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신야의 삶(1)
6화.
이층 도서실에서 소학교 교과서를 펼쳐 읽고 있을때였다. 가방을 들고 들어 온 애들이 흠칫하며 자신과는 먼 자리에 떨어져 앉아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소학교 교과서는 어렵지 않았지만 산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혼자서 산수를 공부할수가 없어 숙제를 하는 애들을 보고는 말을 걸었다.
"아츠야! 이걸 설명해 봐."
지목 당한 아츠야는 물론 다른 애들까지 눈이 동그래진채 당황하고 있었다. 같은 방을 쓰고 있음에도 전혀 말을 걸지 않았던 신야가 갑자기 말을 건 탓이다. 손가락으로 교과서를 가르키자 아츠야는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산수요?"
"그래. 공부 좀 할려고 하는데 전혀 모르겠어."
믿기지 않아 하면서도 아츠야는 물음에 모두 답해 주었다. 다른 애들도 손을 멈추고는 이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신야가 자동차 사고로 인해 사고전의 기억은 모두 잃은 상태였다. 기초적인 산수 문제도 전혀 모르는 탓으로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고맙다. 내일도 부탁할께."
"으응. 뭐든지 물어. 원장 선생님이 도와 주라고 했어."
교과서를 물어 본 탓으로 원장 선생이 애들에게 미리 말해 놓은것 같았다. 잠들기 전까지 도서실에 짱 박혀 계속 공부를 했다. 10시에는 침대에 들어 가야 한다. 소등을 하고 침대에 앉아 양월심법을 운공하며 모두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고등학교 3학년인 스즈키는 대학이라는 최상급 교육 기관엔 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에 갈 돈도 없는 실정으로 고등 학교를 졸업하면 원장 선생이 소개해 준 직장에 들어 간다는 말을 들었다. 모두가 잠이 들자 옥상으로 조용히 올라 갔다.
***
오늘은 중학교 체력 테스트 날이다. 악력(握力) 검사와 윗몸 일으키기, 지구력 테스트, 50미터 달리기등의 검사를 하는 날로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악력 검사를 했다. 악력 측정기라는 둥근 물체위에 달린 손잡이를 꽉 쥐면 시계처럼 둥근 원안에 바늘이 움직여 악력이 표시된다.
꽈악!
힘껏 악력계를 쥐었다. 오른손 58kg, 왼손 45kg가 표시되었다. 측정을 담당하는 체육 선생이 눈이 커진채 놀라워했다. 믿기지 않는지 다시 한번 쥐어 보라고 까지 했을 정도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말투에 조금 화가 나 더욱 세게 쥐었다. 이번엔 오른손 61kg, 왼손 48kg가 표시되었다. 중학교 3학년생 남자 평균 악력은 39kg라는 말에 덩치가 크고 힘도 강한 신야가 이지메를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50미터 달리기는 운동회 릴레이 선수 선발을 겸하겠다. 선수로 뽑히기 싶으면 전력으로 달려라."
5월달엔 운동회라는게 열린다. 운동회에서 가장 큰함성이 울려 퍼지는게 릴레이 경주다. 발이 빠른 애는 항상 정해져 있다. 신야의 기억으로는 대부분 소학교 운동회에서 릴레이 선수로 뽑힌 애가 중학교에서도 그대로 선수로 뽑힌다. 다만 여러곳의 소학교에서 모이는 중학교인 탓으로 몇몇은 선수로 뽑히지 못하는 애도 있다.
신야는 릴레이 선수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키는 다른 애들에 비해 울등히 컸지만 몸이 따라 가 주질 않아서다. 50미터 달리기에선 쿵쿵거리며 달려 갔지만 13초라고 했다. 빠른 애는 7초이내였다.
상체 굽히기는 불룩 나온 똥배로 인해 나란히 모은 발끝에 손이 닿지 않았다. 핸드볼 멀리 던지기는 35미터 가까이 날아 갔다. 1500미터를 달리는 지구력 테스트는 꼴찌였다. 요며칠간 달리기를 매일하고 있지만 뚱뚱한 탓으로 숨이 차서 다른 애들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숨을 헉헉거리며 바닥에 주저 앉아 있을때 다른 애들이 놀려 대었다.
"킥킥...돼지가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꼴찌 탈출을 할수 있겠냐?"
"난 지진이 발생한줄 알고 깜짝 놀랐다니까. 얼마나 쿵쾅거리는지..킥킥킥..."
힐끗거리며 킥킥거리는 놈들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으면 이지메는 더욱 심해 질것이다. 이런 탓으로 신야 녀석이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것이다.
"닥쳐 새꺄!"
하마무라(浜村)라는 놈에게 살기를 뿜어내며 노려 보았다. 하마무라 옆에서 동조하던 이하라(井原) 놈에게도 눈을 마주보며 노려 보자 흠칫하는 표정으로 굳어 버렸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만만히 보이지? 누굴 괴롭히는게 그렇게 기분이 좋냐? 당하는 입장을 생각해 봐. 새꺄! 앞으로 너희 두놈이 한번 당해 볼래?"
"......"
"......"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없이 부르르 떨든 두놈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제 저 두놈은 급식을 배식하던 우에다 놈과 함께 자신과는 눈을 마주칠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엔 장난이었다. 장난을 걸어 온 반친구에게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자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는지 장난이 더욱 심화되어 이지메로 이어졌다.
덩치가 큰 신야가 처음부터 강하게 나갔으면 이지메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것이다. 그때의 신야는 부모를 사고로 잃은 탓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해야 했다.
체력 테스트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 가 체육복을 갈아 입고 있을때였다. 우에다와 하마무라, 이하라 녀석들이 모여 자신을 바라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무시했다. 운동회가 얼마 남지 않아 체육 수업 시간엔 운동장에서 운동회 연습을 했다. 3학년인 탓으로 참가하는 경기는 한정되어 있었다.
3학년 반 대항 경주와 장애물 경주는 누구나 참가해야 하지만 클럽 대항 경주와 선발 릴레이 경주는 선수로 뽑힌 자들만 참가한다. 반별로 나누어 네명씩 200미터를 달려 가는 반 대항 경주에선 신야는 항상 꼴찌인 4위로 골인했다. 뚱뚱한 탓으로 발이 느린탓이었다.
장애물 경주는 그물망을 빠져 나가 포대 자루에 양다리를 집어 넣고 쫑쫑거리며 뛰어 간후 밀가루에 묻혀 있는 사탕을 물고 골인 지점으로 달려 가는 경주다. 아동 양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애들은 운동회를 가장 싫어 한다.
특히, 소학교일때가 심하다. 부모들이 구경하러 찾아 오는 것이다. 비디오 카메라나 스마트 폰이란걸로 아들, 딸이 등장하는 경기를 녹화하는건 어쩔수 없었지만 점심 시간때 일가족이 한곳에 모여 점심을 먹는게 부러웠기 때문이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원장 선생님이 있는 곳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아동 양호 시설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고아는 아니다. 절반 이상은 부모에게 버려졌거나 학대를 받아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마음속에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지만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고 일부러 밝은척 행동하는 애들도 있다.
아오마츠엔에 살고 있는 애들중에서 신야와 고등 학교 3학년인 스즈키, 소학교 5학년인 노다가 고아일뿐 다른 애들은 학대를 받아 아동 상담소에서 애들을 보호해 아오마츠엔으로 보내 진것이다. 그 애들은 자신의 집보다는 아오마츠엔을 더 좋아 한다. 집으로 돌아 가는게 두려워서였다.
***
운동회 당일날은 5월달임에도 더웠다. 운동장에 의자를 가져와 반별로 나누어 앉아 자신의 반이 참가하는 경기를 기다려야 한다. 청(青),홍(赤),백(白) 팀으로 나누어 점수를 경쟁하는 운동회지만 누구도 점수는 신경쓰지 않는다. 소학교일때엔 자신의 속한 팀이 우승하면 큰함성을 내지르며 좋아 하지만 중학교에선 우승을 하더라도 '했구나' 하는 식으로 모두들 담담하다.
참석한 부모들도 소학교때와는 응원이나 열기도 전혀 달랐다. 토요일에 운동회가 끝나면 다음주 월요일은 대체 휴일로 화요일부터 고등 학교 진학 상담을 했다. 3학년인 탓으로 학교장 추천으로 입학할수 있는 사람과 시험을 치루어 입학하는 사람으로 구분되어 진다고 했다.
학교장 추천은 아무나 받을수 없다. 학교 성적이 가장 우선시되며 클럽 활동에서의 부장 자리나 학생 위원을 한 자들 위주로 학교장이 추천한다. 입학하고 싶은 고등 학교에 학교장 추천장을 받아 원서를 내면 간단한 논술 시험과 면접을 치루어 입학 여부가 결정된다.
이때엔 중학교 성적이 크게 좌우된다. 아슬아슬한 성적으로 추천을 받아 원서를 낸다고 해도 경쟁 비율에 따라 탈락할수도 있어 선생님이 어느 학교에 원서를 내면 합격할수 있는지 상담해 알려 준다. 추천 입학에서 탈락하면 일반 입시 시험을 치루어야 한다. 어느 고등 학교나 1차로 추천 입학을 먼저 받아 입학 여부를 결정하고 2차로 일반 입시를 받는다.
"아메미야! 넌...후우...스미다 도립 공과 고등 학교(墨田都立工科高等学校)외엔 무리다."
반 꼴찌, 아니 학교 전체 꼴찌인 성적이 아메미야다. 원서만 내면 누구나 들어 갈수 있는 유일한 고등 학교라며 그곳에 들어 갈수 밖에 없다고 못을 박았다. 굳이 고등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지 의문이었지만 고등 학교를 가지 않으면 아오마츠엔을 나가야 한다. 만18세까지는 아오마츠엔에 머물수 있지만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릴순 없어 눈치가 보여 뛰쳐 나가야 할것이다.
진학 상담은 가장 나중에 했지만 가장 짧게 끝났다. 여름 방학이 끝나면 부모까지 참석해 3자 면담을 한후 정식으로 어느 학교로 진학할지 결정해야 하지만 신야에게는 아마 형식적인 면담만이 이루어 질것이다. 이미 진로가 확정된것이나 마찮가지였다.
학교 생활은 편했다. 더이상 이지메를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여전히 말을 거는 자도 없었다. 수업 시간에 눈을 감고 있더라도 선생님은 뭐라고 주의를 주지도 않아 너무 편했다. 매일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덕으로 수업을 들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양월심법을 운공하는게 공부보다 우선이었다.
6월달엔 기말 테스트가 있었지만 대충 답을 적어 제출했다. 성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도 꼴찌를 도맡아 놓았을것이다. 여름 방학이 서서히 다가 왔다. 소학생이나 중학생은 학구(学区)에서 벗어 나면 않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 학생도 마찮가지만 고등 학생은 여러 지역에서 입학하는 탓으로 집에서 멀리 있는 곳으로 가더라도 그다지 신경 쓰진 않는다. 소학생이나 중학생은 집 근처에 학교가 있는 곳이 대부분인 탓으로 학구를 벗어난 일이 선생님에게 들키면 주의를 듣고 성적에도 반영된다.
시험 성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학교 생활 태도에 따라 점수가 깎이는 일이 발생한다. 학구를 벗어날땐 반드시 부모님과 함께여야 한다. ABCD의 네등급으로 성적을 나누지만 똑같은 시험 성적을 받더라도 같은 등급은 되지 않는다.
학교 생활 태도에 따라 등급이 낮게 책정되기도 한다. 여름 방학때 여러 곳을 돌아 다니고 싶었지만 들키면 원장 선생님이 학교로 불려가 한소리 들을게 분명했다. 3학년은 여름 방학 시작과 함께 모든 클럽 활동에서 제외된다. 공부에 전념하라는 뜻이다.
클럽에 소속된 1, 2학년은 여름 방학도 없을 정도로 거의 매일 클럽 활동을 한다. 토, 일요일엔 대회에 참가하는 일이 많아 어디로 놀러 갈수도 없을 지경이다. 클럽 활동을 신경 쓰지 않는 학생들도 있지만 학교장 추천을 받아 고등 학교로 진학할려는 학생들은 클럽 활동을 열심히 한다.
클럽의 부장 자리를 차지하면 추천장을 받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두달 동안 매일 아침과 저녁때 달리기를 한 덕으로 살이 많이 빠진 상태다. 불룩했었던 똥배도 많이 들어간 상태로 점점 그럴싸한 몸매로 변해 가고 있었다.
"후우!"
이젠 스미다 공원까지 달려도 턱밑까지 차 오를 정도로 숨이 가쁘지도 않았다. 체력이 많이 늘어난 덕이다. 늘 하던 운동을 하고 시설로 돌아 갈려고 다시 뛰었다. 아침 일찍 운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스미다 강변 옆을 뛰어 가고 있을때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색목인과 스쳐 지나갔다. 이곳 일본엔 색목인인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거나 관광이라는 것으로 놀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자들중 한명일것으로 생각되지만 키가 장난이 아니었다. 중학생치고는 자신의 키도 제법 크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보다 한뼘 반 이상은 커 보였다. 하얀 얼굴의 백인의 눈동자는 파란색이었다. 덩치도 뚱뚱했었던 자신보다 더 뚱뚱해 보였다. 그런 외국인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장마철이 지난 탓으로 비는 거의 내리지도 않아 다행이었다. 비가 오는 날엔 옥상에서 수련을 할수가 없다. 마보도 이젠 한시간은 느끈히 견딜수도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다리 째기도 완성해 마보(馬步)에서 궁보(弓步), 부보(仆步), 허보(虛步), 갈보(歇步) 순으로 기초 보형(步型)도 문제없이 수월하게 해 낼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은 컴이라는 것에 흠뻑 빠진 상태다. 아오마츠엔에서 생활하는 애들은 스마트 폰이란건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 도서실에 있는 컴을 마음대로 사용할수 있다.
공부를 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자와 지명이 똑 같은 곳을 발견한것이다. 현중국의 수도인 북경(北京)은 명나라였을땐 연경(燕京)으로 불리웠다고 했다.
또한 천진(天津)이라는 지명도 등장했다. 자신이 살고 있었던 나라가 명나라였다. 명나라의 수도는 연경이었다. 또한 자신의 가문인 송가장은 텐진이라는 천진에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 신야의 몸속으로 들어 와 이곳에서 생활했을땐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동해 왔었다고 생각했었다. 신야의 기억속에도 중국이라는 나라의 기억은 있지만 그게 어떤 나라인지는 몰랐다. 똑 같은 지명을 사용하는 한자가 너무 이상해 컴으로 조사를 했다.
- 작가의말
중학교 운동회는 1,2학년 위주의 경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3학년보다 한경기 더 많을 뿐으로 초등 학교때의 운동회에 비하면 찾아 오는 학보모나 응원하는 열기가 전혀 다릅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손자 손녀를 보기위해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찾아 오지만 중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하면 찾아 오는 사람들도 적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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