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11월 바쇼(2)
42화.
토라키오상은 어제 첫시합을 승리해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상태다. 성격이 급한 토라키오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기술보다는 힘에 의존할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나온다. 그런 버릇만 고치면 충분히 쥬료로 올라 갈수 있을 것이다. 만약 버릇을 고치지 않는다면 훗날 마쿠우치로 올라 갔을때 우승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쿠우치 선수들은 힘과 기술 모두 월등히 뛰어 날것이다. 스모 세계에서 구를때로 구른 노련한 자들이다. 그들을 상대로 승리해야 우승할수 있다. 지금 나쁜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그 버릇이 계속 따라 다닐 것이다.
"잘 해라!"
"토라키오상이 이기라고 하면 이겨야죠!"
자신의 시합이 성큼 다가 왔다. 대기실을 나설때 토라키오상이 응원해 주었다. 오늘 시합은 쯧빠리(突っ張り)의 응수였다. 상대는 자신보다 역시 덩치가 큰 자였다. 첫날 자신의 시합 영상을 분석했는지 바닥에 주먹을 대고 일어 서며 머리보다는 양손을 번갈아 내밀며 쯧빠리를 시도했다.
자신도 똑같이 쯧빠리로 대응했다. 상대방이 내미는 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툭툭치며 상대방의 목 아래 부분을 쭉쭉 밀어 도효 밖으로 밀어 내 버렸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격렬하게 서로 공방전이 벌어지면 관중들은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걱정말라니까."
대기실로 돌아 와 토라키오상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잠시후 도효를 다녀 온 토라키오상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패한것이다. 어떤 시합이었는지는 보지 않아서 모른다. 숙소로 돌아 가면 오야카타가 녹화해 두었을것이다.
시합이 있는 날엔 항상 아오키상이 밖에서 기다리며 주의할 점과 다음 시합 상대 정보를 알려 주었다. 정보라고 해도 상대방의 신장과 체중으로 어떤 몸매인지 알려 주는것 뿐이었다. 숙소로 돌아 가는 버스안에서는 시합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 간후 토라키오상의 시합 영상을 보고는 역시 우려했었던 버릇이 나왔다. 도효 끝자락까지 상대방을 밀어 붙인후 강제로 상대 몸을 들어 올려 밖으로 내 보낼려고 했지만 상대의 몸을 올라 가지 않고 오히려 옆으로 피하며 쓰러지면서 토라키오상의 왼쪽 마와시를 강하게 끌어 당긴 탓으로 선배의 몸이 먼저 바닥에 닿아 버린것이다.
저런 상황에서 평소보다 다리를 조금 더 넓게 벌려 자세를 낮추면서 배로 상대방 배를 툭툭 치며 밀어 버려야 한다. 아쉬운 패배였다. 오야카타도 토라키오상의 영상을 분석하고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점을 조언해 주었다.
12일째 여섯번째 시합에서 승리하고 밖으로 나오자 아오키상이 축하해 주었다. 내일 시합에서 이기면 전승으로 우승하게 될것이다. 다른 한명이 6승 전승이지만 일단은 시합에서 승리한후 그 선수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그 선수가 승리한다면 최종일인 15일째 센슈라쿠때에 우승 결정전을 치루어야 한다.
"내일 기대하겠다. 전설이 걸려 있는 시합이야."
"전설요?"
"그래. 연승 기록말이다. 내일 이기면 28연승으로 신기록을 달성한단 말이야."
"아오키상! 지금 제게 부담을 팍팍 주는 줄려는 거죠?"
연승 기록은 잊고 있었다. 아직 한번도 패한적은 없었다. 우승만 생각했지 연승 기록까지 걸려 있는 시합이라고는 생각에 없었다.
"많이 부담이 되는 거냐?"
"괜히 의식하게 되잖아요. 다음부터는 어떤 기록같은건 모든 시합이 끝난후에 말해 주세요."
"알았다."
다음날은 토라키오상의 카치코시가 걸려 있었다. 지금까지 3승 3패로 내일 반드시 이겨야 반즈케가 강등되지 않는다. 만약 진다고 해도 크게 강등되지 않고 한두 지위만 떨어지게 될것이다. 나란히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버스안에서나 걸어 가는 도중에도 별다른 말은 없었다. 서로가 조용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겨라."
"예."
대기실에서 도효쪽으로 걸어 가는 도중에도 간단하게 한마디만 건넬 뿐이었다. 도효 위에서 시코를 밟자 여전히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져 내렸다. 이젠 매번 있는 행사나 마찮가지였다. 자신처럼 다리가 곧바로 쭉 올라 가는 스모토리는 거의 찾아 볼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엔 소금을 뿌려야 했다. 한움큼 거머쥔 소금을 도효 위에 뿌린후 중앙으로 이동해 다시 시코를 밟았다. 양주먹을 먼저 바닥에 대고는 일어 서며 상대방을 노려 본후 다시 소금을 집으로 도효 밖으로 나갔다. 소금을 한움큼 쥐고는 도효 바닥에 가볍게 뿌린후 중앙에서 양다리를 벌리며 양주먹을 바닥에 대었다. 시간이 된것이다. 상대방도 왼쪽 주먹을 바닥에 댄 상태였다.
스윽!
상대는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 오른 손가락 등을 살짝 대고는 일어서며 머리를 내밀었다. 자신보다 큰 몸집을 이용해 충돌하면 밀어 버릴수 있다고 생각하는듯했다.
빡!
서로의 머리가 충돌하며 어깨쪽으로 머리가 미끄러져 내려오며 팔을 아래쪽으로 뻗었다. 상대도 마와시를 잡을 요령으로 자신의 허리쪽으로 양손을 뻗어 왔지만 자신의 양팔은 상대방 품속 안쪽으로 먼저 들어간 상태로 재빨리 마와시를 쥐고는 오른손으로 아래쪽으로 잡아 당기며 왼손으로 들어 올리식으로 상대방을 바닥으로 내평겨쳤다.
쿵!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되었다. 상대가 공격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자신보다 큰 몸집의 선수를 들어 내팽겨친 탓으로 관중들의 우뢰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일단 7전 전승으로 다른 한명의 승패를 기다려야 한다. 관중들의 함성을 만끽하며 교지상의 승리 선언에 오른손을 무릎 위쪽으로 쭉 뻗는 포즈를 취했다. 대기실로 돌아 가 마와시를 풀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만약 6전 전승인 다른 한명이 패한다면 우승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한다."
"토라키오상도 이겨야 합니다."
"그래. 반드시 이긴다."
굳은 얼굴로 대기실을 나간 토라키오상은 풀이 죽은 얼굴로 돌아 왔다. 패배를 한것이다. 전번 바쇼에선 아슬아슬하게 4승 3패로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했지만 이번 바쇼는 3승 4패로 마케코시(負け越し)였다. 뭐라고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토라키오상은 한동안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는 얼굴을 숙인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때에 요비다시상이 조용히 접근해 우승 인터뷰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 다른 한명이 패한것이다. NHK 방송 인터뷰 부스로 향했다.
"전승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오야카타의 지도에 따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승 인터뷰는 이제 익숙해진 상태다. 독특한 '~다.'로 끝나는 질문에도 술술 대답이 튀어 나왔다.
"연승 기록을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자 스모 기자들에게 둘러 쌓였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는 바람에 간간이 눈을 감아야 했다. 한동안 기자들에게 시달린후 대기실로 들어 가자 토라키오상이 밝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표정으로 볼때 미련은 떨쳐 버린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언제까지 주저 앉아 있을순 없는 노릇이다. 다음 바쇼땐 이번 바쇼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면 되는 것이다. 처음으로 마케코시를 경험한 탓으로 토라키오상은 한단계 더 성숙해 진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아오키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 인사를 받고는 같이 숙소로 가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오늘 저녁 뉴스 방송에서 사용할 장면과 인터뷰를 해야 한다며 졸라 대었다.
"편안하게 질문에 답하면 돼. 그럼 시작하겠다. 마쿠시타 전승 우승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야카타의 기대에 보답할수 있었습니다."
"2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언제 기록이 깨질지는 모르지만 연승 기록을 이어 갈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질문하는 아오키상이나 자신도 진지하게 주고 받았다. 인터뷰는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짧막하게 보도 된다고 했다.
"고맙다."
"아니요. 언제든지 인터뷰를 하고 싶으면 말하세요."
나루토 베야의 모든 제자들의 시합이 끝났다. 토라키오상은 3승 4패로 마케코시(負け越し), 사토상은 4승 3패, 고바야시상은 5승 2패, 혼마상은 4승 3패의 카치코시(勝ち越し)로 끝마쳤다.
토라키오상만 마지막 시합에서 승리했다면 모두가 카치코시(勝ち越し)였을텐데 아쉬웠다. 11월 바쇼 마지막날까지 기다려 저녁때 센슈라쿠 파티를 개최했다. 동경과 거리가 먼 탓으로 후원자들이 적어 조촐한 파티였지만 미우라 회장이 동경에서 먼 후쿠오카까지 달려 왔다.
오야카타가 단상 위에서 제자들의 성적을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후원회 회장을 소개한다며 미우라 회장을 단상으로 올렸다. 깜짝 이벤트였다. 선배들이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후원회 회장이 된 미우라 회장이 연설을 한후 테이블에 자리 잡자 인사를 하러 테이블을 돌아 다녔다.
"축하하네. 선물이네."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미우라 회장에게서 축의금 봉투를 받았다. 이미 두번째다. 맥주를 따라 주며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매번 받기만 해서 염치가 없는데요?"
"그림 구경 값이라고 생각하게. 그리고 나중에 크게 되면 한번 도와 주게."
"제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파티의 최대 이벤트는 역시 가라오케였다. 후쿠오카의 후원자들 앞에서는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탓으로 다른 곳에서 부른 노래를 불렀다. 파티가 끝난후 출구에서 기다리며 한명씩 인사를 하고 있을때 미우라 회장이 나왔다.
"자네 노래도 정말 잘 하는군. 대체 못하는게 뭔가?"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파티가 끝난후 다음날부터는 여러 가지 도와준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를 해야 했다. 인사가 끝나면 짐을 정리해 동경으로 돌아 갈수 있다. 숙소로 돌아가 미우라 회장이 이번엔 얼마나 주었는지 모두들 궁금해 붕투를 열어 보았다.
"오오!"
이번에도 백만엔이 들어 있었다. 선배들이 부러워했다. 동경으로는 고속 열차인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갔다. 오야카타의 밴에는 짐들로 꽉 찬 상태였다. 나루토 베야에 도착하자 마자 곧바로 아오마츠엔의 원장 선생님을 찾아 갔다.
"고맙구나."
미우라 회장에게서 받은 축의금을 고스란히 원장 선생님께 드렸다. 받지 않을려고 했지만 앞으로 돈을 많이 번다며 강제로 안겨 주었다. 아동 양호 시설의 생활상을 잘 알고 있는 아메미야는 앞으로도 계속 도울 생각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속으로 원장 선생님께 말했다. 요코즈나가 되면 제법 많은 돈을 벌수 있다. 그 돈이면 원장 선생님도 조금은 편해 질것이다. 다음날 부터 다시 평소대로 아침에 훈련을 했다. 오늘따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훈련을 구경하기 위해 마루에 앉아 있었다. 훈련이 끝나자 모두 박수를 쳐 주었다.
"나루토류!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잖다."
오야카타가 평소와는 달리 시코나를 불렀다. 기자들이 찾아 온 탓이다. 많은 기자들에게 둘러 쌓였다.
"연승 신기록 달성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처럼 항상 그런 훈련을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평소와 변함없는 훈련이었습니다."
선배들이 도효위에서 훈련을 할때 아메미야는 도효 밖에서 몸을 항상 움직이거나 마보 자세를 취하며 선배들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점이 특이하게 비추어진것 같았다.
"다음 바쇼땐 마쿠시타 힛토(筆頭.첫번째 지위)로 카치코시만으로 쥬료로 올라 갈수 있을 겁니다. 또한 연승 기록이 걸려 있습니다."
"성적은 훈련이 답해 줄것입니다. 흘린 피땀만큼 성적은 자연적으로 따라 올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쇼우기(将棋.일본 장기)의 후지이 소타(藤井聡太) 6단처럼 나루토류상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아니요. 금시초문입니다. 훈련때문에 TV를 볼 시간이 없거든요."
쇼우기가 뭔지도 모르고 후지이 소타가 누군지도 모른다. 기자들이 누군지 알려 줘서 겨우 알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인 14살에 쇼우기 프로 데뷔를 해 무려 29연승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한 후지이 소타는 현재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15살이 된 지금은 6단으로 승급한 상태라며 미래의 일본 쇼우기를 짊어질 인재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칭찬했다. 그런 천재와 자신을 비교하며 지금 TV에서는 연일 떠들썩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오늘따라 기자들이 한가득 찾아 온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정말 하루 종일 훈련만 하는 겁니까?"
"남들 눈에는 그렇게 비추어질것이지만 하루 종일은 아닙니다. 마보를 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니까요."
"마보가 뭔지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직접 자세를 보여 주었다. 양다리를 벌린채 시코를 밟기 전의 쭈그리고 앉은 자세 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서 무릎을 굽히고 정지한 상태다.
"그 상태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수 있는 겁니까?"
"버티는게 아니라 쉬는 겁니다. 하루 종일이라고 해도 문제없습니다. 이 상태로 교과서를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요."
"공부라니요? 설명 좀 해 주십시요."
- 작가의말
일본에는 바둑은 물론 장기도 프로 리그가 있습니다. 장기 프로 선수인 후지이 소타는 현재 7단으로 승급한 상태입니다. 재미있는 일화중 하나를 소개하면 5단 승급 축하 파티 개최 준비를 하는 동안 6단으로 덜컥 승급해 버려 보낸 초청장(5단 승급 축하 파티)은 물론 준비한 물건들이 쓸모없게 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꾸민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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