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강해지는 방법
43화.
속으로 '아차'했다. 실수를 한것이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 기자들이 달려들 건수를 줘 버린것이다. 이미 쏟아진 물이다. 주워 담을수 없다면 귀찮게 들들 볶이기 전에 설명해 주어야 한다.
고졸 인정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중이라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한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훈련보다 피곤한 일이었지만 성실히 답해 주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욱 많아 질것이다.
"아메미야! 완전히 스타가 다 되었어."
"선배도 노력하면 스타가 될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토라키오상에게 부족한게 뭔지 생각해 봤습니다."
"침착, 냉정함이 부족하다는거 아냐?"
"그렇습니다."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이다. 만약 인식하지 못한다면 중상이다. 고칠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지만 스스로가 알고 있다면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제가 준 호랑이 그림 있죠? 그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호랑이 눈을 뚫어져라 바라 보십시요."
"호랑이 눈을? 그건 왜?"
"왜 보라고 하는지는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다른 선배님들도 모두 제가 준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눈을 보고 뭐가 있는지 찾아 보십시요."
선배들 네명이 그림을 제각기 벽에 걸고는 앞에 앉았다. 사토상에게는 후지산을 그려 준 탓으로 뭘 봐야 할지 모르기에 정상쪽 아래 부분의 쌓인 눈을 보라고 말해 주고 고바야시상은 벚꽃 그림중 왼쪽 위쪽의 한개의 꽃잎을 가르키며 그 지점을 바라 보라고 했다.
혼마상은 미인도의 여자 눈을 보고 토라키오상은 호랑이 눈을 보면 된다. 선배들은 아마 아무것도 모를것이다.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눈을 바라 본다고 해도 찾을수 있을리가 없을 것이다.
일단은 스스로가 찾아 볼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사토상과 고바야시상이 먼저 포기하고 20분이 지나자 혼마상과 토라키오상도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다며 포기 선언을 했다.
"대체 뭘 찾으라는 거야?"
설명해 주지 않으면 평생이 걸리더라도 아무것도 찾을수 없을 것이다. 뜬구름을 잡는 식일 것이다. 자신이 그림 그림은 모두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호랑이는 당장이라도 덮쳐 올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미인도는 심연한 눈동자를 하고 있다.
후지산 정상의 하얀 눈과 벚꽃은 제각기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식으로 그림속에 뭔가를 숨겨 놓았었다. 일반인이 그런것을 찾는다는건 솔직히 무리다. 무공이 절정이나 화경 경지에 달한 자라면 찾을수 있을 것이지만 깨달음이 없는 일반인에게 요구하는건 가혹한 일이다.
만약 찾을수 있다면 뭔가를 깨달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깨달음은 무리라고 해도 뚫어지게 그림의 한부분을 직시하면 정신 통일은 물론 정신적 성장을 이루게 될것이다.
"토라키오상은 호랑이 눈을 직시하며 호랑이와 싸워 이겨야 합니다. 이길수 있다면 어떤 자와 대결을 하더라도 모두 이길수 있을 겁니다. 혼마상은 미인도의 눈속으로 들어 가야 합니다. 어떻게 들어 가느냐고요? 그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토상과 고바야시상은 빛을 찾아야 합니다. 어느 순간 빛이 자신의 눈속으로 빨려 들어 올때가 있을겁니다. 그러면 각성하게 될것입니다."
"각성? 각성하면 초인이 된다는 거야?"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각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정신적인 성장을 하게 될것이므로 앞으로 매일 한시간 이상은 직시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강해지고 싶다면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정말 그런 걸로 강해 지는거냐?"
믿기지 못할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할수 있다. 평생을 걸고 깨달음을 얻을려는 자들이 수두룩하지만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는 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틀림없이 강해 집니다."
무작정 강해 간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지만 자신이 그런식으로 강해진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한 토라키오상이 먼저 한다고 나서자 다른 선배들도 궁시렁대며 한다고 했다. 과연 며칠이나 이어질지 기대되었다.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예상했던대로였다. 단 이틀만에 사토상, 고바야시상, 혼마상이 나가 떨어 졌다. 토라키오상은 오만 인상을 쓰며 호랑이 눈을 바라 보고 있었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듯했다. 처음부터 잘 될리가 없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후우, 어렵다."
"잡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바라 보십시요. 바라 보고 있을때 눈이 흐려진다고 느낄때도 있을겁니다. 그럴땐 흐린 상태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해 보세요."
하루 종일 매달린다고 해도 성공하는게 아니다. 어느 순간 느껴질때가 있을것이다. 호랑이가 자신을 덮쳐 온다고 느껴져야 한다.
***
"미주알 고주알 모두 말했다고?"
"질문에는 솔직히 답해 주어야 하잖아요."
아오키상 입이 한됫박은 된채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을 취재한 기자들이 수많은 기사를 내 보낸 상태다. 그런 탓으로 아침 훈련때에는 견학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많아져 앉을 자리도 없을 지경이 처했다. 마루 뒤쪽에 선채로 구경하는 사람들로 입구는 완전히 막힌 상태다.
"기자들 질문에는 너무 자세하게 말해 주면 않돼. 기자들은 모두 도둑놈들이라고 생각해. 만약 네게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벌떼처럼 달려 들어 깎아 내릴려고 온갖 거짓 기사를 써 내려 갈꺼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
아직 직접 당하진 않아서 잘 모른다. 만약 거짓 기사를 내 보내는 기자가 있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될것이다. 아오키상이 기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여러가지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런데 말이야. 다음 바쇼에서 우승할수 있지?"
"그건 해 봐야 알죠."
"반드시 우승해."
물론 우승할 생각이지만 입으로 꺼내진 않았다. 뭐든 장담하지 말라고 아오키상이 조금 전에 조언해 주었었다. 대답은 두리뭉실하게 답하는게 가장 현명하다고 했다.
"우승하면 무슨 선물이라도 주실꺼에요?"
"뭘 받고 싶은데?"
"그건 아오키상이 알아서 주셔야죠."
"우승하면 줄께."
뭘 줄려는지는 모르지만 약속했다. 아오키상이 돌아 간후 이층 방으로 올라가자 토라키오상은 오늘도 호랑이 눈을 쏘아 보고 있었다. 다른 선배들은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었다. 중, 고등학교 교과서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보를 하며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12월이 성큼 다가 오자 점점 날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동경은 영하로는 좀처럼 내려 가지 않는다. 거의 매일 똑같은 생활이다. 외출이라고 해 봐야 오카미상을 따라 장을 보러 가는 일 뿐이다. 그 외에는 매일 훈련만 했다. 가끔씩 저녁땐 근처 온천 목욕탕으로 가기도 했다.
"아메미야! 아무리 해도 무리다."
토라키오상이 포기했다. 호랑이 눈을 아무리 바라 보아도 전혀 변화가 없어 지쳐 버린것이다. 1%의 성공 확률도 없었지만 그래도 2주일이나 매달렸다. 그것만은 평가해 주고 싶었다.
"계속 하는것 무리겠죠? 그럼 앞으로는 명상을 하세요."
"명상?"
"예. 눈을 감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면 됩니다. 간단하죠?"
말로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직접 명상을 해 보면 잡생각이 떠 올라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다.
"명상을 하면 강해지냐?"
"물론 강해집니다."
강해 지는 방법이라면 뭐든 도전해 보는 토라키오상이다. 명상은 토라키오상에겐 침착함을 안겨 줄것이다. 힘만 믿고 덤벙되는 일이 없게끔 냉정하고 침착성을 겸비해야 도효 위에서 자기 맘대로 되지 않을때 힘이 아니라 기술로 승부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자세하게 말해 주며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때도 마음을 항상 냉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명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다른 선배들도 명상을 해 보세요."
"네가 전번에 하는걸 따라 해 본적이 있었어. 도저히 무리였다."
고바야시상이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전번이라면 아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을때를 말하는것 같았다. 사토상과 혼마상도 머리를 가로 저으며 하지 않는다고 했다. 거부 반응을 보이는 선배들은 어쩔수 없었다. 자신이 강요한다고 해서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럼 토라키오상은 저하고 옥상으로 가서 명상을 하죠."
될수 있는한 조용한 곳이 좋다. 옥상으로 이동해 토라키오상은 중앙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메미야는 마보를 하면서 교과서를 읽었다.
"...후우."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토라키오상은 눈을 뜨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제대로 되지 않는것 같았다. 무엇이든 첫술에 배 부를순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해 보세요. 명상을 하며 잡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눈을 뜨세요. 그런식으로 명상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걸쳐야 한다. 단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하던 토라키오상은 더이상은 무리라고 하며 피곤하다고 했다. 다음 바쇼인 내년 1월 바쇼에서 토라키오상은 전승 우승을 한다면 쥬료로 승급할수 있을 것이다.
만약 토라키오상이 우승 다툼을 한다면 마지막날 상황에 따라선 자신과 대결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같은 스모 베야소속이라면 져 줄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일부러 패배해 토라키오상이 전승 우승으로 쥬료로 승급한다고 해도 언제 쥬료에서 강등될지 모른다. 한번 승급하면 절대로 강등되지 않는 힘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은 훗날을 위한 인고(忍苦)의 시간이다.
훗날 더욱 크게 성장하기 위해 이 상황을 견뎌내고 헤쳐 나가야 한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선배들 모두가 세키토리로 올라 가게 할수 있다. 무공을 가르키면 간단한 일이지만 함부로 가르켜선 않된다. 무공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설명할 길이 없었다. 체력 훈련용인 마보는 인터넷을 찾아 보면 여러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다.
'음, 삼재보법(三才步法)이라면 괜찮을려나?'
무공의 기초 보법인 삼재 보법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무공을 알고 있는 자가 보더라도 기초 보법인 탓으로 모두가 알고 있어 그저 그렇게 생각할것이다. 도효위에선 내공을 보유하고 있다면 순식간에 움직일수 있지만 일반인이 보법을 사용해도 큰효과는 발휘할수 없다.
그래도 배우지 않는것 보단 나을것이라고 판단했다. 도효위의 양자(兩者)가 대부분 서로 충돌해 마와시를 잡을려고 밀착한다. 하지만 마와시를 잡지 않고 쯧빠리나 어정쩡하게 대치하고 있을땐 보법이 도움이 될것이다. 당장은 가르킬순 없었다.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을게 뻔했다.
"나 먼저 내려 간다."
토라키오상이 피곤한 얼굴로 내려갔다. 스마트 폰을 꺼내 삼재보법을 검색했지만 일본에선 찾을수가 없었다. 무공의 본고장인 중국으로 들어가 검색했다. 어렵지 않게 삼재보(三才步)라는걸 찾을수 있었다. 삼재 보법과 거의 똑 같았다. 이것을 보고 배운것이라며 삼재 보법을 가르켜도 문제없을것이다. 삼재 보법을 그대로 가르킬순 없었다. 스모 경기에 사용할수 있게끔 개조를 해야 한다.
'삼각형 대형이 좋겠군.'
정삼각형, 이등변 삼각형, 직각 이등변 삼각형, 둔각 삼각형등 요즈음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생각나지 않았을것이다. 며칠동안 여러 삼각형 모양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개조한 보법을 연습한후 토라키상을 데리고 옥상을 올라 갔다. 오늘도 명상을 하러 가는 줄 알고 있었다.
"선배! 오늘은 특별한 것을 가르켜 줄려고 합니다."
"뭔데?"
"일단 제 움직임을 잘 보십시요."
개조한 삼재 보법을 시전했다. 삼재 보법이라기 보다는 삼각 보법이다. 여러 가지 삼각형 대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꼭지점을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움직이거나 짧게 움직이며 다시 꼭지점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꼭지점 방향에는 상대방이 있다는 가정이다.
"그게 뭐냐?"
"먼저 이걸 보십시요."
스마트 폰으로 중국 사이트로 들어가 삼재보법 영상을 보여 주었다. 지금 보인 보법과는 다르지만 어디서 배운 것인지 알려 주어야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변형한겁니다. 도효위에서 상대방과 대치했을때 도움이 될겁니다. 일단 직접 대결을 해 보죠."
"음, 좋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옥상 바닥에 자세를 취했다. 서로 머리는 부딪히진 않았다. 쯧빠리로 양손을 번갈아 내밀며 삼각보법을 시전해 뒤쪽으로 밀리는 식으로 쭉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왼쪽으로 급히 이동했다.
왼쪽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손을 내밀며 쯧빠리를 시도하며 다시 다시 왼쪽으로 이동하며 손을 뻗쳐 내는 식이었다. 비록 토라키오상을 밀어 내진 못했지만 어떤식으로 움직이는지 알려 주기 위한 대결이다.
"어떻습니까? 서로가 마와시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머리를 맞대거나 떨어져 대치할때 사용하면 될겁니다."
"모르는것 보단 나을것 같아."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것 같았다. 어쩔수없이 배운다는 식이었다. 기본적인 발걸음을 먼저 알려 주었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에 실소를 자아 냈지만 처음 보법을 배우면 모두 저런식이었다. 어려운 보법은 아닌탓으로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몸에 익숙해 질때까지 연습하는게 중요하다.
- 작가의말
강등락이 심한 경기가 스모입니다. 쥬료로 올라가면 매달 월급을 받지만 마쿠시타로 강등되면 월급은 없는 비정한 세계죠.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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