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선배들을 돕다.
21화.
타다타타탁!!
알몸인 토라키오상의 혈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신 집중이 필요했다. 빠르게 두드리는 이유는 몸속으로 들어 간 신선수가 한곳에 정체되지 않고 전신에 골고루 퍼지게 하기 위해서다. 누워 있는 토라키오상은 눈이 커지다가 작아지며 어떨땐 고통스러운지 인상까지 쓰고 있었다.
"후우...뒤돌아 누우십시요."
타타다다닥!!
등 부분도 전체를 두드려 주었다. 한동안 정신을 집중한 나머지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채였다.
"이제 끝났습니다. 말을 해도 됩니다."
마루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토라키오상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양주먹을 불끈 쥐어 보고는 몸을 움직이며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 보고 있었다.
"아메미야, 너어, 대체 뭘 한거냐?"
"뭘 하다니요? 몸에 좋은걸 먹이고 그걸 온몸으로 퍼지게 도와 준겁니다."
"절대로 금지 약물은 아닌거지?"
"그렇게 걱정되면 검사를 해 보세요. 아무 문제도 없을 겁니다. 지금 힘이 철철 넘칠겁니다. 그렇다고 힘에 의존하는 스모를 해서는 않된다는건 알고 있죠? 이번 9월 바쇼에서는 전승으로 우승해야 합니다."
토라키오상은 현재 가장 최하위 지위인 죠노구치(序の口)다. 나루토 베야의 모든 선배들이 똑같이 죠노구치이지만 토라키오상이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로 굳이 신선수를 먹이지 않아도 충분히 우승할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우승해 한단계위의 죠니단(序二段)으로 올라 갈수 있을 것이다.
"걱정마. 모조리 쓰러 뜨려 우승을 거머 쥐겠다. 가볍게 대련해 볼래?"
넘치는 힘을 사용해 보고 싶어 몸이 근질 근질한 토라키오상이었다. 하지만 도효는 이미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 둔 상태다.
"저 타이어를 상대해 보세요."
"그럴까?"
쿵!
턱턱턱턱!!!
타이어를 상대로 어깨를 먼저 부딪히며 양손을 번갈아 가며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상대의 가슴을 치켜 올리는 식의 쯧빠리(突っ張り) 기술을 구사하며 힘을 가늠해 보는 토라키오상이었다.
드르륵.
그때였다. 오야카타와 다른 선배들이 데게이코를 마치고 귀가했다. 타이어를 상대로 훈련하는 토라키오상을 보고는 조금 놀란듯했다. 도효를 정리한 상태임에도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 고프다. 식사는?"
"아직입니다."
데게이코에서 돌아 오면 즉시 식사를 할수 있게끔 준비를 해 놓았어야 했다. 식사 당번은 토라키오상이지만 혈도를 타통하고 힘을 사용해 보느라고 정신이 없어 음식 만드는 것을 잊은 상태다.
"토라키오, 뭘 하고 있는거냐?"
"배 고파 죽겠다."
"밥 달라고 아우성이야."
오카미상도 없는 상태여서 식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자 화를 내는 선배들이었다. 토라키오상도 이제야 알아 차린듯 서둘러 주방으로 달려갔다. 자신은 견학생 신분으로 주방엔 발도 디디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진 상태로 지켜 볼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오야카타는 매일 다른 스모 베야로 선배들을 데리고 데게이코를 가고 있었다.
"아메미야, 부탁한다."
"걱정마십시요. 빡세게 훈련하겠습니다."
한명은 반드시 남겨 두어 자신과 훈련하게 했다. 오늘은 고바야시상이 남은 상태다. 토라키오상에게 해 준것처럼 훈련을 끝내고 쿠키를 먹게 했다. 고바야시상도 금지 약물을 의심했지만 설득해 먹일수 있었다.
"어때요? 힘이 넘치죠?"
"정말 금지 약물이 아니지?"
"토라키오 선배와 똑같은 말을 하네요."
"뭐? 토라키오에겐 벌써 먹였단 말이야?"
쿠키를 먹은건 비밀이다. 이 일이 외부로 알려 진다면 누구나 선배처럼 금지 약물을 의심할것이 분명했다.
"모든 선배님들에게 줄겁니다. 대신 절대로 특별한 것을 먹어 힘이 강해졌다고는 말하지 마십시요. 비밀입니다. 그리고 고바야시상은 미래의 제 츠키비토(付き人.따까리)가 되실 분으로 특별히 신경을 쓴겁니다. 츠키비토가 되고 싶지 않다면 빨리 쥬료(十両)로 올라 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요."
"흥, 걱정마. 반드시 올라가 주마."
장담하는 고바야시상이지만 과연 올라 갈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지금보다 더욱 고된 훈련을 하면 올라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야카타가 전적으로 자신에게 선배들의 훈련을 일임한다면 올라 가게 만들수도 있지만 아직은 완전히 맡겨 놓은 상태는 아니었다.
정식으로 입문해 성과를 보인다면 일임해 줄지도 모른다. 다른 선배 두명에게도 쿠키를 나누어 주어 몸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몸집이 가장 큰 사토상이 가장 어려웠다. 비계살로 몸을 두른 사토상의 혈도를 타통시키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배들에겐 모든 혈도를 타통시킬순 없어 주요 혈도 몇개만 타통시켜 준 상태다. 그 정도만 해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힘을 뿜어 낼수 있을 것이다.
스모 훈련은 점점 열기를 더해 가고 있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새로운 반즈케효(番付表.순위표)가 발표되었다. 토라키오상과 본명이 사토인 스미다가와상은 둘이 똑 같이 죠노구치(序の口) 26마이메(枚目.번째)로 서로 동서(東西)로 갈라진 상태였다.
고바야시상인 오쇼잔은 동(東) 죠노구치(序の口) 64마이메(枚目), 본명을 시코나(四股名)로 사용하는 혼마상은 서(西) 죠노구치(序の口) 81마이메(枚目)였다. 숫자가 적을 수록 상위 순위다.
죠노구치는 총15일의 일정중 7번의 시합을 한다. 그 중 네번을 이기면 카치코시((勝ち越し)가 되어 위쪽 순위로 승급할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4번이상을 패배하면 마케코시(負け越し)가 되어 아래쪽으로 순위가 강등된다.
반즈케효(番付表)가 도착하자 서로 자신의 이름을 찾아 보여 주었다. 확대경으로 살펴 봐야 할 정도로 깨알같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반드케효는 스모 베야를 후원해 주는 후원자들에게 한장씩 보내 주어야 한다. 전에 이미 한번 도와 준적이 있어 모두 함께 접어 봉투에 넣는 일을 했다.
***
"다녀 왔습니다."
"고생했다.힘들지 않았니?"
"예. 편했어요."
방학이 끝났다. 아오마츠엔(青松園)으로 돌아 가자 원장 선생님이 다독여 주었다. 아직 중학생인 탓이다. 나투로 베야에서 체험 견학을 마치고 돌아 온 상태지만 매주 토요일 아침에 찾아 오라고 했다.
"아츠야(敦也)! 공부 잘 하고 있지?"
"물론이야."
"좋아. 넌 내가 반드시 대학에 보내 줄테니까 열심히 해."
소학교 5학년인 나카무라 아츠야(中村敦也)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 한다. 학교에 가서 진지하게 공부할 생각이다. 이 세상에서 침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했다.
스모 베야의 선배들이 부상을 입었을때 치료하기 위해선 하리시(はり師.침술사) 자격증이 있어야 치료할수 있다. 자격증도 없이 치료하면 불법 치료로 큰문제가 발생한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오마츠엔으로 돌아 와서도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월광심법을 운공한뒤 스미다 공원으로 뛰어가 훈련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했다. 학교에서 귀가하면 또다시 훈련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옥상으로 올라가 무공 연습과 스모 훈련을 하고 마지막으로 심법을 운공한뒤 잠자리에 드는 식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스미다 공원으로 훈련을 간뒤 나루토 베야가 스모 훈련을 개시하는 시간에 맞춰 찾아 갔다.
"오~스(お~す.안녕하십니까)!"
"왔냐? 마와시를 착용하거라. 저들은 방송 카메라 맨들이다. 9월달부터 촬영한다는걸 알고 있지?"
처음 보는 자들을 힐끗거리자 오야카타가 설명해 주었다. 젊은 남자 두명이 제각각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학교는 재밌냐?"
"재밌을리가 없잖아요."
일주일만에 보는 선배들이 반겨 주었다. 방송 카메라가 들어 온 탓으로 모두 조금 굳어진 표정들이었다. 오야카타가 마와시를 착용을 도와 주었다. 마와시는 혼자서는 착용할수 없다. 반드시 한두명이 도와 주어야 착용할수 있다.
아직도 마와시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똥꼬를 꽉 조이는 느낌이 뭐라고 표현할수 없을 정도였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도효쪽으로 다가 갔다. 정신을 집중하면 마와시의 불편함을 느낄수 없게 되는 것을 알고 있어 훈련을 하며 몸을 움직일 생각이다. 도효로 올라 가기 전에 윗몸 일으키기등 기초적인 훈련을 하며 몸을 풀었다.
"오야카타, 체험 입문한 학생입니까?"
"저 애는 아메미야 신야라고 합니다. 내년에 중학교를 졸업하면 입문할 예정입니다."
"그럼 저 애도 촬영해도 되겠습니까?"
"아직 정식 제자가 아닌 탓으로 촬영은 자제해 주십시요."
아메미야의 훈련 장면이 TV에 방영된다면 다른 스모 베야에서 스카우트를 할려고 설칠지도 모른다. 아메미야를 다른 곳에 빼았길순 없었다.
쿵.
시코를 밟는 아메미야의 모습은 언제 보더라도 굉장했다. 다리가 대각선상으로 일직선으로 쭉 뻗어 올라가 바닥에 강하게 내려 찍는다. 대부분의 스모토리들은 몸이 무겁고 굵은 다리로 인해 아메미야처럼 다리를 곧게 뻗어 올릴수도 없으며 45도 각도로도 들어 올릴수도 없다.
겨우 한두명만이 가능할 정도다. 아메미야가 스모 교범대로 시코를 밟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감탄사를 자아 낼것이다. 촬영하는 자들도 탄성을 발하고 있었다.
"오오! 굉장하군요. 오야카타, 저 애는 방송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촬영하게 해 주십시요. 훗날 정식으로 입문하면 그때에 사용하겠습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허가하겠습니다. 반드시 약속은 지켜 주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촬영 스탭들과 오야카타가 그런 거래를 했을줄은 생각지도 못한 아메미야는 도효로 올라가 선배들의 9월 바쇼 경기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려고 부츠카리 케이코 상대를 해 주었다.
"더욱 강하게 부딪혀야 합니다."
쿵.
주르르.
도효 끝의 둥근 타와라(俵)에 발을 걸치고 버텼다. 자신을 밀어 낼려는 고바야시상은 머리를 어깨에 대고 양손으로 가슴을 밀어 낼려고 용을 쓰고 있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탓으로 낑낑거리고 있었다.
이쯤에서 밖으로 나가 주어야 한다. 계속 버틸수 있지만 이건 훈련이다. 10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고바야시상은 녹초가 되었다. 다른 선배들 세명에게도 똑같이 부츠카리 케이코를 상대해 주고는 도효 밖으로 나가 마보를 하고는 아령을 들어 올리며 도효안에서 실전처럼 대결하는 선배들을 지켜 보았다.
선배들의 대결은 유튜브의 세키토리들이 대결하는 장면과는 전혀 달랐다. 박력은 물론 움직임 또한 느려 보였다. 만약 촬영하는 자들이 없었다면 크게 호통쳤을것이다.
선배들에게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정신력 부족이다. 지금도 한계까지 매일 훈련을 하고 있지만 부족했다. 도효위는 전쟁터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죽는다면 일념으로 도효위로 올라 가야 한다.
생사결! 생사를 건 대결이다. 그런 의식을 항상 간직한채 생사결에 임한다는 생각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한번의 시합에 모든 힘과 기술을 집중시켜야 한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을수 있는 스모 세계다.
약700명의 스모토리중 세키토리로 올라 갈수 있는 자는 백명도 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모 세계에 입문한 자들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은퇴를 하면 할수 있는 일이라곤 짱코 전문 가게를 운영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것도 창업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세키토리로 올라 가지 않는한 월급이라곤 두달에 한번씩 시합에 출전해 출전 수당으로 받는 7만엔(약70만원)이 고작이다. 월급이라기 보다는 용돈 수준이다. 스모 베야에 있는 한 의식주는 모두 해결된다지만 문제는 은퇴를 한 후에다.
세키토리로 올라 간 자들은 월급을 모아 둔것이 있어 은퇴후에도 큰문제는 없지만 다른 자들은 모두 고생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스모 베야라는 좁은 우물안에서 공동 생활을 하는 탓으로 사회성이 결여된 자들이다.
몸 또한 크게 불려 놓은 상태로 은퇴를 하면 모두 다이어트를 한다. 대부분 은퇴를 할때에는 몸 한두곳은 부상을 입은 상태로 고질적인 무릎 관절통과 당뇨병에 걸리는 자들이 많아 스모토리들은 수명이 짧다고 한다.
훗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세키토리로 올라가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는 자들이다. 그럼 세키토리라고 불리우는 쥬료(十両) 이상의 지위로 올라 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고된 훈련을 쌓아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모두가 죽을 정도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다른 자들과 똑같은 훈련을 한다면 재능이 있는 자만 살아 남을수 있는 세계다. 재능이 없는 자도 성장할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신력 수련뿐이다.
힘이 부족하면 기술을 연마하고 한계를 초월한 정신력으로 무장한채 상대방을 죽인다는 생각하는 도효로 올라 가야 한다. 눈빛만으로 상대를 압도할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생각해 둔 방법은 있지만 오야카타가 허락할지 의문이다. 이번 9월 바쇼가 끝나면 제안해 볼 생각이다.
***
"왓쇼이(わっしょい)!! 왓쇼이(わっしょい)!!"
9월 바쇼가 한창인 때에 나루토 베야가 있는 스미다구 요코카와(墨田区横川)에서 조금 떨어진 무코우지마(向島)라는 지역에 위치하는 우시지마(牛嶋) 신사(神社) 축제로 떠들썩했다. 스모 본 경기가 열리고 있는 탓으로 축제에는 참가하지는 모두들 들뜬 분위기였다.
미코시(神輿.신위-神位-를 모신 가마)를 어깨에 맨 가마꾼들이 왓쇼이라고 외치며 나투로 베야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왓쇼이(わっしょい)라는 구령은 먼옛날 한국에서 넘어 온 말로 원래는 '왔어!'라는 말이 변형돼 현재는 왓쇼이가 되었다고 들었다.
- 작가의말
미코시는 주로 축제때에 사용하는 가마로 크기도 다양합니다. 수십명이 짊어져야 할 정도로 거대한 가마는 물론 둘이나 네명만 짊어 질수 있는 작은 가마도 있습니다. 일본의 축제때에 흔히 볼수 있는 가마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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