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체스터 필드 FC
97화.
허버드 오너와 악수를 하고 받아 든 유니폼을 들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등번호는 13번이다. 그것으로 입단식은 끝이었다. 코넬리 코치에게서 스마트 폰을 건네 받았다. 자동차를 타고 돌아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을 아오키상에게 전송한후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일본은 밤12시가 넘었을것이다.
- 아메미야?
"예. 아직 잠들지 않았죠?"
- 물론이야.
"방금 사진을 보냈거든요. 확인해 주세요. 정식으로 비자가 발급되어 입단식을 했습니다. 영국의 풋볼 리그 2에 소속된 체스터 필드 FC라는 클럽과 골키퍼로 3년 계약을 했습니다. 축구화는 일본의 아식스사에서 제공해 주었습니다."
축구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일부러 말을 했다. 아오키상이 아는 분이 아식스사를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 축하한다. 그럼 정식으로 프로 축구 선수가 된거야?
"예. 그래서 보도해도 된다고 연락하는 겁니다."
- 고맙다. 그런데 체스터 필드 FC라는 클럽은 어떤 곳이냐?
"영국 중부 지역에 위치한 더비셔라는 곳에 클럽으로 4부 리그에 속해 있어요. 24개 틀럽이 속해 있으며 총 46라운드중 지금 36라운드가 끝난 상태로 체스터 필드 FC는 8승 7무 21패의 성적으로 23위에요. 23위와 24위 팀이 5부 리그로 강등되기 때문에 강등 위기에 처한 상태에요."
체스터 필드 FC는 심각한 상황이다. 총제적인 난국으로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5부 리그로 강등될지도 모른다. 21위 팀과의 승점차는 불과 4점에 불과하고 18위팀과의 승점은 10점에 불과하지만 그런 팀들에 비해 무승부 수가 적고 패한 수가 많은 편이다.
꼴찌인 24위 팀과도 승정차는 불과 1점 차이다. 다음 시합의 결과에 따라 꼴찌로 전락할수도 있는 상태다. 올 시즌도 이제 10시합만 남겨 둔 상태다. 3일후 일요일에는 37라운드 홈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1월달부터는 오전에는 코넬리 코치와 개인 연습을 하고 오후에는 시합이 없는 2군 멤버들과 함께 훈련을 했었다. U-18에서 2군 멤버들하고 훈련하기까지 성장한 것이다.
- 약한 팀이구나.
"그렇죠. 그래서 저처럼 초보자를 영입한것 아닙니까? 어째든 이제 보도를 해도 됩니다."
- 알았다. 혹시 경기에 나가는 날이면 연락해 줘.
"알겠어요."
***
다음날 오후 연습이 끝난후 잭 감독이 호출했다. 사무실에는 감독님 혼자만 있었다. 무슨 일로 부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의자에 걸터 앉자 감독이 입을 열었다.
"우(Woo)! 37라운드 홈 경기부터 1군에 합류한다."
"감사합니다."
감독의 말에 날아 갈듯한 기분이었다. 드디어 1군에 합류하게 되었다. 1군 멤버는 23명이다. 그중 골키퍼(GK)는 3명이다. 처음부터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진 않을 것이다. 교체 멤버로 벤치에서 대기할것이다. 정골키퍼인 아론 선수가 부상을 입지 않는한 교체로도 들어 갈수 없을 것이다.
"감독님! 부탁이 있습니다. 제 유니폼은 골키퍼 유니폼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필드 선수용 유니폼도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슈팅력만큼은 끝내주지 않습니까? 그래서 후반 얼마 남지 시간에 교체로 투입될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음...그런 일도 가능하겠군. 알았다. 준비해 주마."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와는 다른 색깔의 전용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는 같은 복장으로 통일해야 한다. 골키퍼가 있는 상태에서 골키퍼 유니폼을 입은채 필드에서 플레이를 할순 없다. 때문에 필드 플레이어와 함께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똑 같은 유니폼이 필요했다.
"일요일 시합에 합류하래요."
"이미 알고 있었다."
"옛? 그럼 귀뜸이라도 해 주셔야죠?"
"그런건 감독님이 말해 주는거다."
코넬리 코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티도 내지 않았었다. 예상대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벤치 멤버로 앉아 있게 될것이라고도 덧붙여 주었다. 체스터 필드 FC 선수는 총 35명이다. 그중 23명이 주전 멤버이며 나머지는 후보들이다. 골키퍼는 자신이 가입한 탓으로 모두 5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코넬리 코치의 말에 의하면 한명은 시즌이 끝나면 방출되거나 이적된다고 했다. 자신때문이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프로 선수로써의 운명이다. 37라운드 시합은 오후 4시에 예정되어 있다.
코넬리 코치와 함께 오후 2시경에 홈 경기장인 B2 넷 스타디움으로 들어 갔다. 오늘 경기는 링컨 시티(Lincoln City)라는 클럽으로 현재 6위에 위치한다. 4부에 해당되는 풋볼 리그 2(Football League 2)는 24팀중 상위 3팀은 자동적으로 풋볼 리그 1으로 승격되며 4~7위 팀은 플레이 오프전을 치루어 우승한 한개팀도 승격된다.
총 4팀이 상위 리그로 승격되며 하위 2팀은 지역 리그인 5부에 해당되는 컨퍼런스 내셔널(Conference National)로 강등된다. 현재 6위인 링컨 시티는 자동으로 승격되는 3위 팀과의 승점차는 불과 7점이다.
1위와는 13점, 2위와는 10점, 3위와는 7점 차이로 10시합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충분히 3위권 이내를 노릴수 있는 위치였다. 현재 23위인 체스터 필드 FC와의 시합은 비록 어웨이(Away) 시합일지라도 절대로 놓칠수 없는 시합일것이다.
체스터 필드 FC 또한 강등권을 벗어 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할것으로 예상되었다. 더구나 홈 경기에서는 절대로 질수 없었다. 8승 7무 21패중 5승은 홈 경기에서 승리한 승수였다.
"모두 모였나? 이미 알고 있겠지만 신인을 소개하겠다."
"우강우라고 합니다. 우(Woo)라고 불러 주십시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신은 이중 국적자다. 일본에서 불미스런운 일로 스모를 은퇴한 이상 축구는 한국인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일본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일본 정부가 먼저 자신을 내친것이나 마찮가지였다. 아직 한국의 외할머니 집에는 연락하지 않은 상태다. 축구 선수가 되었다고 말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한명씩 악수를 하며 인사를 마치자 감독이 스타팅 멤버를 호명했다. 역시 자신은 벤치 멤버였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반드시 기회는 올것이다. 감독이 상대팀인 링컨 시티 팀과 어떤 전술을 사용해 경기에 임할지 미팅을 한후 2시 50분에 그라운드로 나갔다.
유니폼 위에 상반신만 쟈지(ジャージ.체육복)를 걸친채 가벼운 런닝을 시작으로 몸을 풀었다. 런닝은 체온을 높여 주는 효과는 물론 다음에 이어질 워밍업 효과도 높여 주기 때문에 반드시 가장 먼저 행하는 훈련이다.
인간의 몸은 운동 시작 5분정도에 순환기 계통이 활발하게 움직여 산소 섭취량이 피크에 도달한다. 갑자기 격렬한 연습부터 시작하는게 아니라 가벼운 런닝으로 심폐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그 후에 정적(靜的) 스트래치를 시작한다.
근육의 신축과 완화, 관절 가동역의 확보를 위한 유연성을 강조하는 체조다. 충분히 체온이 상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상을 입을수도 있어 주의해야 하는 사항이다. 5분 정도의 정적 스트래치를 끝내면 동적(動的) 스트래치를 시작한다.
점프, 스킵등 근육의 반사 작용을 상승시키는 체조를 7~8분정도 한후 볼을 사용한 연습을 시작한다. 2인 1조로 2m 간격으로 마주 선후 한사람이 볼을 가볍게 상대방쪽으로 던져 인사이드 킥(inside kick), 인스텝 킥(instep kick), 가벼운 패스(pass)등을 주고 받으며 마지막으로 헤딩(heading) 연습을 한다.
다음은 10m 넓이로 간격을 늘려 패스를 주고 받으며 50m까지 점점 거리를 늘려 가며 패스 연습을 한다. 이때에 주의할 점은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패스 연습이 끝나면 슈팅(shooting) 연습을 한다.
골문 앞에 골키퍼(Goalkeeper)가 있는 상태로 처음엔 코스를 노리고 정확하게 가벼운 킥(kick)을 시작으로 점점 강하게 차는 연습을 하면서 코치가 차 주는 볼을 달려 가면서 슈팅을 때리는 연습까지 한다. 시합 15분전까지는 모든 훈련을 끝내고 로커룸(locker room)으로 돌아가 유니폼을 갈아 입거나 수분 보충및 스타팅 멤버들과 작전 확인을 한다.
삐이이익!!
양팀 모두 절대로 질수 없는 시합으로 체스터 필드 FC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3월달인 탓으로 아직 쌀쌀한 날씨다. 강우는 벤치 코트를 걸친채 벤치에 앉아 편하게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1만여명이 수용 가능한 B2 넷 스타디움엔 드문드문 관중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많아 봐야 천여명도 되지 않아 보였다.
강등권에서 벗어 나지 못한채 하위에서 빌빌거리는 탓으로 광팬이 아닌 이상 스타디움으로 발을 옮기는 팬들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 작년 시즌은 3부 리그인 풋볼 리그 1(Football League 1)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4부 리그로 강등된 상태로 이번 시즌에서 다시 5부 리그인 하위 지역 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처한 상태다. 리그 2로 강등되어 대부분의 선수들도 교체된 상태였다.
'답답하군.'
경기가 시작되었다. 10분도 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선수들의 움직임과는 전혀 달랐다. 전술 또한 느슨한 압박과 센터 라인 부근에서 볼을 패스하며 간간히 골키퍼쪽으로도 패스하길 반복하고 있었다. 좀처럼 상대 진영으로 파고 들지 못하고 중앙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겨우 링컨 시티 진영으로 패스를 주고 받으며 왼쪽 터치 라인쪽으로 미더필드(MF)인 7번 지레가 드리블로 파고 들었다.
툭!
따라 붙은 수비수를 따돌리기 위해 뒤쪽으로 패스하며 패널티 에어리어 외곽쪽으로 달려 들자 곧바로 패스를 받은 미드 필드 21번 잭이 원터치로 건네 주었다. 볼을 받은 지레는 수비수를 제치기 위해 앞쪽으로 툭 차며 달려가 올려 주었다.
수비수가 발을 내밀어 저지할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골 에어리어쪽으로 날아간 볼을 포워드(FW)인 9번 크리스티안이 훌쩍 뛰어 올라 헤딩을 시도했다. 하지만 뛰어 오른 크리스티안 머리 위쪽을 살짝 넘어선 볼을 상대방이 걷어 냈다.
펑!
센터 서클 부근까지 날아간 볼을 디펜더(DF)인 3번 제로메가 잡아 롱패스로 문전쪽으로 펑 차 올렸다. 다시 크리스티안의 머리를 노리고 크로스를 올린것이다. 밀집된 수비수들과 함께 뛰어 오른 크리스티안이었지만 상대방이 먼저 헤딩으로 볼을 걷어 냈다. 그때였다. 패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떨어지는 볼을 미더필드인 8번 죠단이 발리슛을 시도했다.
펑!
쏜살같이 튀어 나가는 볼은 골문 오른쪽안으로 빨려 들어 갔다. 링컨 시티 골키퍼가 오른쪽을 급히 점프를 했지만 손이 닿지 않는 거리였다.
"와아아아!!"
선취골의 주인공은 체스터 필드 FC였다. 홈 관중들이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벤치에 앉아 있던 벤치 멤버는 물론 감독이하 코치들도 벌떡 일어 나며 두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메미야, 아니 우(Woo)는 골 세레머니를 하는 죠단을 향해 박수를 쳐 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었다.
전반 23분에 터진 선취골로 인해 벤치의 분위기도 밝아졌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불과 2분만에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디펜더인 4번 아드리안의 패스 미스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전은 1-1 동점으로 끝났다. 주전 멤버들이 로커룸으로 빠져 나갈때 강우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나가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쌀쌀한 날씨탓으로 벤치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 몸이 굳은 상태였다.
"코리언! 언제 나가냐?"
코리언이라는 말에 관중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브랜든 일행이 골문 뒤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연습 광경을 보러 올 정도로 광팬인 브랜든 일행이다.
"감독님 마음이죠."
팬들이 무슨 말을 하던 원래는 무시해야 할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알아 주는 브랜든 일행들은 무시할수 없었다. 하프 타임이 끝나고 링컨 시티의 공격으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링컨 시티는 총공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홈팀임에도 불구하고 체스터 필드 FC는 방어에 급급했다. 볼 점유율도 압도적으로 링컨 시티가 앞선 상태였다. 후반 14분. 코너킥을 얻은 링컨 시티가 차 올린 볼이 헤딩골이 되어 버렸다. 수비수 뒤쪽에서 갑자기 뛰어 나온 8번 선수가 점프해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체스터 필드 FC 수비수들은 완전히 8번 선수를 놓친 탓으로 프리 상태였다. 찬물을 끼 얹은듯 관중석이 침묵속에 잠겨 버렸다. 1-2로 역전이 되었다. 만회골을 넣기 위해 체스터 필드 FC도 공격에 나섰지만 번번히 상대 수비수에 막히거나 패스 미스로 볼을 빼았겨 후반전엔 아직 슈팅 한개도 없는 상태였다.
"악!"
체스터 필드 FC 패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외곽 지점에서 파울이 선언되었다. 안쪽으로 드리블로 파고 들려는 선수를 디펜더인 4번 아드리안이 볼을 걷어 찰려고 했지만 상대방의 바디 페인팅에 속아 발을 건것이다. 직접 프리킥이 주어졌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