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선배들을 가르치다
66화.
쯧빠리 100회, 스리아시 100회, 팔굽혀 펴기 300회, 윗몸 일으키기 100회를 하고는 두사람씩 마주 선채 쯧빠리를 다시 하게 했다. 도효위에서 시합처럼 대결하는 훈련은 하지 않았다. 기초적인 체력을 먼저 배양하는게 우선이다.
튼튼한 하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토라키오상은 그동안 마보를 많이 한덕으로 하체는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지만 다른 선배들은 아니었다. 모두들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조금이라도 꾀병을 부린다면 호통을 쳤다.
선배들과 함께 아메미야도 똑 같은 훈련을 했다. 도효위에서 서로 몸을 부딪히며 훈련을 하지 않는 모습에 견학하러 온 사람들이 어리둥절했지만 오야카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켜 보고 있었다. 결국 한번도 대결하지 않은채 훈련은 끝났다. 선배들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모두 바닥에 드러 누워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만큼 혹독한 훈련이었다.
견학하는 사람들이 모두 돌아 간후 입구를 닫고는 선배들에게 맛사지를 해 주었다. 지금쯤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움직일수도 없는 상태일것이다. 훈련이 이어질수록 선배들은 처음에는 괴로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 보았었다. 오야카타와 견학하는 분들이 지켜 보고 있어 입밖으로 불만을 토해 낼순 없었다.
"맛사지가 끝난 선배부터 목욕을 하러 가세요."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기어 가란 말이냐?"
"움직일수 있습니다. 토라키오상은 빨리 일어나 욕탕으로 가세요. 이 정도로 힘들어 하면 어쩝니까? 저도 똑 같이 훈련을 했습니다. 맛사지로 인해 이제 움직일수 있으니까 빨리 일어나 가세요."
타다다닥!
낑낑거리며 일어난 토라키오상이 욕탕으로 걸어 가자 다른 선배들에게 맛사지를 해 주었다. 내공까지 사용하며 맛사지를 해 준것도 모르는 선배들은 굳은 근육이 풀렸다고 해도 정신적인 피로감에 물든 상태다. 이런식으로 일주일을 계속 하면 어느 정도 익숙해 질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10일후 아메이먀는 가을 순행을 가야 한다. 그동안만이라도 매일 체력 훈련만 할 생각이다.
아침 식사를 한후 선배들은 곧바로 골아 떨어졌다. 평소에는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등 자고 싶은 사람만 잠을 잤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너무 피곤해 절로 눈이 감겨진것이다. 평소보다 2시간이 더 일찍 일어나 훈련을 시작한 탓도 있었다. 오후 4시가 되자 선배들을 모두 깨웠다. 평소라면 이 시간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는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곧바로 도효로 끌고 갔다.
"또 훈련을 하자는거냐?"
"이런식으로 계속 훈련만 하면 우린 죽어."
"오오제키! 쉬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해. 훈련만 계속 한다면 몸이 견뎌내지 못해."
선배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오야카타도 우려를 표했다. 모두 아침과 똑 같은 훈련을 하는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자신 잘못이다.
"걱정 마십시요. 이번엔 특별한 것을 가르쳐 드릴려고 합니다. 일단 지켜 봐 주십시요."
도효위로 올라가 중앙에 끌어 모아 작은 산으로 만들어 놓은 모래를 무너 뜨려 도효로 넓게 퍼뜨렸다. 아침 훈련이 끝나면 항상 도효안에 있는 모래를 모아 산으로 만들어 놓은걸 무너 뜨린 것이다.
"잘 보십시요."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 살짝 무릎을 굽힌채 왼손바닥을 내민채 위쪽으로 가게끔 편안하게 뻗었다. 왼팔꿈치는 왼쪽 허리에서 거의 붙은 상태다. 오른손은 앞으로 쭉 뻗어 손바닥이 상대방에게 보이게끔 굽힌 자세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내미는 것과 동시에 왼손을 바깥쪽으로 빙글 회전시키며 오른손을 왼쪽으로 선회시켰다.
오야카타와 선배들이 확실히 볼수 있게끔 천천히 시전했다. 20분에 걸쳐 시전을 끝내고 숨을 뱉으며 멈추었다. 원래는 가슴 앞쪽에 포권 자세를 취해야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그게 뭐냐?"
"춤? 그런 춤을 배우라고?"
"아냐! TV에서 본적이 있는 중국의 아침 체조와 비슷해."
모두가 어리둥절한채였다. 일부러 느리게 시전한 탓으로 춤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지만 사토상이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아메미야도 인터넷으로 본적이 있었다. 중국의 도심부에선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 흔히 볼수 있는 광경으로 양생법이라는 체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태극권과 비슷한 움직임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송가 태극권과는 비교할수도 없었다. 비교하는 자체가 실례될 정도로 역력한 차이가 있었다.
"이번엔 빠르게 펼쳐 보이겠습니다."
다시 자세를 잡고 움직였다. 이번엔 처음과는 비교할수도 없을만큼 빠르게 시전했다.
팡! 팡!
선배들이 배울 의욕을 불어 넣기 위해 내공까지 사용해 시전하자 공기를 때리는 폭발음이 간간이 들려 오고 있었다. 진정한 위력의 송가 태극권인것이다.
"...후우~!!"
"......"
시전을 끝내도 오야카타와 선배들은 멍한 표정으로 굳어진채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번에는 누가 보더라도 춤이라고는 말할수도 없을 것이다.
"어떻습니까?"
"그게 뭐지?"
"태극권이라는 중국 무슬입니다."
어느 정도 설명을 해 주어야 납득할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은 동영상을 보고 옥상에서 계속 수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믿기지 않아 했다.
"제가 운동 신경은 끝내주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펑펑대는 소리까지는 무리가 아니냐?"
"빠르게 팔을 뻗으면 누구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천천히 펼쳐 보이겠습니다."
이번에는 끝까지는 펼치지 않았다.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는 송가 태극권의 전반부만 시전했다.
"후우~! 보셨죠? 모두 펼치지는 않았습니다. 선배님들은 먼저 방금 펼친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다. 그 태극권이란게 스모와 무슨 관계가 있는거냐?"
"도효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을 겁니다. 실험을 해 보죠. 누구든지 좋습니다. 도효위로 올라오십시요."
"내가 해 볼께."
토라키오상이 자진해 올라 왔다. 스모 시합때의 형식으로 양주먹을 바닥에 대고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봐 주지 않을꺼다."
"물론입니다."
스윽!
양손을 먼저 뻗어 왔다. 목 부분을 노려 상체를 일으켜 세울려고 하는것 같았다.
스르륵.
왼쪽으로 토라키오상에게 가르켜 준 삼각 보법을 이용해 급히 움직이며 왼손목을 잡고 가볍게 끌어 당겼다. 큰힘은 필요없었다. 가볍게 당긴것만으로도 전진 자세로 양손을 뻗어 오던 토라키오상은 도효 끝자락까지 이동해 멈추었다. 급히 등을 돌릴려고 하는 토라키오상의 뒤에서 등을 밀었다.
"어떻게 한것인지 이번엔 천천히 복습해 보겠습니다. 토라키오상! 제가 말하는대로 따라 해 주십시요."
자세를 잡고 일어서며 양손을 뻗어 올때 멈추라고 했다. 이때에 발을 움직이며 손을 뻗어 토라키오상의 손목을 잡는것을 천천히 보여 주었다.
"이런식으로 살짝 잡아 당기기만 하면 앞쪽으로 딸려 나갈수 밖에 없습니다. 힘을 주고 잡아 당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상대방이 이미 움직이고 있으므로 그 기세에 힘을 보태 주는 것이죠."
토라키오상에게 다시 똑같이 자세를 잡고 일어서며 손을 뻗으라고 하고는 다시 손목을 잡아 당기는 것을 보여 주었다.
"태극권을 배워 익숙해 지면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됩니다. 공격해 오는 상대방의 손을 피하거나 움직임을 이용해 유리한 입장을 취할수 있는거죠."
"합기도와 비슷하네."
"합기도라니요?"
"합기도도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무술이야."
들어 본적이 없었다. 신야의 기억속에도 합기도에 관한 사항은 없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태극권이 유용하다는것을 안 선배들은 모두 배우기로 했다. 초반부를 몇번이나 반복해 시전해 보인후 선배들에게 직접 해 보라고 했다.
"이때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
잘못된 점을 일일히 고쳐 주어야 했다. 사토상은 몸집이 가장 큰 탓으로 다른 선배들에 비해 둔한 움직임과 발 위치가 달라 수정해 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른 새벽부터는 혹독한 체력 훈련을 하고 오후 늦은 시간부터는 송가 태극권 전반부를 익히는 나날이 이어졌다.
"태극권은 기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때는 시전하면 않됩니다. 나루토 베야만의 비밀 훈련으로 새어 나간다면 다른 스모 베야에서도 배울려고 할겁니다. 모두 비밀을 지켜 주십시요. 가을 쥰교(巡業.순업)를 끝내고 돌아 와 검사를 할겁니다. 익숙해 지게끔 노력하십시요."
가을 쥰교는 고바야시상과 함께 간다. 매일 빡빡한 일정으로 한달 가까이 일부 지역을 돌아 다녀야 하는 피곤한 일이다. 동경 오른쪽에 위치하는 치바현(千葉県)에서 스타트를 끊고는 동경 위쪽인 사이타마현(埼玉県)으로 이동해 서쪽 지역으로 점점 남하하며 히로시마현(広島県)에서 일정이 끝난다.
그때쯤이면 11월 바쇼가 코앞까지 다가와 선수 자신들의 스모 베야가 있는 지역으로 돌아 가지 않고 곧바로 11월 바쇼가 열리는 큐슈(九州) 지역인 후쿠오카현(福岡県)으로 가야 한다. 그곳으로 스모 베야가 이동해 11월 바쇼를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행을 떠나는 첫날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 앞에는 관광 버스와 트럭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트럭에는 이미 절반이나 짐이 실려 있는 상태였다. 세키토리들의 짐을 넣은 직사각형의 상자인 아케니(明荷)였다. 짐을 싣고 있던 츠케비토들이 자신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연일 TV에서 떠들어 댄 탓으로 모두가 자신이 오오제키로 승급한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일이 인사를 받아 주었다. 보통 아래 지위 선수가 인사를 해도 무시하는 세키토리들이 대부분이다. 아메미야는 가볍게 손을 들어 주는 식으로 답례를 했다. 만약 고개를 숙여 답례한다면 오오제키로써의 품격이 어쩌고 저쩌고 구설수에 오를 것이다. 또한 답례를 하지 않으면 어린 놈이 오오제키로 출세했다고 거만해 졌다며 수군거릴것이다. 높은 지위로 올라 가도 남들을 의식해야 하는 피곤한 일이다.
부르릉.
관광 버스에 탄채로 치바현 북동부에 위치하는 요우카 이치바(八日市場) 돔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가을 쥰교가 시작되는 것이다.
"뭐하냐?"
"아! 영어 공부중입니다."
같은 오오제키인 고에이도(豪栄道)가 말을 걸어 왔다. 버스안에서 고등학교 교과서를 펼친채 사전으로 단어를 찾아 보며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음악을 듣거나 잠을 청하고 있었다.
"머리 아프게 영어 공부는 왜?"
"제가 고졸 인정 시험을 보았습니다. 영어가 불합격인 탓으로 내년에 대비해 공부하는 겁니다."
"굳이 그런 시험을 볼 필요가 있어? 은퇴를 하면 오오제키로써의 지위가 항상 따라 다녀 협회에서 한자리 얻을수 있을텐데?"
"그렇더라도 고등 학교를 졸업했다고 인정받고 싶어서요."
침술사가 되고 싶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미주알 고주알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냐? 그런데 넌 몸집이 작으면서도 어떻게 그런 힘을 자랑할수 있는거냐?"
"매일 훈련만 하거든요."
어떤식으로 훈련을 하는지 말해 주었다. 일부러 선배들과 며칠동안 같이한 훈련 방식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정말이라면 몸이 버티는게 신기하군. 그게 네가 강한 이유구나."
"인간의 몸은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스스로 진화한다고 들었습니다."
영어 공부는 뒷전이 되어 버렸다. 고에이도(豪栄道)가 옆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주로 묻는 질문에 답해 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말이죠. 몽골인 선수들은 도효위에서 왜 그렇게 노려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에이도(豪栄道)의 질문이 일단락되자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도 있던 점을 작은 소리로 물어 보았다. 버스안에는 몽골인 선수들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오제키로 승급하기전까진 나도 그랬어. 견제를 받은거야. 일본인들과 달리 그들은 스모로 반드시 성공해야 되거든. 그래서 강한 자에게는 누구든지 기를 쓰고 달려 드는거야."
충분히 납득할수 있는 설명이었다. 모두가 카치코시를 한다면 지위는 움직이지 않은채 고정되어 버린다. 마케코시를 하는 자가 있어야 지위가 올라 갈수 있어 위쪽 지위에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든 끌어 내려야 한다.
또한 아래 지위에 있는 선수들이 위로 올라 오지 못하게끔 찍어 눌러 두어야 한다. 몽골인 선수들이 자신에게 행한 행동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었다. 그들끼리 어떤 말이 주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부상을 입히는 거친 행동만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었다.
"내리자."
동경에서 치바현까지는 2시간정도가 걸렸다. 오늘은 여관에서 묵고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쥰교가 시작된다. 여관방도 각각의 지위에 따라 배정되는 방이 다르다. 요코즈나와 오오제키는 가장 좋은 방이 배정되며 마쿠우치와 쥬료 선수들인 세키토리들은 모두 개실 배정을 하지만 츠케비토들은 큰방에 쑤셔 넣어 공동으로 묵게 한다. 참가 인원이 많은 탓으로 여관도 몇개를 통채로 빌려 제각기 일문(一門)들끼리 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 작가의말
스모 이야기는 몇화후에 끝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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