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1월 바쇼(2)
45화.
밖으로 나오자 아오키상이 조언을 해 주었다. 스모는 이기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이기는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며 정면으로 부딪혀 승부하라고 했다. 전번에도 말한 내용이었다.
다음날에도 시합이 잡혀 있다. 마쿠시타는 바쇼 전날 두시합, 즉 이틀동안 누구와 대전하는지 미리 발표한다. 다음날 상대는 카가미오우(鏡桜)라는 10마이메 선수로 자신보다 몸집이 두배는 커 보였다.
스모 시합에선 큰 몸집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모두 살을 불릴려고 매일 엄청난 식사를 한다. 결코 몸이 크다고 해서 유리한게 아니란걸 보여줄 생각이다. 다음날 카가미오우(鏡桜)와 도효위에서 대치했다. 항상 하는식으로 언제든지 오라고 양주먹을 바닥에 댄채였다.
스윽!
오른 주먹으로 바닥을 훑은 카가미오우(鏡桜)가 쯧빠리를 시도하기 위해 손바닥을 뻗어왔다.
스르륵.
쯧빠리가 미치지 못하는 뒤쪽으로 물러나며 도효 끝자락을 오른쪽으로 돌았다. 뒤뚱거리며 따라 오며 밖으로 밀쳐 낼려고 손을 내미는 카가미오우였지만 손이 미치기전에 계속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와아~!!"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카가미오우의 뒤를 잡을려면 얼마든지 잡을수 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진 않았다.
탁!
뻗어 오는 손을 쳐내고 다시 오른쪽으로 돌자 카가미오우는 급히 오른쪽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것처럼 도망치기만 하던 아메미야는 한순간 카가미오우를 향해 돌진했다. 카가미오우는 지금 몸을 자신이 돌진하는 쪽으로 돌리며 손을 뻗고 있는 중이었다.
쿵!
손이 닿을 즈음 허리를 살짝 숙인후 안으로 파고 들어 머리를 들면서 가슴을 박는 것과 동시에 양손으로 밀어 내기 시작했다.
퍽퍽퍽!!!
빠르게 양손을 번갈아 뻗자 카가미오우도 뒤로 물러 나며 손을 뻗어 오기 시작했지만 이미 카마기오우의 몸에 바짝 붙은 채였다.
덥석.
오른쪽 마와시를 잡고 끌어 당겼다. 내공을 주입한 탓으로 카가미오우의 몸은 오른쪽으로 기우뚱하는 순간 왼손을 겨드랑이쪽에 넣어 힘을 주었다.
쿵.
보기 좋게 오른쪽 바닥으로 넘어진 카가미오우였다. 밀어 내기만 해도 충분히 이길수 있었지만 스모는 상대편을 바닥으로 쓰러 뜨려야 재미가 난다.
"와아아!!"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에 손을 한번 흔들고 주고 싶었지만 절대로 그런짓을 해선 않된다. 무표정하게 인사를 하고는 쭈그리고 앉아 교지상의 승리 선언을 듣고는 도효 아래로 내려갔다.
저벅저벅.
오늘도 통로쪽에는 쥬료들이 케쇼마와시를 착용한채 나란히 줄을 서고 있었다. 마쿠시타 시합이 모두 끝나면 쥬료들은 도효위로 올라가 관중들에게 자신들이 세키토리인 쥬료라고 선을 보여야 한다. 그들 옆으로 걸어 가도 오늘은 아무런 빈정거림도 없었다.
"너어, 일부러 질질 끌었지?"
"재미있는 시합을 할려고 그랬어요."
자신의 시합이 있는 날엔 항상 아오키상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음에 상대하는 자의 정보를 알려 주고 간단하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다. 1월 바쇼 9일째 다섯번째 시합부터는 쥬료로 올라 가서 시합을 해야 한다.
쥬료 선수들중 2명이 부상으로 결장을 한 상태로 마쿠시타 선수중 상위 지위에 있는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쥬료들과 시합을 한다. 아메미야는 다섯번째와 마지막 일곱번째가 쥬료 선수들과의 시합이다.
쥬료 선수들과 시합을 한다고 해도 마쿠시타 시합이 모두 끝난후 케쇼마와시를 착용하고 도효위로 올라갈순 없다. 시합만 쥬료 선수들과 할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관중석은 만원이었다.
"나루토류(鳴戸龍)~!! 頑張れ(힘내라)!!"
도효 위로 올라가자 응원하는 팬들이 제법 많아졌다. 네번의 시합은 모두 상대방을 바닥으로 쓰러 뜨리는 식으로 승리했다. 그런 덕으로 관중들도 자신의 시합은 재미있다고 생각할것이다. 처음으로 세키토리라고 불리우는 쥬료 선수를 상대한다.
상대방인 아키세야먀(明瀬山)는 쥬료 13마이메로 3승 5패의 성적이다. 사토상과 비슷한 몸매다. 가슴이 축 처지고 배가 불룩한 상태로 183Cm에 180kg이라고 했다. 자신은 178Cm에 98kg이다. 바쇼가 시작되기 전에는 키와 몸무게를 항상 측정해 발표한다. 누가 얼마큼이나 체중이 불어 났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아키세야먀는 쥬료 14마이메중 13마이메 위치다. 6승 9패의 성적이라면 확실히 마쿠시타로 강등하게 될것이다. 쥬료 선수들중 마쿠시타로 강등되는 선수가 없으면 자신이 아무리 우승을 하더라도 쥬료로 올라 갈수 없다.
아키세야마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반드시 이겨 1패를 안겨 주어야 한다. 몸집이 큰 선수들은 뻔하다. 일어서며 쯧빠리를 시도하거나 머리로 충돌해 몸을 밀착시키며 마와시를 잡을려고 한다.
그만큼 몸이 둔하기 때문에 제자리에서 할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려고 자들이 대부분이다. 쥬료 선수와의 시합임에도 양주먹을 먼저 바닥에 대었다. 자신의 타이밍으로 일어 설려면 한쪽 주먹만 바닥에 대고 상대방의 모습을 지켜 보며 다른 주먹을 대면서 일어 서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쿵!
"와아~!!"
아키세야마와 대결하기전 허리를 왼쪽으로 숙이며 옆으로 직선으로 뻗어 올린 다리를 바닥에 찍었다.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도효로 올라가 상대방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도효안 끝자락에서 시코를 밟았다.
쥬료부터는 치카라 미즈(力水.역수)와 치카라가미(力紙,역지)를 사용할수 있다. 시코를 밟은후 소금이 놓여져 있는 도효 밖으로 나가 무릎 걸음으로 앉자 도효 밖에서 치카라 미즈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 다음 시합 선수가 치카라 미즈를 건네 주었다.
히샤쿠(柄杓)라는 바닥이 평평한 둥근 모양에 나무 막대기를 끼운 나무 국자안에 담긴 물이 치카라 미즈다. 히샤쿠를 받아 들고 물을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다음엔 한지를 반으로 접은 치카라 가미를 건네 주었다.
받아든 치카라 가미를 펼쳐 입을 가린채 머금은 치카라 미즈를 도효밖에 놓여 있는 나무통안에 뱉어 내고 치카라 가미로 입가에 묻은 물을 닦고는 나무통안에 버렸다. 다음은 소금을 한움큼 쥔후 도효위로 가볍게 뿌렸다.
도효 끝자락으로 이동해 무릎 걸음으로 앉은채 양손을 가슴 중앙에 모아 가볍게 친후 활짝 벌린후 일어서 중앙으로 이동해 다시 시코를 밟았다. 이때에 상대하는 선수를 노려 보기도 하지만 일부러 눈은 마주치지 않고 곧바로 소금이 있는 곳으로 갔다.
휘익!
소금을 다시 뿌린후 중앙으로 걸어 갔다. 심판인 교지상이 시간이 다 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시간이 남아 돌면 양주먹을 바닥에 대어 자세를 잡은후 다시 일어나 소금을 집으러 가야 한다.
무릎 걸음으로 앉은후 일어서며 상체를 숙여 양주먹을 바닥에 대었다. 얼마든지 오라는 식이었다. 아키세야마는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다. 마쿠시타 주제에 건방지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윽!
자신의 힘을 보여 줄 심산인듯 양팔꿈치를 허리에 바짝 붙인채 머리를 숙이며 돌진해 왔다. 돌진한다고 해도 거리가 가까운 탓으로 양다리는 움직이지 않은채 상체만 앞으로 내밀면 서로 부딪히게 되어 있다.
빡!
어떤식으로 요리할지는 이미 생각해 둔 상태다. 아키세야마가 그런식으로 나온다면 맞받아 줄 생각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정면으로 머리와 머리가 충돌했다. 충돌한 머리는 서로의 오른쪽 어깨쪽으로 흘러 내리며 서로가 양손을 허리쪽으로 내밀어 마와시를 잡았다.
아키세야마는 아메미야의 허리 부근을 잡았으며 아메미야는 허리 앞쪽 배 옆부분을 잡은 상태였다. 서로가 양손으로 마와시를 잡은 상태를 갓뿌리요츠(がっぷり四つ)라고 한다. 이런 상태에선 힘이 강한 자가 유리하다.
상대방을 들어 올려 도효 밖으로 걸어가 내려 놓거나 힘으로 양쪽으로 흔들어 무너 뜨리는 식으로 승패가 갈려 버린다. 이때에 일부러 뒤로 물러 나며 한쪽 마와시를 놓고는 다른 손으로 잡은 마와시를 끌어 당기며 비어 있는 손으로 상대방 뒷머리를 찍어 눌러 앞으로 쓰러 지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만약 상대가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밀어 붙이면 오히려 불리한 상태가 되어 버려 역전을 당하기도 한다. 몸집이 큰 아키세야마는 마와시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쓰도 무리일것이다.
천하장사라고 해도 절대로 무리다. 천근추(千斤錘)를 시전하고 있는 탓이다. 오히려 들어 올릴려는 아키세야마의 몸이 점점 위쪽으로 올라 가기 시작했다. 내공을 사용한 이상 번쩍 들어 올릴수도 있지만 일부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
관중석이 들썩거렸다. 작은 몸집이 자신의 두배는 될법한 큰몸집을 들어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를 뒤로 기울여 들어 올리자 아키세야마는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마와시를 바깥 위쪽으로 잡아 당기며 왼손으로도 오른쪽으로 들어 올리는 식으로 밀면서 기울어진 아키세야마의 몸을 바닥으로 내팽겨쳤다.
쿵!
"우와아~!!!"
지금까지의 시합중 가장 큰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 서는 아키세야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짝짝짝짝!
도효 아래로 내려가 통로쪽으로 걸어 나가자 관중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이런 맛에 스모를 하는 것이다.
"엄청난 힘이었다."
"잘 찍었죠?"
"그래."
아오키상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이제 두시합만 남은 상태였다. 내일은 마쿠시타 선수와의 시합이다.
***
쿵!
"와아아!!!"
"나루토류~!!"
짝짝짝짝!!
1월 바쇼 마지막날인 센슈라쿠 15일째 쥬료 12마이메인 테루츠요시(照強)와의 시합이었다. 169Cm 에 110Kg밖에 되지 않는 테루츠요시는 쯧빠리를 시도했다. 뻗어 오는 손을 쳐내며 턱밑에 손을 집어 넣어 위쪽으로 들어 올리는 식으로 치켜 올린후 뒤쪽으로 밀어 버렸다.
중심을 잃은 테루츠요시의 팔을 홱 잡아 당기자 급격히 앞쪽으로 쏠린 테루츠요시는 바닥에 양손을 짚을수 밖에 없었다. 다음 3월 바쇼에는 쥬료 승급이 확실시 되었다. 쥬료 선수 하위권에 있는 자들중 이미 마케코시가 확정된 선수들이 3명이나 되었다.
이번에도 마쿠시타 7전 7승으로 전승 우승을 했다. 연승 기록은 계속 갱신중이다. 두번의 쥬료 선수들과의 시합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짝짝짝!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음미하며 통로로 들어 서자 우승 인터뷰장으로 안내되었다. 도효위의 시합이 끝나면 곧바로 우승 인터뷰가 시작된다.
"전승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승 기록을 계속중입니다."
"운이 좋았을뿐입니다."
겸손해야 한다. 괜히 잘난체하면 안티팬들이 늘어 날것이다. 쥬료 승급이 확실시 된다며 세키토리가 된후에도 전승 우승을 할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운이 따라 줘야죠."
모든것을 운에 맡긴다는 식으로 답해 주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통로쪽으로 나가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동안 기자들에게 시달려야 했지만 아오키상의 조언해 준대로 적당히 답해 주었다.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선물 줄꺼죠?"
"하하하, 물론이야. 근데 이제 세키토리라고 불러야 하나?"
"평소대로 불러 주세요."
우승은 자신이 했지만 아오키상이 오히려 더 좋아하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 가자 오야카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오야카타와 오카미상, 그리고 선배들의 축하를 한몸으로 받으며 숙소는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특히 오카미상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토라키오상도 이번 바쇼는 5승 2패의 성적으로 다음 바쇼땐 마쿠시타 상위권으로 진입할것이다. 사토상은 3승4패, 고야시상은 5승 2패, 혼마상은 3승 4패였다.
***
짝짝짝짝!!
센슈라쿠 파티가 진행되었다. 오야카타가 제자들의 성적을 발표해 자신의 우승 소식을 전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여러분들이 후원해 주시는 덕으로 마음 놓고 편하게 도효위로 올라가 우승할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짝짝짝!!
우승 소감을 말하자 다시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스모 베야의 숙원은 세키토리를 배출하는 것이다. 46개의 스모 베야중 세키토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스모 베야는 15개나 된다. 나루토 베야도 그에 속한 상태였지만 이제 벗어 날수 있게 되었다.
스모 베야를 창설한지 고작 2년만에 세키토리를 배출하게 된것이다. 그것도 최연소 세키토리였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타카하나다(貴花田)가 17세 2개월의 나이로 쥬료로 승급한것이 최연소 기록이다.
타카하나다는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마쿠우치(幕内) 승급 최연소 기록(17세 8개월), 고무스비(小結) 최연소 승급 기록(18세 10개월), 세키와케(関脇) 최연소 승급 기록(19세 0개월), 오오제키(大関) 최연소 승급 기록(20세 5개월), 전승 우승 최연소 기록(22세 1개월)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은 타가노하나(貴乃花)로 개명한 상태로 스모 베야를 운영하는 오야카타(親方)다.
오야카타가 된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그런 타가노하나 오야카타의 기록을 깨 버린것이다. 아메미야는 현재 16세 8개월이다. 3월 바쇼전 반즈케효가 발표되면 정식으로 쥬료로 등록되면 16세 10개월이 된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타카노하나 오야카타는 올해(2018년.10월달) 스모 클럽을 폐문했습니다. 폐문한 클럽에 속한 선수들은 다른 클럽으로 소속을 옮겨 선수 생활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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