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들끓는 일본(1)
81화.
휘릭!
노게야마 공원으로 올라 가는 비탈길 아래쪽에 있는 도서관 옆 작은 숲에 문제없이 도착했다. 전번에 묻어 놓은 장소를 찾아 나뭇잎을 치웠다. 며칠전에도 비가 온 탓으로 안쪽은 젖어 있었지만 저격총은 그대로였다. 어떻게 분해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이것과 똑같은 총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총기를 발견해 분해하는 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 몇번이나 보았었다.
철컥!
안에 들어 있는 총알부터 빼내고 분해를 시작했다. 몇달동안이나 방치한 탓으로 분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방치는 핑계였다. 아무리 유튜브 영상으로 분해법을 배웠다고 해도 완전히 똑같은 총기가 아닌 탓으로 시간이 걸린 것이다. 배낭안에 들어 갈 정도로 분해된 총기를 닦은후 배낭에 넣고 이동했다.
노게야마 공원 입구쪽인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항구가 나온다. 구글 맵으로 조사해 둔 상태다. 그렇게 먼거리도 아니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곳을 골라 지붕위를 날다람쥐처럼 빠르게 경공으로 이동했다.
야마시타(山下) 공원옆 다이산바시(大桟橋) 부두에는 크루즈선들이 정박해 있다. 현재 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었다. 지금도 부두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에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찾아 가기로 했다. 다행이었다. 헛수고는 아니었다. 한척의 크루즈선에 불이 켜져 있었다. 청소를 하는지 40대로 보이는 중년인이 갑판위를 마대로 닦고 있었다. 기감을 펼쳐 보았지만 중년인 한명 뿐이었다.
훌쩍!
갑자기 크루즈선으로 뛰어 들자 깜짝 놀란 중년인이 놀라 소리칠려고 했지만 빠르게 접근해 아혈을 찍어 버리고는 어깨 동무를 하고 바닥에 앉히며 아혈을 풀어 주었다.
"말만 잘 들으면 아무런 일도 없을꺼야."
"으윽!"
중년인은 당황한채 잘게 떨었다. 아혈을 풀어 주는 것과 동시에 어깨를 힘주어 잡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경고였다.
"타마가와(多摩川)로 가자."
"누, 누구십니까?"
"알면 죽을텐데? 그래도 알고 싶다면 말해 줄께."
"아, 아닙니다."
중년인은 고분고분하게 지시하는대로 따랐다. 어깨를 잡은 손에 다시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부아앙.
밤바다에 크루즈선이 질주했다. 타마가와(多摩川)까지는 금방이었다. 바다와 이어져 있는 타마가와(多摩川) 하구쪽에 도착했다.
"저곳에 가까이 대라. 내가 내리면 넌 가도 돼. 대신 난 널 본적도 없고 너도 날 본적도 없다. 누구에게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게 좋을꺼다."
카와사키(川崎)쪽 강변에 크루즈선을 대고는 훌쩍 뛰어 내렸다. 중년인은 즉시 크루선을 몰고 바다쪽으로 이동해 사라졌다. 강변에 뛰어 내린 아메미야는 즉시 크루선상에서 봐 두었던 건물을 향해 이동했다.
4층의 큰 건물 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도착해 배낭속에 분해되어 있는 저격총을 조립하고 바닥에 드러 누웠다. 이 건물은 어떤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불빛 한점 없었다. 주변의 몇몇 건물에도 불빛은 없었으며 드문드문 있는 주택에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곳 옥상에서는 타마가와(多摩川) 건너쪽에 위치하는 하네다(羽田) 공항이 한눈에 들어 오는 곳이다. 하네다(羽田)은 동경 남쪽 끝부분에 위치한다. 동경도(東京都)와 카나가와현(神奈川県) 경계를 나누는 타마가와(多摩川) 하구쪽에 위치하는 공항이다. 공항 반대쪽인 카나가와현(神奈川県) 카와사키(川崎)인 이곳 건물 옥상에서 이륙하거나 착륙하는 비행기를 저격할 생각이다.
생각같아선 총리 관저에 한방 먹여 주고 싶었지만 지금쯤 도로 곳곳에 검문하고 있을 것이다. 바다쪽에서 활주로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거대한 비행기에 총알 한두발쯤은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착륙하는 비행기는 가솔린도 이미 소모한 상태다. 총은 처음이다. 어떻게 발사하는지는 유튜브를 보고 배웠다. 망원 조준경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를 노렸다.
퉁!
묵직한 충격이 어깨에 전해져 왔다. 처음 쏘아 보는 총인 탓으로 비행기에 맞았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퉁퉁퉁!!!
비행기 앞쪽 조종석인 유리창을 향해 연달에 세발을 쏘았다. 비행기에 맞은것 같았지만 비행기는 문제없이 미끄러지듯 활주로를 앞으로 나아 가고 있었다.
퉁퉁퉁퉁!!!
탄창이라고 하는 곳이 모조리 비워 질때까지 쏜후 총신을 잡고는 타마가와(多摩川)를 향해 힘껏 던졌다. 더이상 이 저격총은 사용할수 없다. 타마가와에서 작은 물보라가 튀어 오르는 것을 확인한후 건물 벽을 타고 내려와 강변 도로를 따라 카와사키 역으로 이동했다. 강변 도로는 어두컴컴했다.
***
일본은 충격에 휩싸였다. 테러가 발생한것이다. 동경의 현관문이랄수 있는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에 테러가 자행된것이다. ANA(일본 항공) 비행기를 노린 테러로 인해 어제밤 뉴스 속보를 시작으로 아침부터 테러 뉴스로 도배가 되었다. 전문가들이 TV에 등장해 제각기 분석하며 범행 동기와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하고 있었다.
전문가 중에는 무차별 테러로 이어질수 있다고 경고하는 자도 있었다. 일부러 저격총을 사용했다. 테러는 암기만으로도 충분히 할수 있다. 저격총을 사용한건 일종의 경고였다. 총알을 검사해 보면 어떤 총기를 사용한것인지 특정할수 있을 것이다. 분실한 저격총에서 발사된것이라고 확인하면 더욱 더 패닉에 빠질것이다.
비록 매스컴에는 알려지지 않겠지만 총리는 물론 정부 주요 인물들은 공포에 떨것이 분명했다. 저격총은 한두개를 분실한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저격 사건이 벌어 질지 모르는 상태다.
PK3 과장 놈을 계속 숨길것이 틀림없겠지만 테러가 두세번 더 발생하면 PK3 과장놈을 어떤식으로든 내 놓을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PK3를 운영하고 있다고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총리가 테러 단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총리가 인정하면 일본은 테러 단체를 운영하는 국가가 되어 버린다. 절대로 인정할수 없는 일이다.
***
꽝!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단 말이냐?"
테이블을 거칠게 내려 친 코우무라(高村) 총리는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얼굴까지 붉어진 상태였다.
"과장을 협박한 놈 짓이 틀림없습니다."
"놈의 행방은?"
"...짐작조차 할수 없습니다. 노게야마 공원이나 우에노 공원 주변 감시 카메라를 모두 회수해 분석하고 있지만 워낙 방대한 양인 탓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분석을 끝내고 확인하는 작업까지 생각하면 기약없습니다."
총리에게 보고하는 요시하라(吉原) 관방 장관의 얼굴은 굳은채였다.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상태다. 현재는 비상이 걸린 상태로 24시간 교대로 요원들이 감시 카메라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분실된 저격총은 총 네정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곤란하군. 곤란해...어떻게든 회수하게. 이번 테러를 핑계로 검문 검색을 더욱 강화하게."
***
타나카 야스히로(田中康弘)는 아침 식사를 하며 TV에서 흘러 나오는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다. 어제밤 처음 보는 남자의 위협으로 크루즈선을 운전해 타마가와(多摩川) 강변에 내려 주었었다. 하네다 공항 비행기에 테러가 자행되었다는 뉴스에 그 자가 수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느쪽에서 저격을 한것인지 뉴스에 흘러 나오는 분석 내용을 보며 그 자가 저격한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 자가 내린 가까운 건물 옥상에서 저격한게 아느냐는 분석 내용이었다. 그 자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부르르.
그 자가 처음 크루즈선에 훌쩍 뛰어 내렸을때를 생각하면 절로 몸이 떨려왔다. '누구냐?'고 외칠려고 했지만 목 뒷부분이 뜨끔하는 것과 동시에 말이 나오지 않았었다. 또한 어깨를 잡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뼈가 부러질 정도였다. 그 자에 관해 경찰에 알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테러를 생각하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만 혹시나 그 자가 찾아 오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끔찍한 일을 당할것이다.
'묻혀 두자.'
***
아침 8시! 속보가 터져 나왔다. 총리가 긴급 회견을 한것이다. 비행기 테러를 자행한 범인은 PK3라는 조직이라고 발표해 버린것이다. 총리 놈이 역이용했다. 어차피 테러 조직이라고 발표한 이상 PK3탓으로 돌려 버린 것이다. 뉴스 속보를 보면서 총리 놈에게 직접 위해를 가해야 할것 같았다. 테러 분자를 찾기 위해 검문 검색을 강화한다며 협조해 달라고 했다.
한동안 잠잠해 질때까지 조용히 있을 생각이다. 영어 회화 학원에 가는 길 역 앞에는 경찰들이 쫘악 깔렸다. 큼직한 배낭을 메고 있는 자들은 어김없이 검문을 하며 배낭안을 조사하고 있었다. 테러 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다. 아직도 범인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는 보도가 가끔씩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제 슬슬 움직여 볼 생각이다.
"잘 놀다 오너라."
"예."
일요일 아침 아오마츠엔 애들을 데리고 우에노 공원 동물원으로 향했다. 모두들 작은 배낭을 한개씩 짊어 메고 전철을 타고 갈 생각이다. 자신이 짊어진 배낭에는 원장 선생님이 준비한 점심 도시락이 들어 있는 상태다. 오랜만에 동물원으로 가는 탓인지 애들은 모두 들뜬 상태였다.
고등 학교 3학년인 아오이(葵)만 뚱한 표정이었다. 동물원에 갈 시간이면 공부를 한다고 우겼지만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이다. 공부를 하더라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설득해 아오마츠엔에 살고 있는 애들은 모두 함께였다. 전철을 타기 위해 근처 역으로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역안으로 들어 갈려고 했을때였다.
"경찰입니다.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옛?"
"배낭안을 보여 주십시요."
테러로 인해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문 검색을 하고 있었다. 애들과는 달리 자신이 메고 있는 배낭이 가장 큰탓으로 경찰이 검문을 한것이다. 배낭안을 보여 주었다. 경찰은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듯했다. 얼굴을 안다면 곧바로 나루토류라고 알아 보았을것이다.
"감사합니다."
배낭안을 살펴 봐도 점심 도시락과 마호빙(魔法瓶.보온병), 휴지, 수건밖에 없었다. 애들이 짊어진 배낭에도 마호빙과 과자 종류가 들어 있다. 도시락은 모두 자신의 배낭안에 들어 있었다. 문제없이 검문은 통과했다. 아메미야는 실험해 봤다. 애들을 데리고 움직이면 과연 검문을 할지 하지 않을지였다.
이래서는 저격총을 분해해 가지고 올순 없었다.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할수 있다. 만약 지금 검문하지 않았다면 우에노 공원으로 애들과 함께 이동해 애들이 놀고 있는 사이에 숨겨 놓은 저격총을 찾아 분해해 배낭에 넣었을것이다. 아직도 검문이 철저하게 이루어 진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저격총은 테러를 할려는 당일날 찾아 갈수 밖에 없었다.
"신야! 빨리 와."
우에노 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애들이 동물원쪽으로 빨리 가고 싶어 했다. 공원안에는 경찰들이 간간히 돌아 다니고 있었다. 전국의 경찰이 동경으로 몰려 온듯 어딜 가더라도 경찰 투성이였다.
우에노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물은 팬더다. 일요일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팬더 우리로 몰려 들어 긴줄을 서야 했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경하고 점심때는 도시락을 먹고는 아이스 크림도 한개씩 먹었다. 처음으로 애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부모가 있는 애들이라면 언제든지 어디론지 놀러 갈수 있겠지만 양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애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단체로 이동한다. 부모들과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바라 보면 애들은 부러운 눈치로 바라 보곤 한다.
"모두 잘 놀았지?"
"응!"
"그럼 돌아 가자."
애들은 오랜만에 놀러 간탓으로 그날 밤은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애들이 잠들자 침대에서 내려온 아메미야는 조용히 방을 빠져 나갔다. 변장한 모습으로 신쥬쿠(新宿)로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신쥬쿠역에도 경찰들이 깔려 있었으며 배낭을 짊어진 자는 어김없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늦은 밤이지만 신쥬쿠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동경 도청쪽으로 이동한 아메미야는 도청 옆 도로변에 있는 하야트 리전시 동경 호텔 벽을 빠르게 타고 올라 갔다.
인접한 제일 생명 빌딩과 마주 보는 벽이다. 호텔 뒤쪽은 신쥬쿠 중앙 공원으로 어두운 탓으로 벽을 타고 올라 가도 모를것이다. 옥상에 도착해 주머니 안에서 한줌의 구슬을 꺼냈다. 파친코 가게에서 사용하는 은색의 작은 둥근 구슬이다.
피윳!!
도로 건너편 동경 도청 유리창을 향해 구슬을 날렸다. 암기로 구슬을 사용했다. 콩알만한 쇠구슬은 암기로는 적당했다. 유리창을 꿰뚫었지만 구멍만 뚫렸을뿐 깨어지진 않았다. 이걸 노린 것이다. 유리창이 깨져 아래쪽으로 비산한다면 즉시 경찰이 달려 올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구멍만 뚫어 놓으면 다음날 아침 출근한 공무원들이 기겁할것이 틀림없었다.
주머니에 넣어 온 쇠구슬은 50개 정도다. 50개라고 해도 크기가 작아 한줌도 되지 않는다. 내일 아침이 기대되었다. 동경 도청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속보는 오전 10시경에 발표되었다. 동경의 중심이랄수 있는 도청 건물 테러 사건으로 동경은 전율에 빠져 들었다.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자행된 테러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정부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자아, 이제 어떻게 나올꺼냐?"
- 작가의말
우에노 공원 동물원엔 팬더 두마리가 있습니다만(새끼를 낳아 이제 세마리) 중국에서 빌려 온 팬더로 연간 1억엔(약10억원)을 중국에 지불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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