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EFL 컵 결승전
110화.
다음날 아침에는 조깅하러 나가지 않았다. 혹시나 놈들이 숨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우의 판단은 적중했다. 해가 뜨기 직전에 베캄 보이스 갱단들은 호숫가 주변을 포위한채 강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헛물만 켜야 했다.
***
"와아아아~!!!"
2월 25일 EFL 컵 결승전이 맨체스터 시티 FC(Manchester City Football Club) 홈 그라운드인 에티하드(Etihad) 스타디움에서 시작되었다. 6만 2천명을 수용할수 있는 스타디움은 발디딜 틈도 없이 만원 관중으로 꽉 찬 상태였다. 체스터 필드 FC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한쪽 구석에 조금 자리하고 있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 그라운드의 감촉을 만끽하며 연습을 할때였다.
"우(Woo)~!! 부탁한다~!!"
자신을 부르는 큰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브랜든 일행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이곳까지 응원하러 온 열정적인 체스터 필드 팬이다. 고마운 브랜든 일행쪽으로 걸어 갔다.
"우(Woo)! 이길수 있지?"
"변수가 없는한 이길수 있을 겁니다."
브랜든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자 근처의 맨체스터 시티 팬들도 몰려 들었다. 선수가 직접 팬들쪽으로 이동해 대화를 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시합전인 관계로 선수들은 긴장감에 물든 상태다. 또한 상대편 팬들중에 과격한 팬은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선수는 팬들과는 접촉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시티 놈들을 납짝하게 눌러 줘."
"노력하죠."
브랜든은 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모두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큰소리로 마치 모두 잘 들으라는 식으로 으쓱대고 있었다. 저러다가 몰매를 맞는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때였다.
"우(Woo)! 유니폼 줄수 있어요?"
"응? 유니폼?"
맨체스터 시티 홈 유니폼인 하늘색 상의를 입은 작은 꼬마 아이가 유니폼을 달라고 부탁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 보는 아이는 꽤 귀여웠다. 아버지로 보이는 자가 아이 뒤쪽에서 멋쩍어했다.
"넌 시티 팬이어서 못 줘."
"히이잉..."
실망스러운 표정의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표정을 뒤로 한채 로커룸으로 향했다. 로커룸에서 유니폼을 꺼내 사인을 한뒤 둘둘 말아 손에 쥐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브랜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유니폼을 달라고 부탁했던 아이를 찾았다.
"받아라."
"와! 고마워요."
주변의 맨체스터 팬들이 부러워했다. 비록 팀은 다르지만 선수에게서 직접 유니폼 선물을 받는 일은 큰행운이 틀림없었다.
"이름이 뭐니?"
"케인요."
"케인! 체스터 필드도 조금은 응원해라."
"알겠어요."
시합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던 탓으로 코치에게 한소리 들을수 밖에 없었다. 개인 행동을 한탓이었다. 체스터의 주전 멤버들은 푹 쉰 덕에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지만 결승전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에 몸이 굳어 보였다.
더구나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맨시티가 결승전 상대다. 전반에는 패스 미스가 많았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입은 맨체스터 시티의 일방적인 공격을 잘 막아 내 0-0 득점없이 전반전을 끝낼수 있었다.
"헉헉헉!"
평소보다 많이 지쳐 보이는 동료들이다. 슈팅이라고는 상대팀의 8개에 비해 고작 한개뿐이었다. 그만큼 압도 당한 전반전이었다.
"후반 30분엔 쓰리 톱으로 전환한다. 그때까지 수비에 집중해. 마지막 한시합이다. 이 시합만 이기면 UEFA 유로파 리그에 출전할수 있다는걸 명심해. 4부의 반란이 현실이 되게끔 이를 악물어!"
잭 감독이 모두에게 전술 설명을 하며 마지막으로 용기를 불어 넣었다. 4부 리그에 속한 체스터 필드가 결승전까지 올라 올 줄은 누구도 예상치도 못햇을것이다. 때문에 연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4부의 반란!'이나 '다윗과 골리앗의 격돌!'등 수많은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과연 다윗인 체스터 필드가 골리앗인 맨체스터 시티를 무너 뜨릴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결승전이다.
"우(Woo)!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그라운드로 나가자 함성이 쏟아졌다. 이윽고 후반전이 시작된다. 골대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브랜든이 큰소리로 외쳤다.
"우(Woo)! 롱킥으로 한골 넣어 버려."
대답은 하지 않고 한손만 들어 올려 답례해 주었다. 주심의 휘슬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후반전 초반에는 체스터 필드가 공격을 주도했지만 채 5분도 되지 않아 맨체스터 시티의 일방적인 공격에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펑!
상대편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수의 몸에 맞고 골 라인을 벗어 났다. 맨체스터의 코너킥이다. 골 에어리어 안에서의 자리 싸움이 치열했다. 주심이 디펜더인 2번 마셀과 상대방 선수에게 주의를 주며 휘슬을 불었다.
펑!
날아 오는 볼을 향해 뛰쳐 나가기엔 애매한 위치로 날아 오고 있었다. 더구나 앞쪽에는 양쪽 선수들로 인해 북적거리고 있었다. 헤딩 슛을 할려고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점프하고 밀착 마크하던 8번 죠단도 같이 뛰어 올라 헤딩으로 걷어 낼려고 했다.
퉁!
맨체스터 선수의 머리에 맞은 볼은 왼쪽 골문쪽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즉시 몸을 날리며 손을 뻗어 쳐 냈다.
"아아~!!"
아쉬워하는 관중들의 탄식이 잦아 들기도 전에 세컨드 볼은 왼쪽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차지했다. 왼쪽 모서리쪽으로 패스한 볼을 17번 선수가 논 스톱 슈팅을 했다.
펑!
빠르게 날아 오는 볼은 오른쪽으로 향했다. 급히 오른쪽으로 펄쩍 점프해 다시 펀칭했다. 펀칭한 볼은 디펜더인 4번 아드리안이 멀리 걷어 차 버렸다. 양팀 득점없이 후반 30분이 되었다. 잭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동시에 두명을 교체한후 쓰리 톱으로 전환했다.
라이트 윙 돗티와 레프트 윙 크리스티안이 양 사이드에 포진하고 중앙에는 미드 필드인 25번 루이스가 자리 잡았다. 잭 감독은 남은 15분안에 결판을 내고 싶어 했다. 체스터 필드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크로스 볼을 올렸다.
삐익!
선심이 노란색 깃발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오프 사이드였다. 즉시 볼을 세팅하고 왼쪽 사이드에 있는 돗티에게 길게 차 주었다. 볼을 잡은 돗티는 왼쪽을 돌파하며 대각선상에 있는 루이스에게 패스를 하며 앞쪽으로 달려 가자 루이스는 다시 돗티에게 패스했다. 삼각 패스로 전달된 볼을 잡은 돗티는 즉시 문전쪽으로 올렸다. 크리스티안의 머리를 향해서였다.
퉁!
하지만 볼은 상대편 수비수의 머리에 먼저 맞아 버렸다. 세컨드 볼을 잡기 위해 죠이가 달려 갔지만 맨체스터 선수가 한발 더 빨랐다.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빠른 패스로 연결된 볼은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 정면쪽으로 이어져 안쪽으로 파고 드는 선수에게 패스되었다.
"악!"
그때 3번 제로메가 볼을 걷어 낼려고 뻗은 발이 상대방 선수의 발목에 부딪혔다. 즉시 주심은 휘슬을 불고는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삐이익!!
"와아아!!!"
페널티 킥 선언에 맨체스터 팬들은 열광했다. 제로메는 고개를 푹 숙인채였다. 자신이 페널티 킥은 잘 막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불안한것이다.
"제로메! 걱정마! 지금처럼만 계속 해."
제로메를 다독이며 쓰리 톱인 돗티들에게는 손짓으로 올라 가라고 지시했다. 결정적인 실점 위기이지만 역습의 찬스이기도 했다. 킥을 막아 잡은 볼을 롱 패스로 쓰리 톱쪽으로 건네 준다면 득점 찬스가 발생하게 될것이다.
맨체스터의 수비수도 세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볼을 세팅한 맨체스터 시티 10번 선수는 아르헨티나 대표 선수였다. 양팔을 활짝 벌린채 얼마든지 오라고 도발했다. 볼 뒤쪽 3m 지점에 우뚝 선채 자신과는 눈을 마주칠 생각이 없는지 볼만 노려 보며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던 10번 선수는 주심의 신호에 천천히 달려 왔다.
펑!
팟!
오른쪽 골문 위쪽으로 날아 오는 볼이었다. 왼발을 살짝 박차며 오른쪽 발을 튕겨 날아 올랐다. 눈깜짝할새에 볼을 잡아 챈 강우는 즉시 바닥에서 일어나 멀리 찼다. 크리스티안을 향해서였다. 수비수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크리스티안은 볼을 잡고는 죠이에게 패스하고 죠이는 다이렉트 패스로 돗티에게 건네 주었다.
타다닥.
드리블로 볼을 몰고 간 돗티는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바깥쪽으로 달려 가고 있는 죠이에게 패스했다. 패스를 받은 죠이는 슈팅 동작에 들어 갔다. 수비수가 즉시 발을 뻗었다.
툭!
슈팅 동작은 페이크였다. 몸을 흔들며 오른쪽으로 슬쩍 밀어 낸 볼을 그대로 때렸다. 슈팅한 볼은 빠르게 골문 오른쪽으로 날아 갔다. 골키퍼가 점프하며 날아 오는 볼을 툭 쳐 냈다. 아쉬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아직 볼은 살아 있었다. 앞쪽으로 튕겨져 나온 볼을 향해 크리스티안이 달려 들었다. 상대편 수비수가 발을 뻗었다.
스윽.
크리스티안은 왼발로 볼 위쪽을 긁어 끌어 당기는 것과 동시에 왼발로 툭 찼다. 골키퍼는 오른쪽에서 일어선 상태로 즉시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출렁!
"아아~!!!"
홈 팬들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 드디어 균형이 깨진것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했었던 원정 팀인 체스터 필드가 선취점을 취한것이다. 크리스티안은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골 세러머니를 했다.
"와아아!!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
이쪽 골문 뒤쪽에서 브랜든 일행들의 함성 소리가 작게 들려 왔다. 양손을 번쩍 들어 크리스티안에게 박수를 쳐 준 강우는 전의를 다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체스터 필드의 선취점이다. 후반전도 이제 10분이 남은 상태다.
맨체스터 시티는 남은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해 전술 변화를 주었다. 어떻게든 골문을 열기 위해 총공세를 취한 것이다. 체스터 필드는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했다. 돗티와 교대해 디펜더인 17번 죠지가 들어 왔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슈팅한 볼은 육탄 방어도 불사했다. 세컨드 볼은 모두 맨체스터 시티 선수가 잡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 체스터 필드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는 탓이었다.
펑!
맨체스터 시티 슈팅이 골대 위를 벗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 탓인지 슈팅의 정확도는 떨어지고 있었다. 골킥임에도 체스터 선수들은 센터 라인쪽으로 올라 가지도 않았다.
타다닥.
꽝!
볼을 노려 보며 달려 간 강우는 직접 슈팅을 노렸다. 상대 골키퍼도 골문 앞에서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간 볼은 골키퍼가 펀칭했다. 앞쪽에는 체스터 필드 선수는 단한명도 없는 상태다. 마음 놓고 펀칭을 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이다. 볼을 잡은 수비수는 패스를 하며 전진했다.
"아드리안! 11번을 막아! 마셀! 왼쪽을 조심해."
전체 상황을 살펴 보며 보강할 부분을 소리쳐 알려 주었다. 고함 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심이 파울을 선언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외곽 지점에서의 파울이었다. 수비벽은 4명이 쌓으며 위치 선정을 해 주었다.
상대방 선수 한명이 수비 벽 사이로 끼어 들었지만 시야는 방해되지 않았다. 세팅한 볼 좌우에 두명이 선채였다. 어느 선수가 찰지는 모른다. 다른 골키퍼였다면 중앙 오른쪽으로 치우진 곳에 자리 잡을 것이겠지만 강우는 정중앙에 자리 잡았다.
삐이익!
타다닥.
주심의 휘슬에 왼쪽에 있는 선수가 먼저 달려 왔지만 그냥 스쳐 지나 나고 바로 뒤쪽에서 달려 온 오른쪽에 있던 선수가 감아 찼다. 수비 벽 머리위쪽을 넘어 왼쪽 골문 상단쪽으로 날아 오는 볼이었다.
팟!
덥석!
잡아 챈 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단단히 잡고 쓰러진 바닥에서 일어나 곧바로 찰려고 할때 상대방 선수가 방해했다. 어쩔수 없이 시간을 두고 찰수 밖에 없었다. 일방적인 공세도 시간이 점점 흘러 가자 중거리 슈팅을 남발하는 맨체스터 시티였다.
삐이~삐익삑!!
주심의 긴 휘슬로 시합 종료를 선언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 뜨린 것이다. 당장이라도 쓰러 질것 같은 체스터 필드 선수들은 얼싸 안으며 믿기지 않아했다. 빅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것이다.
"와아아!! 체스터!! 체스터!!"
브랜든 일행들이 열광했다. 영국 전체도 놀라고 있을 것이다. 설마가 현실로 이루어 진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벤치에서는 동료들과 코치들이 달려 나와 서로 얼싸 안고 난리였다.
시상식이 끝나고 우승컵을 바라 보며 샴페인을 터뜨려 서로에게 뿌리며 우승을 만끽했다. EFL 컵, 달리 카라바오 컵 우승 상금은 고작 10만 파운드(약1억 5천만원)에 불과했다. 체스터 필드 FC는 창설 역사상 처음으로 빅 타이틀을 손에 넣게 되었다.
***
털썩!
"이럴수가..."
체스터 필드 FC가 EFL 컵 우승을 달성하자 믿기지 못하는지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 자가 있었다.
"이익! 스완! 어떻게 된거냐?"
"그, 그게 놈들과는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꽝!
"일을 대체 어떻게 한거냐?"
"......."
CEO인 테일러의 질타에 꿀 먹은 벙어리 신세인 스완 부사장이었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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