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궁극의 남자는 누구냐(1)
52화.
광고인 탓인지는 모르지만 대본은 얉은 편이었다. 단독 주택 뼈대가 세워져 있는 목재 기둥을 툭툭치며 '튼튼하군!'라는 말을 하고는 마와시를 착용한채 시코를 밟으며 '주택은 미우라 건설에 맡겨 주십시요!'라는 말을 하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았다. 너무 간단해서 이런식으로 하면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간단하네요."
"그렇지? 어렵지 않을걸세."
촬영 일자는 이번주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마중을 오는 차를 타고 가면 된다. 소가 감독 일행이 떠나자 선배들이 부러워했다.
"야아! 우리 막내 출세했네?"
"선배들도 빨리 출세하세요. 출세를 하고 싶다면 훈련! 맹훈련 밖에 없습니다."
"너처럼 훈련하면 우린 몸살 나 버려."
핑계였지만 스스로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3월 바쇼가 끝난후 토라키오상은 더욱 훈련에 매달렸다. 지금도 옥상에서 삼각 보법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자신이 하는 훈련도 따라 한다며 자청하고 나선 상태다.
자신이 쥬료에서도 우승하고 다음 바쇼땐 마쿠우치로 승급하게 된 일이 자극이 된것이다. 몸집만으로는 토라키오상이 월등히 뛰어 나다. 키는 물론 덩치도 큰상태임에도 힘에서 밀리는 이유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선배들도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한다면 강해질것이지만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편이다.
"일년 계약으로 총 세번의 광고를 찍기로 했다. 편당 500만엔이다."
"그렇게 많습니까?"
"큰계약은 아냐. 유명한 탤런트는 일년에 5천만엔 정도로 계약한더더라."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정도로 받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네가 만약 요코즈나가 된다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천만 단위의 광고 계약도 들어 올꺼다."
"오오! 열심히 해야 겠군요."
부우웅.
광고 촬영 당일날 아침 보내온 자동차를 타고 촬영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츠케비토인 고바야시상을 대동한채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촬영하는 곳은 나무 냄새가 물씬 풍기는 뼈대가 완성되어 있는 건설중의 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일이 인사를 해야 했다.
"미우라 건설의 미우라 켄토(三浦健斗)라네."
"나루토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우라 회장의 둘째 아들인 미우라 사장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미우라 사장은 회장을 많이 닮았다.
"아버님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네. 축하하네. 스모계의 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은걸 알고 있는가?"
"아니요. 금시초문입니다."
그런 별명이 붙은건 전혀 몰랐다. 사장과 한동안 여러 이야기를 한후 감독이 다시 한번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 설명을 받았다. 스탭이 직접 시범까지 보여 주었다. 몇번 연습까지 해 본후에 메이크를 하고 촬영에 들어 갔다.
"자아, 긴장하지 마시고 시작합니다. 쓰리, 투, 원!"
척척척!!
나무 기둥옆에 선채로 손바닥은 기둥을 툭툭 친후 쓰다듬듯이 손으로 만지며 살짝 위쪽을 올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튼튼하군!"
"OK! 좋습니다."
단한번만에 소가 감독의 OK 사인을 받았다. 광고 촬영은 처음이지만 전혀 긴장되지도 않았다. 마와시를 착용하고 찍는것은 며칠후에 스튜디오에서 한다고 했다. 오늘 촬영은 끝난 상태다. 너무 간단하게 끝나 시간이 남아 돌았다.
"식사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차 한잔 하러 가세."
"감사합니다."
미우라 사장을 따라 갔다. 고바야시상은 운전수 옆자리에 앉고 자신은 미우라 사장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승용차가 도착한 곳은 동경 아카사카(赤坂)에 있는 료테(料亭.요정)였다.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니어서 요리보다는 차를 시켜 마셨다.
"아버님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네. 자네 의술이 신통방통하다던데 어디에 배운것인가?"
"공부중입니다. 고졸 인정 시험을 치루면 하리시(はり師) 전문 학교에 갈려고 공부중이죠. 그런데 광고는 언제쯤 TV에서 볼수 있는 겁니까?"
"음, 아마 5월이나 6월쯤엔 볼수 있을거네."
"그렇다면 4월달에 사스케(SASUKE)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그곳에 제가 출연하거든요. 그리고 4월달에 수록 예정인 '최강 스포츠 남자 정상 결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도 광고를 내 보내면 좋을것 같습니다."
사스케에서 완전 클리어를 한것은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우승한 사실이 드러나면 방송이 되지 않고 묻혀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가? 생각해 보겠네. 이번에 마쿠우치로 올라가면 우승할수 있겠는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
장담은 하지 않았다. 무공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우승할수 있지만 겸손해 질 필요가 있었다. 미우라 사장과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식사까지 같이 했다.
"지루했죠?"
"아냐. 운전수하고 같이 있었어."
미우라 사장과 헤어져 택시를 타고 돌아 가는 길이다. 고바야시상은 요정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음식이 맛있었다며 입맛을 다셨다.
***
스튜디오에서의 광고 촬영도 끝났다. 오늘은 스포츠 프로그램인 '궁극의 남자는 누구냐!? 최강 스포츠 남자 정상 결전!' 프로그램 수록에 참가했다. 내일은 사스케(SASUKE)가 방송되는 날이다.
오늘 수록하는 프로그램은 5월달에 방송 예정이라고 했다. 임시 아이디 카드를 발급받아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거대한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는 스튜디오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세계사 교과서에서 본 그리스라는 나라의 신전을 방불케하는 조형물들이었다. 경기에 참가하는 젊은 남자들은 신전 앞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응원하는 엑스트라(extra)로 고용된 젊은 여자들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아, 모두 조용히 해 주십시요."
방송 스탭이 어떤식으로 경기를 시작하고 어느 종목에 선수들이 참가하는지 신청을 받았다. 종목당 우승 포인트가 달랐다. 종목은 모두 6개다. 출전하는 종목을 잘 선택해야 한다. 발이 빠른 자와 힘이 강한 자등 제각기 자신하는 종목에 참가하면 된다.
이곳에 모인 선수들은 모두 25명이다. 전직 체조 선수도 있으며 현역 스포츠 선수도 포함되어 있었다. 연예인중에서도 학생 시절에 운동을 한 자들만 모아 놓은 상태로 이번 프로그램과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아메미야는 전 종목에 출전 신청을 했다.
첫번째 종목은 마운틴 플래그(Mountain Flag)로 10미터 높이의 경사진 언덕을 뛰어 올라가 정상에 꽂혀 있는 깃발을 먼저 잡으면 이기는 경기다. 참가 선수에게는 각 30점, 결승 진출자에겐 각 60점, 우승자에겐 100점이 부여된다.
모두 15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조 추첨 결과 아메미야는 2조에 속했다. 4조로 나누어진 조별로 한명만 결승전에 진출한다. 1조부터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스케(SASUKE)에서 보았던 아나운서가 이 프로그램에도 등장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어 대었다. 좋게 말하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소리치는 것이며 나쁘게 말하면 흥분해서 혼자 떠들어 대는 걸로 해석할수 있었다.
"삐이익!"
한줄로 늘어선 4명이 호각 소리와 함께 경사진 언덕을 뛰어 올라 갔다. 모두 날렵하고 탄탄한 몸매였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은 현역 럭비 선수 한명과 댄스 그룹인 에그자일(EXILE) 소속으로 백 댄스로 활동하는 자 뿐이었다.
1조에서는 고교때 축구 선수로 활동하고 지금은 배우인 사노 가쿠(佐野岳)라는 1회 대회 우승자가 깃발을 먼저 쟁취했다. 2조에는 결승 진출 유력자인 2회 대회 우승자인 모리 와타루(森渉)라는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모리 와타루 선수는 일본 체육 대학 트라이애슬론부 주장이었다고 한다. 다른 두명은 이름만 들었다.
"삐이익!"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을때 호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힘차게 앞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아메미야도 호각 소리와 함께 뛰어 갔다. 일부러 다른 선수들과 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경사진 언덕을 뛰어 올라가 점프했다.
덥석.
정상의 평평한 곳에 꽂혀있는 깃발을 가장 먼저 잡았다. 마지막 점프때엔 용천혈에 내공을 보내 튕기듯 점프한것이다. 처음부터 경공을 사용하면 이런 경기는 식은 죽 먹기였지만 일부러 티 나지 않게끔 겨우 이겼다는 식으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듯 깃발을 잡았다.
"오오! 100kg인 나투로류제키(鳴戸龍関)가 놀라운 신체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나운서가 흥분된듯 광분하고 있었다. 저렇게 계속 떠든다면 목이 아프지 않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마지막 조는 3명이 경기를 해 결승 진출자가 모두 가려졌다. 1조 사노 가쿠(佐野岳), 2조 나투로류(鳴戸龍), 3조 켄치(KENCHI), 4조 세이야(聖也)였다.
3조인 켄치는 에그자일 소속이고 4조인 세이야는 배우다. 네명이 나란히 섰다. 아메미야는 오른쪽 외곽에 선 상태로 불리한 상황이다. 중심에 있는 두명이 유리하다. 추첨으로 서는 위치를 결정해 어쩔수 없었다.
"삐이익!"
타다닥!
모두 발이 빠른 자들이었다. 아메미야도 그들 못지 않았다. 깃발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언덕을 모두 오르기전에 깃발을 향해 펄쩍 뛰어 올라 손을 뻗었다.
덥석!
빙그르.
다른 자들이 빼았지 못하게끔 깃발을 잡고 오른쪽으로 빙글 돌았다. 다른 자들도 깃발을 향해 다이빙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깃발은 자신의 손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첫경기는 어렵지 않게 우승할수 있었다.
두번째 경기는 해머 크래쉬(Hammer Crash)다. 시소를 해머로 내려쳐 반대편 시소위에 놓여 있는 공을 위쪽으로 튕겨 미리 설정해 놓은 천장을 뚫어 버리는 경기로 가장 높은 위치까지 뚫은 자가 우승한다.
처음 실정은 5m부터다. 이 종목엔 모든 선수들이 참가했다. 기회는 한번뿐이다. 성공을 하면 높이를 재설정하고 재도전을 할수 있다. 실패할때까지 계속 행할수 있는 종목이었다. 최고 기록은 세이야(聖也)가 기록한 7m 40cm라고 했다.
꽝!
추첨으로 순번을 정해 첫도전자가 나서 천장까지의 높이를 5m 30cm로 설정하고 해머로 시소를 내려 쳤다. 시소위에 놓여져 있는 공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모른다. 검은색 공이 위쪽으로 올라가 천장을 꿰뚫었다.
천장의 벽은 스티로폼(styrofoam)으로 되어 있었다. 성공한 도전자는 다른 도전자들이 모두 시도를 한뒤에 다시 도전하는 식이다. 두번째 도전자는 천장을 6m 높이로 설정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실패는 곧바로 탈락을 의미한다.
제각기 5~6m로 설정해 도전하고 있었다. 삼분의 일정도의 선수들이 첫번째 도전에서 탈락했다. 아메미야는 5m 30cm로 설정해 첫번째 도전을 성공시켰다. 아나운서가 시끄럽게 얼마나 높이까지 설정할지 궁금하다며 떠들어댔지만 무시했다.
꽝!
두번째 도전은 일거에 8m로 설정했다. 아나운서는 물론 지켜 보는 선수들이 놀라고 있었다. 스모 선수인만큼 힘은 철철 넘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보다 앞서 럭비 선수인 모리야마 켄지(森山賢治) 선수는 7m를 성공시킨 상태였다. 힘껏 내려친 시소는 앞쪽으로 급격히 내려 오며 반대편에 올려져 있는 검은색 공이 튕겨져 올라가 순식간에 8m 천장을 뚫었다.
해머 크래쉬 신기록이었다. 남아 있는 다른 도전자들은 우승을 할려면 모두 8m로 실정할수 밖에 없었다. 탈락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자신보다 앞서 성공시킨 자들도 세번째 도전에선 8m로 설정하고 도전했지만 역시 실패였다. 아메미야의 세번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로 8m로 포기해도 되지만 9m로 설정하고 도전했다.
꽝!
이번에도 쉽게 뚫어 버렸다. 예상하기로는 20미터정도까지는 문제없어 보였다. 네번째 도전은 하지 않았다. 괜히 힘을 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오! 역시 스모 선수의 힘은 굉장하군요. 사스케 완전 정복자답습니다."
웅성웅성.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사스케(SASUKE) 정복이야기를 했다. 오늘 저녁에 방송되는 사스케다. 아직 이곳에 있는 선수들은 아메미야가 사스케를 완전 클리어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 프로그램은 5월달에 방송 예정인 탓으로 지금 말해도 상관없었지만 아나운서의 폭탄 발언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루토류제키! 정말 사스케를 정복한겁니까?"
"그렇습니다. 오늘밤 방송을 보면 알수 있을 겁니다."
"굉장하군요. 그렇게 민첩해 보이진 않는데 어떻게 정복할수 있던 겁니까?"
"운이 좋았을뿐입니다."
계단 옆에 앉아 있는 세이야(聖也)가 궁금한듯 물어 왔다. 해머 크래쉬 기록 보유자였던 세이야(聖也)는 7m를 성공시키고 8m는 실패했다. 다른 선수들이 아메미야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미 두종목에서 우승한 탓도 있지만 사스케 완전 정복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 세번째 종목은 파워 월(Power Wall)이다. 강화 플라스틱 투명벽을 두사람이 마주보며 서로 밀치는 종목으로 힘이 강한 자가 유리하다.
- 작가의말
일본식 요정은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곳입니다. 게이샤라는 얼굴을 하얗게 칠한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부르면 게이샤들의 독톡한 일본춤을 선보이고 손님과 같이 전통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신답니다. 옛날에는 게이샤를 데리고 자는 일도 흔했지만 근래에는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게이샤들도 회사에 소속된 여자들로 요정이나 행사장에 불려가 일을 하는 직업으로 변한 상태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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