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밀착 촬영
24화.
큰소리로 부르면 미친 놈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며 산속을 헤맨끝에 겨우 흔적을 찾았다는 식으로 사토상을 찾아 갔다. 사토상은 바닥에 큰대자로 뻗은 상태였다. 부스륵거리는 소리에 큰몸집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토상!"
"토라키오! 아메미야! 살아 있었구나."
얼마나 고생이 심했는지 눈물까지 흘리는 사토상이었다. 미친 놈이 습격하기 전에 빨리 산을 내려 가자고 재촉하는 토라키오상의 말에 따라 산을 내려 가기 시작했다.
끼이익.
"오야카타!"
"너희들 몰골이 그게 뭐냐?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마중 온 오야카타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옷이 모두 찢겨져 너덜너덜한 상태로 얼굴도 씻지 못해 땀과 흙범벅으로 거지같은 몰골이었기 때문이다. 토라키오상이 미친 중년인에 대해서 설명했다. 오야카타는 믿기지 못하는지 몇번이나 질문했지만 사토상까지 같은 설명에 믿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자."
"오야카타! 않됩니다. 경찰에 알려 진다면 저희들의 입장이 난처해 집니다. 오야카타도 스모 협회에 불려 갈것이 틀림없습니다."
만약 경찰에 신고한다면 큰소동이 벌어 질것이다. 신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오야카타의 자동차를 타고는 자동 판매기가 있는 곳에 도착해 생수를 구입해 들이켰다. 물을 전혀 마시지도 못해 바짝바짝 목이 마른 상태였다.
선배들은 그동안 불려 놓은 체중도 줄어든 상태일것이다. 옷 가게에 들러 옷도 사야 했다. 옷을 갈아 입고는 식당으로 들어가 허겁지겁 배를 채운후 나루토 베야가 있는 동경으로 돌아 갈때까지 자동차안에서는 선배들의 코 고는 소리가 진동했다.
"죄송합니다. 산속에서의 훈련은 전혀 못한 상태입니다."
"괜찮다. 머리는 괜찮으냐?"
"예. 상처에 딱지도 붙은 상태입니다. 크게 찢어진 것도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오카미상에게는 비밀이다. 이 일이 알려 진다면 큰 걱정을 할것이다."
당연했다. 누구에게도 말하면 않되는 일이다. 선배들이 다른 선배들에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카미상에게는 비밀로 해야 한다. 나루토 베야로 돌아 온 그날부터 토라키오상과 사토상의 눈빛은 많이 달라진 상태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대결을 할때 마주친 눈빛에 고바야시상이나 혼마상이 움찔할 정도였다. 그 덕분인지 9월 바쇼의 성적에 따라 죠노구치(序の口)에서 한단계 상승한 죠니단(序二段)의 지위로 출격한 11월달 후쿠오카(福岡)에서 시작된 11월 바쇼(場所)인 큐슈 바쇼(九州場所)에선 토라키오상과 사토상은 카치코시(勝ち越し)로 마감할수 있었다.
***
"옛? 아직 정식으로 입문하지도 않았는데 절 밀착 촬영한다고요?"
"그래. 당장 방송하진 않을꺼야. 아메미야군이 첫데뷔를 할때까지 촬영해 그 다음에 내 보낼 생각이다. 어때? 허락하겠니?"
"음...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요."
방송 촬영 스탭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나루토 베야를 촬영하면서 달리 자신을 밀착 촬영 한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촬영이 시작되면 아오마츠엔(青松園)도 촬영하게 될것이다.
원장 선생님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학교는 촬영할 필요가 없었지만 학생 신분인만큼 촬영하고 싶어 할것이다. 학교에서의 좋은 기억이 없는 이 몸의 원주인인 신야의 기억대로라면 촬영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그럼 다음 촬영은 이번주 토요일이니까 그때까지 알려 주렴."
"알겠습니다."
아오마츠엔으로 돌아가 원장 선생님께 촬영 이야기를 했다. 아오마츠엔을 촬영하는건 문제없다며 스스로 판단하라고 했다. 아오마츠엔이 방송으로 나간다면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 날것이다.
방송으로 인해 주목을 받을것이 틀림없겠지만 방송일은 자신이 스모 세계에 입문한 뒤다. 촬영해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어차피 스모에 입문해 경기에 나선다면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것이 틀림없었다.
"하겠습니다."
"고마운 소식이군. 잘 결정했어. 내일은 훈련하지 않을꺼지?"
내일이 일요일인 탓으로 쉬는 날로 착각하고 있었다. 아메미야는 단 하루도 쉬는 날은 없었다. 일요일이라고 해도 거의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 수련한다. 단 하루라도 수련을 빼 먹으면 몸이 근질거려 미쳐 버릴것이다.
"아니요. 매일 아침 5시경에 일어나 개인 훈련을 합니다."
"뭐? 5시라고?"
"예. 새벽 5시에 아오마츠엔으로 오시면 알수 있을 겁니다."
원래는 아침 4시에 일어 난다. 잠자리에서 깨어나 세안(洗顔)을 한후 옥상으로 올라가 월광심법을 운공하면 5시 정도가 된다. 5시부터는 스미다 공원으로 수련을 하러 간다.
"음, 알겠다. 그럼 오늘 같이 네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원장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
오늘부터 밀착 촬영이 시작된다. 매일 촬영하는건 아니다. 촬영 일자를 알려 주며 특별히 찍고 싶은 것이 있으면 따로 알려 달라고 했다. 한달에 한두번 밖에 촬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매일 따라 다닌다면 엄청나게 불편할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가볍게 몸을 풀고 월광심법을 운공했다.
'왔구나.'
심법을 끝내고 옥상 가장자리에서 아오마츠엔 전체를 둘러 보았다. 카메라맨 한명이 아오마츠엔 정문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스!"
"오하요~!"
정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는 아오키(青木)라는 젊은 청년이다. 이른 일요일 아침인데도 쉬지도 못하고 이곳으로 온것이다. 보통 스모 선수들은 오하요 고자이마스(おはようございます)를 줄여 '오~스(お~す)!'라고 말하지만 요즈음은 '스~~(す)!'라고만 말하는 자들도 많은 상태다.
"오늘부터 촬영을 할려고 하는데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카메라엔 신경 쓰지 말고 평소에 하던대로만 해."
"알겠습니다."
매일 아침 운동은 스미다 공원으로 간다. 촬영용으로 특별한 것을 보여 주기로 했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는 스리아시(すり足)로 이동하면서 간간히 시코(四股)를 밟았다. 도중에 물구나무 서기를 한채 팔굽혀 펴기를 하기도 걸어 가기도 했다.
공원에 도착해 다시 몸을 풀고는 마보를 했다. 마보가 끝나자 큰나무쪽으로 이동해 부츠카리 케이코(ぶつかり稽古)와 쯧빠리(突っ張り)를 했다. 다음은 다리째기다. 나무위로 한쪽 발을 머리위까지 들어 나무에 대고는 허리를 숙이며 손으로 발을 잡았다.
바닥에 양다리를 활짝 벌린채로 앉아 허리를 숙여 바닥에 얼굴을 대고는 양손을 바닥에 짚고 그대로 양다리를 들어 올렸다. 마치 체조 선수처럼 보일것이다.
쿵.
펄쩍 뛰어 한쪽 발로 내려 선채 무릎을 굽혀 다른 쪽 다리를 뒤로 일직선으로 뻗은채 한동안 중심을 잡고 반대로 앞쪽으로 뻗었다. 번갈아 가며 한발씩 뛰어 다리 뻗기를 하고는 철봉쪽으로 다가 갔다.
공원에는 철봉과 그네, 미끄럼틀, 정글짐, 구름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가장 높은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빠르게 했다. 구름 사다리로 이동해 수평으로 되어 있는 파이프에 매달려 한개씩 이동하며 다음은 양손으로 한개를 건너 뛰어 다음 파이프를 잡아 이동하는 식으로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이제 아오마츠엔으로 돌아 갈 시간이다. 강변 도로쪽으로 스리아시와 시코를 밟으며 돌아 가는 길엔 아침 조깅을 나온 사람들이 스쳐 지나 가고 있었다. 매일 접하는 아침 풍경이다.
아침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과는 안면이 있었다. 매일 아침 스쳐 지나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얼굴만 익었을뿐이지 대화를 한적은 없었다. 아모마츠엔 앞에 도착해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안에서도 촬영할겁니까?"
"원장 선생님을 먼저 만나야 한다. 그런데 한가지 물어 보자. 매일 아침 이런식으로 훈련하는거냐?"
"예. 들어 가시죠."
아오키상은 놀란 눈치였다. 오늘은 특별히 몇가지를 더 추가해 촬영용으로 보여 준것 뿐이다. 일부러 무공을 시전하진 않았다. 대신 철봉이나 구름 사다리를 이동하는걸 보여 주었을뿐이다. 아오키상은 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는 아침 식사 장면과 잠을 자는 방, 도서실을 촬영했다.
"따라 오세요."
옥상으로 안내했다. 옆구리엔 교과서 몇권이 끼워져 있었다. 옥상에서 마보를 하며 교과서를 읽었다.
"또 훈련을 하는거냐?"
"예. 하루 종일 훈련을 하거든요."
"음...근데 무슨 책이냐?"
"교과서입니다. 훗날 고등 학교 졸업 정도 인증 시험(高等学校卒業程度認定試験)을 볼려고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성적이 엉망인 탓으로 1학년때의 교과서부터 살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 중학교 성적이 어떤지 모두 알아 낼것이다. 미리 털어 놓는게 현명했다. 마보를 하며 교과서를 계속 읽자 아오키상이 지루한지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벌써 2시간이상이나 움직이지 않은채 책만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
교과서를 덮자 아오키상이 말을 걸어 왔다. 이 정도에서 마보를 풀어도 될것 같았다.
"그런식으로 앉아 있는건 힘들지 않아?"
"직접 해 보세요. 그러면 알겁니다."
굳어진 다리를 풀기 위해 가볍게 다리를 움직여 주며 움직이고 있을때 아오키상이 마보를 흉내냈다.
"...끄응."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끙끙거리며 마보를 풀고는 일어나 무리라고 투덜거리며 어떻게 이렇게 힘든 훈련을 할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내년에 나루토 베야에 입문할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거에요. 그럼 전 또 훈련하겠습니다."
점심 시간이 될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팔 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제각각 한시간씩했다. 끝도없이 이어지는 반복된 훈련에 아오키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간편하게 점심 식사를 한후 옥상에 편하게 앉아 눈을 감았다.
"이번엔 뭘 하는 거냐?"
"명상이요.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시간 정도 할테니까 볼일을 보세요. 명상이 끝나면 달리기를 2시간정도 할겁니다."
"뭐? 또 훈련을 한다는 말이냐?"
"놀면 뭐해요?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강해져야 하잖아요. 그럼 한시간 후에 오세요."
약속대로 한시간 정도가 지난후 명상을 끝냈다. 이제 달리기를 한다. 아오키상은 언제 자전거를 준비했는지 달리기를 할때도 따라 다닐 생각인것 같았다.
몸을 움직여 팔다리 근육을 풀고는 뛰었다. 처음엔 천천히 뛰었지만 점점 속도를 붙였다. 어디로 뛰어 가야 하는지는 모른다. 촬영이 아니라면 익숙한 스미다 공원으로 뛰어 갔을 것이다.
무작정 도로를 따라 뛰어 갔다. 길을 잃더라도 아오키상이 있는한 돌아 가는건 문제없을것이다. 예상보다 한시간이나 더 달렸다. 3시간동안이나 뛰었음에도 숨도 헐떡이지 않는 자신을 보는 아오키상은 믿기지 않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너어, 괴물이구나."
"토라키오상은 절 보고 '크레이지'라고 부르는데요."
"하하하, 그래. 넌 크레이지야. 근데 지치지도 않냐?"
"일요일엔 평소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하지만 매일하는 훈련의 연장선인데요."
돌아 온곳은 스미다 공원이었다. 공원에서 몸을 풀고 스모 훈련을 시작했다. 해가 넘어 갈때까지 훈련을 한후 스리아시와 시코를 밟으며 아오마츠엔으로 돌아 갔다.
"이제 오늘 훈련은 끝난거지?"
"아니요. 저녁 식사후에 또 할건데요?"
"뭐? 너, 미쳤냐? 그러다가 몸 상해!"
"아오키상! 인간의 몸은 괴롭혀 줄수록 적응할려고 몸이 스스로 변합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생각같아선 산속에 들어가서 훈련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모든 수련이 끝날때까지 아오키상은 계속 따라 다니며 촬영을 했다. 옥상에서 마지막인 심법 운공을 남겨 둔 상태지만 그건 보여 주지 않았다. 밤 10시가 되어 수련이 끝났다고 말해 주었다. 아오키상도 하루 종일 따라 다닌 탓으로 많이 지친 기색이었다.
"내일은 학교로 찾아 가마."
"알겠습니다."
학교에서의 촬영은 달갑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아오키상을 배웅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월광심법을 운공한후 하루 일과를 끝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충실한 하루였기도 했다.
다음날 아오키상이 학교로 찾아 왔다.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가 되었는지 교실로 들어와 촬영했다. 같은 반 급우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찍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였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쉬는 시간에 아오키상이 자신에 대해 여러 급우들에게 물으며 촬영하고 있었다. 물어 본 아오키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것이다. 방과후 교문을 나서는 장면까지 찍은후 아오키상이 말을 걸어 왔다.
"학교에서는 고생이 많구나."
"이젠 괜찮아요.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열심히 살아 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끔 몸을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
"......."
귀가한 후 운동을 하러 나갔다. 아오키상은 오늘 촬영분을 끝내고 돌아간 상태다. 스미다 공원으로 이동해 늘 하던 훈련을 했다. 밀착 촬영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중점적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촬영도 한달이 넘어 갔을때였다. 이미 12월 하순경이다. 12월이라고 해도 동경은 거의 영하로 내려 가는 일이 드물다. 추위를 모르는 아메미야는 일요일인 오늘도 하루 종일 훈련을 하며 저녁 무렵 스미다 공원으로 운동을 하러 나갔다.
- 작가의말
일반인들은 저런식으로 훈련할수 없을 겁니다.
다음화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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