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7월 바쇼(3)
63화.
스윽.
툭.
아메미야도 마주 손을 뻗으며 접근하는 손목을 살짝 밀며 머리를 숙인채 안으로 파고 들어 즉시 앞쪽 마와시를 잡으며 뒤로 밀면서 왼쪽으로 마와시를 따라 왼손을 옮기며 왼쪽 아래로 잡아 당겼다.
하쿠호도 긴팔로 자신의 양팔 바깥쪽에서 오른쪽 마와시만 잡은 상태로 밀려나지 않게끔 흔들었다. 이번엔 오른손을 강하게 아래쪽으로 잡아 당기며 왼손으로 잡은 마와시를 들어 올렸다. 하쿠호는 아메미야의 몸을 계속 흔들어 대고 있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공을 더욱 불어 넣고 잡아 당기자 하쿠호의 몸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쿵!!
"우와아아!!!"
바닥으로 쓰러진 하쿠호는 믿기지 않는 눈이었다. 천천히 일어 나며 살기를 뿜어냈다.
움찔.
일부러 움찔하는 듯한 표정을 보여 주었다. 그래야 다음 바쇼때 대결할때에도 살기를 믿고 설칠것이 틀림없을것이다. 우승이 걸린 시합인만큼 현상금은 수북했다. 어림잡아 50개이상은 되어 보였다. 7월 바쇼에선 전 시합에 현상금이 걸려 호주머니가 두둑한 상태였다. 우승 상금까지 포함하면 1500만엔 이상을 벌게 되었다.
짝짝짝짝!!!
복도쪽으로 걸어 나가자 관중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쳐 주었다. 기다리고 있던 고바야시상의 얼굴이 환했다. 즉시 인터뷰실로 안내 되었다. 우승을 하면 두번이나 우승 인터뷰를 해야 한다.
"2연속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노이이로 인해 재시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치아이에 실패해 도효 끝자락까지 밀렸지만 운이 좋아 구사일생할수 있었습니다."
하쿠호가 살기를 뿜어낼수 있다는 말은 숨겨야 한다. 동네방네 소문낼 일이 아니다. 첫번째 인터뷰는 간단하게 끝냈다. 일단 대기실로 돌아가 오오이쵸를 다시 정돈하고는 협회 스탭겸 요비다시상의 안내로 시상식에 나섰다.
이번에도 한시간 넘게 상장과 트로피를 받아야 한다. 기쁜 일이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솔직히 귀찮기도 했다. 상장과 우승 트로피와 우승기, 내각 총리 대신 트로피를 먼저 받고는 인터뷰에 응했다.
"축하드립니다. 재시합까지 가는 우승 결정전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2연속 마쿠우치 우승입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오야카타가 져도 좋으니까 편안하게 하라고 한게 큰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오야카타를 치켜 올려 주었다. 잘난체하면 절대로 않된다. 첫번째 인터뷰는 시청자에게 우승 소감을 말하는 것이지만 두번째는 시청자는 물론 장내의 관중들을 향한 인터뷰이기도 했다.
"다음 바쇼엔 최고속으로 산야쿠(三役) 승격이 틀림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 덕분입니다."
"다음 바쇼때의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요."
"여러분들의 응원으로 인해 우승을 하게 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한발 뒤로 물러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큰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다시 마이크 앞으로 다가 가 입을 열었다.
"오야카타의 지도에 충실히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오야카타와 오카미상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바쇼에도 좋은 결과가 있게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나루토류~!!"
삐이익!!
짝짝짝짝!!
함성과 휘파람 소리,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했다. 다시 도효위로 올라가 여러 나라에서 주는 상을 받고 지방 자치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아야 했다.
***
"와아아아~!!! 나루토류~!!!"
번쩍번쩍!
우승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도로 양편에서 열광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오픈 카를 타고 천천히 이동했다. 숙소까지는 거리가 너무 먼 탓으로 체육관 주변을 돌기로 했다. 카메라 후레쉬에 눈이 부셨지만 옆에서 우승기를 들고 같이 타고 있는 토라키오상은 즐거워 보였다.
부우웅.
우승 퍼레이드를 끝내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카메라의 번쩍이는 빛들로 인해 질근 눈을 감아야 했다.
"오야카타!"
덥석.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오야카타가 끌어 안아 주었다. 흥분된듯 얼굴이 조금 붉은채였다. 이렇게 기뻐하는 오야카타를 위해서라도 우승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오카미상도 나고야까지 내려 온 상태다. 마지막날엔 센슈라쿠 파티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파티장으로 이동했다. 기자들이 졸졸 따라 오고 있었다. 파티장에서 사진 촬영이 끝나면 또다시 기자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해야 한다.
짝짝짝짝!!
파티장으로 들어 서자 후원회분들과 숙소를 제공해 준 지역 주민들이 환대해 주었다. 인사를 하고는 단상위에 마련된 거대한 은잔 앞에 앉았다. 이번에도 오야카타가 술을 가득 부었지만 입에 대진 않았다.
"좀 더 높이 들어 주십시요."
"이렇게요?"
찰칵찰칵!
"왼손으로도 들어 주십시요."
찰칵찰칵!
큼직한 타이(鯛.도미)를 들고 기자들이 원하는대로 오른손, 왼손으로 번갈아 가며 들어 주었다. 한동안 사진 촬영을 한후 다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우승 축하드립니다. 다음 바쇼땐 산야쿠로 승급하게 될것입니다. 산야쿠에서도 우승하실수 있겠습니까?"
"노력하겠습니다."
"요코즈나 하쿠호와의 첫시합에 대해서 말해 주십시요."
"요코즈나의 압박과 부담으로 인해 타치아이에서 밀린 것입니다."
이미 했던 말을 몇번이나 하는지 몰랐다. 기자들의 질문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말도 가려서 해야 한다. 내일 아침 스포츠 신문 일면을 장식하게 될것이다. 어떤 내용이 실릴지 궁금했다.
과장되게 포장해 기사를 실을 것이다. 파티장엔 웃음꽃이 피어 났다. 마케코시를 한 선배들도 있었지만 그런건 자신의 우승에 묻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회장님! 그림을 한폭 그려 놓은게 있습니다. 동경에 있습니다. 표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오! 그런가? 일주일후에 찾아 가겠네."
후원회 회장인 미우라 회장도 찾아 왔다. 축의금도 두둑히 받은 상태다. 파티 도중에는 동경의 후원회 분들과 원장 선생님의 축하 전화도 받았다. 파티가 끝난 늦은 밤엔 TV 출연을 해야 했다. 파티장에서 중계되는 형식으로 출연했다. 늦은 밤시간대의 스포츠 뉴스 시간에 맞춰 제각기 방송국마다 출연했다. 방송에서도 이미 했었던 말을 반복해야 했다.
다음날에는 또다시 여러 곳을 방문해 인사를 하러 다녀야 했다. 우승한 당일만으로 행사가 끝나는게 아니다. 방문하는 곳마다 오차(お茶)를 내온 탓으로 걸을때마다 배에서 출렁거리는 물소리가 들려 올 지경이었다.
이틀에 걸쳐 인사를 마치고 동경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반즈케 편성 회의는 본 바쇼가 끝난후 3일뒤에 시작된다. 새롭게 쥬료(十両)나 산야쿠(三役)로 승급하는 선수는 바쇼 이주일전에 발표되는 반즈케효에 앞서 편성 회의가 열리는 당일에 미리 여러 준비를 할수 있게끔 알려 준다.
"축하한다. 이제 고무스비(小結)가 되었어. 인터뷰 준비를 해야 한다."
기자들이 몰려 오기전에 인터뷰 준비로 오야카타는 부산을 떨었다. 선배들을 다그쳐 하오리 하카마를 준비하고 병풍까지 빌려 와 설치하고 있을때 기자들이 하나둘씩 몰려 오기 시작했다. 산야쿠로의 승급은 경사러운 일이다.
스모 세계에서는 요코즈나와 오오제키는 특별한 지위다. 신격 취급을 받는 요코즈나가 될려면 반드시 오오제키 지위를 거쳐야 한다. 오오제키에서 우승을 한후 다음 바쇼에서 우승하면 거의 100% 요코즈나로 승급한다.
요코즈나인 키세노사토(稀勢の里)는 우승 한번만으로 요코즈나로 승급한 케이스지만 '2바쇼 연속 우승, 또는 그에 준하는 성적'에 의해 요코즈나로 승급할수 있었다. 키세노사토는 일본인 요코즈나가 오랫동안 없었던 탓으로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요코즈나가 된것이다. 과거에는 우승한 다음 바쇼에서 13승 2패의 성적을 올린 오오제키에 지위에 있던 선수는 승급할수 없었다. '그에 준하는 성적'이란 여론에 크게 좌우된다고 볼수 있다.
"고무스비(小結)로 승급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의 성원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야카타와 함께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했다. 오오제키와 요코즈나로 승급될때는 특별한 행사를 하지만 고무스비는 인터뷰만 하는 식이다.
"다음 바쇼에서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오오제키로 승급할수도 있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기록적인 스피드로 계속 승급하고 있습니다. 불안감은 없는지요?"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지도 모르지만 부딪힌 벽을 돌파할수 있게끔 더욱 훈련에 매진하겠습니다."
경사스러운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행동이나 언행을 조심한 덕인지 기자들도 짖꿎은 질문은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음 바쇼에서 우승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하지 마세요. 부담되잖아요."
"하하하!! 꼭 해야 되겠는데요."
***
7월 바쇼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가을 쥰교(巡業.순행)를 해야 한다. 7월말부터 8월말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여러 지역을 돌아 다니며 스모를 전파하는 행사다. 정식 바쇼와는 달리 팬들과의 거리가 가까운 순행은 행사가 진행되는 체육관에서 관객들과 악수 행사를 하거나 사인회, 지역 아이들과의 스모 경기, 스모의 금기 사항을 코믹스럽게 시연하는등 평소에 볼수 없는 장면들을 볼수 있다.
270명 가까운 인원이 스모 협회에서 준비한 몇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이동했다. 기후현(岐阜県)의 메모리얼 센터를 시작으로 후쿠이(福井) 체육관, 타무라시(田村市), 센다이시(仙台市), 모리오카시(盛岡市), 아키타현(秋田県), 홋카이도(北海道)로 북상해 마지막은 동경 근처의 카나가와현(神奈川県)의 히라츠카(平塚) 종합 체육관까지 거의 매일 순행을 한다.
무더운 한여름인 탓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범벅이 되는 스모 선수들은 여름철을 가장 싫어한다. 아메미야는 8월 도중에 고졸 인정 시험을 보기 위해 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동경으로 돌아와 시험을 보았다.
"어땠어?"
"음...영어가 자신 없었습니다. 수학도 불안하고요."
영어가 가장 큰문제였다. 전혀 알수 없어 펜을 굴릴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이번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다음해에 합격하지 못한 과목만 시험을 보면 된다.
***
"고생했다."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스모 인기가 이렇게까지 회복된건 전국으로 돌아 다니는 순행이 큰도움이 된거야."
여름 순행을 끝내고 나루토 베야로 돌아 와 오야카타에게 투덜댔다. 순행이 끝나자마자 바로 9월 바쇼 준비를 해야 한다. 고졸 인정 시험 합격 여부가 들어 있는 봉투가 우편으로 배달되어 왔다.
역시 영어는 점수가 부족했다. 수학은 간당간당하게 합격한 상태다. 영어 과목만 다음해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 9월 바쇼는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에서 개최된다. 바쇼가 시작되기 전에 요코즈나 심의 위원들앞에서 스모 총견(総見) 즉, 케이코 총견(稽古総見)이 실시된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식으로 훈련 모습을 지켜 보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다.
스모 교습소에 있는 도효에서 시작된 스모 총견에서 아메미야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모우시아이(申し合い) 훈련은 도효위에서 승리한 자가 남고 도효 주변에 있는 선수들이 손을 들어 지명 당하면 도효위로 올라 갈수 있다.
아메미야는 한번도 자청해서 손을 들지 않아 도효위로는 올라 가지도 않았다. 부츠카리 케이코(ぶつかり稽古)때도 지명 당하지 않아 훈련 시작전에 몸을 푼것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스모 총견은 끝이 났다.
"자네는 오늘 왜 도효위로 올라 가지 않는겐가?"
"전 항상 몸 상태는 10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장 시합을 해도 문제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가? 그럼 이번 바쇼땐 우승을 기대해도 되겠나?"
"장담은 못하겠지만 10승이상은 자신 할수 있습니다."
우승 선언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산야쿠인 고무스비라면 10승이상을 한다고 해도 문제없다. 그 정도는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할수 있다. 스모 총견이 끝나고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 키타무라(北村) 위원장을 찾아 갔다. 완성된 그림을 건네 주기 위해서였다.
"기대하겠네. 그리고 이게 완성된 그림인가?"
"그렇습니다."
길쭉한 사각형 상자를 열고 족자를 펼친 키타무라 회장은 한동안 굳은채 그림만 살펴 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지 어떤지는 물어 볼수 없었다. 입을 열기까지 기다렸다.
"...음, 굉장하군."
"마음에 드시는지요?"
"들다 마다. 내 이런 그림은 처음이네. 은근히 기대는 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네."
다시 그림에 빠져 들려는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인사는 받는둥 마는둥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위원장이었다. 아마 한동안 그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것이다. 9월 바쇼 반즈케효는 이미 발표된 상태다.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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