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우승해야 하는 이유(1)
28화.
아오키는 아메미야를 따라 다니고 싶었다. 뭔가가 있는 녀석이다. 녀석이 크게 출세한다면 특집 방송으로 내 보낼수 있게 된다. 일종의 도박이지만 녀석이라면 해낼수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음, 그럼 말이야. 다음 5월 바쇼 성적을 보고 판단하겠다. 녀석이 될놈이라면 죠노쿠치(序の口) 우승 정도는 할수 있어야 해."
"감사합니다. 과장님."
***
짝짝짝짝!!
센슈라쿠(千秋楽) 파티가 진행되었다. 모든 스모 베야는 본경기 마지막날엔 항상 파티를 개최한다. 파티 진행은 항상 똑 같았다. 신입 제자가 있으면 소개하고 한명씩 성적을 발표한다.
그 다음엔 제자들이 장기 자랑을 하지만 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면 후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준비한 상품을 나누어 주기 위해 가위, 바위, 보나 삼각 복권 이벤트 행사를 개최해 당첨된 번호에 따라 선물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선물은 대부분 스모 베야의 특성을 살린 물건으로 스모 베야 문양이 새겨진 방석이나 부채, 보자기, 물컵등이다. 각각의 테이블을 돌아 다니며 다시 인사를 하며 술을 따라 주거나 격려를 받으며 사진 촬영에 임해 주거나 사인도 해 준다. 파티가 끝나면 숙소를 제공해 준 사람이나 도와 준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러 다녀야 한다. 모든 인사가 끝나면 짐을 정리해 나루토 베야로 돌아 갈수 있다.
"모두 고생이 많았어."
나루토 베야로 돌아 오자 오카미상이 반겨 주었다. 나루토 베야 특집 TV 방송덕으로 나날이 후원자가 늘고 있는 추세였다. 오카미상의 얼굴도 한결 밝아진 상태다.
"아! 아메미야군, 네가 주문한 물건이 도착한 상태야."
"그래요?"
오카미상에게 물건을 건네 받고는 물건값을 지불할려고 했지만 오카미상이 선물이라며 거절했다. 공짜는 싫어 하진 않지만 사람을 살리는 도구다. 스스로의 돈으로 구입하고 싶었다.
"오카미상! 죄송하지만 이 물건은 침(鍼)입니다. 침술을 배워 볼려고 구입한 것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사용될것입니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거운 것이죠. 그래서 오카미상의 마음 씀씀이는 고맙지만 스스로의 돈으로 구입하고 싶습니다."
"침술을 배운다고?"
"예. 고졸 인증 시험을 본후에 야간 침술 전문 학교에 갈 생각입니다."
"그렇니?"
오카미상에게 은침 대금을 건네 주었다. 침을 확보한 이상 침술에 관한 서적을 구입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알아 보고 구입하면 된다. 이 세상은 필요한 물건은 굳이 먼곳으로 가지 않아도 뭐든 인터넷으로 구입할수 있어 그것 하나만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아메미야! 네가 침술을 배운다고? 그러다가 사람 잡는게 아냐? 너, 크레이지잖아!"
"고바야시상은 다쳐도 침을 놓아 주지 않을 겁니다. 놓는다고 해도 엄청나게 아프게 놓을꺼고요."
"킥킥킥...고바야시 너, 아메미야한테 찍혔어."
장난으로 말하는 것이겠지만 살짝 기분이 상했다. 다음날 아침이 기대되었다. 고바야시상과 도효위에서 시합 형식으로 대결할때 두고 보자고 다짐했다. 토라키오상을 위해 은침을 구입한 것이지만 다친 부위의 붓기는 거의 다 가라 앉은 상태로 침을 놓아 주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큭!"
다음날 아침 고바야시상은 연신 신음을 뱉어 내야 했다. 모우시아이(申し合い) 훈련으로 고바야시상을 지목해 몇번이나 강하게 충돌하며 도효 밖으로 밀어 내거나 바닥으로 쓰러 뜨렸기 때문이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몸 전체로 퍼뜨려 놓은 기(氣)로 인해 고바야시상 정도는 충분히 이길수 있었다.
3월말에 접어 들자 벚꽃이 만발해 하나미(花見.꽃구경)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스미다 공원 주변이 북적거렸다. 원래 하나미(花見)는 벚꽃이나 매화꽃을 감상하는 것을 말하지만 많이 변질된 상태다. 벚꽃 아래서 술판을 벌여 어떤곳에선 고성방가(高聲放歌)를 하며 눈쌀을 찌뿌리게 했다.
매년 하나미(花見)로 유명한 우에노(上野) 공원엔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벚꽃을 구경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술판을 벌일 자리를 확보 할려는 것이라고 사토상이 말해 주었다. 나루토 베야의 선배들과 스미다 강 주변 벚꽃을 구경하며 돌아 다녔다. 모두 게타를 신고 있어 따각따각하는 걸음 소리와 기모노(着物) 그리고, 헤어 스타일을 보고는 스모토리라고 누구나가 짐작할것이다.
스모토리들은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까지 내려 오면 마게(髷.상투)를 묶는다. 마게를 묶을수 없는 머리카락이 길지 않은 신입 제자는 올백 스타일이다. 스모토리들은 훈련후 반드시 목욕은 매일 하지만 머리는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감는다.
머리카락에 스키아부라(すき油)라는 특별한 기름을 바르기 때문이다. 이 기름은 향긋한 냄새가 풍겨 향수로도 사용할수 있으며 머리를 감을땐 샴푸를 7~10번은 해야 겨우 스키아부라(すき油)를 씻어 낼수 있을 정도다. 그런 탓으로 스모토리들에겐 항상 향기로운 냄새를 풍긴다. 베이비 파우더와 비슷한 냄새라고 하지만 베이비 파우더가 어떤 냄새를 풍기는지는 모른다.
"별로 볼것도 없는데 그만 돌아가죠?"
"벚꽃이 멋지지 않아?"
"벚꽃은 아름답고 운치가 있지만 그 아래쪽에서 술판을 벌이는 자들이 맘에 들지 않아서요. 돌아가서 훈련을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지독한 놈! 넌 훈련이 지겹지도 않냐?"
고바야시상이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시간만 나면 어떤 훈련을 하는 아메미야였다. 잠시도 쉬지 않는 모습을 선배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오오! 리키시(力士.스모 선수)들 이리 와서 한잔 해."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나이가 어려 아직 술을 마시지 못합니다."
"괜찮아. 어른이 주는 술이야."
이 아저씨가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었다. 고바야시상이 정중히 거절했음에도 어른 운운하며 강제로 끌어 들일려고 했다. 만약 넙죽 술을 받아 마시는 장면을 누군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큰소동이 벌어 질것이다.
연예인들중에도 미성년자 흡연이나 음주가 가끔씩 보도되어 연예 활동을 자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몇십년전에는 담배나 술을 파는 자동 판매기를 흔히 볼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자동 판매기가 굉장히 흔하다. 어딜 가더라도 가장 쉽게 눈에 띄이는게 자동 판매기다. 어떤 도로는 50미터 간격으로 자동 판매기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도 있을 정도다. 요즈음은 술을 파는 자동 판매기를 거의 찾아 볼수 없다.
담배를 파는 자동 판매기도 법률이 바뀐 탓으로 담배 가계옆에만 설치되어 있다. 미성년자 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 판매기를 이용할땐 특별한 카드가 필요하다. 담배 가게에 카드 신청을 한후 발급받아야 자동 판매기에서 구입할수 있으며 담배 가게에서 직접 구매할땐 신분증을 요구할수도 있다.
편의점에서 구입할때도 마찮가지다. 선배들중 토라키오상만이 20세가 넘은 상태다. 다른 세명의 선배들은 모두 십대 후반이다. 자꾸 권하는 취한 중년인때문에 진땀을 빼야했다. 다른 사람들이 말려 주지 않았다면 난처했을것이다.
"그만 돌아 가자니까요."
"그러자. 근데 아메미야, 나이 차도 얼마나지 않는데 편하게 말 놔."
"아니요, 전 이게 편해요."
말을 놓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선배 대접을 해 주고 싶었다. 가끔씩 장난으로 말을 놓기도 하지만 선배라는건 항상 잊지 않았다. 나루토 베야로 돌아 와 공동 생활을 하는 방으로 모두 들어왔다.
제각각 개인 사물함안에 사복이나 짐들이 들어 있다. 사복이라고 해 봤자 체육복이 고작이다. 한쪽 벽쪽으로 이동한 아메미야는 마보를 시전한후 책을 읽었다. 고졸 인증 시험을 볼 생각으로 고등학교 교과서를 읽고 있는 것이다.
"굳이 고졸 자격증을 딸 필요가 있는거냐?"
"전 침술사 자격증을 딸려고요. 고졸 이상이 아니라면 침술 전문 학교에 입학할수 없거든요."
"벌써부터 장래를 생각하는거야?"
"아니요. 선배들이 부상 당하면 치료해 줄려고요."
인터넷으로 이미 알아 보았다. 대부분의 침술 전문 학교는 오전반과 오후반, 야간반으로 구분되어 있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야간반이지만 충분히 다닐수 있었다. 최상위 지위인 마쿠우치(幕内)로 승급하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시합을 한다.
요코즈나(横綱)는 항상 마지막 시합에 등장한다. 시합이 끝나면 오후6시에 근접하는 시간대가 된다. 만약 요코즈나로 올라가면 수업 시간에 맞출수는 없지만 지각해도 문제없을것이다. 학교에서도 편의를 봐 줄게 틀림없을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나 대학교는 특별 전형이 존재한다. 주로 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 형식으로 입학시킨다. 유명한 선수가 입학하면 그만큼 학교가 선전이 되기 때문이다. 스모 선수라도 해도 잘하면 입학 시험을 치루지 않아도 들어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자신이 침을 구입한 것을 알고 있는 선배들이다.
"선배들도 빈둥거리지 말고 저처럼 마보를 하세요. 짜투리 시간이라도 시간이 나면 하체 단련을 하는게 좋을겁니다."
"지독한 놈! 너처럼 우리들 모두가 괴물은 아냐."
"괴물은 아니더라도 할수 있는 만큼 하세요. 토라키오상! 강해지고 싶다면 마보를 하세요."
"어이구! 너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살고 일찍 죽겠다."
투덜거리는 토라키오상은 마지못해 한쪽 벽 앞에서 마보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선배들도 따라 하고 있었다. 좋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간다면 선배들 모두가 강해질것이다.
***
"하압!"
꽝!
5월 바쇼에 대비해 오늘도 도효위에서는 굵은 땀을 흘리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투로 베야가 TV에 특집으로 방송된후 견학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상태다. 아메미야는 5월 바쇼에 정식으로 데뷔를 한다.
전승으로 우승할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매일하는 훈련은 똑 같았다. 가끔씩 특이한 훈련도 해야 할것 같았다. 바닥에 깔아 놓은 통나무위에 펄쩍 뛰어 올라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으며 앉았다 일어 서기를 반복하기도 하며 선배들의 대결을 지켜 보면서 아령을 들어 올리거나 큰돌을 양손으로 들고 앉았다 일어 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미토리 케이코(見取稽古) 즉, 지켜 보는 것도 훈련이지만 쥬료(十両) 이상의 스모토리가 없는 탓으로 선배들의 대결을 지켜 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시합 영상을 찾아 보는게 훨씬 큰 도움이 된다. 5월 바쇼(場所) 2주일전날에 반즈케효(番付表)가 발표되었다. 오야카타가 운반해 온 반즈케효를 자동차에서 내려 방으로 들고 왔다.
찌이익.
포장된 종이를 찢고 큼직한 반즈케효 한장을 들어 자신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지 살펴 보았다. 마에즈모(前相撲)를 끝낸 시점에 반즈케효에 이름이 등재된다. 오른쪽 아래쪽에 깨알같은 글자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을수 있었다. 처음으로 반즈케효에 이름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보고는 감무량했다. 이제야 정식으로 스모 선수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아메미야! 축하한다. 너도 이제 스모 선수야."
"하하. 감사합니다. 이번 5월 바쇼에선 모두가 이겼으면 합니다."
"어휴~! 겁나라.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무슨 훈련을 하자고 할지 소름까지 돋는다."
팔뚝을 쓸어 내리며 엄살을 떠는 고바야시상이었다. 가장 밝은 성격인 고바야시상은 스모 베야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역활을 톡톡히 해 내고 있었다. 혼마상이나 사토상은 말은 거의 하지 않는 타입으로 고바야시상과 토라키오상은 서로 장난을 자주 친다.
반즈케효가 도착하면 항상 하는 일이 있다. 작게 접어 봉투에 넣어 후원자들에게 보내야 하는 일이다. 수백장이나 되는 큰종이를 접어 일일히 봉투에 넣는 일은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받는 후원자를 생각하면 접는 면이 엇나가지 않게끔 꼼꼼히 접어야 한다. 접은 면이 엇나간것을 받은 후원자는 마음이 상할지도 모른다. 대충한다는 의식을 심어 주면 실망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메미야군! 활짝 펼쳐 봐."
"아오키상! 언제까지 계속 밀착 촬영을 하는 겁니까?"
마에즈모까지 촬영하기로 했으면서도 계속 촬영하는 아오키상이었다. 지금도 반즈케효를 펼쳐 자신의 이름을 가르키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5월 바쇼까지야. 그런데 말이야. 5월 바쇼에 우승할수 있지?"
"우승요? 당연하죠."
"으하하하! 너라면 그렇게 말할줄 알았어. 만약 네가 우승한다면 촬영은 계속 될꺼야."
"예엣? 계속이라고요?"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선배들이 불편할것이다. 매일 촬영하는건 아니지만 촬영하는 날이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멸마대(滅魔隊) 대주였던 덕으로 항상 남들의 주목을 받으며 생활했었다. 그런 생활에 익숙했었던 자신은 촬영을 하던 말든 평소대로 행동할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것이다.
"선배들이 불편하지 않을까요?"
"아메미야! 우리들은 괜찮아. 나루토 베야가 방송으로 나가면 후원자들도 더 많아 질꺼야. 적극적으로 협조해."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끄덕끄덕.
생각과는 달리 모두 아무렇지도 않은듯 했다. 다행이었다. 후원자들이 많이 늘어나면 오야카타나 오카미상도 좋아 할것이다.
"그런데 계속 촬영만 하고 방송은 언제하는 겁니까?"
"만약 네가 5월 바쇼에 우승하면 제1탄을 방송하게끔 건의해 보겠다."
"그럼 반드시 우승해야겠군요."
"그래. 우승하지 못하면 모든것이 끝장이야. 1탄을 방송할수 있게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줘."
- 작가의말
일본의 편의점에서 술이나 담배를 구입할땐 점원이 모니터를 터치해 달라고 합니다. 성인이라고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터치만할뿐 신분증 요구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수 있는 자동 판매기는 다양합니다. 대부분 쥬스를 판매하지만 게중에는 도시락, 야채, 소스, 술, 담배, 끓인 우동, 심지어 자전거 판매 자동 판매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음화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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