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옛인연을 찾으러 가다
139화.
"광고 계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몇개나 계약할까요?"
"너무 많으면 모두 다 찍을수 없잖아요. 서너개만 계약하세요. 만약 영국으로 직접 와서 촬영해도 된다는 회사는 계약해도 되고요."
한국은 우강우 일색으로 물들었다. 연일 방송국에 불러 다녀야 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정이 꽉 차 버린 상태다. 한국에서 우강우라는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다.
함부로 외출할수도 없게 되었다. 시간을 내어 외할머니를 찾아 갈려고 했지만 기자들이 호텔밖에 진을 치고 있는 탓으로 전화 통화만 할수 있었다.
"피곤하네."
"고생하셨습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길버트와 함께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규 리그와 FA 컵, EFL 컵, UEFA 유로파 리그, UEFA 팸피언스 리그에도 참가해야 한다.
***
어느듯 맨유 소속으로 활약한지 10년이 흘렀다. 월드컵은 3번이나 우승했으며 프리미어 리그 10연패는 물론 UEFA 챔피언스 리그 9연패를 달성했다. 축구 선수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발롱도르도 10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올해의 발롱도르도 유력 후보다. 축구로 더이상 올라갈 텟펜(TEPPEN)은 없는 상태다.
"우 선수! 정말 은퇴를 할 생각이십니까?"
"작년에 은퇴를 한다고 했잖아요."
작년 시즌에 돌입하기 전에 길버트에겐 넌지시 은퇴를 들먹였었다. 농담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듯 벌쩍 뛰는 길버트였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다. 또한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최전성기인 지금 은퇴를 하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제 나이가 이미 30이 넘었습니다. 이제 좀 쉬고 싶습니다."
"......"
은퇴를 하기로 했지만 마음대로 은퇴하기도 쉽지 않았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말리는지 진땀을 빼며 은퇴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럼 한국으로 갈꺼냐?"
"여러 나라를 둘러 볼 생각입니다."
"결혼은?"
"여자가 있어야지요?"
달라 붙는 여자들은 많았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는 한명도 없었다. 눈이 너무 높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첫만남에서 필이 오지 않았다. 결혼할 마음이 없는 탓이기도 했다.
"가끔씩 찾아 올께요. 그리고 이 집은 코치에게 선물합니다."
"고맙다. 언제든지 찾아 와."
코넬리 코치와 제인 부인에게 작별을 고했다. 첼시 소속인 유앙에게는 전화로 알려 주었다. 눈물까지 흘리며 붙잡는 유앙이었지만 한번 다짐한 마음을 돌릴순없었다. 주변 정리를 하고 일본으로 향했다.
"원장 선생님!"
"어서 오너라."
아오미츠엔의 원장 선생님에게도 은퇴를 한다고 말해 두었었다. 자신이 생활했었던 때보다 건물이 더 낡았다. 새로운 건물을 지어 준다고 해도 받아 들이지 않은 원장 선생님이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원생들도 3명밖에 없다.
나이가 든 원장 선생님이 힘에 부쳐 아이들을 받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대스타가 고아원인 이런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게 보도된다면 큰반향을 불러 일으킬것이다. 자신에게는 이 아오마츠엔이 본가(本家)나 마찮가지다. 자신과 같이 생활했었던 애들은 모두 이곳을 나가 대학생이 되었거나 회사에 다니고 있는 중이다.
"아메미야!"
"오랜만입니다."
나루토 오야카타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나루토 베야는 자신이 자금을 대어 큰건물을 지어 준 상태다. 오야카타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였다. 토라키오상이나 사토상, 고바야시상, 혼마상은 이미 은퇴를 한 상태다.
"은퇴를 한다며?"
"저도 이제 나이가 있잖아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으니까 이제 좀 쉬거라."
방송국에서 일하는 아오키상은 저녁에 만나고 다음날은 그동안 계속 스폰서를 해 주던 아식스 사를 방문해 은퇴를 통보했다. 아식스 사와는 올해 모든 계약이 끝나기에 문제는 없었다. 일본에서는 일주일동안 머물었다.
"우강우 선수! 은퇴를 다짐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지요?"
한국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버렸다. 얼마나 많이 몰려 왔는지 몇백명은 되어 보였다. 2022년에 카타르 월드컵에 우승한 이래 항상 이런식이다.
"좀 쉬고 싶어서요."
"복귀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겁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축구가 그리워지면 복귀할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쉬고 싶을뿐입니다."
일말의 여지는 남겨 두었지만 아마 복귀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성실히 답해 주었다. 공항에서 2시간이나 기자들에게 시달린후 자신의 집으로 이동했다. 외할머니 가족들은 자신이 마련해 준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은퇴를 한다고?"
"해 야죠. 언제까지 축구만 할순 없으니까요."
외삼촌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동안 외삼촌 가게는 크게 성장한 상태다. 외할머니에게 집을 구입하라고 준 돈으로 새로운 가게를 마련하고 자신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외삼촌의 가게도 덩달아 커져 갔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 이제 뭘 할건데?"
"여행을 할려고요?"
"결혼은? 참한 애가 있는데 소개해 줄까?"
"하고 싶으면 할겁니다."
여행은 핑계지만 중요한 일로 중국으로 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에 있을때보다 더 바쁘게 돌아 다녀야 했다. 스폰서 회사만 해도 열개가 넘어 일일이 방문해 은퇴를 보고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2개월을 보내고 영국으로 날아 갔다. 맨유에서 은퇴식을 치루어야 했다. 프리미어 리그 개막식과 함께 은퇴식이 거행되었다. 그동안 같이 뛰었던 팀 동료들이 많이 찾아 와 주었다.
"복귀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은퇴식 후 그날 저녁엔 파티까지 열어 준 맨유였다. 맨유는 세계 최고 클럽으로 거듭난 상태다. 원래부터 유명한 클럽으로 더욱 입지를 굳혀 최정상에 군림하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자신이 은퇴한 이상 앞으로는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어르신, 찾았다고요?"
"그래. 여기 주소라네."
중국 텐진의 민속 학자인 왕상명을 찾아 갔다. 왕상명 어르신에게는 자금의 여유가 생겼을때 돈을 보내 주어 송가장 사람들이 어디로 이주했는지 찾아 봐 달라고 의뢰했었다. 이미 10여년전의 일이었다. 일년에 한번씩은 전화로 알아 보고 있었지만 올해 전화했을때 드디어 찾았다고 했었다. 그동안 왕상명 어르신에게는 제법 많은 돈이 들어 갔었다.
정말로 찾고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믿을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정말로 찾고 있었던것 같았다. 5월달에 모든 일정이 끝난후 전화를 했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당장에라도 달려 가고 싶었지만 꾹 참을수 밖에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만 알고 자세한건 그곳에서 다시 찾아 봐야 한다고 했었다. 전화를 한지 석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드디어 찾은 것이다.
꾸벅.
"어르신, 감사합니다."
주소를 받아 들고 호남성(湖南省) 영주시(永州市) 동안현(東安県) 오당촌(伍塘村)으로 향했다. 호남성엔 이미 예전에 한번 다녀 간적이 있는 곳이었다. 호남성에 장가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장가계에서 먼 남쪽에 위치하는 곳이다.
호남성에는 중원에 있을때 몇번이나 온적이 있는 곳이다. 중원에서 가장 유명한 동정호가 위치하는 곳이 호남성이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을것이지만 시간이 된다면 찾아가 보고 싶었다.
동정호도 지금 가고 있는 곳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장가계에서 그렇게 멀지 않는 곳이다. 중학교때 장가계를 방문했을땐 시간이 없어 동정호까지는 들러 보지 못했었다. 2시간여의 비행으로 장사(長沙)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영주시로 향했다.
오당촌이 어디에 있는지는 구글 맴으로 알아 본 상태다. 얕은 산들이 많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곳이지만 구글 맴으로 확대에 제한이 있는 탓으로 자세하겐 알순 없었다. 오늘은 영주시에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택시를 타고 오당촌으로 가기로 했다.
부르릉.
설레이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오당촌으로 향했다. 택시 요금은 운전수가 달라는대로 다 주었다. 산골 마을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었다. 중국은 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런 시골에서는 아직 돈을 사용하지만 대부분 스마트 폰으로 결제하거나 카드 형태의 전자 화폐를 사용한다. 외국인의 경우 전자 화폐를 구입해 사용한다.
"이곳이 오당촌입니다."
"전화하면 올수있죠?"
"물론입니다."
오당촌은 완전 시골 마을이었다. 택시를 타고 오면서 점점 산속으로 들어 갔다. 도로도 시멘트 포장 도로였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벽돌로 지은 집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빙 둘러 봐도 10여채밖에 없었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 없어 어느 집을 찾아가 물어 봐야 했다.
멍멍멍멍!!
가장 앞쪽 집앞에 서자 개가 먼저 짖어 대며 달려 나왔다. 묶어 놓지도 않은채 기르고 있었지만 애완견은 아니다. 중국도 개를 잡아 먹는다. 개뿐만이 아니라 원숭이 골이라든가 이름모를 야생 동물이나, 쥐도 잡아 먹는다. 이놈의 개도 이 집 주인에게 잡아 먹힐 신세일것이다.
"계십니까?"
멍멍멍멍!!
잠시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기감을 펼쳐 알아 보았다. 밖으로 일을 나간것인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감을 넓게 시전해 사람이 있는 집을 찾았다.
"계십니까?"
"누구요?"
70~80대로 보이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한명이 집안에서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계속 짖고 있던 개는 노인이 밖으로 나오자 쪼르르 달려가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그래도 저 개가 짖기만 할뿐 자신에게 덤벼 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 마을에 송강이라는 분이 살고 계신지요?"
"송강? 송씨라면 저 위로 올라가 오른쪽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집이여."
"감사합니다."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걸어 올라 갔다.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자 위쪽 멀리 다섯채의 집이 보였다. 이곳은 깡촌중의 깡촌이다. 도로도 더이상 포장되어 있지 않았다. 물건을 파는 가게도 전혀 없었다. 있을리가 없는 산골 시골 마을이다.
택시를 타고 가도 가게가 있는 곳은 이곳에서 30분은 가야 하는 거리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이런 시골 마을에선 살수 없을 것이다. 마을앞은 다닥다닥 붙은 작은 논들이 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작은 냇물도 흐르고 있었으며 50미터 넓이의 저수지도 자리하고 있었다. 다섯채의 집 중에 가장 오른쪽에 있는 집이 저수지에서 가장 가까웠다. 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감을 넓게 퍼뜨려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 보았다.
다섯채의 집 중에 안에 있는 집은 한집밖에 없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집뒷편 왼쪽에 분산되어 있었다. 다섯채의 집뒤는 낮은 산으로 나무숲이었다. 논옆에도 낮은 산들로 둘러 쌓여 있었다.
멍멍멍멍멍!!!!
멍멍멍멍멍!!!!
저수지 위쪽 길을 따라 오른쪽 집앞으로 다가 서자 개가 짖어 대었다. 덩달아 다른 집에서도 개가 시끄럽게 짖어 대기 시작했다. 시골 마을이라서 그런지 어느 집에서나 개를 키우고 있었다.
아직도 이 세상이 먼옛날의 중원같은 세계였다면 개방 걸개들이 좋아할만한 일이다. 텅빈 집안에 있는 개들은 개방 걸개들에게 있어 어서 날 잡아 가라고 짖어 대는 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후손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생각되는 오른쪽 집은 대문이 보이지 않았다. 시골 마을인 탓으로 문을 걸어 잠굴 필요도 없는것 같았다. 벽돌로 지어진 일층 건물은 넓어 보였지만 옆쪽 뒤에 보이는 건물은 허름한 건물로 기와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벽돌집 현관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텅빈 집인 탓으로 안으로 들어 가진 않았지만 도둑 걱정은 없는 마을같았다. 고작 다섯채의 집만 있는 곳인 탓으로 서로가 잘 아는 탓일것이다. 사람들이 있는 왼쪽 뒷쪽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걸어 갔다.
멍멍멍멍멍!!!!
걸어 갈때마다 집집마다 개들이 시끄럽게 분위기를 망치고 있었다. 짖고 있는 개들을 향해 살기를 살짝 뿜어냈다. 그러자 개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마을 왼쪽 뒷편에는 계단식 밭이 펼쳐져 있었다. 언덕을 깎아 만든 밭으로 높은 언덕은 아닌 탓으로 완만한 경사진 밭이었다. 그곳에는 다섯명이 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 늙은 노인들이뿐이다.
저벅저벅.
양복을 입은 강우가 그들이 있는 밭쪽으로 접근하자 일손을 멈춘 노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펴고는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말 좀 묻겠습니다. 이 마을에 송강(宋康)이라는 분은 계시는지요?"
세사람이 두사람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늙은 부부가 밭에 선채로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날세. 무슨 일로 찾아 온겐가?"
"정말 송강씨가 맞습니까? 옛날에 텐진에 살고 있던 송가장의 송당(宋搪)이라는 분의 아들이 맞습니까?"
"내 선친 이름을 자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건가?"
-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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