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골키퍼 훈련
94화.
자신의 표정을 읽었는지 제인 부인이 설명해 주었다. 유앙은 아마 멍하니 창밖을 보는게 취미일것이다. 친구가 있는지 모르지만 신야도 학교에서는 그랬었다. 수업 시간에도 아무런 생각없이 창밖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실례지만 유앙이 어디가 아픈것인지 알수 있겠습니까?"
"하반신 마비에요."
유앙은 12살로 3월달에 축구 시합에서 헤딩을 할려고 뛰어 올라 다른 선수와 몸을 부딪혀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이인 탓으로 높게 뛰어 오르지도 않았음에도 등부터 떨어져 척추를 다친 탓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고 했다.
"음...제가 한번 살펴 봐도 되겠습니까?"
"옛? 살펴 보다니요? 혹시 의사세요?"
"의사는 아니지만 동양의 의술을 조금 알고 있습니다."
"......."
제인 부인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 거짓말인지 진실인지는 파악할려는것 같았다. 제인 부인 입장에서는 믿져야 본전일것이다. 하반신이 마비된채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있다면 병원의 의사가 이미 확실한 진단을 내린 상태일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이 있다면 자신에게 유앙을 살펴 보게 할것이다.
"축구 선수가 아니세요?"
"축구를 배울려고 마음 먹은 것은 며칠전입니다. 다행이 재능이 있는지 계약을 맺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코넬리 코치를 따라 이곳으로 온겁니다."
"제인! 유앙이 쥬스를 마시고 싶대."
"알겠어요."
이층에서 내려 오는 코넬리 코치가 소리쳤다. 서둘러 주방으로 걸어 가는 제인 부인에게 했었던 말을 코치에게도 했다.
"동양의 의술?"
"예. 신먀쿠(診脈.진맥)란걸 한번 해 보고 싶거든요."
"신먀쿠?"
진맥이라는 영어 단어를 몰라 일본어로 말해 주었다. 진맥이 뭔지 설명해 주기 위해 먼저 맥(脈)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코넬리 코치는 전혀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동양 의학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탓이었다.
"일단 진단을 해 봐도 되겠습니까?"
"음, 유앙이 허락해야 가능하다."
"제가 유앙을 만나 봐도 되겠습니까?"
끄덕끄덕.
코넬리 코치와 함께 이층으로 올라 갔다. 노크를 하자 쥬스를 들고 올라 갔었던 제인 부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유앙과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대."
자신을 한번 바라 본 제인 부인은 문옆으로 비켜 주었다. 유앙은 침대에 앉아 여전히 스마트 폰을 조작하고 있었다.
"유앙! 나하고 이야기를 해 볼래?"
"......."
"그럼 듣기만 해. 이지메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난 11살때부터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했어. 교통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탓으로 양호 시설이라는 보육원에서 생활한 탓이야. 중학생이 되고서도 이지메는 계속되어 두번이나 자살 소동을 벌였단다. 두번째는 학교 창문에서 뛰어 내렸는데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어. 고아원의 원장 선생님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어. 원장 선생님은 좋은 분이셨거든. 원장 선생님의 눈물을 보고는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지. 이지메쯤은 스스로 헤쳐 나가기로 마음먹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기고 맹세했어. 당시엔 굉장히 뚱뚱한 몸이었지만 죽기 살기로 운동을 해 살도 빼고 공부도 열심히 했단다. 내가 한 공부중에 동양의 의술이란것도 있었어. 그래서 네가 허락한다면 네 몸 상태를 살펴 보고 싶어 찾아 온거야."
"....."
여전히 얼굴 한번 들지도 않고 스마트 폰만 조작하고 있는 유앙이었다. 아마 듣고는 있을 것이지만 아직 영어가 서투른 탓으로 완전히 알아 들을수 있지는 의문이다.
"축구를 하고 싶지 않아?"
멈칫.
계속 폰만 조작하고 있던 유앙이 축구라는 말에 반응을 보였다. 손을 멈추고 처음으로 자신쪽으로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내가 살펴 보고 치료할수 있다면 넌 다시 축구를 할수 있을꺼야."
"의사도 치료하지 못했어."
"서양의 의사와 동양의 의사는 다르단다. 치료할수 있을지 없을지는 몸을 살펴 보고 말해 줄께."
유앙이 아버지인 코넬리 코치를 바라 보았다. 코치는 유앙에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유앙도 거부한다는 말은 하지 않은채였다.
"그럼 살펴 보겠다. 전혀 아프진 않을꺼야. 먼저 손을 내밀어 볼래."
유앙이 내민 손목을 잡고 진맥했다. 맥은 문제없었다. 척추 신경 마비로 인한 하반신 마비 증상인 유앙의 몸을 제대로 살펴 보기 위해 유앙을 엎드리게 한후 척추쪽을 촉진(觸診)으로 살펴 보았다. 어느 척추부터 감각이 없는지 살며시 누르며 살펴 보며 감각이 없는 부분은 내공을 불어 넣어 살며시 눌러 보았다. 일순 유앙의 다리가 움직였다.
"유앙! 네 다리는 움직일수 있게끔 치료할수 있을것 같다."
"저, 정말인가?"
"정말 유앙 다리가 치료된다고요?"
지켜 보고 있던 코넬리 코치와 부인이 깜작 놀란듯했다. 의사가 어떤 진단을 내린것인지는 모르지만 내공을 불어 넣고 누르자 반응을 보인 이상 충분히 치료할수 있었다. 유앙을 똑 바로 눕힌후 치료를 하기전에 선결 과제가 있었다. 자신은 의사 면허가 없는 상태다. 유앙을 치료하면 불법 의료 행위가 된다.
"치료할수 있습니다만 의사 면허가 없어 치료를 하면 불법 치료가 되거든요. 그래서 불법이 아닌 맛사지를 해 볼까 합니다. 맛사지라고 해도 그냥 안마를 하는 것이니까 오해하지 마십시요."
"저, 정말 치료할수 있단 말인가?"
"해 봐야 알지만 침을 사용하면 더욱 빨리 치료가 될겁니다. 하지만 침은 의사 면허가 있어야 됩니다."
"해, 해 주게. 유앙이 치료가 된다는데 면허가 왜 필요한가. 자네가 치료했다는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코넬리 코치가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했다. 제인 부인 또한 비밀로 한다면 치료해 달라고 했다. 그때였다. 유앙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제 다리가 나을수 있어요?"
"그래. 방금전에 네 허리를 만졌을때 네 다리가 조금 움직였단다."
"치 ,치료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절대 비밀을 지켜 주셔야 합니다."
코넬리 코치는 물론 제인 부인과 유앙까지 다짐을 받았다. 다리에 감각이 느껴지면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 오면 침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단번에 치료는 되지 않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다. 하루에 두번씩 아침과 저녁에 치료하도록 하자. 잠깐만 기다려. 치료 도구를 가지고 올께."
침통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 캐리어 백안에 들어 있는 침통을 가지고 왔다. 당장 치료를 하기로 했다. 유앙의 옷을 벗겨 달라고 한뒤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했다.
"지금부터는 정신을 집중해야 합니다. 조용히 해 주셔야 합니다."
단단히 주의를 준후 침통을 열고 침들이 빼곡히 박혀 있는 침구를 꺼내 펼쳐 놓았다. 가늘고 긴 뾰족한 침을 본 코넬리 코치는 기겁했다. 제인 부인은 깜짝 놀랐는지 입을 막으며 비명을 감추었다.
혹시나 유앙이 들으면 불안해 할것 같아 비명 소리는 내지 않았다. 침들은 원래 위생 문제로 개별 포장되어 있는 것을 꺼내 만들어 놓은 침구안에 빼곡히 박아 놓은 상태다. 유앙의 허리 어느 부분에 침을 놓아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촉진으로 반응이 보인 신경을 활성화시켜 줄 생각이다.
팟.
파르스럼하게 물든 침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허리에서 엉덩이쪽까지 빼곡하게 박아 넣고는 땀을 훔쳤다. 내공 소모는 물론 정신 집중이 필요한 탓으로 조금 피곤했다. 코넬리 코치와 부인은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뒤에서 지켜 보고 있을 것이다. 박아 넣은 침은 5분정도에 빼고는 맛사지를 시작했다. 허리에서 다리 전체로 천천히 맛사지를 한후 손을 뗐다.
"후우...오늘은 끝났습니다."
"고, 고생했네."
"이걸로 땀을 닦으세요."
"감사합니다."
제인 부인이 건네 주는 수건을 받아 땀을 훔치고는 유앙을 바로 눕히며 입을 열었다.
"유앙! 아직은 다리 감각이 느껴지지 않겠지만 네 다리가 살짝 떨렸었다. 다리에 힘을 준다고 끊임없이 생각하는게 치료에도 도움이 될꺼야."
"아, 알겠어요."
"전 피곤해서 조금 쉬어야겠습니다."
일층 방으로 내려가 내공 심법을 운공하며 소모한 내공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피곤을 풀었다. 심법을 끝냈을땐 깜깜한 밤이었다. 불을 켜고 밖으로 나가자 거실 소파에 코넬리 부부가 앉아 있었다.
"괜찮으세요?"
"조금 잤더니 많이 좋았졌습니다. 배가 고픈데..."
"준비해 놓았어요."
말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제인 부인이 주방으로 안내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는 소파로 이동해 앉자 코넬리 코치가 걱정했다.
"피곤해 보이는데 내일 오전 훈련을 할수 있겠나?"
"문제없습니다."
소모한 내공은 모두 회복할순 없었다. 밤새도록 심법을 운공하면 회복될것이다. 다음날 새벽 무렵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지만 조깅을 하러 나갔다. 내공 심법을 운공하며 밤을 지새운 탓으로 몸이 찌뿌둥한채였다. 스타디움옆에 있는 축구 그라운드까지 뛰어 가 가볍게 몸을 풀고는 되돌아 왔다. 아침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나왔을때 코넬리 코치가 이층에서 내려 왔다.
"벌써 일어 난건가?"
"예. 조깅까지 하고 왔습니다."
"조깅?"
그라운드가 있는 곳까지 갔다 왔다고 하자 깜짝 놀라는 코치였다. 이곳에서 제법 거리가 먼탓이었다. 코넬리 코치가 샤워실로 들어 갔을때 일본에 전화를 걸었다. 영국과 일본의 시차는 8시간이다. 영어 회화 학원 강사인 코르다 선생에게 전화였다.
"...그래서 혹시 아는 에이전트가 있는지 해서 전화를 한겁니다."
-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과는 친분이 없는데 어쩌지?
"그래요? 어쩔수 없네요. 그럼 제가 알아서 찾겠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 샤워를 하고 나온 코넬리 코치에게 아는 에이전트가 없는지 물어 보았다.
"물론 알고 있어. 연락해 볼께."
"부탁드리겠습니다."
***
아침 식사를 하기전에 유앙에게 침을 놓아 주었다. 저녁때처럼 많은 침은 놓을수 없었다. 맛사지도 저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였다. 아침 훈련은 스타디움 옆의 그라운드에서 했다. 훈련이 끝나면 점심 식사를 한후 오후에는 U-18 선수 골키퍼들과 함께 훈련했다.
처음으로 하는 골키퍼 훈련은 기본을 강조했다. 기본기가 전혀 없는 탓이었다. 양무릎을 꿇은 자세로 코넬리 코치가 양손으로 잡은 볼을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던져 주면 양손을 위쪽으로 향해 품속에 끌어 안는 식으로 캐치하는 훈련, 가볍게 찬 볼을 품속으로 캐치하는 훈련, 좌우 아래쪽 바닥으로 찬 공을 좌우로 쓰러지며 캐치하는 훈련, 머리위쪽에서 양손으로 잡은 볼을 던지면 머리위쪽이나 얼굴 부분에서 캐치후 코치에게 던져 줄땐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던져 주는 훈련, 얼굴 부분에서 던져준 볼을 캐치할땐 양손의 엄지와 집게 손가락이 삼각형 모양이 되게끔 양손바닥을 가까이 대어 캐치해야 한다고 했다.
옆쪽으로 던진 볼을 잡을땐 다리는 어깨 넓이로 벌려 편한 자세로 몸 전체를 이동시키며 양손으로 캐치하는 훈련, 그리고 골문 앞에 인간 모형으로 만든 패널 두개를 1미터 50센티 간격으로 놓고는 패널과 패널 중앙 뒤쪽에 선채 패널쪽으로 차 주는 볼을 패널 앞쪽으로 다이빙해 캐치하는 훈련, 양쪽 패널 중앙 뒤에 선채 코치가 강하게 던지는 볼을 패널 앞쪽 옆으로 번걸아 넘어지며 캐치하는 훈련등등의 기초적인 훈련을 했다.
오후에는 U-18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아직 몸이 완성된 선수들이 아닌 탓으로 자신에 비하면 체구가 모두 작았다. 스모를 한탓으로 건장한 체격인 자신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보였다. 같이 훈련을 한다고 해도 연습 시합을 할때 골키퍼로 시합에 나서 경험을 쌓는 훈련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유앙에게 침과 맛사지를 해 주고 골키퍼 기본 훈련을 하며 3일이 지났을때였다.
"안녕하십니까? 길버트라고 합니다."
"우강우라고 합니다."
"길버트! 오랜만이야."
코넬리 코치가 소개해 준 에이전트를 만났다. 믿을수 있는 자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에이전트와 계약을 먼저 해야 했다. 코넬리 코치가 어떤식으로 계약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었다. 계약을 하기에 앞서 자신이 축구 미경험이며 체스터 필드 FC에서 먼저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길버트는 코넬리 코치에게 이미 말을 들었는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음, 미경험이라면 적어도 5년이상의 계약을 맺을려고 할겁니다."
"5년이요? 너무 깁니다. 3년 계약이 적당할것 같습니다. 만약 3년 계약으로 하지 않는다면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이쪽에서 1년 계약을 제시해도 클럽에서는 받아 들일겁니다."
"우강우군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는 코넬리에게 들어 알고 있습니다. 체스터 필드에서 계약하지 않을려고 한다면 어쩔 생각입니까?"
"다른 클럽을 찾아 갈겁니다. 영국에서 축구를 못한다면 독일이나 다른 나라로 가면 되죠. 그리고 전 굳이 축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만약 제가 권투를 한다면 세계 챔피언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
자신있게 선언했지만 길버트와 코넬리 코치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무언가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창밖으로 가로수가 눈에 들어 왔다. 길버트와 만난 이곳은 카페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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