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9월 바쇼(2)
65화.
스윽!
가쿠류의 왼손이 먼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 오고 있었다. 이런식이라면 왼손이 얼굴을 때릴것이다. 하리테(張り手)를 먼저 시도한후 오른손으로 쯧빠리를 시도하거나 마와시를 잡을려고 할것이다.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했다. 얼굴은 맞고 싶지 않았다.
탁!
왼손이 미처 올라 오기도 전에 빠르게 외곽쪽으로 툭 쳐 낸후 오른손을 겨드랑이쪽으로 집어 넣고는 것과 동시에 가쿠류의 왼손 팔뚝을 잡고 왼쪽으로 끌어 당기며 오른손으로 겨드랑이를 힘껏 밀었다. 전광석화(電光石火)였다. 가쿠류가 미처 대응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쿵!
"와아아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바닥으로 쓰러진 가쿠류는 무슨 일이 벌어 졌는지 모르는듯 얼이 빠진듯한 표정이었다. 또다시 전승 우승을 해 버렸다. 무공의 힘이 컸다. 사기같은 일이지만 무공도 노력의 결과물이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선수들을 1초만에 때려 눕힐수도 있다. 하리테(張り手) 한방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죽이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지만 자칫하면 턱이 박살나 버릴것이다. 관중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두둑한 현상금을 받았다. 우승을 하긴 했지만 시상식은 정말 싫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축하드립니다. 데뷔후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대미문의 쾌거입니다."
"오야카타의 지도와 팬들이 등을 밀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오오제키(大関)로 승급할것 같습니다만 어떻습니까?"
"항상 그렇듯이 열심히 노력할 뿐입니다."
항상하는 인터뷰는 완전히 익숙해졌다. 시합이 끝나면 간단하게 평을 해 주고 목욕탕으로 향하는 복도에서도 기자들이 졸졸 따라 오며 질문한다. 시상식이 끝난후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을 나가 더라도 마찮가지일것이다.
밖에서도 기자들이 택시를 타는 곳까지 따라 와 질문을 해 잠시 제자리에 선채로 답해 주어야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NHK 인터뷰장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대기실로 들어가 오오이쵸를 다시 정리하고 시상식에 나섰다.
***
"와아! 나루토류~!!"
모든 시상식이 끝나고 오픈 카를 타고 우승 퍼레이드에 나섰다. 양쪽 도로를 가득 메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해 주며 나루토 베야로 향했다.
"축하한다."
오야카타가 손을 내밀었다. 지금까진 우승을 하면 포옹을 했었지만 몇번이나 우승을 한탓으로 더이상 눈시울도 붉히지 않은채 악수만 청한것이다.
짝짝짝짝!!!
파티장으로 이동해 들어 가자 후원회분들이 박수를 쳐 주며 축하해 주었다. 늘 하던 행사로 타이(鯛)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이번 파티는 후원회 회장인 미우라 회장의 성화에 모두 함께 만세를 불렀다.
후원회는 점점 인원이 불어 나고 있었다. 일일이 인사를 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릴 정도였다. 인사를 할때마다 축의금인 금일봉을 한개씩 건네 주었다.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고바야시상! 이거 받으세요."
"응? 현상금을 또?"
"절 따라 다니느라 고생하셨잖아요."
"매번 이렇게 받아도 되는거야?"
고바야시상에게는 모든 바쇼가 끝나면 항상 현상금을 나누어 주었다. 오야카타에게는 우승 상금중 절반을 건네 주고 아오마츠엔(青松園)의 원장 선생님에게 나머지 절반을 건네 주고 있었다.
자신의 수입은 매달 받는 월급과 바쇼중에 받은 현상금과 후원회 분들이 준 금일봉만으로도 충분했다. 고무스비가 된 상태로 도효로 올라가자 현상금만 해도 우승 상금인 1천만엔보다 더 많았다. 이틀동안 TV 출연은 물론 여러 곳을 돌아 다니며 인사를 해야 했다. 내일은 특별한 날이다. 나루토 베야는 들뜬 분위기로 특히 오야카타와 오카미상이 부산을 떨고 있었다.
오늘은 훈련도 일찍 끝냈다.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훈련을 끝낸후 선배들이 스모 베야 전체를 쓸고 닦았다. 아메미야는 근처에 있는 목욕탕으로 향해 몸을 깨끗하게 씻고는 오야카타가 부른 아사카야먀 베야(浅香山部屋) 소속인 도코야먀(床山)상에게 마게(髷.상투) 끝부분을 오오이쵸로 엮었다.
아사카야마 베야(浅香山部屋)는 나루토 베야에서 자전거로 5분거리에 있는 곳으로 선배들이 자주 데게이코(出稽古)를 하러 가는 곳이다. 몬츠키 하오리 하카마(紋付き羽織袴)로 갈아 입고 스모 협회의 사자(使者)가 오기를 기다렸다. 기자들도 수십명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오늘은 스모 협회에서 반즈케(番付) 편성 회의가 열리는 날로 심판 부장이 협회 이사장에게 나루토류의 오오제키로의 승진 가부(可否)를 심의하는 임시 이사회 개최를 건의하는 날이다.
이번 9월 바쇼에서 우승한 덕으로 기자들이나 TV에서 연일 신(新) 오오제키(大関)가 탄생하게 된다며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 스모 협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거의 99% 확실시 된다는 사전 정보였다.
이사회의 심의 결과 해당 선수가 오오제키로의 승진이 만장 일치로 결정되면 바로 그날 해당 스모 베야로 협회에서 사자(使者)를 보내 승진 전달식이 거행된다. 때문에 협회에서 사자(使者)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자(使者)는 협회 이사 한명과 심판 위원 한명이 찾아 온다. 협회 이사는 주로 승진하는 스모 베야가 소속되어 있는 일문(一門)의 이사가 온다고 한다. 나루토 베야는 니쇼노세키(二所ノ関) 일문(一門)에 속한 스모 베야다.
니쇼노세키(二所ノ関) 베야는 1911년에 창설된 스모 베야로 여러 요코즈나를 배출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출신자는 일본 프로 레스(プロレス.프로 레슬링)를 창설한 역도산(力道山)이 이곳 스모 베야 출신이었다.
"방금 출발했다고 합니다."
기자 한명이 스마트 폰을 내려 놓으며 협회 소식을 알려 주었다. 이것으로 오오제키 승진이 확실했다. 승진 전달식은 선배들이 공동 생활하는 2층 방에서 해야 한다. 1층은 너무 좁아 앉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2층 방에 있는 선배들의 물건들은 임시로 자신의 방으로 모두 이동시킨후 오야카타가 어디서 빌려 왔는지 금박지를 붙여 놓은 번쩍거리는 병풍까지 세워 놓은 상태다. 오야카타, 오마키상과 함께 입구로 나가 맞이할 준비를 했다.
끼이익.
자동차가 도착해 니쇼노세키(二所ノ関) 오야카타와 심판 위원 한명이 내렸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큰방이 아닌 탓으로 기자들로 인해 꽉 들어찬 상태다. 병풍앞 방석에 꿇어 앉자 니쇼노세키 오야카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반즈케 편성 회의 결과 만장일치로 오오제키로 추천된것을 전해 드립니다."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오오제키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일심불란(一心不亂)의 자세로 정진하겠습니다."
찰칵찰칵!
오야카타와, 오카미상과 함께 양손을 바닥에 댄후 머리를 숙인 자세로 대답했다. 번쩍거리는 빛과 함께 카메라 셔터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것으로 오오제키 승진 전달식은 끝이다.
전달식후 다시 큼직한 타이(鯛)를 들고는 후원회 분들과 오야카타와 오카미상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지금부터 아메미야는 오오제키(大関)다. 바쇼가 끝난후 3일후 반즈케 편성 회의에서 새롭게 쥬료로 승급하는 선수에게는 통보만 할뿐이지 이렇게 협회 이사가 직접 방문해 전달하진 않는다.
오오제키와 요코즈나로 승급하는 선수들에 한해 특별히 이런식으로 전달식이 거행된다. 쥬료로 승급하는 선수는 당일날부터 쥬료 대우는 받지 못하고 반즈케가 발표될때가지는 마쿠시타(幕下) 대우를 받는 것에 비해 오오제키와 요코즈나는 전달식이 끝난 순간부터 대우를 받는 점이 다르다. 축하 인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전화통이 불이 나고 있었다.
"오오제키 승진 축하드립니다. 다음 바쇼에서 우승한다면 요코즈나로 승급할수 있다고 심의 위원회 회장이 언급했습니다."
"옛? 요코즈나로요?"
질문하는 기자에게 반문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요코즈나(横綱)로의 승급은 산야쿠(三役)인 오오제키(大関) 세키와케(関脇), 고무스미(小結) 지위에서 세번의 바쇼 이상을 역임해야 가능하다.
또한 오오제키 지위에서 연속으로 두번을 우승하면 요코즈나가 될수 있지만 키세노사토(稀勢の里)처럼 '그에 준하는 성적'과 특별 조치로 인해 요코즈나로 승급시킬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지금까지 출전한 모든 바쇼에서 우승을 한것이 결정적인것 같았다. 또한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 키타무라(北村) 회장에게 후지산 그림을 선물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한것 같았다. 만약 그림을 선물한게 알려 진다면 뇌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것이다.
"예.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찬성할것입니다."
"음, 열심히 노력해야겠군요."
기자들의 질문에 무난하게 답하며 무사히 회견을 끝낼수 있었다. 최연소 오오제키 탄생에 일본 열도는 열광했다. 며칠동안 TV 출연과 여러 행사에 불러 다녀야 했다. 피곤한 일이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팬들 관리나 이미지 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
"의장님! 놀라지 마십시요. 놈은 조센징이었습니다."
"뭐? 조센징이라고?"
"보고서입니다."
흰머리로 가득한 금테 안경을 낀 노인이 보고서를 읽은후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완전한 조센징은 아니군."
"그렇습니다만 더러운 피가 섞여 있다는건 변함없습니다. 초원 놈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잘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놈들이 특별한 무언가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가?"
"저희들은 어떻게 할까요?"
톡톡톡.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눈을 감은채 생각에 젖어든 의장이라는 노인은 좀처럼 눈을 뜨지 않았다. 테이블 앞에 선채로 움직이지 않는 중년인도 이런 일에 익숙한듯 무표정했다.
"음, 일단 초원 놈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게. 만약 놈들이 실패한다면 움직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총리가 궁지에 몰린 상태입니다."
"아사히(朝日) 신문에 자료를 건네준 놈은 찾았나?"
"예. 놈은 자살로 위장했습니다."
재무성(財務省)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사립 학원인 모리토모(森友) 학원에서 건립할려는 소학교 건립 부지를 헐값에 매각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수상 부인이 소학교 명예 교장에 취임한 탓으로 재무성 관료들이 총리에게 과잉 충성을 보여 터무니없는 헐값에 매각하게 된것이 문제가 되었다.
매각한 경과를 정리한 공문서 내용중 일부분을 삭제하거나 완전히 제외시켜 버린 위조 공문서를 만들어 총리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공문서로 변조시켰다. 그런 공문서의 원본과 공개된 위조 공문서가 다르다는것을 아사히 신문이 특종으로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에 리크한 자는 공문서 위조에 가담한 재무성 직원이었다. 총리가 추진할려고 하는 헌법 개정이 이 공문서 위조로 인해 제동이 걸려 버렸다. 지지율이 나날이 급락하고 있는 상태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재무 장관이 책임을 질수 밖에 없겠군."
총리를 전적으로 밀어 주는 재무 장관이 사임한다면 잇몸이 없는 이빨 신세가 되 버리는 총리지만 더이상 지지율이 하락하는건 용납할수 없는 일이다.
***
오오제키로써의 여러 일정을 끝낸 그날 밤 선배들을 모두 모았다. 생각하고 있었던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선배님들! 바쇼전에 말한대로 저와 함께 특별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오야카타에게는 이미 허락을 받았습니다."
"난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했는데?"
"고바야이상도 예외는 없습니다. 이번엔 카치코시를 했더라도 다음 바쇼때도 자신할수 있습니까?"
"....."
자신이 없는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번 바쇼에서 유일하게 카치코시를 한 고바야시상이지만 모두 함께 훈련하는게 가르키는 입장이나 훈련을 받는 선배들도 서로 경쟁하게 될것이다.
"어떤 훈련을 할건데?"
"지옥 훈련입니다.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지옥 훈련의 날이 밝았다. 선배들 모두는 자신을 원망하게 될것이지만 훗날 돌이켜 보면 감사해 할것이 분명했다.
"하나, 둘! 하나, 둘!"
나루토 베야는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 몸을 풀고 10시 30분까지 훈련한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아침 4시에 기상했다. 일어나지 않는 선배들을 강제로 깨워 조깅을 하러 나갔다. 스미다 공원까지 천천히 달려 가 공원내에서 몸을 풀고 되돌아 온다.
그냥 달리기만 하는건 아니다. 선배들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자신도 똑 같이 양발목에 10kg씩의 철덩어리를 차고 팔목에는 각각 5kg씩의 철덩어리를 찬 상태로 달리기와 스리아시(すり足), 시코(四股)를 반복하며 달려 간것이다.
해가 뜨기도 전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멀지 않는 스미다 공원까지 갔다가 돌아 오면 아침 6시가 넘어 선 상태였다. 아침 훈련에서도 철덩어리는 벗지 않았다. 마보 자세를 취한채 쯧바리를 하게 했다. 좌우로 번갈아 가며 양손을 뻗어 내고 있었지만 팔목에 찬 철덩어리로 인해 모두 힘들어 했다.
- 작가의말
역도산은 북한 지역 출신으로 스모 선수로 활약하다가 프로 레슬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모가 시작됩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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