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11월 바쇼
67화.
스모 일문은 11개의 스모 베야로 이루어진 규모가 가장 큰 데와노우미(出羽海) 일문, 나루토 베야가 소속된 9개 스모 베야가 소속된 니쇼노세키(二所ノ関) 일문, 8개의 토키츠카제(時津風) 일문, 여러 일문에서 독립한 스모 베야들이 뭉친 6개의 이세가하마(伊勢ヶ濱) 일문, 역사가 가장 긴 5개의 타카사고(高砂) 일문, 니쇼노세키 일문에서 탈퇴해 자신을 따르는 오야카타 4명을 데리고 분리 독립한 5개의 스모 베야로 이루어진 타카노하나(貴乃花) 일문, 그리고 무소속인 2개의 스모 베야가 존재한다.
이사 선거때는 서로 친한 일문들끼리 담함해 선거다운 선거도 치루지 않고 이사 선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반기를 든것이 타카노하나(貴乃花) 오야카타였다. 때문에 반기를 든 타카노하나(貴乃花) 오야카타는 니쇼노세키(二所ノ関) 일문에서 파문된 상태다. 파문되었다고 해도 스모 베야를 폐쇄하는 일은 없다. 다만 이사 선거때 협력하지 않을 뿐이지 다른 불이익은 없는 상태다.
"야아~! 방 좋네."
"같이 잘까요?"
"그럴순 없어. 다른 선수들이 수군거리거든."
고바야시상이 짐을 들고 배정된 방을 보고 부러워했다. 요코즈나와 오오제키는 배정된 방이나 식사도 특별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화려했으며 배정된 방에서 식사를 할수 있었다.
"같이 먹어요."
"그럴까?"
평소에 많이 먹진 않아 음식이 남을 지경이다. 부러워하는 고바야시상과 같이 식사를 했다. 츠케비토는 시중을 들어야 했기에 개실에서 같이 식사를 한다고 해도 누구도 모른다. 같이 식사를 하고 고바야시상은 또 자신에게 배정된 식사를 할것이다.
아침 8시부터 쥰교가 시작된다. 요우카 이치바(八日市場) 돔 정문 앞에서 요비다시(呼び出し)상이 독톡한 음률로 북을 치며 개장을 알리는 의식이 끝나면 표를 구입한 관객들이 입장한다.
8시부터 세키토리들의 츠케비토로 따라 온 마쿠시타 선수들이 아침 훈련이 시작된다. 8시 30분부터는 10시 30분까지는 쥬료와 마쿠우치 선수들이 훈련을 한다. 또한 8시부터 9시까지 인기 선수들 두명이 입구에서 선채로 15분씩 교대로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일일이 악수를 하며 사인까지 해 준다. 새롭게 오오제키로 올라선 아메미야도 이 행사에 참가해야 했다.
"팬이에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메미야가 서 있는 곳엔 긴줄이 늘어진 채였다. 스모 팬이라면 현재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따끈따끈한 선수가 나루토류다. 15분 교대로 다른 선수들과 교대를 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채 기다리고 있는 탓으로 계속 악수를 하고 사인을 해 줄수 밖에 없었다.
9시가 훌쩍 넘은 9시 30분이 되어 겨우 입장하는 관객들이 보이지 않아 도효로 훈련을 하러 갈수 있었다. 쥬료와 마쿠우치 선수들이 너무 많아 도효 주변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서로 도효 위로 올라 갈려고 손을 들어 어필하고 있었다. 뒤쪽에서 도효위를 지켜만 보고 있을때 같은 오오제키인 고에이도(豪栄道)가 손짓으로 불렀다. 솔직히 도효위로 올라 가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지명된 이상 반드시 올라 가야 한다.
꽝!
자세를 잡고 충돌했다. 정식 시합때보다는 힘을 뺀 상태로 서로 마와시를 잡았다. 마와시를 잡은 손에 힘을 준 고에이도(豪栄道)가 도효 밖으로 밀어 낼려고 했다.
주르르.
일부러 뒤쪽으로 밀리는 척하며 도효 끝자락까지 밀려 가며 타와라(俵)에 양발을 걸치며 버티었다. 그러자 바짝 몸을 밀착시키며 마와시를 위쪽으로 끌어 당기며 배로 툭툭 치며 밖으로 밀어 낼려고 했다. 아메미야도 마와시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위쪽으로 들어 올려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끔 견제를 하며 버티었다.
그러자 고에이도(豪栄道)는 뒤쪽으로 한발을 물러 나며 오른손으로 마와시를 아래쪽으로 잡아 당기며 왼손으로 마와시를 치켜 올렸다. 이번에도 바닥으로 쓰러지지 않고 충분이 버틸수 있었지만 일부러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식 시합이 아닌 훈련이기에 승패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쿵!
고에이도(豪栄道)는 숨이 차는지 헐떡이고 있었다. 아에미야도 일부러 지친 표정으로 숨을 몰아 쉬었다. 바닥에서 일어나자 한판 더 하자고 제의했다.
꽝!
이번에도 충돌하는 것과 동시에 서로 허리쪽의 마와시를 잡은 상태다. 곧바로 밖으로 밀어 낼려고 힘을 주는 고에이도(豪栄道)의 오른쪽 마와시를 잡아 당기며 왼쪽으로 돌았다. 그러자 고에이도는 자신의 왼쪽 마와시를 힘껏 아래쪽으로 잡아 당겼다. 왼쪽으로 돌고 있던 탓으로 그대로 쓰러질수 밖에 없었다.
꽈당.
일부러 져 준것이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고에이도는 더이상 제의하지 않았다. 인사를 하고 도효 아래로 내려 갔다. 10시 30분부터는 이 지역 아이들을 도효위로 초대한다. 마와시를 착용한 십여명의 아이들이 도효위에서 스모 선수를 밖으로 밀어 낼려고 한꺼번에 달려 들었지만 한아이를 잡고 가볍게 후려 치거나 팔을 흔들어 아이들을 쓰러 뜨리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10시 45분부터는 스모 용어 해설과 시코 밟는 강좌등을 선보인다. 11시부터는 마쿠시타 이하 선수들이 정식 시합때처럼 서로 대결한다. 대결 도중에 잠깐씩 스모 룰을 소개하며 반칙 행위에 대한 설명을 직접 두 선수가 시연해 보이는 숏키리(初っ切り)라는 코믹스러운 연기를 하기도 하고 요비다시상이 북을 치는 시연을 한다.
12시 30분부터는 쥬료 선수들이 케쇼마와시를 착용하고 도효이리를 한후 서로 대결한다. 쥬료의 시합이 끝나면 마쿠우치 선수들이 도효이리를 한다. 1시 30분부터는 요코즈나가 도효이리를 하고 1시 50분부터 마쿠우치 선수들이 서로 대결한다.
쿵!
화악.
아메미야는 상대하는 마에가시라(前頭) 3마이메(枚目)인 쇼다이(正代)와 충돌한후 쇼다이의 목 뒷부분으로 손을 이동시켜 앞으로 끌어 당기며 슬쩍 옆으로 물러 났다. 앞쪽으로 자세가 쏠려 있던 쇼다이는 그대로 양손을 바닥에 짚어 버렸다. 순식간에 승부가 난것이다.
"와아아!!"
짝짝짝짝!!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인사를 하고 도효 아래로 내려왔다. 마쿠우치 선수들의 시합을 끝으로 모든 일정이 3시에 끝난다. 3시 30분에는 버스를 타고 다음 쥰교 장소로 이동한다. 저녁 무렵에 도착해 여관이나 호텔에서 쉬고 다음날부터는 또다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일부러 힘을 뺀거지?"
버스 안에서 고에이도(豪栄道)가 훈련때의 일을 상기시키며 물어 왔다. 본 시합때에 이미 대결한 적이 있는 탓으로 자신의 힘을 알고 있는 고에이도였다.
"100%의 힘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몇%나 사용한건데?"
"음, 70%정도요."
대충 말해 주었다. 고에이도는 아예 옆자리에 눌러 앉아 계속 질문을 해 영어 공부할 시간이 없지만 대화 상대가 있어 지루하진 않았다.
***
"고생했다. 피곤할텐데 오늘은 쉬어."
"아니요. 선배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 보는게 우선입니다."
고바야시상은 쥰교때 자신에게 배정된 방에서 송가 태극권 전반부를 완벽하게 익히고 중반부도 거의 다 익힌 상태다. 일대 일로 지도해 준 덕이다. 쥰교가 끝나고 11월 바쇼가 열리는 후쿠오카현(福岡県)에 있는 임시 숙소로 돌아 온 상태다.
일주일 후면 11월 바쇼가 시작된다. 당장 내일부터는 여러 곳을 돌아 다니며 인사 방문을 해야 한다. 오오제키로 승급한 이상 동경외의 다른 지방에서 바쇼가 열릴땐 후원해 주는 분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건 당연한 예의다.
오야카타의 지시로 선배들이 모두 모였다. 도효가 있는 곳은 건물 안이 아니다. 도효 부근은 지붕만 있고 원래는 아무것도 없어야 하지만 추운 겨울로 접어 드는 탓으로 도효 주변에는 바람 막이용으로 파란색 비닐 시트로 둘러 쳐 놓아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진 못한다.
특히 오후 시간대여서 견학하러 오는 지역 주민들도 없는 상태다. 자신이 도착했다는게 알려지면 오오제키로 승급한 것을 축하해 주며 견학하러 오는 주민들로 북적거릴것으로 예상할수 있었다.
"선배님들! 그동안 열심히 했죠?"
"그래."
"그럼 모두 함께 펼쳐 보세요."
고바야시상을 제외한 세명의 선배들이 송가 태극권 전반부를 시전했다. 쥰교를 떠나기전 며칠동안만 가르친 탓으로 엉망이었다.
"그만! 그만하세요. 고바야시상, 부탁드리겠습니다."
더이상 지켜 볼수가 없었다. 완전 개판이었다. 태극권이 아니라 엉성한 춤이었다. 고바야시상이 자신만만하는 얼굴로 도효위로 올라갔다.
"하앗!!"
매일 집중적으로 가르킨 덕에 고바야시상은 완벽하게 시전했다. 시연을 끝낸 고바야시상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른 선배들을 보고는 싱글거렸다.
"보셨죠? 고바야시상처럼 시전해야 합니다. 고바야시상이 앞으로 교관입니다. 다른 선배들을 가르쳐 주십시요."
"정말 내가 교관이지? 말을 듣지 않으면 막 굴려도 돼?"
"물론입니다. 오야타카! 그래도 되죠?"
"물론이다. 모두 고바야시의 말에 따라야 한다."
지켜 보는 오야카타에게도 허락을 받았다. 그날부터 고바야시상은 다른 선배들이 치를 떨 정도로 엄한 교관이 되었다.
"오오제키 승급, 축하해."
"감사합니다. 카와조에(川添)상이 만들어 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빨리 이곳으로 오고 싶었습니다."
이곳은 사가현(佐賀県)에 속한 카라츠시(唐津市)의 하마자키하마(浜崎浜) 회관이다. 11월 바쇼는 후쿠오카(福岡)에서 개최되지만 후쿠오카에 도효가 있는 곳은 다른 스모 베야들이 모두 차지한 상태로 후쿠오카와 현(県) 경계를 맞대고 있는 사가현(佐賀県)에 도효가 있는 곳을 찾아 이곳에 숙소를 마련하게 된것이다. 때문에 11월 바쇼 개최지인 후쿠오카 국제 센터(福岡国際センター)까지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먼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작년에 처음 왔을땐 많은 사람들이 도와 주었다. 지역 주민들이 쌀이나 고기, 채소등을 가져다 주어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특히 카와조에 카즈코(川添和子)상은 자신의 대중 음식점 가게인 '효탄(ひょうたん)'이라는 가게를 임시 휴업까지 해 가며 매일 아침과 저녁에 식사를 만들어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도 이곳에 있는 것으로 볼때 식사를 담당해 줄것이다. 카와조에상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어 만드는 음식은 뭐든 맛있다.
"오늘 저녁은 푸짐하게 만들어 줄께."
"기대하겠습니다."
오야카타가 사인지 한가득 들고 왔다. 도와 주고 있는 분들에게 선물할 오오제키인 자신의 사인과 손 도장이라고 짐작되었다.
"대체 몇장입니까?"
"백오십장은 될꺼야."
"그렇게 많습니까?"
"빨리 찍어라. 내일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해."
사인과 손도장을 모두 찍자 이미 저녁이 되어 있었다. 카와조에상이 말한대로 저녁 식사는 푸짐했다. 무엇보다도 음식 종류가 많았다. 오랜만에 과식을 하게 되었다.
"어? 오랜만이네요."
"하하하, 이번에도 우승해야 돼. 과장님에게 큰소리를 쳐 놓았다."
아오키상이 아침 일찍 찾아 왔다. 이번 바쇼에서 우승하면 요코즈나로 승급할지도 모른다. 최연소 기록을 계속 이어 가고 있어 또다시 밀착 촬영을 한다는 것이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찰칵찰칵!
카라츠시(唐津市)의 시장실을 방문해 인사를 했다. 시장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방문하기 전에 TV 카메라 촬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시장 자신이 오오제키인 자신과 악수를 하고 친하다는게 알려 진다면 다음 시장 선거때에 큰도움이 될것이다. 지금 일본은 나루토류의 열기에 광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 바쇼에 모든 시선이 주목되고 있었다. 요코즈나 승급이 걸려 있는 바쇼이기 때문이다. 아오키상외에도 어떻게 안것인지 다른 TV 카메라맨들이나 기자들까지 몰려와 사진을 찍었다. 여러 곳을 방문할때까지 졸졸 따라 다닐것이다. 시장도 싱글벙글했다. 다음엔 시의회 의원을 찾아 갔다. 작년에는 그 의원 집에서 점심 식사까지 대접 받았었다.
"어서 오게. 축하하네."
"모두 의원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내가 뭘 한게 있는가?"
살짝 아부를 해 주자 만면에 웃음을 달고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가져 온 사인과 손도장 선물을 건네 주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도와 주는 지역 주민들은 일일이 찾아 갈수 없었다. 너무 많은 탓이기도 했지만 어느 집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서였다. 그분들은 아마 소문이 퍼지면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직접 찾아 올것이다.
***
드디어 11월 바쇼 첫날이 밝았다. 아오키상이 렌트한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경기장까지는 거리가 멀어 제법 시간이 걸렸다. 첫날인 탓으로 다시 우승 트로피와 우승기를 반환하고 협회 이사장의 뒤를 따라 산야쿠(三役) 도효 이리(土俵入り)도 해야 했다. 첫 상대는 마에가시라(前頭) 힛토(筆頭.첫번째)인 엔도(遠藤)다. 아메미야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던 선수다.
"나루토류~!!!"
도효위로 올라가자 관중들이 자신의 시코나를 크게 불러 대며 응원했다. 엔도는 154kg의 몸무게임에도 움직임이 빠르다. 어떤식으로 나올지 짐작할수가 없는 까다로운 선수다.
- 작가의말
10월달에 카타노하나 베야는 폐문했습니다. 폐문한 소속 스모 선수들은 다른 베야로 소속이 바뀌어 선수 생활을 이어 갑니다. 11월 바쇼때 타카케쇼라는 타카노하나 베야 소속이었던 선수가 마쿠우치에서 덜컥 우승해 버렸습니다. 카타노하나 오야카타는 땅을 치고 후회했을겁니다. 11월 바쇼가 끝나고 카타노하나 오야카타는 이혼까지 한 상태입니다. 특이한 성격으로 인해 스모 협회에서는 따가운 눈총을 받지만 수많은 팬들로 인해 인기는 엄청나답니다.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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