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정식 계약
95화.
"저 가로수에 주먹으로 구멍을 내 보겠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믿기지 않아 했다. 당연했다. 모두 함께 카페 밖으로 나갔다. 보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확인한후 가볍게 오른 주먹을 내 뻗으며 회수했다.
쿵!
제법 굵직한 가로수 중앙이 움푹 파여 들어 갔다. 비록 완전히 뻥 뚫리진 않았지만 중간 부분까지 뚫고 들어 갔다.
"어헉!"
"헉! 저럴수가..."
"보셨죠? 이런 힘으로 권투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작정하고 주먹을 내뻗는다면 상대방이 죽을수도 있습니다. 빗 맞아도 사망할수 있다는 것이죠. 축구 대신에 권투를 해도 충분히 성공할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않돼! 넌 축구를 해야 돼!"
코넬리 코치가 버럭 소릴 질렀다. 코넬리를 힐끗 바라 본 길버트는 움푹 들어 간 구멍을 보고는 입을 쩍 벌리며 믿기지 않아 했다. 손으로 만져 보기까지 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것이다.
"어, 어떻게 한겁니까?"
"빠른 스피드와 힘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주먹에 힘을 집중하고 스피드를 동반해 치는 것이죠. 골대 가까이 볼이 날아 올때 빠르게 점프해 잡아 채는 것과 무관하진 않습니다."
길버트의 말에 이해가 되게끔 설명해 주었다. 다시 카페로 이동해 길버트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자신이 축구 선수로 받는 연봉의 3%를 길버트가 가져 간다고 했다. 보통 에이전트는 연봉의 3~5%를 수당으로 받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고작 4부 리그에 선수로 계약하는 선수들중엔 에이전트가 없는 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에이전트는 특정 선수의 장래성을 보고 계약을 맺는다. 장래성이 없는 선수와 계약을 맺더라도 수익성이 거의 없어 에이전트로써 해야 할일을 방치하는 자들도 있다고 들었다.
길버트는 자신이 가로수에 선 보인 퍼포먼스로 인해 홀딱 반한 상태로 스모 선수였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요코즈나(横綱)인 스모 챔피언을 목전에 두고 은퇴를 한 이유까지 말해 주었다. 숨긴다고 해도 자신이 축구 선수로 활약하게 된다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도 될것이 틀림없었다.
"정당 방위가 성립되어 무죄였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전기 충격기로 위협을 당하는데 반격하는건 당연한거야."
길버트나 코넬리 코치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국인과 일본인의 생각 자체가 다른것 같았다. 요코즈나(横綱)아래 지위였던 오오제키(大関)였다는 것까지 알게 되자 길버트는 연봉 3%의 수수료만 가져 가고 광고나 어떤 행사에 출연했을때에도 3%의 수수료로 받는다고 한것이다.
연봉에 대한 수당이 낮은 이유는 축구 선수로 실패해도 권투 선수로 나서면 얼마든지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서였다. 나이 또한 아직 18세다. 장래성이라면 차고 넘칠 정도였다. 에이전트 계약은 보통 두가지로 분류한다고 했다.
연간 계약형과 성과 보수형 계약이다. 연간 계약형은 계약한 선수의 모든것을 돌 보아 주는 계약으로 선수의 재산및 초상권 관리, 부업 관리, 일생 생활 보조, 은퇴후의 어드바이스등 모든것을 서포트 해 준다.
성과 보수형 계약은 클럽과 계약을 할때에만 일시적으로 계약을 맺어 일정액의 보수를 지불하는 계약이다. 길버트와는 1년 계약을 맺어 특별한 일이 없는한 에이전트 계약을 연장하는 식이다.
***
작은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하는 길버트는 예전에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돌보아 주던 코넬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한국인이라는 선수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지 않겠느냐는 내용으로 축구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라고 했다. 우강우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도 이름이 전혀 찾아 볼수가 없어 무명의 선수가 틀림없었다.
골키퍼라고 하는 한국의 선수가 영국 리그에서의 활약은 어렵다. 코넬리는 천재라고 말했지만 동양인 선수가 유럽에서 골키퍼로 큰활약을 한 선수는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영국에서는 2016년 스코틀랜드에 있는 던디 유나이티드 FC(Dundee United Football Club)에 가입한 카와시마 에이지(川島永嗣)라는 일본인 골키퍼가 있었지만 불과 8개월만에 해고되었다.
골키퍼가 아닌 다른 포지션 선수들은 몇명이 큰활약을 했지만 골키퍼로써는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코넬리는 계약을 맺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후회할것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자신의 회사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있는 선수는 불과 4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것도 프리미어 리그에 소속된 선수는 한명도 없으며 챔피언 쉽이나 그 아래의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 뿐이다.
회사 사정을 감안하면 이것저것 따질때가 아니지만 체스터 필드 FC가 있는 더비셔(Derbyshire)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4부 리그 클럽에 가입할려는 선수다. 천재라면 프리미어 리그나 챔피언 쉽 리그 소속 클럽에서 그냥 놔둘리가 없었다.
축구 미경험의 선수가 한사람 몫의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적어도 몇년은 필요하다. 몇년동안이나 그 선수를 서포트 해 줄 여력이 없는 회사 실정이다. 일단은 어떤 선수인지 만나 보기나 할겸 더비셔로 향했다. 카페에서 만난 한국인 선수의 덩치는 나이가 걸맞지 않을 정도로 제법이었다.
자신감 또한 철철 넘쳤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체스터 필드 FC에서 적극적으로 영입할려고 한다는 것이다. 보통 나이가 어린 신인 선수라면 5~7년의 장기 계약을 할려고 한다. 그런 계약까지 자신 마음대로 조절할수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드러 났는지 카페 밖에서 나무에 주먹으로 구멍을 뚫어 버리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파워를 보여 주었다.
그 정도의 파워라면 정말로 권투 선수로 활약하면 큰성공을 할수 있을 것이다. 축구를 하지 못한다면 권투를 한다고 자신하는 동양인이 마음에 들었다. 코넬리의 태도로 볼때 체스터 필드 FC에서 목에서 손이 튀어 나올 정도로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더욱 신뢰가 가는 부분도 있었다. 일본에서의 스모라는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땐 더욱 자신할수 있었다. 이 한국인 선수는 절대로 놓쳐서는 않될 인재라고 생각된 것이다.
***
"축구 경험이 없어 주급을 많이 받을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겠죠?"
"물론 입니다. 하지만 2~3년후에는 달라질겁니다. 그래서 연봉 협상은 1년 단위로 재협상을 한다는 조항을 넣어 주십시요. 또한 골이나 어시스트를 했을때 보너스 조항도 넣어 주십시요."
"골키퍼인데 그런 조항을 넣는다는 말입니까?"
길버트가 의아해했다. 골키퍼라고 해도 골을 넣지 못하는건 아니다. 시즌을 통틀어 운이 좋으면 한골 정도는 넣을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코치! 왜 그런 조항을 넣어야 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음, 원래는 이걸 보여 주면 않되는데 강우 네가 계약하는 거라서 보여 주는거다."
코넬리 코치가 스마트 폰을 꺼내 동영상을 길버트에게 보여 주었다. 언제 녹화를 한것인지 처음 그라운드에서 만행을 저질렀을때의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을 재생한 길버트는 입이 쩍 벌어지지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이게 진짜인가? 조작한게 아닌건가?"
"사실이야. 이 영상을 보면 강우가 얼마나 천재인지 알수 있는 대목이지. 만약 데뷔를 한다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것이 틀림없어. 다행히 골키퍼 포지션인 탓으로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른 전술 훈련등 복잡한 훈련도 필요없이 빨리 데뷔할수 있을꺼야."
길버트는 눈을 번쩍였다. 클럽과 협상할때 유리한 입장을 취할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동영상이 유출된다면 다른 클럽에서 당장 영입할려고 줄을 설게 뻔했다. 욕심이 났다. 4부 리그에 속한 체스터 필드 FC가 아니라 당장 다른 빅 클립에 테스트를 받게 하는데 이득이다. 대우면이나 축구 환경 또한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충실한 클럽과 계약한다면 더욱 빨리 유명세를 탈것이다.
"다른 클럽에 테스트를 해 보겠습니까?"
"않돼!"
코넬리는 길버트를 죽일듯이 노려 보았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괜히 동영상을 보여 주어 욕심이 동한것이 틀림없었다.
"코치! 화 내지 마십시요. 다른 클럽으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3년 동안은 체스터 필드 FC에 있을 겁니다. 절 처음으로 받아 준곳에 보답을 하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취업 비자가 1년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계약은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넣어 주셔야 합니다."
누구에게 은혜를 받았다면 확실히 보답하는 아메미야다. 아니, 이제 우강우다. 일본에서의 불미스러웠던 일로 한국인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길버트와는 계약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꼼꼼하게 여러 조항을 삽입하기로 했다.
"내일 당장 협상에 임하겠습니다."
길버트에게는 클럽에서 빨리 계약하고 싶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빨리 계약할수록 비자 신청도 빨리 할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연 특별 신청으로 취업 비자가 발급될지였다. 클럽에서 얼마나 공을 들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무슨 수를 쓸것이다.
"잘 부탁합니다."
길버트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코넬리 코치도 자신이 3년 동안은 체스트 필드 FC에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
"유, 유앙!"
제인 부인이 울먹이며 유앙을 꼭 끌어 안았다. 유앙을 치료한지 일주일만에 발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금 움직일수 있을 뿐이지만 마비되었던 부분이 움직이기 시작한것은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제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몇주만 더 계속 치료하면 완전히 회복될수 있을 겁니다."
"고맙네."
"우! 고마워."
코넬리 코치도 눈시울을 적셨으며 유앙이 고마워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월 2일 에이전트인 길버트는 체스터 필드 FC와의 계약도 무사히 끝낸 상태다. 계약을 빨리 할수록 비자 신청도 빨리 할수 있다고 했다. 클럽에서 3년 계약에 난색을 표했지만 동영상 이야기를 꺼내 다른 클럽에 테스트를 받게 한다는 말에 클럽이 굴복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다른 클럽에 빼았기기 전에 요구 사항까지 전면적으로 수용해 주었다며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주급면에서는 어쩔수 없었다고 했다. 축구 경험이 전혀 없는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인 탓으로 주급 800파운드(약11만엔)로 협상되었다. 4부 리그 선수들중에서도 2600~4300파운드(380~640만엔)를 받는 선수들도 많다고 했다.
일본 샐러리맨의 평균 연봉은 500만엔 정도다. 세금을 제한 금액으로는 400만엔정도에 불과하다. 20대의 남자는 평균 265만엔으로 50대는 510만엔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일본에 비해 이곳 영국은 물가가 더럽게 비싼 편이다.
영국의 평균 연봉보다는 조금 많은 금액이라는 말에는 만족스러웠다. 그만큼 클럽에서 신경을 쓴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영국에서는 선수의 연봉 세금은 클럽이 부담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스모 선수로 활동하며 마쿠우치(幕内) 우승을 했을때 우승 상금 1천만엔중 세금으로 40%를 떼였었다.
세금에 학을 떼인 아메미야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소득세외에도 영국의 소비세는 20%다. 일본의 8%에 비하면 엄청난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만간 일본도 10%로 소비세를 올릴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과는 달리 영국은 소비세중에서도 소비세가 면제되는 품목이 많았다.
기호품을 제외한 식료품(야채, 과일, 빵등), 애완 동물 먹이, 복권에 해당되는 로터리(Lottery), 박물관및 미술관 입장료, 봉사 활동 목적의 상품, 장애자 관련 시설이나 상품, 책, 잡지, 어린이 용품, 테이크 아웃 후드 메뉴는 소비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5%의 소비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금연을 목적으로 한 니코틴 패치, 임부 관련 상품, 여성 위생품, 봉사 활동 관련 광열비, 고령자 시설의 수도, 전기, 가스 설비다.
20%의 소비세는 과자류, 점내 이용 카페 메뉴, 피자및 카레등의 배달, 알콜류에 매긴다. 때문에 야채나 과일은 싸다고 생각되지만 가게안에서 음식을 먹을땐 비싸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비세외에 소득세도 매달 납부해야 된다.
샐러리 맨들은 월급에서 제한 금액을 받는게 보통이지만 연봉 11500파운드(약168만엔)는 0%, 연봉 11501~45000파운드(약658만엔)는 20%, 연봉 45001~150000파운드(약2200만엔)는 40%, 그 이상은 무려 45%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래도 일본보다는 세금이 낮은 편이다.
일본은 소득세와 주민세(住民税)를 합하면 무려 55%의 세금을 낸다. OECD 가맹국중 덴마크, 스웨덴, 포르투칼 다음이 일본으로 4번째로 세금이 높은 나라다. 체코라는 나라의 15%가 엄청나게 부러울 정도였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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