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불시의 습격
70화.
어둠에 묻혀 검은색의 뾰족한 대침 한개가 날아 오고 있었다. 내공을 눈쪽으로 보낸 상황으로 암기는 자세하게 알아 볼수 있었다. 10cm정도는 되어 보이는 암기는 대침이라고 보다는 굵직한 대가리가 없는 못 같았다. 역시 장년인은 살수가 틀림없었다. 저런 굵직한 암기가 몸속으로 파고 든다면 치명적일것이다.
"큭!"
왼쪽 어깨를 부여 잡으며 왼쪽으로 튕겨나가듯 반쯤 몸을 기울였다. 그때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암기를 던진 장년인이 일어 날려고 했을때였다. 아래쪽까지 내려온 젊은 남녀가 장년인을 공격하기 시작한것이다.
퍽!
"큭!"
탓.
옆구리를 맞은 장년인은 반격하지도 않고 자동차 지붕위로 펄쩍 뛰어 올라 도주하기 시작했다.
핏.
도주하면서 뒤를 돌아 보며 쫒아 오는 젊은 청년을 향해 암기 한개를 던졌다. 청년은 암기를 쉽게 피하며 추적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젊은 여자가 왼쪽 어깨를 잡고 있는 자신쪽으로 다가왔다. 암기를 던진 장년인은 물론 젊은 남녀 둘도 수상했다. 절대로 평범한 자들은 아니지만 던진 암기의 속도나 추적하는 청년의 발걸음으로 볼때 내공은 없는 자들이다.
"괜찮습니다."
자리에서 일어 날려고 했을때였다. 여자가 빠르게 손을 놀렸다.
핏.
'암기?'
검은색 무언가가 밤공기를 가르며 고속으로 회전하며 이마쪽으로 날아왔다. 즉시 바닥으로 굴렀다.
탁!
핏.
뒤쪽의 나무에 박히는 소리가 들려 오며 다시 구른 쪽으로 암기가 날아 왔다. 이 여자도 살수라고 판단되었다. 왜 자신을 공격하는지 짐작할순 없었지만 화가 났다.
데구르.
다시 바닥을 구르며 벌떡 일어나 수풀안으로 뛰어 들었다. 도주 아닌 유인을 하는 것이다. 습격한 여자도 즉시 뒤를 따라 오기 시작했다. 아오키상과 고바야시상에게는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아 다행이었다.
피잇!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가 또다시 암기를 던진 것이다. 즉시 옆으로 발을 놀렸다. 검은색 암기는 앞쪽으로 날아가 버린 상태다.
'이쯤이면 충분하겠군.'
아오키상과 고바야시상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도착해 멈춰섰다. 혹시라도 여자가 그 둘을 인질로 잡는다면 곤란했다.
"날 왜 습격하는거냐?"
"호호호, 벌써 포기한거야?"
말과는 달리 눈빛만은 잡아 먹을듯이 쏘아 보고 있는 여자였다. 무림에서는 노인과 아이, 그리고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 평범한 아낙으로 가장하는 여 살수들도 존재한다. 어린 아이를 품속에 안고 있으면 누구도 살수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눈 앞의 여자는 자신만만하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 살수가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보통 총기를 사용해 저격한다. 자신의 흔적도 드러내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런데도 직접 찾아 왔다는건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서일것이다.
사고를 유발시킨 트럭도 장년인과 젊은 남녀들중 어느쪽이 준비한것이 틀림없었다. 장년인과 남녀들은 한패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의뢰를 한 자는 두명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원한을 살만한 일은 한적도 없었다. 좁은 스모 세계에서 활동만 하는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자는 스모 선수들 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고속 출세를 시기하는 자가 의뢰했을것이다. 그외에는 전혀 짐작할수 없었다. 일단 습격한 놈들을 제압하는게 먼저다.
"후후후, 웃을수 있을때 맘껏 웃어라. 잠시후면 피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게 될꺼다."
"호호호, 어린놈이 오오제키가 되었다고 큰소릴...앗!"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움직였다. 보법을 밟으며 순식간에 접근한 것이다. 다급한 표정의 여자는 옆으로 피하며 손을 뿌려쳤다.
스르륵.
암기쯤은 얼마든지 피할수 있었다. 장년인이 처음 던진 대침같은 암기도 일부러 어깨에 적중한것처럼 손으로 암기를 잡은채 어깨에 대고 있었다. 장년인이 어떻게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여자가 던전 회전하는 암기는 가슴쪽에서 잡고는 여자의 반응을 살펴 보았었다.
타닥!
또다시 암기가 날아 왔다. 암기를 피한후 순식간에 여자가 피한곳으로 접근하자 이번엔 손을 뻗어 왔다.
치지직.
여자의 손안에 들린 검은 물체 끝에서 파란색의 스파크가 튀었다. 전기를 뿜어내는 무기같았다.
스르륵.
덥석.
파팟!!
금나수를 시전해 무기를 들고 있는 손목을 덥석 잡아 채고는 다른 손으로 혈도를 찍었다. 마혈과 아혈을 찍어 버린후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빼았아 들었다. 여자손에서 빼았아 든 무기는 더이상 '치칙'거리지도 않았다.
이게 뭔지는 모른다. 마혈이 제압되어 뻣뻣하게 굳어 버린 여자는 경악한채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었다. 장년인과 청년이 달려 간곳을 바라 보며 기감을 펼쳐 어디에 있는지 살펴 보았다.
일반인보다는 몸이 가벼운 자들이지만 경공을 모르는 자들이 수풀속을 빠르게 이동할순 없다. 게다가 어두운 밤이다. 멀리까진 가지도 못한 상태였다. 여자의 허리를 끌어 안고 발을 튕겼다.
팟!
화살을 방불케할 정도의 빠르기였다. 숲이 우거졌다고 해도 요리조리 피하며 달려 갔다.
***
내각 정보 조사실 PK3(쓰리) 소속인 코드네임 나미에(奈美恵)는 이번 임무는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었다. 내각 정보 조사실중에서도 최정예가 모인 PK3는 파괴, 암살, 불순분자 색출등 일반 정보원들이 하지 않는 특수한 임무를 담담하는 비밀 특별 부서다.
통칭, 안닌(暗忍)이라는 암살자 놈을 체포하고 최근 스모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어린 놈을 제거하는 일이다. 안닌(暗忍) 놈은 절대로 죽여선 않된다고 했다. 하지만 오오제키인 나루토류라는 어린 놈은 모두를 속이고 있었다.
어떻게 당한것인지도 모른채 순식간에 제압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수도 없는 상태로 굳어져 버렸다. 입을 열려고 해도 입까지 굳어져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놈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휙휙.
어린 놈이 달리는 속도는 엄청났다. 자신들도 닌자 훈련을 받으며 숲속을 달리는 훈련을 했지만 이런식으로 달리지는 못한다. 또한 지금은 깜깜한 밤이다. 그런데도 마치 앞을 훤히 보고 있는듯 질주하고 있었다.
놈은 모두를 속인채 어떤 능력을 숨기고 있는 놈이 틀림없었다. 나미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모르는 아메메야는 기감이 느껴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는 두놈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장년인은 작은 단검을 양손에 역수로 진채였으며 청년은 은색으로 빛나는 장갑을 낀채였다.
쿵!
둘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떨어져 내리며 허리에 끼우고 있는 여자를 내려 놓았다. 갑자기 등장한 아메미야를 본 둘은 급히 양쪽으로 물러 나며 상황 파악을 할려는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청년 놈은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여자를 보고는 눈이 요동치고 있는 반면 장년인은 눈을 반짝이며 즉시 암기를 던졌다.
피잇!
날아 오는 암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더이상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뾰족한 암기가 저절로 손가락 사이에 꽂힌 것처럼 매달렸다.
빙글.
가볍게 손가락을 놀려 암기 방향을 바꾼후 손목을 꺾어 튕겼다.
피융!
장년인이 던지 속도와는 비교할수도 없는 빠르기로 날아가는 암기였다. 장년인은 깜짝 놀라며 피할려고 했다.
"큭!"
하지만 어느새 암기는 장년인의 허벅지를 파고 들었다. 허벅지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장년인은 믿기지 못하는 눈으로 즉시 도주할려는듯 등을 돌리는 순간 움직였다.
탓!
파팟!!
아메미야의 있던 곳에서 '탓'하는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 온 순간 이미 장년인의 뒤로 이동해 있었다. 장년인이 움직이지 못하게끔 혈도를 누른후 젊은 청년 놈에게로 돌아 섰다.
주춤주춤.
당황하는 표정으로 한발씩 물러 나는 놈은 바닥의 여자를 힐끗거린후 후다닥 달아 나기 시작했다. 장년인이 순식간에 제압된것을 지켜 본것이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놈은 도주를 택했다.
피융!
장년인의 허벅지에 꽂혀 있는 장침을 빼 던졌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암기는 도주하는 놈의 등에 꽂혔다.
우당탕.
앞쪽으로 넘어진 놈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장년인을 여자가 누워 있는 곳으로 집어 던졌다.
쿵!
청년놈은 언제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숨을 헐떡이며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을 죽일려고 하던 여자와 한패인 놈이다.
꾹.
"자아, 네놈부터 말해 봐라. 날 왜 습격한거냐?"
장년인의 아혈을 풀어 주었다. 바닥에 쓰러진채 얼굴을 구기고 있는 장년인은 눈을 질끈 깜았다.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잠시후면 스스로 말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될꺼다."
놈에게 경고를 한후 다시 아혈을 누르며 빠르게 놈의 혈도 여러곳을 두드렸다. 분근착골(分筋錯骨)을 시전하는 것이다. 서서히 몸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입을 쩍 벌린 놈의 눈이 한끗 커지며 흰자위에 실핏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하고 싶으면 눈을 껌뻑거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속으로 껌뻑대는 놈은 의지가 약해 빠진 놈이었다. 살수로써 자격 미달인 놈이 틀림없었다. 중원의 살수라면 분근착골에 당하더라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입을 열지 않는다. 모두 어릴적에 납치되어 철저히 세뇌가 되어 있는 살수들이기 때문이다. 분근착골을 해제해 주고 아혈도 풀어 주었다.
'응?'
놈의 얼굴이 이상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린 탓으로 놈의 얼굴이 땀으로 인해 지렁이가 기어 간듯한 흔적이 드러 났다. 얼굴에 무언가를 가득 발라 놓은것 같았다. 놈의 옷으로 얼굴을 닦았다.
30대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을 바꾸는 무공을 사용하지도 분장만으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형시킨 놈이 굉장해 보였지만 단점도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사용할수 없다는 점이다.
"말해 봐라."
"크으윽...너, 넌 누구냐?"
"말할 마음이 없군."
즉시 아혈을 누룬후 분근착골을 시전했다. 현재 누구 갑(甲)이고 을(乙)인지 똑똑히 새겨줄 생각이다.
뿌드득.
뼈가 뒤틀리고 몸이 뒤틀어지자 이번에도 놈은 입을 크게 벌리며 즉시 눈을 껌뻑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분근착골을 풀어 주지 않았다.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무표정하게 놈을 바라 보기만 하던 아메미야는 슬쩍 바닥에 쓰러져 누워 있는 여자쪽을 바라 보았다.
비스듬하게 바닥에 누운 여자는 고문하는 장면을 모두 지켜 보고 있었다. 마혈이 찍혀 움직이지 못하는데 덜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분근착골과 아혈을 해제했다.
"크으으...헉헉헉...."
"말할 생각이 없나 보군."
"의, 의뢰를 받았다....며칠전에..."
후지바야시 나가에몬(藤林長衛門)이라고 하는 놈은 의뢰주까지 모두 털어 놓았다. 자신이 닌자 가문의 후예라는 말에는 현대에도 닌자 가문이 남아 있다는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중국 텐진에 있는 자신의 본가도 어딘가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암살 의뢰는 동경 스미다구에 있는 '와몬(和門)'이라는 짱코 요리 전문점 점장이 의뢰주였다. 놈은 또 놀라운 사실을 털어 놓았다.
해변가에서 독을 사용한 놈이기도 했다. 그때엔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이번엔 교통 사고로 위장해 죽일 생각이었던것이다. 들을것 모두 들은 상태로 이번엔 여자를 심문할 차례다. 덜덜 떨면서도 입술을 꼭 깨문 여자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겠다는듯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후지바야시라는 놈보다 이 여자와 이미 죽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은 청년이 수상했다.
"모두 봤을꺼다. 말하고 싶다면 눈을 껌뻑거리면 돼."
고문을 한다는 말이나 마찮가지다. 이해를 했는지 표독스럽게 쏘아 보고 있었다. 눈빛으로 볼때 반드시 복수를 할 여자같았다. 여자라고 해도 전혀 봐 주지 않았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위험하다.
즉시 분근착골을 시전했다. 이 여자도 후지바야시라는 놈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비장한 표정과는 달리 고작 몇분도 버티지도 못한채 눈을 껌뻑거리고 있었다.
"자아, 이제 정체를 말해 봐."
"아흑아흑...우, 우린 경찰....수첩을 꺼내....확인...하윽하윽...."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답한 여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무려 경찰이라고 했다. 수첩을 확인하라는 말에 경찰은 틀림없을것이다. 위조한 수첩을 들고 있다고 해도 진위여부를 알아 볼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경찰이 왜 자신을 습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흐..윽..흐..윽...놈과 한패라고 생각했다."
숨을 가다듬으며 변명을 했지만 변명다운 변명은 커녕 오히려 의심이 증폭되는 말이었다. 살수 놈과 한패라는건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아오키상을 제외하면 자신과 고바야시상의 복장과 헤어 스타일을 보면 곧바로 누군지 알수 있다. 스모에 관심이 없어 이름은 모른다고 해도 스모 선수라는건 한눈에 알아 볼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이군."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냐."
"후후후, 내가 거짓이라면 거짓인거다."
즉시 고문을 시작했다. 경찰이 암기를 던진다는 건 있을수 없다. 처음부터 총기를 사용했다면 경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것이다. 하지만 특수한 무기인 암기는 누구나 던질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는한 절대로 무리다. 중원 무림에서는 전문적인 살수 집단이 존재한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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