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아오이(1)
102화.
드리블로 치고 나가는 자신의 다리쪽으로 찰싹 달라 붙어 따라 오던 엑시터 선수의 다리가 들어 왔다. 충분히 피할수 있었지만 일부러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삐익!
패널티 에어리어 왼쪽 부분에서 파울을 얻었다. 키커는 15번 죠이다. 강우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는 들어 가지 않고 바깥에 대기하고 있었다. 장기인 중거리 슛을 날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펑!
죠이가 찬 공은 골 에어리어 안의 크리스티안에게로 날아 갔다. 공중볼 경합전이 펼쳐지며 엑시터 선수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바깥쪽으로 떨어 지는 볼을 잡은 강우는 즉시 오른쪽에 있는 미드 필드 21번 잭에게 패스했다.
볼을 잡은 잭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으로 드리볼로 돌파하며 안쪽에 있는 크리스에게 패스했다. 크리스는 원 터치로 중앙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달려 오는 자신쪽으로 패스했다. 볼을 잡자 강우 앞으로 즉시 수비수가 달려 들었다.
"Line!"
툭!
크리스가 골 에어리어 쪽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왼쪽에 있던 크리스티안이 '라인'이라고 크게 소리쳤다. 직선으로 패스하라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달라는 뜻은 아니다. 안쪽으로 달려 가는 크리스에게 툭 밀어 주었다.
펑!
왼발로 논 스톱 슈팅을 때린 크리스였다. 볼은 오른쪽 골문안으로 쭈욱 빨려 들어 갔다.
출렁!
"와아아~!!!"
골문 뒤쪽 네트가 출렁거렸다. 홈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쏟아냈다. 전반 17분에 터진 선취골이었다. 크리스는 팬들쪽으로 달려가 골 세레머니를 했다. 모두가 달려가 크리스를 얼싸 안으며 축복해 주었다.
"우(Woo)! 하나 더 부탁해!"
"하하하! 기회가 되면요."
엑시터와의 시합은 거칠것 없이 체스터가 밀어 붙였다. 엑시터도 잔류가 확정된 만큼 두팀 모두 잃을것은 없는 시합이지만 홈 관중들의 응원을 힘 입은 체스터가 압도했다.
펑!
센터 서클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16번 카리에가 드리블로 치고 나가며 터치 라인 선상에 있는 잭에게 패스를 하자 잭은 즉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달려 가는 크리스에게 롱 패스를 했다. 수비수 두명이 즉시 크리스에게로 달려 들었다. 압박이 심한지 크리스는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오른쪽까지 달려 간 카리에에게 패스를 하자 카리에는 즉시 슈팅을 날렸다.
펑!
카리에의 슈팅은 빨래줄처럼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 갔다. 골키퍼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손끝에 살짝 부딪히며 골인되었다. 전반전은 2-0으로 끝났다. 항상 그렇듯 후반전 시작과 함께 강우는 골키퍼 포지션으로 전환되었다. 엑시터와의 시합은 거의 일방적으로 체스터가 몰아 붙이고 있는 탓으로 골키퍼는 할일이 거의 없었다. 후반전 내내 엑시터의 슈팅이라고는 단 두개밖에 없었다.
삐이~이이익!!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4-0! 시즌 마지막 시합을 장식하기엔 넘칠 정도의 골을 팬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홈 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 주었다.
"모두 고생했다. 이번 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잔류가 확정되어 무엇보다 기쁘다. 모두의 힘이 결집된 결과다. 이제 팀에 남을 사람 떠날 사람등 제각각이겠지만 모두에게 축복이 있길 바라겠다."
오너인 허버드가 한사람씩 악수를 하고 가볍게 안아 주었다. 어느 선수가 잔류하고 떠날지는 모른다. 포워드인 크리스에게는 독일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 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직접 물어 보진 않았다. 다음엔 감독인 잭이 모두를 돌아 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가 알겠지만 강등 위기를 벗어나 잔류할수 있게끔 노력한 일등 공신은 우(Woo)다. 우(Woo)!"
"옛?"
"다른 클럽으로는 가지 않을꺼지?"
"물론입니다. 처음으로 축구를 하게 된 곳이 체스터입니다. 전 은혜를 입었다면 반듯시 갚는다는 주의입니다.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 깔때까지 다른 클럽으로의 이적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마지막 말은 쓸데없이 한것으로 생각되지만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이 일을 에이전트인 길버트가 안다면 길길이 날뛸것이다. 일년 주기로 연봉 협상을 하는 계약이다. 만약 잔류를 전제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불리하게 작용할것이다. 길버트가 몇몇 클럽에서 제안이 들어 왔었다고 귀뜸해 주었었다.
체스터와는 3년 계약이지만 바이아웃 조항이 있어 책정한 금액만큼 체스터에 지불하면 언제든지 이적할수 있다. 선수들의 계약 조건에는 릴리스 조항과 바이아웃 조항이 있다.
릴리스 조항은 이적 제한 해제 조항이라고 볼수 있다. 자신의 경우 만약 체스터가 5부로 강등된다면 계약은 해제할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선수 입장에서의 요구 조건이 릴리스 조항이라고 볼수 있는 반면 바이아웃 조항은 소속 클럽이 선수 가치를 금액으로 계산해 명시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이상을 다른 클럽이 해당 클럽에 지불하고 그 선수가 이적 동의가 있을시엔 곧바로 이적할수 있다는 조항이다. 클럽에서는 유능한 선수를 쉽게 빼았기지 않을려고 바이아웃 금액을 높게 책정해 놓는다.
자신의 경우 200만 파운드(약3억엔)를 책정해 놓았다. 축구 생초보임에도 그렇게 많은 금액을 책정해 놓은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클럽은 후회할것이다. 자신의 활약상을 보면 어느 클럽에서도 바이아웃 금액 이상의 선수로 평가될것이다. 200만 파운드라는 그런 금액쯤은 얼마든지 지불할수 있는 클럽이 널린 상태다. 체스터에서도 새롭게 계약을 할려고 할것이다. 아마 이번엔 바이아웃 금액을 엄청나게 책정해 놓을것이 분명했다.
"고맙다! 이적할 마음이 있는 자는 잘 생각해 봐라. 다른 클럽으로 가서 지금처럼 활약할수 있는지 아니면 잔류해 우(Woo)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로의 승격을 노릴지 잘 판단해라. 이상이다."
주장인 아론의 말에 몇몇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른 클럽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 온것 같았다. 올해의 이적 기간은 7월1일부터 8월 9일 5시까지다. 예년에는 8월 31일까지였지만 1~4부 리그 72클럽의 투표로 찬성 40표, 반대 29표, 무응답 3표로 8월 9일 5시에 이적 시장을 폐쇄키로 합의를 본것이다. 대여 선수나 무소속 선수는 기존대로 8월 31일까지 가능하다. 이적 기간이 앞당겨진 관계로 선수들이나 에이전트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
"일본으로 간다고요?"
"예. 시즌이 끝나 시간이 남아 돌잖아요."
"혹시나 무슨 계약건이 있으면 곧바로 연락하십시요."
"알겠습니다."
에이전트인 길버트에게 클럽과의 연봉 협상은 알아서 하라고 했다. 아직 돈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았다. 4부에 속한 탓으로 클럽 사정도 좋은 편은 아니다. 다음 시즌이 끝나면 큰반향을 불러 일으킬것이다. 지금도 이적 제안이 들어 온 클럽이 있지만 길버트에게 이적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아 두었다.
코넬리 코치 집으로는 3주후에 돌아 올 예정이다. 일본으로 귀국해도 자신이 영국에서 축구를 한다는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문에 작게 실렸다는 말은 들었지만 고작 4부 리그다. 가장 먼저 아오마츠엔(青松園)을 찾아 갔다.
"시, 신야!"
"시즌이 끝나 돌아 왔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가끔씩 메일을 보내긴 했지만 귀국한다고는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모두 잘 지내죠?"
"그래. 아오이(葵)는 대학으로 진학해 나간 상태다."
자신과 동갑인 아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곳 양호 시설인 아오마츠엔을 나가야 한다. 아오이는 원룸을 얻어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스모 선수였을때 번 자금으로 대학에 갈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어? 신야!"
"아츠야(敦也)!"
아츠야는 중3이 되었다. 많은 도움을 받은 아츠야에게 대학까지 보내 준다고 약속했었다. 지금은 많은 돈은 벌지 못하지만 3년 계약이 끝나면 지금 상황이 백팔십도로 바뀔것이다. 아츠야를 시작으로 다른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 왔다.
평일이지만 모두를 데리고 외식을 갔다. 모두 스시를 먹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루토베야(鳴戸部屋)로 향했다. 지금은 5월 바쇼(場所)중이다. 토라키오상은 쥬료(十両)로 승급한 상태로 고바야시상은 마쿠시타(幕下), 사토상은 산단메(三段目), 혼마상은 죠니단(序二段)이다.
스윽슥!
도효(土俵)위에서 스리아시(すり足)를 밟고 있는 선배들이었다. 바쇼중인 탓으로 혹독한 훈련은 하지 않는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굳은 몸을 풀어 주는 식의 가벼운 훈련을 한다. 몸을 움직이는 선배들이 자신을 보고는 놀라워했다. 그렇다고 훈련을 중지하진 않았다. 지금 자신은 견학하는 중이다. 오야카타는 아직 내려 오지 않은 상태다.
"아메미야!"
한동안 선배들의 훈련을 지켜 보고 있을때 오야카타가 이층에서 내려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 온 탓이다.
"시즌이 끝나 일시적으로 귀국한 겁니다."
"신수가 훤한게 잘 지내는가 보구나."
"물론입니다."
오야카타와 묵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때 사토상이 오늘 시합이 있다며 먼저 훈련을 끝냈다.
"잘 지내죠?"
"늘 그렇지 뭐. 넌?"
"잘 지내니까 이렇게 찾아 오는거죠."
어렵게 살고 있다면 찾아 오고 싶어도 찾아 오진 않을 것이다. 사토상은 마쿠시타로의 승급과 강등을 되풀이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잠시 사토상과 이야기를 하고는 오늘 시합에서 이기라고 응원해 주었다.
"자아, 오늘은 일찍 끝내자."
자신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훈련을 끝냈다. 선배들과 인사를 하고는 근황을 알려 주었다. 축구 선수로써의 새출발은 순조롭다는 말에 모두가 잘 되었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모두 좋은 선배들이다. 불미스러운 사건만 없었다면 지금쯤은 요코즈나(横綱) 지위로 스모를 계속하고 있었을것이다.
짱코까지 얻어 먹고 나루토 베야를 나섰다. 오후 2시에 아식스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슈즈를 제공해 준 아식스사에서 귀국하면 방문해 달라고 요청해 온 상태다. 시간을 때울겸 맥도널드 가게에 들어가 햄버그를 주문해 자리에 앉아 스마트 폰으로 여러 뉴스를 검색하며 시간을 때웠다.
***
"이것이 새롭게 개발된 골키퍼용 슈즈입니다. 신어 보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동안 신어 본 소감을 몇번이나 메일로 보냈었다. 다른 선수들의 의견까지 포함해 보낸 메일을 검토해 새로운 슈즈를 개발한것이다. 인조 잔디가 깔려 있는 곳에서 펄쩍펄쩍 뛰어 보기도 하고 좌우로 움직이거나 실제로 볼을 차 보기도 했다. 새 슈즈인 탓으로 아직 딱딱했지만 전번 슈즈보다는 발이 조금 더 편안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신축성이 뛰어난 소재를 이용해 쿠션도 향상되었습니다."
"제공해 주실수 있는지요?"
"물론입니다. 아직 계약을 맺을 생각은 없는지요?"
"음, 계약은 에이전트를 통해야 합니다. 받은 명함 전화 번호를 에이전트인 길버트에게 알려 주겠습니다. 에이전트와 상의해 보십시요."
"감사합니다."
홍보 담당인 모리야마(森山)는 절로 얼굴이 환해 졌다. 아식스사는 영국에도 진출하고 있는 상태다. 보통 슈즈를 개발 판매하는 회사는 미래의 유망주나 현역 유력 선수들과 계약을 해 회사 슈즈를 선전한다. 아식스사는 국내의 몇몇 선수들과 슈즈 계약을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와는 계약이 없었다.
아메미야 선수는 우(Woo)라는 이름으로 영국 4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시합은 항상 체크하고 있다. 골키퍼와 미드 필드라는 두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며 5골 5어시스트의활약을 보였다. 골키퍼로는 단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불과 17세의 나이로 요코즈나 문턱을 밟은 선수다. 축구 선수로도 반드시 성공할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국 첼시에 지점이 있는 상태지만 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아메미야 선수와 계약해 큰활약을 한다면 첼시의 지점도 알려 지게 될것이다.
***
사사키 아오이(佐々木葵)는 아오미츠엔(青松園)에서 고등 학교까지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원장 선생님이 대학을 보내 줄수 있다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었다. 원장 선생님이 무슨 돈이 있어 대학까지 보내 줄수 있는지는 몰랐었지만 스모 선수가 된 아메미야가 원장 선생님께 돈을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뚱보였던 소심한 성격의 아메미야가 두번째 자살 소동을 벌인후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버렸다. 아오마츠엔의 아이들과 말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는데도 퇴원을 한후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변하기 시작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스모 선수가 된다고 했다.
스모를 한다는 애가 뚱뚱했었던 몸을 다이어트 해 몸무게를 줄이는게 이상했지만 아메미야는 스모에 놀랄만한 재능이 선보였다.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오오제키(大関)라는 요코즈나(横綱) 바로 아래 단계까지 승급했었다.
모두가 최연소 요코즈나가 된다는 것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아메미야의 활약은 눈부셨다. 하지만 아메미야는 납치 미수 사건에 휘말려 납치범을 죽였다. 스모를 그만 둔 아메미야로 인해 대학을 갈수 있을지 불안해 하고 있을때 원장 선생님이 걱정없다고 했었다. 무사히 대학에 입학할수 있었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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