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7월 바쇼(1)
35화.
회장이 자신이 그린 그림은 모두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아오키상도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림이란 혼자서 감상하는게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즐겨야 한다. 한동안 그림보다는 훈련에 전념할 생각이다. 자신은 화가가 아니라 스모 선수다.
"오오!"
식사후에 보여 준 아오키상이 원했었던 단정학 그림을 보고는 탄성을 발했다. 단정학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쳐 날아 오를려고 하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
"어때요?"
"굉장하다. 이 길로 나서도 성공할꺼다."
자신의 그림을 보고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아오키상이었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6월 중순경이 되어 미우라 회장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 왔다.
"회장님!"
"퇴원했다네."
"축하드립니다."
"자네 그림을 보고 싶어 퇴원하자 마자 곧바로 달려 온거라네."
들떠 있는 듯한 표정의 미우라 회장은 당장 보고 싶어 했다. 식사중이었지만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급히 쑤셔 넣고는 선배들이 원했었던 그림을 모두 가져 왔다. 회장이 그림을 본 후에 선배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으로 자신이 모두 보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야카타도 방으로 들어가 처음 그린 그림을 가져 왔다.
"오오! 눈이 제대로 호강하는군."
한폭씩 유심히 바라 볼때마다 회장은 놀랍다는듯 탄성을 발하며 눈이 반짝거리며 그림에 빠져 들었다. 내공까지 소모하며 정성 드려 그린 그림이다.
"좋군. 좋아. 어떤가? 내가 모두 표구를 해 주겠네."
"회장님이요?"
"이런 명품은 제대로 표구를 해야 더욱 살아 난다네. 그런데 오야카타의 그림은 수묵화군."
"아, 처음 그린 그림으로 그땐 먹 밖에 없어서 수묵화를 그린 겁니다."
염치없지만 회장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회장 말이 백번 옳았다. 제대로 된 표구속에 걸려 있는 그림은 더욱 생동감이 넘칠게 분명했다. 미우라 회장은 모든 그림을 가지고 갔다.
이제 슬슬 7월 바쇼가 열리는 나고야로 이동 준비를 해야 한다. 가져 가야할 물건이 많았다. 식기나 이불등 한동안 나고야에서 생활할수 있는 물건을 모두 가져 가야 했다. 큰 스모 베야가 아닌 탓으로 많은 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짐이 너무 많았다. 오야카타의 큰 밴(Van)에 짐들을 쑤셔 넣고 그래도 남은 짐들은 택배로 붙여야 했다. 다른 큰 스모 베야에선 트럭을 빌린다고 했다.
"아메미야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 용감한 시민상을 준대."
"시민상이라니요?"
"네가 치한을 잡았잖니? 그래서 표창을 하고 싶대. 모레에 경찰서로 오라는데 가 보거라."
"음, 알겠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이다. 그런 일로 상을 준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이곳에선 그런가 싶었다. 오야카타와 선배들은 먼저 나고야로 향했지만 고야시상만은 남았다. 처음으로 나고야로 가는 탓으로 고바야시상이 같이 가기로 한것이다.
***
"...이에 상장을 수여 합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찰칵찰칵!
경찰 제복을 입은 자가 상장을 건네자 카메라 맨들이 사진을 촬영했다. 아오키상도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달려온 상태다. 상장 수여식이 끝나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한동안 경찰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자신이 스모 선수인 탓으로 주로 스모 이야기였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연락을 했어야지?"
"그래야 하는거였어요?"
"그래. 앞으로는 곧바로 연락해. 이런건 특종이란 말이야."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께요."
아오키상에게 한소리 들어야 했다.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들어야 하는게 이상했지만 아오키상 입장에선 놓칠수 없는 영상이라고 생각되었다. 나고야(名古屋)까지는 고바야시상하고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갔다.
신칸센은 엄청나게 빨랐다. 내공을 눈으로 보내지 않으면 눈이 홱홱 돌아갈 지경이었다. 나고야에 도착해 전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해 나루토 베야가 자리 잡은 곳에 도착했다.
숙소 건물 주차장에 도효를 만들어야 한다는건 고바야상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도효를 제대로 만들려면 10톤 트럭 4대분의 흙이 필요하지만 이곳에선 임시로 사용할 도효이기에 그렇게 많은 흙은 필요하지 않았다.
숙소를 제공해 준 후원자분이 2대분의 흙을 가져 와 내려 놓은 상태였다. 먼저 한쪽 변이 6.7미터인 정사각형으로 흙을 높여 단단하게 다진후 중앙에 4.55미터의 원을 만든후 원밖을 삽으로 파낸다.
파낸 곳엔 가마니안에 흙을 채워 놓은 타와라(俵) 16개를 다닥다닥 붙여 묻고는 동서남북 네 방향에는 쇼부다와라(勝負俵) 묻는다. 도효는 신성스러운 곳이다. 때문에 도효가 완성되면 신관 복장을 한 교지(行司)상이 반드시 제사를 지낸다.
도효가 완성되자 7월 바쇼가 눈앞에 다가 왔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하루 종일 훈련만 하는건 아니다. 스모 베야에 있을때와 마찮가지로 아침엔 훈련을 하고 오후엔 여러 행사에 불려 다녀야 했다. 보육원이나 유치원을 방문해 애들과 놀아 주기도 했고 숙소를 제공해 준 분을 찾아가 인사를 하기도 했다.
드디어 7월 바쇼 반즈케효(番付表)가 발표되었다. 본경기 2주일전에 발표되는 반즈케효를 많이 기다렸었다. 매번 발표될때마다 후원자들에게 한장씩 보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지만 자신의 지위가 어느 정도에 있는지 모든 스모토리들은 기대반 실망반으로 기다리고 있는게 반즈케효다.
토라키오상은 마쿠시타로 승급해 동(東) 55마이메(枚目), 사토상은 산단메 서(西) 63마이메(枚目), 고바야시상은 죠니단 서(西) 21마이메(枚目), 혼마상은 죠니단 동(東) 100마이메(枚目)였다. 토라키오상은 만약 우승을 한다면 마쿠시타 상위 지위로 올라가 다음 바쇼때 카치코시를 하면 쥬료(十両)로 올라갈수 있는 위치였다.
다른 선배들도 우승만 한다면 모두 한단계씩 승급하지만 고바야시상은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5승을 하면 승급할수 있는 자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4승만 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올라갈수 있을 위치였다.
아메미야는 죠노쿠치 우승을 한 덕으로 죠니단으로 승급해 동(東) 25마이메(枚目)까지 올라 간 상태다. 고바야시상보다 4마이메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으며 혼마상을 훌쩍 뛰어 넘은 상태였다. 혼마상의 입장을 고려해 기쁜 기색은 지을수 없었다.
"자아, 한명씩 이번 바쇼(場所) 포부를 말해 봐."
정기적으로 하는 오야카타의 트위터 업로드용 영상을 만드는 일엔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당연히 전번 바쇼때를 반성하며 이번 바쇼땐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할수 있게끔 노력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전 우승이 목표입니다. 우승을 하면 오야카타가 스마트 폰을 선물해 주신답니다. 오야카타! 전승 우승을 해야 하는지요?"
"아니, 우승만 하면 돼."
"감사합니다. 우승할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바쇼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훈련은 주로 실전 연습 위주로 진행되었다. 한여름철인 탓으로 조그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흐르지만 흘린 땀만큼 좋은 성적을 올릴수 있을 것이다. 전번 바쇼때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혼마상을 상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며 훈련을 도와 주었다.
선배들도 자신이 힘이 넘치는 것을 알고 있어 모두가 가슴을 빌려 달라고 재촉했다. 스모 훈련에서는 가슴을 빌려 달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선배들이 자신과 대결하기를 원했다.
"이럴땐 어떻게 하실겁니까?"
선배가 자신의 마와시를 잡지 못하게끔 어깨죽지 안쪽으로 양팔을 집어 넣어 선배의 양팔이 자신의 팔 밖으로 나온 상태로 자신은 언제든지 팔만 내리면 선배의 마와시를 잡을수 있지만 선배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 보았다. 자신이었다면 전번 바쇼때 시합에서 상대방의 양팔을 바깥쪽에서 감싸 들어 올렸었다.
"네가 마와시를 잡는 순간 나도 마와시를 잡는다."
"그러면 너무 늦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한발 먼저 마와시를 잡으며 공격하고 있을테니까요. 저라면 뒤쪽으로 한발 물어 나며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면서 팔을 뒤로 빼면서 상대방의 한쪽 팔을 잡아 아래쪽으로 당기며 반대편 손으로 상대방의 머리를 밀어 버릴겁니다. 이때에 목을 밀면 않됩니다. 반드시 머리를 밀어야 합니다."
자세를 풀고 이번엔 혼마상이 자신의 어깨죽지 안으로 손을 넣고 반대로 자신의 양팔은 혼마상의 팔 밖으로 나온 상태로 자세를 잡아 방금 설명한대로 시범을 보였다. 뒤로 한발 물러나며 오른쪽으로 빙글 도는 순간 혼마상의 왼쪽 위쪽 팔을 잡는것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혼마상의 머리를 왼쪽으로 찍어 누르는 식으로 밀었다.
"윽!"
꽈당.
순식간에 바닥으로 나뒹군 혼마상이었다. 일부러 강한 힘을 사용해 시범을 보여 주었다.
"이 기술은 순식간에 사용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마와시를 잡을려고 손을 움직인 쪽의 위쪽 팔을 잡아 당기는게 효율적입니다. 마와시를 잡을려고 할때가 상대방이 빈틈을 드러내는 순간으로 그때엔 상대방도 마와시를 잡을려고 필사적일 것입니다. 그때를 노리십시요. 직접 해 보시죠."
꽈당.
혼마상이 이 기술에 익숙해 지도록 수십번이나 바닥을 뒹굴어 주어야 했다. 자신은 그 덕으로 낙법 훈련만 짜증나도록 하게 되었다.
"이때엔 저라면 이렇게 할겁니다."
다음은 몸집이 큰 상대를 하는 방식을 알려 주었다. 대부분 몸집이 큰상대는 쯧빠리(突っ張り)를 주로 사용한다. 사토상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양손을 번갈아 가며 상대방의 가슴이나 목을 강하게 밀어 붙이며 도효 밖으로 밀어 내는 것이 쯧빠리로 몸집이 작은 자는 힘에 밀려 도효 밖으로 밀려 나갈수 밖에 없다.
"사토상! 절 상대로 쯧빠리를 해 보십시요."
"봐 주지 않는다."
"물론이죠. 실전처럼 해야 합니다."
자세를 잡고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상체를 조금 숙인채 사토상이 빠르게 양손을 번갈아 가며 가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빙글!
척!
주르르.
사토상이 한손을 내미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툭 치며 오른쪽으로 빙글 한바퀴 돌았다. 대부분 오른손잡이는 쯧빠리를 시도할때 왼손부터 내민다. 첫번째보다 두번째 내미는 오른손의 힘이 더 강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런식으로 내미는 것이다.
왼손보다 오른손이 멀리 있는 탓으로 오른손이 미쳐 뻗어 오기전에 빙글 돌려는 자신을 오른손으로 밀어 내지 못하게끔 툭 쳐 버린후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아 사토상의 옆구리를 장악해 도효 밖으로 밀어 내 버렸다.
"다시 한번 해 보십시요."
이번엔 왼손을 먼저 내미는 사토상의 왼손목을 잡고는 왼쪽으로 돌면서 잡아 당기며 손을 놓았다. 이것만으로 사토상은 앞쪽으로 엎드려 양손을 바닥에 대었다. 만약 양손을 바닥에 대지 않았더라도 이미 옆쪽으로 이동한 상태로 충분히 옆구리를 장악해 밖으로 밀어 낼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해 자신이라면 어떤식으로 공격하고 방어하는지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문제는 갓뿌리욧츠(がっぷり四つ)였다. 상대방과 자신 모두 마와시를 양손으로 잡은 상태일땐 힘이 강한 자가 대부분 승리한다.
힘에서 밀리는 자는 뒤로 물러 나며 한손을 놓고 다른 한손으로 잡은 마와시를 잡아 당기며 다른 손으로 머리를 찍어 눌러 상대방이 바닥으로 구르게끔 유도하거나 밸런스를 무너 뜨려 밀어 내는 식이다.
이때에 상대가 물러나는 쪽으로 몸을 들이 대면 오히려 자신쪽이 더욱 불리하게 변해 도효 밖으로 밀려 나가 버린다. 때문에 몸집이 작은 자는 갓뿌리욧츠 자세는 될수 있는한 취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런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면 도박을 하는 수 밖에 없다. 몸을 숙여 상대방의 가슴에 머리를 대거나 댈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밀어 낼려고 몸을 밀착시키는 순간 상대방의 마와시를 잡은채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급속도록 돌며 돌고 있는 반대편 손으로 강하게 마와시를 잡아 당기며 반대편 손은 밀어 버리는 식으로 상대방의 중심을 무너 뜨리는수 밖에 없다. 선배들과 그런 훈련까지 해야 했다.
"헉헉헉!"
"헉헉헉!"
선배들 모두 힘들어 했다. 모두 백번 이상은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매일 실전 연습을 하며 7월 바쇼에 대비했다. 이번 바쇼에선 선배들 모두가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하길 바랬다. 모두가 같은 훈련을 하고 침식을 같이 하는 한가족이다.
누구는 위쪽으로 출세를 하고 누구는 제자리에 멈춰 있다는건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초래할수 있는 일이다. 승부의 세계에선 모두가 똑 같을수는 없지만 그래도 스모 양성원이 아닌 정식으로 스모 선수라고 불리우는 세키토리(関取)로 출세하길 바랬다.
쥬료(十両)로 올라가면 세키토리라고 부른다. 혼마상과 고바야시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고바야시상은 훈련을 설렁설렁하는 스타일이고 혼마상은 의욕이 없었다. 반드시 출세를 해 성공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떤 계기가 필요할것이다. 타인이 아무리 뭐라고 말해도 스스로가 인식하지 않는한 마음가짐은 바뀌지 않는다.
***
"다녀 오겠습니다."
"침착하게만 해."
"알겠습니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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