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복수에 미친 놈
109화.
오늘 저녁엔 놈이 있는 곳에서 세명이 감지되었다. 놈의 동료인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어두워질때까지 연습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한후 오늘은 반대편이 아니라 달려 온 길을 따라 되돌아 갔다. 놈의 움직임을 감지하면서 호수를 빠져 나가는 길목이 꺾인 도로옆 숲속으로 뛰어 들어 큰나무위로 올라가 축골공과 천변만화공을 시전해 체구와 얼굴을 바꾸었다.
'끄으윽!'
여전히 뼈를 비틀어 시전하는 축골공은 고통스러웠다. 숨어 있던 놈은 세명중 한놈만이 따라 오고 있었다. 두놈은 처음 감지된 곳에서 움직이지 않은채였다. 숲속으로 따라 오던 놈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어두운 곳이지만 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놈이 어떻게 이곳까지...'
스모 선수일때 자신을 납치할려던 택수 운전수로 가장했었던 놈이었다. 아오키상이 전화로 호송중에 탈출했다고 알려 주었지만 설마 이곳 영국까지 찾아 올줄은 몰랐다. 놈은 영국까지 올려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다. 위조 여권을 사용하지 않는한 무리다.
여권은 쉽게 위조할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어떻게 이곳까지 올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놈을 내버려 둘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놈이다. 놈의 동료는 자신에게 죽었다. 놈이 속한 PK3 조직 또한 풍지박살이 난 상태로 해체되었다.
자신이 그렇게 한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것이겠지만 동료의 복수를 할려고 찾아 온것이 틀림없었다. 상의를 벗었다. 몸에 찰싹 달라 붙어있는 검은색의 이너웨어를 입은채였다. 자신의 행방을 놓친 놈은 꺾여진 길목에서 빠르게 앞쪽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팟!
나무 아래쪽으로 내려 와 놈을 추격했다. 놈이 호수를 완전히 빠져 나가 주택가로 들어 선다면 감시 카메라때문에 놈을 잡을수 없게 된다. 경공을 시전하자 한달음에 놈의 뒤를 잡을수 있었다.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놈이 뒤돌아 보았을때 이미 준비한 물건을 던진 상태였다.
"큭!"
암기를 맞은 놈은 즉시 허벅지에 박힌 침을 빼어 들고는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화가 난듯 침을 내던지고 품속에서 잭 나이프를 꺼내 들었을땐 이미 놈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휘익.
스윽!
덥석.
퍽!
"컥!"
잭 나이프를 내미는 놈의 오른손쪽으로 왼손을 뻗었다. 금나수의 수법으로 손목을 회전시켜 나이프를 교묘하게 피하며 손목을 잡고는 끌어 당기며 오른손을 내밀어 놈의 가슴을 쳤다. 눈깜짝할새의 공방이었다.
울컥.
가슴을 강타 당한 충격으로 피를 한모금 뱉어내며 고개를 숙인 놈의 마혈과 아혈을 즉시 찍어 버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놈의 몸을 허리에 끼운채 숲속으로 놈을 날렸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다른 두놈이 숨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두놈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채였다. 은밀히 이동해 놈들을 살펴 보았다.
'뭐야?'
두놈은 바닥에 엎어진채였다. 누워있는 자세로 볼때 기절한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을 따라 오던 놈이 이 자들과 함께 이곳에 있었다. 동료는 아닌것 같았다. 더우기 이 둘은 흑인들이다. 뭐 하는 자들인지는 모르지만 호수 주변 숲속으로 들어 올 이유가 없었다.
일단 기절한 두놈의 마혈을 찍어 놓고 제압해 놓은 놈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두운 숲속이지만 놈의 당황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어떻게든 움직일려고 시도했는지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입가에는 흘러 나온 피로 인해 괴기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먼저 아혈을 풀어 주었다.
"넌 누구냐?"
"......"
대답이 없었다. 영어를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답하지 않는지 알순 없었다. 이곳이 영국인 탓으로 일부러 영어로 물어 본것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놈은 죽일 생각이다. 살려 두면 후환만 남겨 두게 되는 꼴이다. 일본어로 질문했다.
"어떻게 영국으로 올수 있었던거냐?"
"...여, 역시 나루토류였군. 어떻게 한거냐?"
퍽!
"큭!"
"질문은 내가! 답은 네가 해야 하는거다."
"네가 테러를 한것이냐?"
퍽!
쓸데없는 말을 하는 놈의 복부를 걷어 찼다. 고문까지 해야 제대로 말을 알아 듣는 놈인것 같았다. 즉시 아혈을 제압하고 분근착골을 시전했다. 놈은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얼굴이 일그러지며 '끄으끅'하며 신음을 뱉어 내고 있었다. 잠시후 분근착골을 해제했다.
"다시 묻겠다. 어떻게 이곳으로 올수 있었던거냐?"
"끄...으...헉헉..."
아혈을 풀어 주자 고통에 겨운지 힘겨워하는 놈이었다. 놈이 자신에게 복수를 할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었지만 어떤식으로 공항 검문을 피해 영국까지 올수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혹시나 영국에서 무슨 트러블에 휘말려 입국 금지가 되면 놈이 온 루트를 따라 들어 올수 있을 것이다.
"으으...타, 타이완(台湾.대만) 경유로 왔다."
"자세히 말해 봐라."
법원으로 호송중이던 이가라시(五十嵐)는 호송차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던 두 형무관을 제압하기 위해 형무관들이 앉아 있는 뒤쪽 철망을 사이로 운동화 끈 끝부분을 고정시키기 위해 끈을 둘러 싼 플라스틱의 둥근 작은 원통을 빼내 둘둘 말아 암기로 만들어 철망 사이로 던졌다.
운전수와 조수석의 형무관 목에 박힌 암기로 호송차는 가로수를 들이 박고 멈추었다. 충격으로 인해 몸이 붕 뜬채 앞쪽 철망에 들이 박았지만 예상했던 일이다. 철망이 움푹 들어간 곳을 발로 차서 뜯어 낸후 형무관이 가지고 있던 수갑 열쇠를 찾아 풀었다. 그때 앞쪽을 선도하던 경찰차에서 내린 두명의 경찰이 접근했다.
벌컥.
"큭!'
운전석 문쪽까지 경찰이 접근하자 문을 열어 제쳤다. 묵직한 충격이 전해지는게 경찰이 문에 들이 박은것 같았다. 즉시 밖으로 나가 비틀거리는 경찰 한놈을 제압하고는 권총을 빼들려는 경찰 놈도 눈깜짝새에 제압해 도주했다.
바닷가로 이동해 어선에 숨어 들어 바다로 나갈려는 어부를 협박해 남쪽으로 향했다. 어선은 몇번이나 갈아 탔다. 물론 어부는 죽여 수장시켰다. 오키나와(沖縄)에 도착해 대만과 가장 가까운 섬인 요나구니지마(与那国島)까지 도착해 역시 어선을 타고 대만으로 향했다.
맑은 날이면 요나구니지마에서 대만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깝다. 대만에 도착해 범죄 조직을 찾아 한가지 일을 해 주는 대가로 위조 여권을 만들었다. 그들 조직에서는 반대편 조직 보스의 목을 따 달라는 의뢰였다. 대만인으로 가장해 만든 여권으로 영국으로 올수 있었다.
나루토류 놈은 동료를 죽였다. 임무를 수행하다가 오히려 당한 꼴이었지만 원래는 임무를 실패한다고 해도 형무소에 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유명한 나루토류놈을 납치할려다가 실패한 탓으로 윗선에서도 쉽게 빼내줄수 없다고 했다. 여론이 잠잠해 질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형무소에서 생활하며 신문에 실린 작은 기사를 읽었다. 스모를 은퇴한 나루토류는 영국에서 축구를 한다는 기사였다. 자신을 빼내 줄수 있는 조직은 박살난 상태다. 연일 테러로 인해 정부에서 PK3 조직을 버린 탓이다.
더이상 조직에 기대할수 없게 된 이상 탈출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영국에 도착해 고생을 해야 했다. 영어는 잘 하진 못한다. 더듬더듬 묻고 물어 체스터 필드 FC가 있는 더비셔에 도착해 축구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안으로 들어 갔다.
골키퍼 유니폼을 입은 나루토류 놈을 확인했다. 스모 선수였을때보다 체중이 줄은것 같았지만 건장한 체격은 여전했다. 경기를 관람하면서 옆에서 떠드는 관중의 말을 들었다. 아침 저녁으로 스타디움 옆에 있는 호수 주변을 조깅한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부터 호수 근처 숲속에 숨어 놈을 관찰했다. 사실이었다. 당장 놈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지만 감시 카메라 때문에 참을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은 어두워지면 놈을 제압할 생각이었지만 오히려 놈에게 당해 버렸다. 나루토류는 모두를 속이고 있었다. 일반인이 작은 침을 던져 사람을 맞출수는 없다. 자신처럼 닌자 훈련을 받은 놈이 틀림없었다.
"저 숲속에 쓰러져 있는 두놈은 누구냐?"
"...모른다. 오늘 저녁 무렵 도착했을때 두놈이 숨어 있었다."
더이상 놈에게 물을것이 없었다. 복수심에 물든 놈은 절대로 살려 둘순 없었다. 놈이 이곳으로 온것은 누구도 모른다. 놈도 조심스럽게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살려 둘수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역시 네가 테러를 한거냐?"
"모르는게 약이다. 그만 죽어라."
퍽!
사혈을 찍었다. 영국까지 와서 살인을 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놈의 시체를 처리하기 전에 마혈을 찍어 놓은 두놈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직 기절한채 움직이지 않는 두놈을 깨웠다. 마혈이 찍힌 탓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모르는 두놈은 당황하고 있었다. 놈들에게 얼굴을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엎드린 자세 그대로 내버려 둔채 심문을 시작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거냐?"
"누, 누구냐?"
"죽고 싶다는 거군."
즉시 아혈을 제압했다. 이제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지를수 없게 되었다. 가차없이 한놈의 다리를 밟아 버렸다.
꽈직!
"끄으으...."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평범한 놈들이 숲속에 숨어 있을리가 없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숨어 있었던게 틀림없었다. 아혈을 제압하지 않은 놈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우, 우리들은..."
놈의 설명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놈들도 자신을 노리고 찾아 온 놈들이었다. 의뢰를 받아 협박만 한다고 했다. 의뢰주라는 놈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뗐지만 다리를 부러 뜨린 놈의 부러진 다리를 다시 한번 밟아 주자 스틸러라는 곳이라고 털어 놓았다.
스틸러는 도박 사이트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하며서도 예상이라며 털어 놓은 내용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체스트 필드 FC의 승승장구로 인해 스틸러라는 회사는 망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체스터 필드의 EFL 컵 우승 배당금이 일만분의 일이라며 10파운드(약1500엔)만 배팅해도 무려 10만파운드(약1500만엔)의 배당을 받을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체스터 필드 FC 우승을 예상하고 배팅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체스터 필드가 우승한다면 스틸러 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수 있다고 했다. 체스트 필드 FC 팬들중엔 체스트 필드에 배팅한 자들이 많을 것이 분명했다. 몇년전엔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레스터 시티 FC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한것이다. 그때의 우승 배당율이 5000:1이었다. 이번에는 그 두배에 해당되는 배당율로 EFL 컵 결승전에서 체스터 필드가 우승하지 못하게끔 중심 선수인 우(Woo) 선수를 협박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털어 놓은 것이다. 골치가 아팠다.
놈들을 살려 둔다면 다른 놈들을 데려와 자신을 협박할것이다. 놈들을 죽인다고 해도 문제다. 이놈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스틸러라는 도박 회사에서는 다른 자들에게 의뢰를 할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스틸러 회사를 찾아 갈수도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회사로 결승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너희들은 어느 조직에 속한 놈들이냐?"
"베캄 보이스(Peckham Boys) 소속이다."
"베캄 보이스? 설명해 봐라."
"베캄 보이스는..."
1990년대 영국 런던 베캄 지역에서 창설된 베캄 보이스는 자메이카계 영국인과 나이지리아계 영국인들로 구성된 갱단이었다. 역시 갱단에 소속된 놈들로 이놈들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우(Woo) 놈은 내 먹이다. 네놈들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돌아가서 네놈들 보스에게 내 먹이에 손대는 놈은 절대로 살려 두지 않는다고 전해라."
"누, 누구라고 말하면 되냐?"
"그림 리프(死神)다."
두놈의 마혈을 풀어 주었다. 다리를 부러 뜨린 놈의 아혈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릴것이다. 놈들은 자신의 얼굴을 모른다. 때문에 자신에게 복수할려고 온 이미 죽어 버린 놈이라고 착각하게 될것이다. 그놈에게 제압당한 탓이다. 이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놈들이 돌아가 이곳에 있었던 일을 보고하면 어떻게 될지 눈에 선했다. 갱단이라면 당한 만큼 되돌려 줄것이다. 무시당하는걸 가장 두려워하는게 조직의 생리다. 조직 놈들이 제압한 자를 찾을려고 혈안이 될것이다.
다음날 저녁.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코넬리 코치 집을 몰래 빠져 나왔다. 얼굴은 물론 체구까지 모두 바꾼채였다. 호수가 있는 곳으로 월영보를 시전해 은밀히 접근해 기감을 시전했다. 베캄 보이스라는 갱 조직이 호수 주변을 조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복수심에 이곳까지 찾아 온 PK3 놈은 호수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깊숙한 곳에 묻어 버렸다.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 시체는 찾을수 없을 것이다. 혹시나 해서 찾아 왔지만 베캄 보이스 놈들은 커녕 인기척을 전혀 감지할수 없었다. 어두워지면 호숫가 주변으로는 주민들도 찾아 오지 않는다. 가끔씩 아베크족이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드문 일이다. 베캄 보이스 놈들이 포기한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노릴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안심할수 있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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