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스모 총견(1)
54화.
"후우!"
길게 숨을 뿜어낸후 붉은 버턴을 노려 보며 달려 갔다. 확실히 버턴만 누르면 아무리 빠르게 떨어지는 볼이라고 해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꽉!
타다다닥!
버턴을 누른후 떨어 지는 공을 바라 보며 달려가 점프하며 오른손을 뻗었다.
탁!
여유롭게 손바닥 위로 공이 떨어 졌다. 10포인트를 획득하고 이제 두번의 기회가 남았다. 다음 순번인 사노 가쿠(佐野岳)는 처음부터 12m를 설정해 성공했다. 역전을 하기 위해선 13m 이상을 성공시켜야 한다.
사노 가쿠(佐野岳)의 의지를 무너 뜨리기 위해 이번엔 12m 50cm로 크게 거리를 늘려 설정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거리를 늘릴 필요는 없었다. 11m 50cm정도만 성공해도 충분히 종합 우승을 할수 있을 것이지만 마지막 경기인만큼 압도적으로 우승하고 싶었다. 두번중 한번만 성공해도 종합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거리가 짧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린후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다가 왔다. 사노 가쿠(佐野岳) 선수는 13m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자신이 두번을 실패하고 사노 가쿠(佐野岳) 선수가 13m를 성공한다면 역전당한다.
타다다닥!!
꽉!
떨어 지는 공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달려 갔다. 스모 선수가 이렇게 빨리 달릴수 있을줄은 누구도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탁!
"와아아!!!"
이번에도 여유롭게 손바닥안에 공이 쏙 들어 왔다. 일부러 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받아 들었다. 손가락 끝으로만 건드려도 문제없지만 확실히 터치를 하기 위해 양손으로 받아 든것이다. 이것으로 종합 우승을 한것이나 마찮가지다. 사노 가쿠(佐野岳)는 두번째 시도에서 아슬아슬하게 실패했다. 곧바로 세번째 시도에서도 실패했다. 13m는 거리가 너무 먼탓이었다.
"나루토류제키! 이번엔 얼마나 거리를 늘리겠습니까?"
"음, 13m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마지막 한번의 기회가 남아 사노 가쿠(佐野岳)가 설정한 거리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충분히 성공할수 있었지만 일부러 실패했다. 지금까지 잘난체를 너무 많이 한탓으로 일부러 실패하는 장면을 보여 준것이다.
"종합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스케 완전 정복과 최강 스포츠 남자로 등극했습니다. 기분은 어떤지요?"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모두가 양보해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무난하게 답해 주었다. 인터뷰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오키상이 여러 가지 조언을 해 준것이 큰도움이 되었다. 익숙해진 인터뷰라고 해도 항상 말은 가려했다.
"스모에서도 연승 기록 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바쇼를 기대해도 되겠는지요?"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마치고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방송국인 TBS 사장이라는 분이 직접 상장과 상금을 수여하고 닛산 자동차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큼직한 자동차 키 모양을 건네 주었다. 사진 촬영까지 끝마치고 모든 행사가 끝나 겨우 풀려 날수 있었다.
"축하한다."
"지루했죠?"
"아냐, 재밌었어."
지금은 새벽 3시다. 전번 사스케때와 마찮가지로 긴시간동안 촬영을 한것이다. 새벽에도 영업을 하는 라면 가게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많이 먹진 마세요. 아침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알아서 먹을께."
너무 많이 먹으면 훈련때 고생한다. 적당히 먹는다고 했지만 고바야시상은 특대로 시켜 먹었다. 자신이 먹은 양의 세배나 되는 양을 씹지도 않고 부어 넘기는 모습에 배가 많이 출출한 상태 같았다. 라면으로 배를 채운후 24시간 영업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해 날이 완전히 밝을때까지 시간을 떼웠다. 레스토랑에서도 고바야시상은 배를 채웠다.
"그만 먹어요. 그러다가 정말 훈련때 어쩔려고요? 나중에 배 터지게 사 줄테니까 지금은 참아요."
어느 정도 소화를 하고 훈련에 들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은것을 토해 낼지도 모른다.
"이것만 먹고 그만 먹을께."
라면 가게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먹어 치운 고바야시상이었다. 다른 선배들까지 합류하면 얼마나 먹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날이 완전히 밝아 나투로 베야로 돌아갔다.
"다녀 왔습니다."
"고생했다."
"오야카타! 아메미야가 또다시 일 냈습니다."
"설마 우승한거냐?"
우승 보고를 하기도 전에 고바야시상이 먼저 말해 버렸다. 오야카타는 물론 다른 선배들까지 놀란 표정들이었다.
"괴물같은 놈!"
"이번 상금은 얼마냐?"
"200만엔요. 오늘 저녁에 크게 한턱 내겠습니다."
"하하하, 막내 덕에 배 터지게 먹어 보자."
아침 훈련때 예상대로 고바야시상은 몸이 무거워 힘들어 했다. 훈련이 끝날 무렵 오카미상이 도착했다. 오카미상에게 어제 일을 보고한뒤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 인수증을 내밀었다. 닛산 자동차 매장 아무곳에나 가서 부상으로 받은 차종을 선택할수 있다.
"이걸 받아도 되는거니?"
"물론입니다. 출퇴근하기 힘들텐데 편하게 타고 다니세요."
"고맙구나."
그날 저녁엔 야키니쿠(焼肉.불고기 전문점) 가게로 가서 모두들 배 터지게 먹었다. 고기를 먹으며 어제 저녁에 방송된 사스케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졌는지는 선배들의 설명으로 추측해야했다. 녹화라도 해 두었다면 나중에 볼수 있었지만 녹화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
5월 바쇼 이주일전. 기다리던 새로운 반즈케가 발표되었다. 선배들 모두 조금씩 지위가 올라 갔다. 예상대로 아메미야는 마쿠우치(幕内)로 승급했다. 마쿠우치(幕内) 서(西) 14마이메(枚目)였다. 토라키오상은 마쿠시타(幕下) 서(西) 4마이메(枚目), 사토상은 마쿠시타(幕下) 서(西) 32마이메(枚目), 고바야시상은 산단메(三段目) 서(西) 3마이메(枚目), 혼마상은 죠니단(序二段) 서(西) 61마이메(枚目)였다. 토라키오상과 고바야시상은 다음 바쇼때 한단계씩 승급할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전승으로 우승하면 두말할 필요없이 승급하게 될것이다.
스모 경기는 1월, 5월, 9월 바쇼는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에서 개최된다. 나루토 베야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5월 바쇼 9일전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 개최하는 스모 훈련 총견(総見)에 참가해야 한다.
연 3회 1월, 5월, 9월 바쇼전에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 선수들의 몸상태를 점검하는 행사로 마쿠시타(幕下) 이상의 선수들 모두가 참가한다. 아메미야도 참가한적이 있지만 일부러 도효위로는 올라 가지 않았다. 도효 주변에는 선수들이 서로 도효위로 올라 갈려고 경쟁이 심하다. 조금이라도 다른 선수들과 시합 형식으로 대결해 보고 싶어서다.
이번에는 마쿠우치 지위로 참가하게 되면 도효 위로 올라 가야 할것이다. 누군가에게 지명 당할수도 있었다. 나루토 베야의 선배들은 오야카타를 따라 다른 스모 베야로 연일 데게이코(出稽古)를 하러 갔다.
숙소에는 아메미야 혼자 남아 개인 훈련을 했다. 굳이 다른 스모 베야로 가서 훈련할 이유가 없는 아메미야였다. 5월달엔 고졸 인정 시험 원서도 접수해야 한다. 선배들이 낮잠 자는 시간엔 항상 옥상에서 훈련을 하며 교과서로 공부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
딱!
"악! 엄청나게 아픕니다."
"하하하, 대신 아부라센(銭油)를 받았지 않느냐?"
"받지 않고 맞지 않는게 좋습니다."
"전통이다."
처음으로 상투를 틀었다. 아직은 머리카락이 길지 않아 머리위에 둥근 똥처럼 놓여져 있는 상태다. 마게(髷), 즉 상투를 처음으로 틀면 오야카타가 아부라센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건네 주며 이마에 딱밤을 친다.
아부라센은 상투를 틀어 주는 스모 선수 전용 이발사인 도코야마(床山)에게 머리에 바르는 스키아부라(すき油) 대금용이다. 도코야마상은 스모 협회에서 월급을 받지만 스키아부라(すき油)는 자비(自費)로 구입해야 한다. 때문에 상투를 틀땐 도코야마상에게 스키아부라(すき油) 대금을 지불해 주어야 한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씩 상투를 새롭게 틀지만 틀때마다 지불해 주는 것이다.
"이제야 세키토리처럼 보이는구나. 얼굴이 확 달라 졌어."
"아메미야! 정말 아메미야냐? 몰라 볼 정도야."
"농담이죠?"
"큭큭큭! 잘 아네."
거울을 보고는 조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상투 하나 만으로 조금 더 어른스러운 얼굴이 된것이다. 본경기에 임할때는 이제 오오이쵸(大銀杏)라는 상투 앞부분을 은행잎 모양으로 활짝 펴게 된다.
"무리하지 않는게 좋아."
"걱정마세요. 될수 있는한 도효위로는 올라 가지 않을겁니다."
요코즈나(横綱) 심의 위원회에서 개최하는 스모 총견(総見)에 참석하기 위해 고바야시상과 함께 료고쿠 고쿠기칸(両国 国技館)으로 향했다. 스모 교습소에서 스모 전반에 대한 교육과 기본 교육을 할때 사용하던 도효가 있는 곳에서 개최된다.
교습소에는 많은 선수들로 북적거렸다. 마쿠시타(幕下), 쥬료(十両), 마쿠우치(幕内) 순으로 도효로 올라가 위원회 앞에서 평소와 같은 훈련을 한다. 위원회 멤버들은 훈련 모습을 보면서 어느 선수의 몸 상태가 좋은지 평가한다. 평가라고 해도 요코즈나(横綱)의 상태만 기자들에게 어떻다고 말한다.
요코즈나 심위 위원회 멤버는 9명으로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다. 신문사 회장이나 방송국 사장등 유명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장은 키타무라 마사토(北村 正任)라는 마이니치(毎日) 신문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명예 고문이다.
스모 협회는 폐쇄적으로 굳이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라는 자문 기관을 둘 필요는 없지만 스모 협회에 비판적인 기사가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게끔 신문사나 방송국의 사장이나 회장을 역임한 인사들을 끌어 모아 사전에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스모 협회의 심판 부장이 요코즈나로 승급할수 있는 선수를 이사장에게 보고해 이사장은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 자문을 구한다. 스모 협회는 이사장이 가장 높은 지위다. 위원회에서는 심의해 삼분의 이 이상의 찬성으로 이사장에게 요코즈나 승급 추천을 하게 된다.
이사장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대부분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에서 추천하면 요코즈나로 최종 승급하게 된다. 요코즈나 심의 위원회 회의에는 이사장도 참석하기 때문이다. 대기실에서 흰색 마와시를 착용하고 있을때 쥬료 우승 다툼을 할때 하리테(張り手) 한방에 기절한 교쿠슈호(旭秀鵬)가 노려 보고 있었다.
교쿠슈호도 마쿠우치로 승급한 상태다. 기절한 탓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것 같았다. 5월 바쇼에서는 교쿠슈호와 다시 대결할것이다. 자신은 마에가시라(前頭) 14마이메(枚目)지만 교쿠슈호는 마에가시라(前頭) 16마이메(枚目)다.
마에가시라(前頭)는 마쿠우치(幕内) 선수들중 특별한 지위인 요코즈나(横綱), 오오제키(大関), 세키와케(関脇), 고무스미(小結)에 올라가 있지 않는 마쿠우치 선수들 모두를 지칭하며 달리 히라마쿠(平幕)라고도 부른다. 교쿠슈호가 노려 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에 대결할때도 또다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면 고스란히 돌려 줄 생각이다.
도효쪽으로는 다른 마쿠우치 선수들과 함께 이동했다. 탁자앞 의자에 앉아 있는 심의 위원회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모두 함께 시코를 밟았다. 아메미야는 평소에 밟던 시코와는 전혀 다른 시코를 밟았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끔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높이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간단하게 준비 운동을 하고는 모우시아이(申し合い)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도효위에서 두명이 서로 대결한후 승리한 선수는 그대로 남고 패배한 자는 도효 밖으로 내려 오면 도효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이 손을 들어 올린다.
도효위에서 승리한 자가 그들중 한명을 선택해 대결하는 식의 훈련이다. 아메미야는 손을 한번도 들지 않았다. 당연히 도효 위로 올라가 대결도 하지 않은채였다. 다른 선수들은 서로 올라 갈려고 안달이었다.
다음은 산반케이코(三番稽古)다. 동일 선수와 몇번이나 대결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마쿠우치 선수는 모두 42명이다. 부상으로 참가하지 않은 선수를 제외하면 39명으로 산반케이코(三番稽古)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결하는 상대는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누군가 먼저 도효 위로 올라가면 다른 선수가 즉시 올라 가는 식이다.
아메미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대결하는 선수들만 바라 보았다. 이런 것도 미토리 케이코(見取稽古)라는 훈련의 일종으로 어떤식으로 상대를 밀어 내고 쓰러 뜨리는지 분석하는 훈련이다.
마지막 훈련은 부츠카리 케이코(ぶつかり稽古)다. 요코즈나인 하쿠호(白鵬)가 도효위로 올라가 한명을 지목했다. 누구도 부츠카리 케이코(ぶつかり稽古)는 하고 싶지 않는 가장 힘든 훈련이다.
"나루토류(鳴戸龍)! 올라 와라!"
정확히 자신을 보고 지명했다. 왜 하필 자신인지는 모른다. 다른 선수들 눈에 띄지 않게끔 조심하며 구석에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지목 당했다는 것은 하쿠호(白鵬)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제기랄!'
지목 당한 이상 도효위로 올라 갈수 밖에 없었다. 하늘같은 요코즈나의 가슴을 빌리는 것은 스모 선수들이라면 누구라도 원하는 일이지만 부츠카리 케이코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열 받으면 힘을 쏟아 부을지도 모른다. 새롭게 마쿠우치로 올라 온 자신의 역량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같은 몽골 출신인 교쿠슈호(旭秀鵬)를 기절시킨 복수를 할려고 지명했는지는 판단할수 없었다.
"와라!"
- 작가의말
스모 총견은 일반인들도 견학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면을 제외한 다른 도효 주변을 에워 싸고 있는 선수들로 인해 도효위가 잘 보이지 않아 견학하는 사람들은 적은 편입니다.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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