텟펜(TEPPEN)

112화. 습격

112화.

낮은 자세에서 그대로 점프했다. 생각같아선 볼을 완전히 잡아 채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높이 뛰어 오르게 된다. 겨우 손가락에 닿았다는 식으로 손가락으로 툭 쳐 내며 바닥으로 착지하며 일부러 비틀거렸다.

"우와아아~!! 우(Woo)!! 우!우!우!"

홈 팬들이 열광했다. 볼은 아드리안이 잡고 이쪽으로 달려 오던 다른 선수에게 패스했다. 리버풀의 23번 선수는 믿기지 못하는지 멍한채로 굳어져 있었다. 전반전은 양팀 모두 득점없이 끝났다. 후반전도 압도적으로 체스터가 밀렸지만 그렇다고 득점은 허락하진 않았다.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역시 득점은 없었다. 승부 차기로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선축은 리버풀이다.

펑!

텅!

27번 선수가 왼쪽 골대 아래쪽으로 찬 볼을 점프해 오른손으로 쳐 냈다. 승부 차기까지 온 이상 체스터 필드의 승리를 누구라도 예상할것이다. 지금까지 승부 차기에선 단 한골도 내주지 않은 강우다. 체스터의 첫 키커는 항상 크리스티안이다.

펑!

출렁!

골키퍼가 점프한 방향과는 정반대인 오른쪽 골문으로 쏙 들어간 볼이다. 0-1로 체스터가 한발 앞서 갔다.

펑!

덥석.

리버풀의 11번 선수는 정면으로 볼을 찼다. 한발도 움직이지도 않은채 쉽게 잡아 낼수 있었다. 다른 골키퍼들은 보통 좌우 어느 한쪽을 예상하고 키커가 볼을 차는 것과 동시에 점프하지만 강우는 볼의 방향을 보고 점프한다. 다른 골키퍼와 똑 같은 취급을 해서는 않되는 것이다.

"우와아아!!!! 체스터! 체스터!"

리버풀의 세번째 키커가 찬 볼도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체스터는 세번째 키커가 골인시키면 승리가 확정된다.

펑!

"아아~!!"

세번째 키커로 나선 카리에가 찬 볼은 오른쪽 골대를 살짝 벗어나 버렸다. 골키퍼는 정반대로 점프했지만 아쉬웠다. 하지만 네번째 키커인 리버풀 6번 선수의 찬 볼을 왼쪽으로 점프해 툭 쳐 냈다.

"와아아!! 우(Woo)! 우! 우! 우!"

0-2! 이것으로 체스터 필드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리버풀의 키커는 한명만 남은 상태다. 홈 관중들은 열광했다. 승부 차기의 불패 신화는 계속되었다. 최종적으로 승부 차기끝에 0-4로 리버풀전을 승리했다. FA 컵 준결승은 4월 말이다. 오늘밤에 대전 상대 추첨이 이루어 진다.

"어떻게 그럴수 있는거냐?"

"감이라고 할까요?"

리버풀의 골키퍼와 악수를 할때의 질문이었다. 강우의 대답에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음 시합에도 이기라고 기원해 주었다. 정규 리그는 순조롭게 승리를 이어갔다. 4부 리그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강우는 FA 컵보다는 정규 리그가 더 좋았다. 전반전엔 미드 필드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41라운드 뉴포트 카운티 AFC(Newport County Association Football Club)와의 시합에서 전반에만 2점을 내 주어 힘겨운 시합이었지만 후반에도 미드 필드로 계속 출전해 무승부까지 가는 끈질긴 근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4월 21일 월요일. 어제 정규 리그 44라운드가 끝나 이제 두시합밖에 남겨 두지 않은 상태다. 이번주 수요일엔 FA 컵 준결승전이 벌어진다.

"훅훅훅!!"

이른 아침부터 연습 그라운드까지 뛰어가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 늘 하는 일상 생활의 일부였다. 오후에 동료들과 함께 가볍게 몸을 푸는 식으로 전체 연습을 끝낸후 저녁 무렵 다시 호숫가로 뛰어 갔다.

'응?'

뭔가 이상했다. 천천히 도로옆 보도 블럭위를 뛰어 가고 있을때였다. 뒷통수가 간질거리는게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자리에 선채 기감으로 살펴 보며 기지개를 켜는 식으로 주변을 빙 둘러 보았다.

도로 양옆으로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과 달리 한대의 자동차가 천천히 도로위를 전진하고 있었다. 앞좌석에 두명, 뒷좌석에 두명씩 총 네명이 타고 있었다. 그 자동차가 수상했다. 다른쪽에는 집안에서는 인기척이 감지되었지만 밖에서는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다닥.

조금 빠르게 달려 갔다. 그러자 뒤에서 천천히 따라 오던 자동차가 속도를 올렸다. 역시 자신을 미행하는게 틀림없었다. 앞좌석에 타고 있는 두명은 흑인은 아니지만 피부색이 까무잡잡한게 중남미 계열의 남자들같았다. 왜 자신을 미행하는지는 모르지만 전번에 습격할려던 갱 조직인 베캄 보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의 경고로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던 베캄 보이스였다.

호수가 있는 도로쪽으로 달려 갔다. 이곳으로는 자동차가 들어 올수 없었다. 속도를 줄여 계속 따라 오는지 감시했다. 자동차에서 내린 한명이 천천히 달려 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뒤쪽까지 바짝 접근하진 않았다. 연습 그라운드에 도착해 평소처럼 몸을 움직였다. 따라 온 놈은 연습 그라운드 옆 도로를 달려 반대편 호숫가 도로를 따라 빠져 나갔다. 미행당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리가 없었다.

네명중 한명만이 내려 따라 온것이 더욱 수상했다.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파악할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두워지기까지 기다렸다. 반대편 호숫가 도로변을 달리고 있을때 앞쪽에서 한명이 천천히 달려 오고 있었다. 오른쪽 숲속에는 이미 3명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속도를 줄였다. 앞쪽에서 달려 오던 놈은 자신앞 2m 지점에 멈춘후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우(Woo) 선수! 사인 한장 부탁해도 되나?"

"숨어 있는 놈들 모두 나오라고 해."

실실 쪼개며 사인 운운하는 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숲에서 부스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명이 뛰쳐 나와 한명은 앞으로 두명은 뒤를 막아 선채였다. 결코 좋은 일은 찾아 온 자들은 아니다.

"뭐지?"

"한가지 부탁만 들어 준다면 조용히 물러 나겠다."

"말해 봐."

"이번주 수요일 시합에서 져라. 넌 골키퍼니까 실수로 골을 내준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꺼다."

FA 컵 준결승 시합에서 일부러 져 주라는 말이다. 이들의 행동으로 볼때 다른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찾아 온것 같았다. 이놈들이 베캄 보이스에 소속된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승부 조작을 할려는 의도였다. 만약 승부 조작이 드러난다면 축구계에선 영구 추방이 될것이다. 절대로 들어 줄수 없었다.

스마트 폰을 꺼내 놈들을 촬영했다. 기겁한 놈들은 즉시 달려 들었다. 얼굴이 드러나면 곤란한 놈들같았다. 앞쪽의 두명이 동시에 달려 들어 팔을 뻗었다. 한놈은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 왼손을 향해, 다른 한놈은 오른팔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타닥!

퍽!

"컥!"

왼손쪽으로 뻗어 오는 손을 오른손으로 가볍게 뿌리치며 왼쪽으로 스윽 비스듬하게 한발 접근해 오른 무릎으로 복부를 찍자 허리가 절로 굽혀 지는 놈의 왼팔을 잡아 당겼다.

"아앗!"

뒤쪽의 두명도 급히 달려 들고 있었다. 동료 한놈이 그들 앞으로 불쑥 쓰러질듯 접근하자 뒤엉켜 버린 놈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쓰러 졌다. 앞쪽 오른쪽에 있던 놈이 즉시 왼주먹을 휘둘러 왔다.

탁!

퍽!

"컥!"

뻗어 오는 왼주먹을 위쪽으로 올려 친 오른손으로 놈의 가슴을 때렸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처럼 강하게 때리진 않았다. 혹시라도 죽어 버린다면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게 될것이다. 놈이 가슴을 부여 잡고 바닥으로 무너 지는 것과 동시에 빙글 뒤로 돌았다.

"Fuck You!!"

뒤쪽의 두놈이 자리에서 일어나 욕설을 내 뱉으며 달려 들었다. 다행이 무기는 들지 않은채였다. 양쪽에서 무작정 주먹을 휘둘러 오고 있었다.

탁!

퍽!

"큭!"

뻗어 오는 주먹이 조금 빠른 오른쪽 놈의 주먹을 오른쪽 방향에서 툭 치자 왼쪽 놈의 뻗어 오는 주먹에 놈의 손이 부딪혔다. 발을 뻗어 놈의 복부에 박아 주며 왼쪽에 있는 놈을 노려 보았다.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놈이 다시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 들었다. 뻗어 오는 주먹을 향해 손을 뻗어 금나수의 수법으로 손목을 잡고 살짝 끌어 당기며 놈의 목을 툭 쳤다.

"켁!"

숨이 막히는지 컥컥거리며 목을 부여 잡으며 바닥으로 무너지는 놈이었다. 네명이 바닥에 쓰러진채 고통에 겨워했다.

"너희들은 누군데 날 공격하는 거냐?"

"...으으..."

고문을 한다면 배후가 누군지 알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문을 한후가 문제였다. 놈들을 조용히 묻어 버린다고 해도 이놈들 조직에서 자신을 의심할것이 분명했다. 어쩔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렇게 된겁니다."

"당장 가마. 기다려."

경찰에 신고한후 코넬리 코치에게도 연락했다. 영국에서는 어떤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는지 모른다. 동양인인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으으..."

비틀거리며 한놈이 일어 날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한것을 들은 것이다. 다른 놈들도 일어 날려고 했지만 다리가 풀렸는지 좀처럼 일어 나지 못한채 주저 앉기를 반복했다.

"그냥 앉아 있어!"

퍽!

"컥!"

괜히 매만 버는 놈이었다. 일어 날려는 놈의 목을 가볍게 찼다. 이번에는 한놈도 죽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삐뽀삐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오며 여러개의 불빛이 흔들리며 이쪽으로 달려 오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후 노란색 점프를 걸친 경찰들이 도착했다.

"어떻게 된것입니까?"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네명을 둘러 보며 질문을 했다.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때였다. 달려 온 두명의 경찰중 한명이 자신을 알아 본것이다.

"어? 우(Woo) 선수? 우 선수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오오! 반갑습니다. 팬입니다."

악수를 청하는 경찰의 손을 잡아 주었다. 처음 질문을 던진 경찰도 깜짝 놀란듯 자신쪽으로 손전등을 비추고는 입을 쩍 벌렸다.

"일단 저 놈들을 체포하십시요."

"어떻게 된것인지 설명을 해 주십시요."

"호숫가 주변을 조깅하고 있을때 이들이 앞을 막아 섰습니다. 이번주 수요일에 열리는 FA 컵에서 일부러 져라고 협박을 당했습니다.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달려 들었습니다. 다음은 이걸 보십시요."

스마트 폰으로 녹화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영상을 본 경찰은 다시 한번 입을 쩍 벌릴수 밖에 없었다. 한손만으로 툭툭 치며 때려 눕힌 것이다. 경찰이 무전으로 응원을 요청하고 있을때 코넬리 코치가 도착했다.

"어떻게 된거냐?"

"그게 말이죠..."

경찰에 설명한대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코넬리 코치는 당장 클럽에 연락해 변호사를 부른다고 했다. 다른 경찰들 둘이 도착해 놈들을 모두 끌고 갔다. 고통이 심한지 끙끙거리며 반항할 힘도 없어 보이는 놈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진 상태다.

"경찰서에는 올 필요없습니다. 저희쪽에서 조서를 작성하러 찾아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큰사건으로 번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 지역 신문에 대서 특필되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는 체스터 필드 FC의 핵심 선수인 우(Woo) 선수를 습격해 승부 조작을 할려는 일당들이 체포되었다는 내용으로 범인을 잡은 자는 우(Woo) 선수 본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서는 클럽에서 준비해 준 변호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작성되었다. 놈들은 쇼어 포스(Shower Posse)라는 자메이카인 들로 구성된 갱단이라고 했다. 전번에는 베캄 보이스라는 조직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이번에는 쇼어 포스라는 조직이었다.

이번에도 스틸러라는 도박 회사에서 의뢰한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신할순 없었다. 직접 고문하지 못한게 아쉬웠다. 갱단 놈들이 보복을 할지 모른다며 경찰에서 코넬리 코치 집앞에 경찰차를 대기시켜 놓고 보호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된것입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없어요."

길길이 날뛰던 길버트가 조금 진정된것 같았다. 에이전트인 길버트에게 습격 사건을 말했다. 그러자 체스터 필드 클럽에서는 뭘 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었다. 다음날 아침 조깅을 하러 나갔다. 경찰차가 천천히 따라 오고 있는 중이다.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는 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일이다.

기감을 멀리까지 시전하며 천천히 달리고 있을때였다. 경찰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따라 오고 있는 다른 자동차가 수상했다. 호숫가 쪽에 도착해 안으로 뛰어 가자 경찰 두명도 같이 따라 오고 있었다. 연습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을때 경찰과 젊은 청년 둘이 티격대고 있었다. 그 둘은 경찰뒤를 따라 왔던 것이다. 귀를 쫑긋거렸다.

"뭐? 너희들이 보호한다고?"

"그래. 체스터의 영웅은 우리들이 지키기로 했어."

"그게 말이 되냐? 너희들이 습격한 놈들과 한패거리가 아냐?"

"생사람 잡지마. 우린 열렬한 체스터 팬이란 말이야."

무슨 일을 하는 자들인지는 모르지만 경찰과 잘 아는 사이 같았다. 그들에게로 천천히 걸어 갔다. 누군지 궁금해서였다.

"누구시죠?"

"우(Woo) 선수! 맘 놓고 운동해도 됩니다. 저희들이 철저히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

"이들은 더비셔에 있는 비트 클럽이라는 갱들이야."

경찰이 대신 정체를 말해 주었다. 갱단이 왜 보호한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할뿐이었지만 팬이라고 들었다. 갱들과 친해지면 큰일난다. 구설수에 오르낙 내릴게 뻔했다.

"집 근처에는..."

"걱정마십시요. 멀리서 지킬테니까요."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OLDBOY]

잘 봤습니다.

[개미나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