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축구와의 인연 & 우강우(2)
90화.
9번이라고 쓰여져 있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나섰다. 세팅해 놓은 볼을 향해 걸어가 손으로 잡고 다시 바닥에 살며시 내려 놓은 그 자의 등에는 크리스티안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잘 봐."
타다닥.
펑!
조금 뒤로 물러난 크리스티안은 뛰어 오며 힘차게 볼을 찼다. 멀리 날아간 볼은 축구장 중앙의 둥근 원을 넘어 선곳에 떨어 졌다.
"그럼 차 볼래?"
"잠깐만요."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발쪽의 어느 부분으로 볼의 어느쪽을 차는지 자세하게 물어 보았다. 코치인 얀센이 설명해 주었다. 발등 전체로 차는 인스텝 킥이라고 하는 것을 설명해 주며 볼 아래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이 부분을 차라고 했다. 어렵지 않아 보였다.
"좋습니다. 차 보겠습니다. 그런데 저 골대에는 아무도 없는데요?"
"뭐? 골키퍼는 필요없어. 그냥 차."
골키퍼라는게 골대 앞에 서 있던 선수를 말하는것 같았다. 어쩔수 없이 텅빈 골대를 향해 차야 할것 같았다.
타다닥.
펑!
얀센이 설명해 준대로 발등으로 볼 아래 부분을 힘차게 걷어 찼다. 내공이 깃든 각력(脚力)에 걷어 찬 볼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 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얼마나 멀리 날아 갔는지 반대편 골대 위를 넘어 브랜든이라는 중년인들이 있는 곳도 훌쩍 넘어 뒤쪽에 있는 다른 축구장쪽에 떨어 졌다. 멀리서 브랜든 일행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엄, 엄청나구나. 다시 한번 차 보거라."
감독이나 지켜 보든 모두가 놀란듯 멍해하는 표정들이었다. 얀센이 다시 볼을 세팅해 놓았다.
펑!
두번째로 찬 공도 시원하게 날아가 첫번째와 같이 반대편 축구장에 떨어 졌다. 내공을 더 많이 불어 넣으면 더 멀리까지 날아 갔을 것이다.
"다시 한번 차 보죠."
비록 멀리까지 날아 가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골대를 벗어나 위쪽으로 날아간 탓이다.
"차 봐라."
펑!
이번엔 발을 높게 들진 않았다. 앞으로 쭉 뻗는다는 느낌으로 찬것이다. 볼을 찬후 발을 올린 탓으로 공중으로 붕 뜬채 날아가 멀리 날아 갔었지만 볼이 아래쪽으로 깔리는 식으로 날아 가게끔 차 본것이다.
슈아앙.
마치 자동차가 쏜쌀같이 달려 가는 듯이 잔뒤 위쪽을 아슬아슬하게 날아 가던 공은 중앙 원을 훌쩍 넘어 반대편 사각형의 반원 앞에 떨어져 앞으로 굴러 가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와아! 골인이다."
"코리언!! 멋지다."
브랜든 일행이 열광했다. 텅빈 골대안으로 들어 간 볼이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직선으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 갔어야 했다. 완전히 실축이었다.
"다시 차 보죠. 이번에는 제대로 차 보겠습니다."
"제대로 차 본다고?"
"예. 잘못 찬거거든요."
펑!
이번엔 신중히 볼 중간 부분 살짝 아래쪽을 향해 발등으로 걷어 차며 발을 쭉 뻗었다. 이번에는 좀전보다 조금 더 높게 날아 갔다. 이대로라면 골대안으로 들어 갈것 같았다. 하지만 날아 간 공은 오른쪽 골대 중앙 윗부분으로 살짝 벗어나 버렸다.
"제기랄!"
솔직히 화가 났다. 고작 볼 한개를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다. 지켜 보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물망에 들어 있는 볼을 꺼내 다시 세팅했다. 지켜 보는 사람들도 아무런 말도 없었다.
타다닥.
펑!
이번에는 좀전보다 발끝의 힘을 더 주었다.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나지 않게끔 조절한것이다.
"와아아!!"
"젠장할!!"
다시 실패였다. 브랜든 일행은 또다시 함성을 쏟아 냈지만 날아간 볼은 왼쪽 골대쪽으로 벗어나 버렸다. 발의 각도에 따라 좌우 골대 밖으로 벗어 난다는 것을 안 아메미야는 다시 볼을 세팅할려고 할때였다.
"너어, 굉장하구나. 정말 처음으로 볼을 차 보는거냐?"
"예. 한번만 더 차 볼께요."
감독이 말을 걸었지만 절반은 무시하는 태도로 볼을 세팅했다. 가볍게 숨을 내리쉬며 마음을 진정시킨후 볼을 죽일듯이 노려 보며 달려 갔다.
펑!!
이번에는 느낌이 좋았다. 낮게 깔리며 잔디위를 총알같이 날아 간 볼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골대 앞쪽의 사각형 부분까지 접근했을땐 자신의 키 높이 정도까지 상승한 상태였다.
텅!!
골대 윗부분을 강타한 볼은 뒷쪽으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또다시 실패였다. 몇번을 차도 제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 가지 않은 탓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화가 날뿐이었다.
꾸벅.
"죄송합니다. 제대로 들어 가지 않네요."
감독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감독이하 다른 코치들이나 선수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모두들 얼이 빠진듯 멍해 있었다.
"괴물!!"
한 선수의 입에서 튀어 나온 괴물이라는 말에 모두들 정신을 차린것인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가능하냐?"
"엄청난 힘이다."
"더구나 맨발로 찬거야."
모두들 자신의 발을 바라 보았다. 발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잔디 곳곳이 파여져 있는 탓으로 흙이 묻는건 당연했다.
"18살이라고 했지?"
"예."
"축구 해 볼래?"
"...음...골키퍼는 어떤것인지 경험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브랜든이 골키퍼를 하라고 했었다. 골키퍼가 골대 앞에 서서 골문을 지키는 역활이란걸 알게 되었다. 처음 찬 굴러 들어간 볼을 제외하면 한번도 들어 가지 않은 탓으로 볼을 막아 내는 골키퍼라면 한골도 내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좋아. 해 봐라. 저쪽 선앞에 서서 이쪽에서 찬 볼을 막으면 돼."
골대 아래쪽에 그어져 있는 백선앞에 섰다. 잭 감독이 한 선수를 지명해 차라고 했다. 반원 부분이 있는 큰사각형의 선상에 볼을 놓고 찰 준비를 했다. 10번이라고 쓰여져 있는 유니폼을 입은 키가 큰 선수였다.
등쪽이 보이지 않아 이름은 모른다. 그때 선수들과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다가 와 손을 내밀었다. 이 선수의 유니폼에는 1번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이들 선수들중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같았다. 1번이 가장 잘 하고 번호가 낮을수록 못한다고 생각되었다.
"이걸 껴라."
"장갑은 왜요?"
"손가락을 보호하는 장갑이야. 맨손으로 손가락을 다칠지도 모른다."
연습 경기를 할때 골문앞에 있던 유니폼이 다른 골키퍼라고 생각되는 선수는 장갑을 끼고 있었던게 생각났다. 두툼한 장갑은 그런 이유로 끼고 있었다.
"고맙지만 필요없습니다."
"너! 공이 얼마나 빠른지 모르지? 맨손으로 막다간 크게 다쳐."
"하하, 저하고 악수를 해 보면 왜 문제없는지 알수 있을 겁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얼떨결에 손을 내민 선수와 악수를 했다. 일반적으로 하는 평범한 악수였다. 하지만 악수한 상대방은 눈이 커져 있었다.
"왜 문제없는지 알겠죠?"
"음, 그렇더라도 손가락을 보호할려면 끼는게 좋아."
"일단 한번만 막아 보도록 하죠."
"알았다. 이곳에 놔 둘테니까 언제든지 사용해."
의외였다. 처음 보는 자신에게 저렇게까지 잘 대해 주는 사람은 몇명없었다. 등에는 1번 아론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론! 장갑은 끼지 않는데?"
"예. 문제없다고 하던데요."
"다칠텐데? 그런데 갑자기 악수는 왜 한거냐?"
"저 한국인 말입니다. 손바닥이 강철처럼 딱딱했습니다. 손바닥 전체가 모두 굳은살 이었어요."
골키퍼인 아론과 감독이 그런 대화를 주고 받는지도 모르는 아메미야는 골문 앞 중앙에 선채 편하게 양팔을 늘어 뜨린 자세였다. 무릎을 굽히거나 양팔을 벌리거나 그런 동작은 일체 없었다. 평범하게 선 자세 그대로였다.
"차십시요."
포워드인 크리스는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고 서 있는 동양인 놈을 보고는 살짝 화가 났다. 얼마큼이나 자신을 무시하면 저런 무례한 행동을 취하는지 본때를 보여 줄 생각이다.
타다다닥!!
펑!
볼이 날아 왔다. 자신이 서 있는 정중앙으로다. 한발도 움직이지 않고 선 자세 그대로 충분히 막을수 있다.
스윽.
오른손을 뻗었다. 느리게 날아 오는 볼을 오른 손바닥으로 막은후 손목 스냅을 이용해 볼을 감싸듯이 품속으로 끌어 당겨 왼손으로도 함께 잡았다. 너무 쉬웠다.
"다시 한번 차 보세요."
데구르.
볼링을 하듯 볼을 바닥으로 굴러 던져 주었다. 볼을 찬 선수는 얼굴이 조금 붉어진채였다. 고작 몇걸음을 달려 와 볼을 찬탓으로 혈압이 올라 가진 않았을것이다. 너무 간단히 막은 탓일 것이다. 10번 선수는 볼을 다시 세팅하고는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뛰어 왔다.
펑!
팟!
이번에는 오른쪽 골대 아래 부분으로 잔디위를 비행하듯 볼이 날아 오고 있었다. 발에서 공이 떠나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
펑!
팟.
오른쪽으로 빠르게 날아 오는 볼을 향해 단한번의 도약으로 도착해 오른발을 뻗어 걷어 차 버렸다. 날아 오는 속도와 차는 각력에 의해 볼은 엄청난 속도로 앞쪽으로 날아 가 축구장 중앙의 둥근 큰원 안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 가고 있었다.
"우와아!! 코리언!! 너어, 엄청나다."
브랜든 일행이 이쪽 골대 뒷쪽으로 이동해 온 상태다. 자신의 행동을 보고는 놀라워 했다. 다른 선수들도 멍한 표정들이었다.
"감독님! 괴물입니다. 봤습니까? 어떻게 움직인것인지 마치 순간 이동을 한것처럼 눈깜짝할새에 볼이 날아 오는 쪽으로 가 있었습니다."
"믿기지 않는군. 크리스! 다시 차 봐."
볼을 차는 선수 이름은 크리스였다. 골문쪽으로 날아 오는 볼을 차 버리자 볼을 따라 몸을 돌린 탓으로 유니폼에 쓰여져 있는 이름을 읽을수 있었다. 크리스 선수가 굳은 표정으로 다시 볼을 세팅했다.
펑!
팟.
이번에도 방금전과 똑같이 오른쪽 아래 부분으로 날아 오고 있었다. 찬스였다. 조금전에는 반대편 골문까지 찰수 없었다. 볼 중앙 부분을걷어 찼었지만 중간 부분을 살짝 넘을 정도였지만 이번엔 볼 중앙 3센티 아래 부분을 정확히 찰 생각으로 움직였다.
착!
볼이 날아 오는 쪽으로 이동해 왼발을 지면에 강하게 박고는 오른발을 내밀었다.
펑!!
'성공이다. '
느낌이 좋았다. 정확히 찰 지점을 걷어 찼다. 중원에서 싸울때가 떠올랐다. 암기를 던지는 복면인을 향해 검으로 암기를 막고는 떨어지는 암기를 발로 걷어차 복면인을 맞춘적이 있었다. 암기보다 수백배는 더 큰 달덩이처럼 큰 축구공을 되돌려 차는건 일도 아니었다.
쏘아져 오는 암기는 피하거나 검으로 막았지만 축구공은 막거나 되돌려 차야 했다. 쏜살같이 튕겨져 나간 볼은 쭉쭉 뻗어 갔다. 하지만 골대 오른쪽 앞쪽에 떨어져 바깥쪽으로 굴러 가 버렸다. 비록 골문안으로는 들어 가지 않았지만 요령을 파악한 이상 다음번엔 골문안으로 차 넣을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아아아!! 코리언!! 굉장하다!!"
브랜든 일행이 광분하고 있었지만 감독이나 선수들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멍한채 입까지 쩍 벌리며 반대편 골대 옆으로 굴러 가는 볼을 바라 보고 있었다.
"다시 차 보세요."
"그, 그래."
그물망에서 볼을 꺼낸 크리스가 다시 세팅한후 달려 왔다.
펑!
'응?'
이번에는 오른쪽이 아니었다. 왼쪽 골대의 중간 높이로 날아 오르고 있었다.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차는 줄 알았지만 정반대였다. 예상이 빗나간 탓으로 반대편 골문쪽으로는 걷어 찰수 없었다.
펑!
생각은 빨랐다. 즉시 움직여 상체를 오른쪽으로 숙인채 왼발을 뻗어 올려 걷어 찼다. 앞쪽으로 날아간 공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채 백선이 그어져 있는 왼쪽 먼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한번씩 막을때마다 브랜든 일행이 함성을 쏟아 부었다.
저벅저벅.
얀센이라는 코치가 걸어 왔다. 크리스 선수에게 다시 차 보라고 말할려고 했지만 늦었다. 슬슬 재미있어 질려는데 그만 하라고 말할려고 다가 오는지 조금 불안했다.
"어떻게 움직인거냐?"
"발로 움직인건데요?"
"....."
발에 내공을 불어 넣어 움직이는 걸 모르는 이상 엄청나게 빠른 자라고 생각할것이다.
"그런데 넌 왜 손을 막지 않고 발로 막는거냐?"
"손요? 꼭 손으로 막아야 합니까?"
"그건 아니다만..."
"발로 막아 저 골문으로 볼을 넣을려고요."
반대편 골문을 가르키며 솔직히 말해 주었다. 얀센 코치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고선 입을 열었다.
"축구가 처음이라 골키퍼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지?"
"예."
"브래드! 이쪽으로 와서 시범을 보여 줘."
장갑을 낀 브래드 선수가 골문 앞서 섰다. 크리스가 볼을 세팅해 놓은 곳에서 조금 떨어져 얀센 코치와 함께 지켜 보았다. 크리스는 자신을 상대로 찼을땐 반원이 시작되는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는 선 부분에 볼을 놓고 찼었지만 브래드를 상대로는 큰사각형과 작은 사각형 중간 부분의 하얀 점위에 볼을 세팅해 놓고 차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리스가 볼을 차자마자 브래드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크리스가 찬 볼은 왼쪽으로 향했다. 브래드가 오른쪽으로 튕겨듯 날아 올라 양손으 뻗을려다가 멈추었다. 볼은 이미 왼쪽 골문 안으로 들어 간 상태였다. 어이가 없었다. 볼이 날아 오지도 않았음에도 지레짐작으로 몸부터 날리는 브래드가 이해 불가였다.
"브래드 선수는 왜 볼을 차자마자 미리 움직인겁니까?"
"설명하기 보단 일단 지켜 보면서 생각해 봐라."
- 작가의말
축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주인공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 벌지 기대해 주십시요^^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