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아오이의 슬픈 현실
106화.
크리스티안은 절묘하게 패스된 볼을 원 터치로 그대로 때렸다. 골키퍼는 왼쪽으로 즉시 몸을 날렸지만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오는 볼에 대응할수 없었다.
출렁!
왼쪽 골 네트를 가른 볼에 홈 관중들인 레스터 시티 팬들이 침묵했다. 체스터 필드 팬들은 백여명도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선제골에 우뢰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와아아!!!"
전반 43분에 터진 골로 인해 어웨이 팀인 체스터 필드가 앞선 상태로 전반을 끝낼수 있었다. 로커룸으로 들어선 동료들은 모두 지친 표정들이었다. 압박감이 심한 탓이었다.
"모두 고생했다. 후반전도 전반과 똑 같은 전술이다."
수비를 하면서 역습을 가한다는 전술이다. 지쳐 보이는 선수는 상황을 봐 가면서 교체할 것이다. 후반전은 더욱 공세로 나온 레스터 시티의 공격에 체스터 필드는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삐익!
"Penalty Kick!!"
주심의 휘슬과 함께 홈 레스터 시티 관중들이 페널티 킥이라고 소리쳤다. 주심도 페널티 킥 마크를 양손으로 가르키고 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안쪽으로 패스한 볼을 잡은 레스터 시티 선수가 페이크로 속여 치고 나갈려고 할때 디펜더인 4번 아드리안이 내민 발에 다리가 걸려 넘어 진것이다.
"아드리안! 잘 했어. 위험한 순간이었다. 걱정할건 없어."
"부탁한다."
망연자실하는 아드리안을 다독여 주었다. 위험한 순간에는 파울을 하라고 항상 지시하는 강우였지만 막상 파울을 한 선수는 침울해 질수 밖에 없었다. 레스터 시티 키커가 볼을 세팅하고 찰 준비를 했다. 이미 자신이 페널티 킥은 잘 막는다는 걸 알고 있을것이다.
삐익!
타다닥.
키커는 빠르게 달려 오며 오른발을 강하게 내뻗었다. 약한 볼 보다는 강한 볼을 찰려는 것 같았다.
펑!
팟!
"오오! 엄청난 슈팅과 엄청난 도약력입니다. 양선수 모두 놀랄 정도입니다."
"우(Woo)선수가 언제 점프해 잡아 챘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레스터 팬들은 탄식을 쏟아 내는군요. 절호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아! 우(Woo)선수! 바로 볼을 던졌습니다. 9번 크리스티안 선수쪽으로 날아 갑니다."
"체스터 필드의 전술은 항상 센터 서클쪽에 두세명이 남아 있는 것이죠. 만약 크리스티안 선수가 볼을 잡는 다면 역습 기회입니다."
스카이 스포츠 TV 해설 부스에서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열을 올리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은 볼을 잡지 못했다. 수비수가 먼저 헤딩으로 걷어내 버린것이다. 총공세로 나온 레스터 시티지만 골은 넣을수 없었다.
추가 시간은 4분으로 4분도 거의 다 되었을 무렵 레스터 시티는 코너킥을 얻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골키퍼까지 모두 올라 와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 비좁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펑!
왼쪽 코너에서 날아 오는 볼을 향해 바닥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볼은 골문 가까이 날아 오고 있는 상태였다. 상대 선수도 볼을 향해 뛰어 오르고 있었다.
덥석.
볼을 잡아 채고 바닥으로 내려 올때 상대 선수와 뒤엉켜 바닥으로 쓰러졌지만 볼은 놓치지 않았다.
삐~이이이익!!!
동시에 주심의 시합 종료 휘슬이 길게 울려 퍼졌다. 3차전도 어렵게 이길수 있었다. 체스터 필드 선수들은 모두 바닥에 주저 앉은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만큼 모두 지쳐 버린 것이다. 한동안 숨을 돌린 동료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승리를 만끽했다. 4차전 조 추첨은 오늘 밤이다. 4차전까지는 한달의 시간이 남아 있어 당분간은 정규 리그에 전념할수 있다.
"모두 수고했어."
로커룸으로 돌아 오자 잭 감독이 다시 한번 선수들 모두를 둘러 보며 위로했다. 체스터 필드의 선수들도 3차전까지 통과하자 점점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날밤 4차전 조 추첨이 끝나 대전 상대가 발표되었다. 프리미어 리그에 소속된 에버턴 FC(Everton Football Club)를 홈으로 불러 들인 홈 경기다.
EFL 컵 4차전까지의 정규 리그는 그동안 시합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 위주로 9라운드를 치루고 10라운드는 주전 멤버들과 벤치 멤버들을 섞었다. 11라운드는 주전 멤버들로 구성하고 12라운드는 또다시 섞었다.
10월달의 정규 리그 성적은 2승 2무였다. 12라운드가 끝낸 시점에 8승 4무. 승점 28점으로 수위를 독주하고 있는 상태다. 체스터 필드가 승승장구하자 팬들도 홈 경기일땐 만원 관중으로 보답해 주었다.
더비셔 어딜 가더라도 체스터 필드 FC 클럽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김영아에게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카페로 가서 대화를 하는게 어려워진 상태다. 팬들이 몰려 와 사인 공세와 사진 공세에 김영아가 부담스러워했다.
"걸 프렌드는 아니에요. 한국어 선생입니다."
이런식으로 일일히 답해 주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인터넷에는 김영아와 같이 앉아 있는 사진이 떠돌아 걸 프렌드라는 헛소문이 돌고 있었다. EFL 컵 4차전 상대인 에버턴 FC와의 홈 경기는 2-0으로 승리했다.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팀 답게 볼 점유율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유효 슈팅은 전후반 통틀어 불과 3개밖에 없었다. 중거리 슈팅을 남발하는 에버턴이었다. 4차전이 끝난 이틀후 5차전인 준준결승 상대팀이 발표되었다. 준준결승은 12월 19일에 사우샘프턴 FC(Southampton Football Club)로 결정되었다. 이번에도 운이 따르는지 홈 경기로 배정되었다.
10월 16일에 FA 컵 1차전 조추첨이 끝난 상태로 체스터 필드의 1차전 상대는 8부 리그에 소속된 하이드 유나이티드 FC(Hyde United Football Club)으로 11월 7일 홈 경기다. 정규 리그와 EFL 컵, FA 컵을 병행하는 탓으로 체력 관리가 중요했다. 잭 감독이나 코치들도 항상 선수들에게 그런 점을 강조했다.
***
짝!
"악!"
"이 년이 죽고 싶어?"
"으흐흑! 제발요. 그만 놓아 주세요."
아오이(葵)는 퉁퉁 부은 얼굴을 부여 잡으며 빌고 빌었다. 같이 알바를 하는 이시다(石田) 친구들과 코오콘(コウコン.미팅)을 했었다. 3차로 간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기억이 끊겨 버렸었다. 으스스한 추위에 눈을 뜨자 아랫도리가 아려왔다.
"꺄아악!"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큰침대에는 친구 둘이 잠에 빠져 있었다. 친구들 또한 모두 알몸인 상태였다. 비명 소리에 놀란 것인지 친구 둘도 잠에서 깨어나 알몸인 탓으로 가슴을 가리며 작게 몸을 말고는 비명을 질러 대었다.
즉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옷을 찾아 보았다. 침대 앞에는 삼각대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옷은 침대 아래쪽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일순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모에짱이 입을 열었다.
"다, 당했어."
"당하다니? 무슨 말이니?"
"저 비디오 카메라! 남자 놈들이 섹스 파티를 한게 틀림없어."
"뭐라고?"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려 왔다. 빨리 이곳을 벗어 나고 싶었다. 모에짱이 침대 아래로 내려 가 옷가지를 건내 주었다. 그때였다.
벌컥!
"여어~! 깨어 났어?"
"꺄아악!"
아직 옷을 입지 않은 상태다. 들고 있는 옷으로 즉시 몸을 가렸다. 몸을 움직이자 아랫도리가 욱씬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 온 자는 어제밤에 본 바텐더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바텐더는 무서운 자였다. 그날부터 지옥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바텐더는 비디오 카메라를 가르키며 어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며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인터넷에 퍼뜨린다고 협박했다.
만약 섹스 영상이 인터넷에 떠 돌아 다닌다면 인생은 끝이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할수도 없을 것이다. 취직을 한다고 해도 영상이 알려 진다면 해고가 되기 전에 스스로 그만 둘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강단이 있는 모에짱이 화를 내며 녹화한 영상을 돌려 주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소리치자 바텐더는 비릿하게 웃으며 상의를 벗었다.
"꺄악!"
상체가 모두 문신으로 도배되어 있는 자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키짱도 두려움에 더욱 몸을 움추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짝!
"악!"
모에짱 앞으로 성큼 다가 온 바텐더가 모에짱 뺨을 때리며 침대에 쓰러 뜨렸다. 바텐더는 바지를 벗고 팬티까지 벗어 버렸다. 덜렁거리는 물건에 깜짝 놀라 사키와 함께 비명을 지르며 침대 반대편으로 급히 내려 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눈을 감으며 덜덜 떨었다. 바텐더는 거부하는 모에짱을 강제로 범했다. 자신과 사키짱은 벌벌 떨며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너무나 두려웠다.
"후우~!"
"으흐흑!"
침대에서 흐느껴 우는 모에짱을 바라 보며 바텐더는 침대 옆에 있는 소파에 알몸인 채로 앉아 담배를 피우며 협박했다.
"경찰에 신고할려면 얼마든지 해. 부하 녀석이 즉시 인터넷에 올릴꺼다. 말만 잘 들으면 돈도 벌고 재미도 볼수 있을꺼다. 전화를 하면 바로 받아라."
담배를 다 피운 바텐더는 문을 열고 나갔다. 충격에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침대에서 흐느끼던 모에짱이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있었다.
"윽!"
사키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 났을때 아랫도리가 욱씬거려 절로 신음이 베어 나왔다. 허벅지 사이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이시다 일행에게 당한것인지 아니면 방금 그 바텐더에게 당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런식으로 첫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날부터 수시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바텐더가 있는 곳으로 일주일에 한번씩은 불려 갔다. 모에짱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말했지만 사키짱과 함께 말렸다. 바텐더가 있는 바의 침대가 있는 방에서는 처음 보는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에 들어섰을때 바텐더가 저 방으로 들어가 하라는 대로 하라고 협박했다.
사끼짱과 모에짱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한달간은 자신도 학교에 나갔지만 사끼짱이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자 더이상 학교에 가는 일이 두려웠다. 사끼짱은 자신때문에 자살한것이다. 코우콘을 하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것이다.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 박혀 눈물만 흘리는 나날이 이어졌다. 바텐더에게서 전화가 오면 바로 찾아가 그만 놓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돌아 오는건 구타와 비디오 영상을 들먹여 협박할뿐이었다. 누구에게도 말도 할수 없어 혼자서 끙끙 앓아야만 했다. 석달이 지났을 무렵 더이상 삶에 의욕이 없었다.
끼이이이익!!
환한 빛을 뿌리며 질주해 오는 전철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려 오며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 느낌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
"누구도 믿지 않아."
저녁 식사때 유앙이 투덜거렸다. 유앙은 소년 축구 클럽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우(Woo) 선수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도 친구들이 믿지 않는다며 울상이었다. 체스터 필드 FC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선수는 강우다. 미드 필드와 골키퍼 양 포지션을 소화하며 골키퍼로써는 단 한골도 내 주지 않아 퍼펙트 갓 핸드(Perpect GOD Hand) 또는 갓 아이(God Eye)라는 별명이 붙었다.
어떤 볼이던 막아 버리는 손과 어디로 찰지 순식간에 파악하는 신의 눈을 가졌다는 뜻이다. 내일은 토요일로 유앙의 연습 시합이 있는 날이다. 일요일엔 13라운드 홈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아침 식사를 한후 유앙이 연습 시합을 하는 그라운드로 출발했다. B2 넷 스타디움 바로 옆에 있는 그라운드로 가는 것이다.
"코넬리 코치! 유앙 시합을 보러 가죠."
"내일이 시합인데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는게 아냐?"
"전 항상 컨디션은 100%라니까요. 같이 가죠."
유앙이 연습 시합을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학부모들이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유앙의 어머니인 제인의 모습도 보였다.
"넌 여기서 지켜 보는게 좋겠다."
"왜요? 팬들이 몰려 들까봐요?"
"네가 저쪽으로 가면 아이들이 시합에 집중할수 없을꺼다."
"그 반대죠. 더욱 잘 할려고 노력할겁니다. 제 팬이라면 잘 보일려고 할꺼잖아요. 가죠."
유앙이 소속되어 있는 소년 축구 클럽 학부모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걸어 갔다. 전광판이 없어 어느 팀이 이기고 있는지는 모르는 상태다. 전반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것이지만 아이들 시합인 탓으로 점수가 많이 날것 같았다.
"왔어요?"
"예. 유앙 시합을 볼려고요."
"우(Woo)! 선수! 맞죠?"
"예."
제인 부인의 말에 다른 학부모가 자신을 알고 보았다. 이곳에 있는 학부모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하며 정말 제인 집에 같이 살고 있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제인 부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것 같았다.
"아!"
사실로 인정하자 제인 부인을 바라 보며 부러워하는 눈치들이었다. 같이 온 코넬리 코치는 뒷전이었다. 학부모들은 자신에게 물어 볼 말이 많은지 시합보다는 질문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라운드에 있는 아이들도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이쪽을 힐끗거렸다. 특히 유앙의 표정은 환해졌다. 전반전이 끝나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우(Woo)!"
"유앙! 시합에 집중해야지. 그리고 너희들 모두도 집중해야 된다."
- 작가의말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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