러 넘어 질뻔했었다며 조심하라고 했었다. 케쇼마와시(化粧まわし)는 전면에 후지산(富士山)이 수 놓아진 것으로 제법 무게가 있었다. 이제 마에즈모(前相撲)와 출세 피로(出世披露) 의식까지 모두 끝난 상태다. 다음 바쇼(場所)에서는 정식으로 반즈케효(番付表)에 자신의 이름의 등재된다.
선배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했다. 네명의 선배들중 누군가는 하루에 한번씩 시합이 배정되어 있어 이기고 돌아 온 선배의 표정은 밝았으며 지고 돌아온 선배는 얼굴이 구겨진 상태였다.
토라키오상은 여전히 굉장했다. 산단메(三段目) 우승도 넘볼수 있었지만 여섯번째 시합에서 패했다. 우승을 한다면 마쿠시타(幕下)로 올라 갔을 것이다. 그래도 모레 마지막 시합이 남아 있다. 아직 우승 찬스는 남아 있었다. 산단메(三段目)중에 6승 전승인 자들이 남은 마지막 시합에서 패한다는 전제하에서다. 6승 1패가 되면 동률이 되어 우승을 놓고 서로가 겨룬다.
"토라키오상! 반드시 이겨야 찬스가 남아 있습니다."
"나도 알아. 반드시 이긴다!!"
모레 아침 큰소리치고 나간 토라키오상은 우승과는 아직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팔목 부상을 입은채 돌아 온것이다. 바닥으로 쓰러 질때 손목을 삐끗했다는 것이다. 얼음으로 아이싱을 하며 퉁퉁 부은 손목이 가라 앉길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당분간 훈련도 제외였다.
'침을 놔 줄까?'
침통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부상을 완쾌시킬수 있을 것이다. 오야카타에게 태블릿 PC를 빌렸다. 이젠 완전히 현대인이 다 된 상태다. 이 세상의 신기한 문물은 컴으로 조사를 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타닥타닥.
"오오!"
절로 눈이 번쩍여졌다. 침(鍼) 종류를 검색한 상태다. 중원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가는 침들이다. 재질도 다양했다. 스텐레스 침과 은침(銀鍼), 금침(金鍼)까지 쉽게 구할수 있었다.
많은 종류의 침이 필요했다. 금침(金鍼)은 많이 구할려면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부족했다. 은침이라면 충분할 정도로 구할수 있었다. 굵기별로 세트로 판매하고 있는 탓으로 네개들이 세트를 굵기별로 구입했다. 나루토 베야로 배달해 올것이다. 고바야시상에게 빌린 폰으로 오카미상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이 도착하면 받아 두라고 부탁했다.
3월 바쇼가 모두 끝났다. 토라키오상은 5승 2패, 사토상과 고바야시상은 4승 3패. 혼마상은 2승 5패였다. 토라키오상은 아마 산단메 상위 순번으로 올라 갈것으로 예상되었다. 다음 바쇼때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한다면 마쿠시타(幕下)로 승급할수 있을 것이다.
***
"과장님! 계속 촬영할수 있게끔 허락해 주십시요. 녀석은 물건입니다."
"자세히 설명해 봐."
영상 촬영 디렉터인 아오키(青木)는 아메미야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밀착 촬영을 하면서 보고 느낌 점을 보고하며 마에즈모(前相撲)때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오오! 굉장하군."
"녀석은 부모를 사고로 잃고 이지메로 인해 두번이나 자살 소동을 벌였습니다. 그런 녀석이 차원이 다른 독종으로 변했습니다. 하루 종일 훈련만 하며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는 중입니다. 발바닥이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녀석은 크게 될 녀석입니다. 계속 촬영을 해 방송으로 내 보낸다면 큰반향을 불러 일으킬것입니다."
"녀석을 특집 방송용으로 생각하는거냐?"
"그렇습니다. 마음 씀씀이도 괜찮은 녀석입니다. 자신으로 인해 다친 동료를 걱정해 병원까지 찾아 갈려고 했으니까요."
- 작가의말
스모 클럽에 관한 방송은 일본에서 자주 방송됩니다. 본 경기가 개최되는 전날에는 정기적으로 내 보내는 방송도 있을 정도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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