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9월 바쇼(2)
39화.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표정의 코토에코제키(琴恵光関)였다. 모든 훈련이 끝났다. 시코를 밟으며 몸을 풀고 코토에코제키(琴恵光関)가 가장 먼저 목욕을 하러 갔다. 사토상은 짱코 당번으로 주방에서 짱코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나루토류! 대체 몇번이나 밀어 낸거냐?"
"몰라."
"정말 하루 종일 훈련만 하는거냐?"
"믿기지 못하겠다면 선배들에게 물어 보면 알수 있을꺼야."
고토츠카미야(琴塚宮)는 정말로 그런지 고바야시상에게 확인하고 있었다. 고바야시상은 쓸데없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크레이지야! 하루 종일 훈련만 하는 지독한 독종이다. 부츠카리케이코를 저런식으로 하는 미친 녀석은 어느 스모 베야에서도 없을꺼다."
"그, 그렇군요."
확인을 한 고토츠카미야(琴塚宮)는 아메미야쪽을 바라 보며 굳어 있었다. 아메미야가 강한 이유가 하루 종일 훈련을 해서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하루 종일 훈련을 하는건 체력적으로 무리다.
타고난 체력을 보유한 아메미야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강해 질려면 조금씩 훈련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사도가타케 베야(佐渡ヶ嶽部屋) 스모토리들이 떠난후 뒷정리를 마치자 토라키오상 가장 먼저 방바닥에 드러 누워 끙끙거리고 있었다.
"토라키오상! 고작 그 정도로 앓는 소리를 내면 앞으로 어쩔겁니까?"
"야! 내가 너처럼 미친 놈은 아니거든."
화를 내며 노려 보는 토라키오상의 눈에는 언뜻 살기가 드러나고 있었다. 정말로 화가 난듯했다. 부츠카리케이코를 할때 코토에코제키(琴恵光関)의 눈을 노려 보았다면 심하게 당하진 않았을것이다. 거의 이지메 수준의 부츠카리케이코였다.
선배들의 말로는 싹수가 보이는 자는 미리 싹을 잘라 버리는 식으로 세키토리들이 하위의 마쿠시타 선수들을 부츠카리케이코라는 명목으로 기세를 죽여 버려 자신의 얼굴만 보면 주눅이 들게끔 심하게 굴린다는 말을 들었었다.
나루토 베야에서 가장 촉망되는 제자는 토리키오상이다. 자신은 아직 죠니단인 탓으로 그렇게 주목받진 못하고 있지만 토라키오상은 빠르게 출세를 거급해 다음 바쇼에서는 마쿠시타로 상위 지위로 올라 가게 될것이다.
다음 바쇼에서도 5승이상을 하면 아마 세키토리라고 불리우는 쥬로(十両)로 승급할지도 모른다. 쥬료로 올라 가면 코토에코제키(琴恵光関)가 쥬료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서로 시합을 하게 될것이다. 미래를 위해 미리 한번 밟아 준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제가 안마를 해 드리겠습니다."
"안마?"
"스포츠 맛사지라고 생각하면 될겁니다."
"너어, 그런것도 할줄 아냐?"
물론 모른다. 스포츠 맛사지를 배운 적도 없을 뿐더러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은 근육을 푸는 것이 마사지라면 충분히 할수 있다. 중원의 무인들이라면 모두 신체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항상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언제 어디서 문제가 발생해 습격을 받더라도 대처할수 있는 것이다. 굳은 몸으로는 움직임이 둔해져 스스로 죽고 싶지 않는 자는 자신의 몸을 소홀하지 않는다.
"조금 아플겁니다."
이곳의 스포츠 맛사지와는 달리 정식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탓으로 아플것이지만 맛사지를 끝내면 시원하게 느껴질것이다. 옷을 벗어라고 하자 토라키오상은 기겁했다.
"뭐? 마사지를 하는데 옷은 왜? 너어, 설마 그런 취미는 아니겠지?"
"선배! 전 아직 16살이에요."
빽 소리를 질렀다. 남창(男娼))이라고 착각을 해도 유분수지 자신을 남색(男色)을 파는 게이라는 말에는 살짝 화가 났다.
"맛사지를 하지 말까요?"
"미안. 할수 있다면 해 줘."
"그럼 벗으세요."
팬티 차림이 된 토라키오상의 몸을 두드렸다. 이곳의 맛사지는 어떤식으로 하는지 모른다. 중원에선 내공을 사용해 굳은 혈을 두드려 풀어 주는 식이다.
타타타탁!
"아악!"
빠르게 다리부터 손가락으로 찌르듯이 두드리기 시작하자 토라키오상은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을 피해 뒹굴었다. 고통이 심해서였다. 이래서는 맛사지는 할수 없었다.
"토라키오상! 아파도 참아야 합니다."
"으으...아메미야! 이게 안마냐? 날 죽일 생각이냐?"
버럭 화를 내는 토라키오상이었다. 지금은 저렇게 화를 내지만 맛사지가 끝나면 고마워 할것이다. 이미 맛사지를 시작한 상태다. 중도에 그만 두기에는 스스로가 납득할수 없었다. 마혈을 짚어 버려 움직이지 못하게 한후 맛사지를 계속 해도 되지만 그렇게 하면 큰일난다. 몸이 마비되었다고 난리를 칠게 분명하다.
"선배님들! 토라키오상이 움직이지 못하게끔 꽉 잡으세요."
"킥킥킥, 잡아!"
"야! 이건 이지메야!"
자리에서 일어나 도주할려는 토라키오상을 선배들 세명이 잡아 눕혀 움직이지 못하게끔 찍어 눌렀다. 토라키오상이 비명을 지르는게 재미있어 하는 선배들이었다.
"토라키오상! 맛사지가 끝나면 제게 고마워할겁니다. 아프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고통뒤에는 환희가 찾아 올것이니까요. 시작합니다."
타타타탁!
"아악!! 야! 이것 놔!"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며 잡고 있는 선배들에게 놓으라고 외쳐 대었지만 선배들은 킥킥거리며 더욱 꽉 잡고 있었다. 하체에서 상체쪽으로 고속으로 두드렸다.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선배들의 눈에는 토라키오상의 몸을 손가락으로 푹푹 찌르는 것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아아악...너희들 각오해!"
타타닥!!
"후우~!! 끝났습니다. 선배님들! 이제 놓아 주십시요."
"벌써 끝났다고? 좀 더 해도 돼."
"고바야시! 죽고 싶지?"
고바야시상이 실실 웃으며 더 하라고 하자 토라키오상이 침까지 튀겨가며 화를 내고 있었다.
"고바야시상! 더 해 봐야 소용없어요. 토라키오상! 진정하고 몸을 움직여 보세요."
선배들이 아쉬워하며 토라키오상을 놓아 주자 벌떡 상체를 일으킨 토라키오상은 고바야시상의 멱살을 잡을려고 했다.
탁!
급히 토라키오상의 팔을 쳐 냈다. 고바야시상이 장난으로 말한것을 화가 난 토라키오상이 장난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싸움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토라키오상! 지금 몸이 개운할겁니다. 몸부터 살펴 보고 화를 내세요."
자신을 힐끗 보며 고바야시상쪽으로 다시 손을 뻗는 토라키오상을 제지하며 급히 말했다. 긴가민가하는 토라키오상은 몸을 움직여 보고는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몸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수 있죠? 그래서 아프더라도 참으라고 말한겁니다."
"토라키오! 정말 아프지 않는거냐?"
"으응! 전혀 아프지 않아. 어떻게 한거냐?"
"뭘 어떻게 해요? 맛사지를 한것 뿐이잖아요."
몸을 다시 움직여 보는 토라키오상은 정말 아프지 않는지 펄쩍펄쩍 뛰어 보기까지 했다.
"아메미야! 맛사지는 언제 배운거냐?"
"배우긴 어디서 배워요? 선배들도 모두 지켜 봤잖아요. 그냥 근육을 두드린것 뿐인데요?"
"그럼 우연이란 말이야?"
"그렇다고 봐 야죠. 선배들도 한번 경험해 보겠습니까?"
다른 선배들 모두 슬금슬금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아무리 몸이 개운해 진다고 해도 토라키오상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 하는 모습을 지켜 본 탓으로 모두들 두려운것이다. 다음날 부터는 전번처럼 실전 대결 형식으로 훈련을 하며 여러 가지 가정을 상정해 이럴땐 어떻게 하는지 서로 의논해 가며 훈련했다.
이런식의 훈련은 다른 스모 베야에선 찾아 볼수 없을 것이다. 반사적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일수 있게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9월 바쇼 반즈케효(番付表)가 발표되었다. 선배들 모두 전번 바쇼에서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한 덕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찌이익.
포장지를 찢어 내고 잉크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새로운 반즈케효 한장을 집어 들었다. 예상한대로 자신은 산단메로 승급되어 있었다. 산단메(三段目) 동(東) 20마이메(枚目)의 지위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산단메의 스모토리들이 카치코시를 한 자들이 적어 그만큼 자신이 높은 지위까지 올라 갈수 있었던것 같았다.
토라키오상은 마쿠시타(幕下) 서(西) 17마이메(枚目)까지 상승해 있었다. 이번 바쇼때 우승을 하면 10마이메 이내로 올라 갈수 있는 찬스였다. 사토상은 산단메(三段目) 동(東) 13마이메(枚目), 고바야시상은 죠니단(序二段) 서(西) 21마이메(枚目), 혼마상은 죠니단(序二段) 서(西) 68마이메(枚目)였다.
자신과 사토상은 마쿠시타로 올라 갈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며 고바야시상도 잘 하면 산단메로 올라 갈수 있을 것이다. 혼마상은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 지위에 있던 우승을 목표로 도효로 올라 가야 하며 패배를 하더라도 반드시 카치코시를 해야 하위로 떨어지지 않고 현상 유지나 위로 올라 갈수 있다. 등하락은 상대적이다.
자신이 아무리 카치코시를 하더라도 다른 상위 지위에 있는 자들이 모두 카치코시를 해 버리면 현상 유지다. 동서(東西)로 나누어진 상태의 지위는 두명이 똑같은 지위는 있을수 없다.
상위 지위에 있는 자들이 모두 마케코시(負け越し)를 해 버린다면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한 자가 그들 위쪽 지위로 올라가 버리는게 스모 반즈케(番付)다. 모두들 반즈케를 보고는 9월 바쇼가 성큼 코앞으로 다가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반즈케효를 봉투에 넣는 작업은 점점 힘들어 지고 있었다. 그동안 후원자들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후원자들로 인해 많은 지원을 받을수 있어 예전과는 달리 오카미상의 얼굴도 요즈음은 한결 풀려 있는 상태다.
***
"토라키오상! 반드시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해야 합니다."
"그게 맘대로 되냐?"
"약한 소리하지 마십시요. 반드시 이긴다고 기합을 팍팍 넣으세요. 상대방을 죽일 듯이 노려 보며 생사결(生死決)에 임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해 지면 죽는 다는 심정으로 시합에 임하란 말입니다."
9월 바쇼가 시작되어 토라키오상은 상위 지위의 마쿠시타 선수들과 시합에서 연달아 3연패를 했다. 이런 연패는 처음이라고 했다. 고민하고 있는 듯한 토라키오상에게 기합을 넣어 주었다. 다른 선배들은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아직 많은 시합이 남아 있었다. 토라키오상은 이제 한번만 패한다면 마케코시(負け越し) 확정이다.
"넌 어떻게 매번 이길수 있는거냐?"
아메미야는 마에즈모(前相撲) 2전 2승의 성적으로 데뷔후 아직 한번도 패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록 마에즈모는 성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패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듯했다.
"전 항상 생사결을 한다는 생각으로 도효위로 올라 갑니다. 생사결에 패한다면 죽는 것이죠. 토라키오상도 죽고 싶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먼저 죽여야 합니다. 그런 정신으로 시합을 하면 이길수 있습니다."
"......"
굳게 다문 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듯했다. 연패를 하면 자연적으로 자책감에 물들어 남은 시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쓸데없이 이상한 생각까지 하게 될것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는지 아니면 상위 지위의 상대로는 자신의 힘이 먹히지 않는다는등 갖은 잡생각에 빠져 들어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무너져 한동안 방황하게 될것이다.
질때 지더라도 슬럼프에 빠지지 않게끔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다음날 토라키오상은 승리했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최종 성적은 겨우 4승 3패로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할수 있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오야카타와 선배들 모두가 축하해 주었다. 이번에도 전승으로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죠노쿠치(序ノ口) 데뷔부터 21연승이었다. 우승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도 나왔었다.
"죠노구치부터의 연승 기록은 27연승이었습니다. 다음 바쇼때 7전 전승을 한다면 신기록을 세울수 있게 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만 답해 주었었다. 다음 바쇼땐 마쿠시타(幕下)로 승급하게 된다. 쥬료(十両)까지는 마쿠시타(幕下)에서 두번을 우승하거나 아니면 우승에 준하는 성적을 내야 쥬료로 승급할수 있을 것이다.
산단메 선수들과는 달리 마쿠시타 선수들은 몸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자들이다. 대부분 몸집이 큰자들로 쥬료 지위에서 마쿠시타로 강등된 자들이 마쿠시타 상위 지위에 우글거린다. 그탓으로 토라키오상이 고전한것이다. 그들을 상대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야 한다. 내공의 힘을 빌릴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쿠시타는 60마이메(枚目)까지 존재한다. 마쿠우치(幕内)는 기본 42명이지만 요코즈나(横綱)와 산야쿠(三役)인 오오제키(大関), 세키와케(関脇), 고무스미(小結)의 인원수에 따라 불어 날수도 있으며 쥬료(十両)는 14마이메(枚目)까지 28명, 마쿠시타(幕下)는 60마이메(枚目)까지 120명, 산단메(三段目)는 100마이메(枚目)까지 200명, 죠니단(序二段)은 130마이메(枚目)까지 260명, 죠노쿠치(序ノ口)는 신입 제자수의 따라 변동이 많기 때문에 없는 정원이 없는 것이나 마찮가지다.
계속 카치코시(勝ち越し)를 하면 승급하고 마케코시(負け越し)를 하면 강등되는 요코즈나(横綱)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적인 지위 세계다. 센슈라쿠 파티는 성대했다. 토라키오상은 4승 3패, 사토상은 5승 2패, 고바야시상은 5승 2패. 혼마상은 3승 4패, 아메미야는 7전 전승으로 우승했다는 성적을 오야카타가 발표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혼마상외에는 모두 카치코시를 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실제로 스모 선수들중에는 데뷔부터 연승으로 빠르게 세키토리라고 하는 쥬료로 승급하는 선수들도 몇몇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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