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취업 비자(2)
92화.
특별 추천장 제도는 신청자와 이적이나 계약을 맺은 클럽은 선수 경험과 시장 가치를 고려해 추천장 발급을 특별 위원회(Exceptions Panel)에 요청할수 있다. 특별 위원회는 선수의 시장 가치(이적금 1000~1500만파운드), 현소속 클럽에서의 활약등을 고려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특별 위원회의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즉, 특별 위원회에 입김이 강한 클럽일수록 추천장은 쉽게 받아 낼수 있는 제도다.
실제로 이 제도에 의해 추천장을 받아 취업 비자를 발급받은 일본인 선수가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팀에서 방출되었다고 한다. 신청시에는 영어력과 생활비 또한 필요했다. 영어력은 간단한 회화를 할수 있으면 10포인트를 받을수 있으며 생활비는 945폰드(약16만엔)이 통장에 들어 있으면 10포인트를 받는다. 제 2계층 비자는 최장 3년간 체류할수 있는 비자다.
제 5계층 비자는 일반적 노동자(Temporary Worker)와 청소년 교류(Youth Mobility Scheme)를 대상으로 하는 비자다. 일반적 노동자는 창조적 업무, 스포츠 관계자. 자선 단체 관계자, 정부에서 인정한 인적 교환자, 국제 협정에 입안한 입국자에 해당되며 축구 선수는 스포츠 관계자로 신청할수 있다. 구체적인 조건은 제 2계층 비자 발급 조건과 동일하다.
스포츠 관계자의 경우 제 5계층 체류 기간은 1년간이다. 제 2계층. 제 5계층 비자 신청은 입국 3개월전에 신청할수 있으며 3주내로 발급 여부가 결정되는게 일반적이었다. 동경에서는 15일정도에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심사 절차가 더 길어 질수도 있다.
자신의 경우 영국에서 축구를 할려면 특별 추천장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특별 추천장을 받은 일본인인 미야이치 료(宮市亮) 선수는 고교 3학년때 영국 아스널 팀의 훈련에 참가했었다. 당시 감독이었던 벵거 감독의 눈에 띄여 5년이라는 장기 계약의 오퍼를 받고 12월달에 정식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조건 미달로 인해 취업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일단 네덜란드 리그에 속한 팀에 임대되었다. 2011~2012년 프리미어 시즌에 돌입하기전 벵거 감독은 네덜란드 리그에서의 큰활약을 펼치던 미야이치 선수의 일군 팀 합류를 확언함에 따라 동 8월 아스널 클럽의 특별 추천 신청에 의해 취업 비자가 발급되었다.
아스널 클럽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미야이치 선수였지만 큰부상으로 인해 이탈해 복귀한후 일군에 참가하지 못한채 다른 클럽으로 임대가 반복되어 2015년에 계약 해제가 되었으며 현재는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케이스로 볼때 클럽은 영입하고 싶은 특정 선수에 대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특별 추천 제도를 이용해 팀에 가입시킬수 있는 것이다.
해외 축구 클럽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지에서 프로 선수가 되어 축구만으로 생활한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도항하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이 되지 않아 되돌아 오는 자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그들의 변명은 하나같이 축구 실력은 인정을 받았지만 비자 발급 문제로 인해 계약이 되지 않았다는 말과 급료는 지불하지만 비자 발급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에 포기하고 되돌아 왔다고도 한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비자없이 몇주에서 석달동안 체류할수 있는 기간내에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아 기한 시간이 되어 어쩔수 없이 돌아 올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이다. 비자 발급 문제로 계약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클럽측의 입장에서는 비자 발급 수속이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계약할 가치가 없다는 선수였다는 것이다.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비자 발급이 되지 않은게 아니라 실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비자 발급 수속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계약하고 싶은 클럽이 있다면 특별 추천장 제도를 이용해 비자 발급을 도와 주기 때문이다.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해 되돌아 온 선수들은 역전의 발상이 필요하다.
스스로 비자를 준비해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워킹 홀리데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비자를 발급받아 도항해 학교에 다니면서 축구를 한다는 발상이다. 워킹 홀리데이 학생 비자로도 축구를 하기 쉬운 독일이나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는 선수들도 많은 추세다. 자신은 과연 이 클럽에서 비자 발급을 도와 줄지는 모르지만 어제 일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도와 줄것으로 예상되었다.
클럽 오너가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수 있었다. 만약 도와 주지 않는다면 축구는 포기할 생각이다. 축구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선 다른 운동을 해도 된다. 골프나 테니스, 권투, 격투기등 축구 선수 못지 않게 큰돈을 버는 스포츠가 많은 실정이다. 내공이 있는한 어떤 운동이라도 텟펜(TEPPEN.정점)에 올라 설 자신이 있다.
"자네가 얼마큼의 실력이 있는지 평가해 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좋네. 감독! 준비는 되었나?"
"지금쯤 모두 모여 있을 겁니다."
손목 시계를 살펴 본 잭 감독의 말에 오너가 자리에서 일어 섰다. 모두 함께 그라운드로 향했다. 어제의 그라운드는 아니다. 스타디움안에 있는 그라운드로 향한 것이다.
'오오!'
축구 전용 구장인지 관중석과의 거리가 짧았다. 큰경기장은 아니다. 그라운드에는 어제 본 선수들이 모두 모여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네 신발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가?"
"28.5입니다."
"알렉스! 자네 슈즈를 빌려 주게. 유니폼도 한벌 가져 오고."
잭 감독의 말에 33번이라고 쓰여져 있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알렉스라는 선수가 달려 와 자신을 힐끔 바라 보며 그라운드를 나갔다가 되돌아 왔다. 알렉스의 손에는 노란색 축구화와 유니폼이 들려 있었다.
"빌려 주는거다."
"감사합니다."
유니폼으로 갈아 입어야 할것 같았다. 유니폼은 조금 작은지 몸에 착 달라 붙었으며 축구화도 발에 꽉 끼였다. 처음으로 신어 보는 축구화여서 인지 불편했다. 맨발이 편했지만 축구는 맨발로 할수 없는 경기다. 다른 선수들의 발에 밟힌다면 큰부상을 입게 된다.
"일단 몸을 풀게."
"몸요? 이미 완벽합니다. 전 항상 몸은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풀게. 혹시 부상을 입을수도 있어."
"음, 알겠습니다."
어떤식으로 몸을 풀어야 하는지 모른다. 스모 선수일때엔 기본적인 시코나 스리아시등으로 몸을 먼저 움직이지만 축구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일단 달렸다. 그라운드 외곽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메미야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선수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한바퀴, 두바퀴를 돌았을때 선수 몇명이 따라 붙었다. 같이 달리기를 할 생각인것 같았다. 빠르게 달려 가는 선수들을 추월했다. 달리기에서 질수는 없었다.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뒤따라 오던 선수들이 한참이 뒤로 처져 버리는건 당연한것이었다.
"음, 마치 육상 선수같군."
"믿기지 않는군요. 벌써 세바퀴를 돌았습니다. 저런 속도로 계속 달린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스카우트인 넬슨은 눈을 반짝였다. 달리 속도가 줄어 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빨라 지고 있었다. 프로 선수들은 이미 나가 떨어진 상태다. 저런식으로 얼마나 계속 달릴지 궁금해졌다. 아메미야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두바퀴를 더 돌았을때 잭 감독이 제지했다.
"그게 몸을 푸는거냐?"
"축구는 어떤식으로 몸을 푸는지 몰라서요."
"평소에 운동을 한건가?"
"아! 제가 스모 선수였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선수 시절때는 물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스모 선수?"
"잠깐만요. 말로 하는것 보단 동영상을 보면 알겁니다."
벗어 놓은 옷쪽으로 걸어가 스마트 폰을 꺼내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스모 시합 영상과 TV에서 방송된 영상이었다. 영상을 본 오너와 감독, 스카우트까지 입을 벌린채 놀란 표정들이었다. 특히 TV에서 방송된 영상에는 기함을 했다. 지독한 훈련 장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자네라고?"
"예. 똑 같은 얼굴이잖아요."
스스로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해 주자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영상속의 얼굴과 현재 얼굴을 서로 비교해 보고 있었다.
"음, 체력만큼은 자신있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그라운드는 백바퀴쯤은 돌아도 문제없을겁니다."
"....."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그렇게 달릴수 있었다. 충격을 받았는지 세명 모두 뻥찐 표정들이었다. 얼이 빠져 있는 자들의 정신을 일깨워야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 어제 한대로 골문을 지키게."
페널티 킥을 막아라는 뜻이었다. 어제처럼 똑 같이 골문앞에 선채 모든 킥을 여유롭게 막았다. 이번엔 여러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찼지만 어느 누구도 골대 안으로 볼을 넣을수 없었다. 모든 킥은 손으로만 막았다.
"그만 하게. 이번엔 킥을 해 보게."
"킥이라니요? 시범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아론! 시범을 보여 줘."
1번 유니폼을 입은 아론이 나섰다. 어제밤에 검색을 하고 안것이지만 등번호가 적다고 해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는걸 알았다. 계약을 할때 부여 받는 등번호가 제각각인 탓이지만 정골키퍼는 대부분 1번을 부여 받는다고 했다.
"잘 봐라."
볼을 집어 든 아론은 몇발자국 앞으로 걸어 가며 볼을 살짝 앞쪽으로 던진후 떨어지는 볼을 강하게 걷어 찼다.
펑!
높게 날아간 볼은 하프 라인이라고 하는 중앙의 둥근 원 너머에 떨어지고 있었다.
펑펑!!
두번을 더 차 보인 아론은 '잘 봤지'하는 표정으로 볼을 건네 주며 차 보라고 했다. 어제는 페널티 킥을 되받아 차 반대편 골문안으로 한번도 골인을 시키지 못했다. 이런식으로 킥을 한다면 오늘은 골인시킬수 있을것이다.
휘익.
펑!
아론이 찬것처럼 흉내를 냈다. 하지만 볼 아래 부분을 걷어 찬것인지 까마득한 하늘위로 볼이 날아가 한참후에나 하프 라인쪽에 떨어져 내렸다. 완전히 실패였다. 다시 볼을 집어 들어 앞쪽으로 살짝 던진후 아래 부분 위쪽을 걷어 찼다.
펑!
이번엔 제대로 찼다. 아론이 찬 볼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볼은 반대편 골문을 훌쩍 넘어서 버렸다. 너무 강하게 찬것같았다. 힘 조절이 필요했다.
펑!
철렁!
아까웠다. 이번에는 골문 뒤쪽 골망위에 떨어 졌다. 조금만 더 힘을 뺐다면 골인이 되었을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다시 볼을 집어 걷어 찼다. 이번엔 왼쪽으로 쏠려 버려 골대를 한참이나 벗어난 지점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연습이 필요했다.
펑펑!
오른쪽 왼쪽 골문 외곽으로 떨어지든 볼이 점점 골문 중앙쪽에 떨어 지기 시작했다. 어떤 볼은 골문 앞에 떨어져 원바운드를 하고 골문 안으로 들어 가기도 했다.
"그만! 이번엔 이런식으로 차 봐라."
아론이 바닥에 볼을 세팅하고 뒤로 물러서 달려 가며 찼다. 마치 페널티 킥을 차는 것처럼 힘껏 걷어찬 볼은 역시 하프 라인을 넘어선 곳에 떨어져 내렸다. 어제 어떤식으로 볼을 차는지는 배운 상태다.
펑!
어제 일을 되뇌이며 강하게 찼다. 엄청난 속도로 쭉쭉 뻗어 나간 공은 골문위를 살짝 벗어나 버렸다. 몇번을 차자 모든 볼은 골문 근처로 흩어지며 간간히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 가기도 했다. 골인이 되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오너나 감독, 선수들은 모두 자신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입을 쩍 벌린채 믿기지 않아했다. 선수들은 어제도 봤으면서도 저런 표정들이었다.
"이제 그만 하게."
"옛? 벌써요? 딱 한번만 더 차 보겠습니다."
점점 재미있어 질려고 하는데 아론 선수가 제지했다. 마지막으로 볼을 세팅하고 이번에는 어디까지 날아 가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 볼이 사라져도 문제없죠?"
"사라지다니?"
"저 지붕 너머로 사라져도 찾아 오라고는 말하지 마십시요."
"뭐? 지금 날 놀리는 거냐?"
화를 내는 아론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것이다. 이곳에서 반대편 골문 뒤쪽 관중석 위쪽 높은 지붕위까지 볼을 차서 넘길수 있다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도 못할것이다. 아론 선수에게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좀전과는 달리 조금 먼 뒤쪽으로 이동해 심호흡을 한번 한후 볼의 어느 부분을 찰것인지 노려 보며 달려 갔다.
타다다닥.
펑!!
볼 옆에 강하게 왼쪽 발을 찍으며 오른쪽 발을 내뻗었다. 감이 좋았다. 내공이 깃든 오른발에 걷어 차인 볼은 바람을 가르며 총알처럼 뻗어 나갔다.
슈아앙.
텅!
쭉쭉 뻗어 나가는 볼은 스타디움 외곽을 빙 둘러 싼 지붕 앞쪽이 구부러져 있는 곳을 강타했다. 아쉽게도 지붕은 넘지 못했다. 조금만 더 아래 부분을 찼더라면 지붕을 넘길수 있었을것이다.
"너어, 너..."
아론 선수가 말을 더듬으며 굳어졌다. 다른 선수들도 놀란 표정들이었다. 믿기지 못할 일이 벌어진 탓이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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